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을 세우고 말았다. 딱 두 개만. 하던 일 백 배 잘 하는 것과 지각하지 않는 것이다.
어제 1호선 막차를 타기 위해 2호선 전철시간표에 맞춰 뛰어서 전철을 타러갔다. 내가 타야 하는 전철 시간 1분 전에 도착했는데 그때 출발하는 전철을 놓쳤다. 알고 보니 연착으로 인해 6분 전에 이미 지나가야 했을 전철이 이제야 간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가 타야 하는 전철도 5분이나 늦게 왔다. 늦게 온 주제에 신도림행이라며, 더 멀리 가는 손님은 빨리 내리라고, 신도림 가면 승강장 바뀌니까 지금 내리라며 정차하는 정류장마다 안내 방송을 길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게 하며 한참씩 서있었다.
너무 열받아서... 막차를 놓친 것은 물론이고 신도림에서 10분이나 전철이 서있는 것을 견뎌내며 너무 고통스러웠다 너무 화가 나서 쳐눈물이 나고 입에서는 쌍욕이 폭풍처럼 솟아나오고... -_- 기관사한테 마이크 잡고 불같이 화내고 싶은 걸 견디느라고 마이크 앞에서 서성서성대며...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했으면 왠 챙피야 이 얘길 들은 모님은 마이크 잡고 따졌다면 XX녀라고 사진 찍혔을 것 같다고 했다 ㅋㅋ;
이런 나의 성미가 부끄럽기도 하고 서민으로 태어나 아뿔싸 대중 교통 덕에 많은 지각을 했던 것이 염병하기도 하고.. ;ㅅ; 하지만 나의 인생 지각 이력을 살펴보면, 초딩 때는 학교가 코앞이라 항상 5분 전에 집에서 출발했고, 중딩 때는 11분 거리라 항상 11분 전에 갔고.. 고등학교 때는 버스로 10분 걸어서 5분이라 항상 마감 15분 전 버스를 탔고...;; 한 번도 미리 가 본 일이 없다. 나는 지금도 어쩌다가 어떤 모임 장소에 내가 일찍 갔는데 다른 사람들이 안 나와 있으면 초조하고 화가 난다. 뭔가 잘못 된 것 같다 ㄱ-;; 나는 항상 8시 모임이면 8시 정각에 가는 것이 좋다. 10분 전에 미리 가서 혼자 앉아 있는 게 싫다.
우리 아빠랑 엄마는 전혀 그런 사람들이 아니고, 나한테 그렇게 가르친 일도 없는데 왜 나는 ㅇ리허게 생겨먹었을까?? -_- 암튼 나는 이런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서민이라서 대중교통을 타다보면 예상치 않게 시간이 더 소요되고, 결국 늦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나는 미리 나오지 않은 나를 탓하지 않고, 대중 교통을 탓하게 되었다 ㄱ-;;;; 가끔씩 서민의 지각, 아니 서민적 지각을 하면서.. 어느 날은 와 나 지금 버스에서 글 쓰고 있었는데 옆에 사고나서 1900번 버스 완전 찌그러졌어 -ㅁ- 무서워라 ㄷㄷ 솔직히 이렇게 컴퓨터에 글 쓰면서 가다가 사고 나면 나 다치는 것보다 노트북 고장날 게 더 걱정이다;; 아꾸워서 불같은 눈물을 철철 흘리겠지..;
나는 거의 매일 지각한다. 어느날은 일찍 나오는데, 정말 전철/버스가 재수가 없으면 30분이나 늦게 출근하게 된다. 우리가 10시 출근인데, 10시 반에 출근하면 완전 화딱지 난다. 왜냐면 내가 평소에 일직 출근하는 사람인데 하루 그런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일일 있어서 늦게 왔나보다 으례 생각하겠지만 맨날 지각하다가 그날도 지각하면 내가 일찍 나왔는데 교통때문에 30분이나 늦었겠지 하고 생각해 줄리가 없잖아 -ㅁ- 그러면 나는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서민인 것이 화가 날 수가 없다.
항상 남 탓을 하는데, 사실 내가 평소에 일찍 다니면... 근데 그것도 그렇지만 그렇게 딜레이되는 것 자체가 견딜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근데 지는 엄청 지각해 -ㅁ- 뭐지...;;
나는 고등학고 때 수업 시작하고 나서 들어가면서 담임한테 안 들키면 교회에 다니겠다면 하나님에게 빌었을 만큼 지각을 밥먹듯이 했따. 나는 한 시간, 두 시간 지각하는 것보다(그렇게까지 늦은 일은 거의 없다;) 만성적으로 5분 10분 지각하는 게 더 심각하다고 보는데, 그건 생활 습관/태도가 그래서 늦는 거다. 완전 어떤 사정이 있어서 늦는 게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이 남의 시간을 잡아먹으면서 지 시간 잡아먹히는 건 싫어하는 말종형 타입이라서 그런 거다. 그리고 내가 그런 타입이란 걸 겸허히 수긍하고 수용한지 많은 년이 지났다;;;; 하지만 버릇을 고칠 순 없었따. 하지만 어제 그런 일을 겪으면서...;;;;; 여전히 남탓을 하며 불같이 울부짖는 나 자신을 스스로 관찰하며 아유... 창피해...;;; 내가 뭐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화냈냐면;;;; 존나 배차 시간 늦었으면 안내 방송 하지 말고 빨리 출발해서 어떻게든 시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할 것 아닌가, 어쩜 세상에 이렇게 책임감이 없을 수가... 책임감 없는 인간은 다 감옥에 쳐넣어야 한다(나의 주된 저주 레파토리;;)며 울부짖었던 것인데, 약속시간에 지각하는 것은 책임감이 부족한 것이므로 내가 뭐 입이 백 개라고 할 말이... 사실 1주일 노동 시간을 다 합치면 정규 노동 시간 하루 8시간보다 많이 하니까 괜찮은 면이 없진 않다라며 슬며시 본녀를 스스로 합리화해주는 마음이 아직도 한 구석에 있다. 하지만 내가 몇 년 전에도 써서 호응을 얻었던 건데 -_- 그거랑 그거는 다른 문제다. 지각해서 책임감 없는 건 책임감 없는 거고, 노동 시간 초과해서 일해서 책임감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쪽에서 책임감 있는 거고. 결국 양쪽을 확연하게 스스로 구분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더하기 빼기 해서 남으니까 괜찮다... 이건 뭐 어쩜 이렇게 자기한테 관대한지...;; 근데 나는 남에게 나에게 아무리 개비난을 들어도 지각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어제/오늘 나는 내가 쉽게 맘먹는다고 이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믿지 말고, 1년에 걸쳐 10초씩 1분씩 삶을 앞당겨 지각하는 버릇을 고치고 새사람을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이것을 1년 나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아 나중에 지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옛날엔 그랬는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고쳐내었다며 잘난 척 하고 훈계할 날을 기대하는 것이다. 옛날식 말투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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