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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과 바나나잎

현재 태국에서 진행되는 반정부운동

그 과정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시위의 방식이나 구호가 아닌 '바나나잎'이었다.

 

처음에 화면에서 보이는 바나나잎을 보고는

다소 쌩둥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나나잎을 오무려 음식을 담는 모습을 보고는

'참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들은 수십일째 진행되는 농성과 시위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바나나잎을

식기로 사용한다고 했다.

 

별거 아닌것 같아 보이지만 저토록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일회용품 대신 바나나 잎을

쓰는 것에 자연스레 동의했다는 점이

나에게는 참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실제

그 차이가 주는 영향은 꽤나 크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촛불시위에는

물론 방대한 양의 종이컵이 소모된다.

나는 가능한 일회용품은 쓰지 않는 인간인지라

촛불시위에 촛불을 들지 않은 채 참가했지만

그 이유때문에 친구들에게 욕을 먹었었다.

 

이토록 중요한 일에 그토록 작은 이유를 들고 나온다고.

그러나 나는 바나나잎과 종이컵을 쓰는 차이는

분명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촛불집회를 참가하여 보통 전철이 끊기기 전에

돌아가곤 했는데 전철역까지 가는 중에 버려진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촛불은 맨 손에 들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을 대신하려는

것은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처음에 쓴 종이컵을 촛불집회 내내

사용하려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시키는 촛불집회는

그 정치적 사회적 가치가 크다. 그렇다면 그 가치에

묻힌 또다른 가치들은 작은 것일까?

수 천명  수 만명의 사람들이 쓰는 종이컵의 양은

방대하고 그것이 되풀이 될 수록 그 양과 영향은

더욱 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최소한 자신이 처음에 쓴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간절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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