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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촛불집회

뜬금없게도 촛불집회를 바라보면서 사드가 떠올랐다.

 

억지로 읽어야 만 했던 '소돔 120일'이나' 규방철학'을

읽을 때만 해도 사드는 참 죽일놈이었는데

sex의 경계에 집착하지 말라는 쌤의 말이

그냥 문득 신문기사를 읽다가 떠올랐다.

 

'소돔 120일'을 놓고 여럿이서 시끄럽게 굴던 때

내가 계속 핏대세워 말했던 것이

너와 나의 동의없이 행해지는 섹스에 대한

부정이었다.

 

뭐, 페미니즘이라는 말도 나왔고 쾌락주의니

사디즘 마조히즘 등등 어지간한 주의는 다

나온 듯 한데....별 소득 없이 끝났다.

 

암튼 당시 쌤이 줄창 했던 말이

사건에 집착하지 말고 섹스에 집착하지 말고

경계를 넘으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잡힐 듯 말 듯 하다.

 

요컨대 그 죽일놈인 사드는

질서와 개인의 자유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자유를

외치며 질서를 깔아뭉갠 인간이 아닌가?

 

지엄한 성윤리와 고매하신 귀족들의 명예가 천금보다

귀한 가치였던 시대에 방식이야 어쨌든 사드는

치열하고 지독하게 '자연'을 들먹이며 무정부를

추구하고 개인의 무한한 자유를 외쳤던 인간인 듯 싶다.

 

촛불집회를 보자니 그 미친 사드가 생각났고

어쩌면 이 촛불집회는 표면적으로는

질서에 반하는 권력집단에게 내리는 개개인의 자유의지로 행하는 반항이지만

그 속내는 결국, 사회의 온건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의자가 아닐까?

 

시장주의가 판치던 시대 막스는 규제할 길 없는 시장주의의 끝을

혁명으로 규정했지만, 정작 시장주의는 그 선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형평성의 논리에 접목시켜 복지국가를 탄생시켰다.(뭐 이것도 한국이랑은

먼 이야기지만)

 

양보한 듯 하지만 결국은 막스의 말대로 그들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양보였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촛불집회도 막스가 말하는 공장법과 비슷한 논리가 아닐까?

자신의 사회 질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의식 말이다.

물론 행위의 주체나 행위의 목적이 엄연히 차이가 있지만

무식하게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뭐 비슷한 것 같다.

 

막스는 사회주의를 사드는 무정부주의를

과거 6월항쟁이나 지금의 촛불집회는 질서수호의 저항이라는 깃발을.

뭐...대학 총장 선거에 가서 '미친놈들' 이라 적는 쌤밑에서

한 학기를 씨름하다 보니 나도 점점 미친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가끔씩은 미친 생각과 더불어 거꾸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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