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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유

7번째 이별,

을 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한 사람과 5년을 사귀면서 7번을 헤어졌으니

우리는 참~지지리도 궁상스런 관계였다

 

헤어지는 사이사이 다른 사람도 만났었고

장거리 연애기간이 워낙 길어서 뭐랄까....

이런 관계의 정리가 낯설지 않았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이 슬프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고도 섭섭한 느낌

사실 이전부터 우리는 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관계였으니까

 

핏줄로 맺어진 가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뿌리깊은 이기성이 서로를 갉아먹은지

꽤 오래되었으니까. 사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결과였다

 

서로가 졸업을 앞두고 있는, 뭐라 말 할 수 없이

비관적이고 혼란스러운 시기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신의 손을 잡기 위해

상대편의 손을 놓았다고 해야 할까?

 

간만에 하루종일 쉬는 날로 정한 날에

청소를 하고 책정리를 하자니 문득

그가 생각난다

 

여전히 같은 수업을 듣고 종종 연락을 하고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잘 지내는 '친구'.

물론 이전과는 다르게 잠 못이루는 새벽에

전화를 할 수도 다짜고짜 화풀이를 할 수도 없지만

 

20살의 나와 24살의 나

그 5년간의 기억을 우리는 함께 가지고 있다.

그건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변하지 않을 시간의 공유이다.

그래서 나는 이별이 슬프지 않고 그저 아쉽기만 했을까?

 

여전히 서로를 믿어주고 서로의 미래에 대해

기꺼이 응원해주는 사람. 그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헤어진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혼자 했던 생각이

만일 이 도서관 건물이 무너진다면 누가 제일 먼저

나에게 달려올까? 였다.

 

그때의 답은 바로 그였다.

그리고 지금도 답은 아마도 그가 아닐까? 정도.

헤어짐은 슬프지만 오래된 시간의 공유와

그 공유된 시간속에서 흘러나오는 서로에 대한

신뢰는 또 다른 관계의 힘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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