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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폐지-대학평준화' 상상(想像)하면 안 될까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상상(想像)하면 안 될까요?

 

이치열 / 모락산아이들 대표, talky1573@naver.com

 

얼마 전 ‘신정아’로 시작되어 줄줄이 터진 학벌위조 파문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를 놓고 보수언론들은 개인의 양심, 학력검증시스템의 강화 등을 운운하며 한바탕 호들갑이었지만, 이는 우리사회 입시-학벌체제의 추악한 자화상을 드러내면서 우리사회 교육현실이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아픈 질문이었다. 신정아 사건은 우연이었는지 모르지만 학벌위조 논란이 커다란 사회적 파문으로 확장된 것은 심화된 우리사회 모순 구조의 필연적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처럼 비상식적인 ‘한번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미친 세상’이 되었을까?

지금, 우리사회의 교육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늪이 되어가고 있다. 불과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성적의 노예가 되기 시작한다. 0점에서 100점까지 숫자로 표현되는 변별력 앞에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한 학교 한 교실에서 100점을 늘 받을 수 있는 1%도 안 되는 아이들 외에 모든 아이들은 반복되는 패배와 열등감을 내면화하며 자라고 있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학교 문밖을 나서지만 엘리트와 열패자는 철저히 구별되고, 기다리는 건 이구백(이십대 구십 퍼센트가 백수), 88만원 세대 비정규직의 실상이다.

그 심급에는 '경쟁과 효율성‘을 전면화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있다. 신자유주의 경쟁 이데올로기는 연대와 협력, 공동체 정신을 낡은 이념으로 매도하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을 피폐화 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쟁논리가 핵심적으로 스며드는 영역이 바로 ’입시경쟁‘이다. 이 괴물과 한바탕 사생결단을 내지 않고서는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도, 건강한 사회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 괴물과 전면적으로 한판 붙자고 도전장을 던지는 흐름이 드디어 나타났다. ‘학벌사회→대학서열체제→입시경쟁’으로 이어져 학벌체제가 강력하게 지배하는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학서열체제를 무너뜨리는 대학평준화 이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명백히 하고, 이는 위로부터의 개혁조치로는 불가능하며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으로만 가능하다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 희망이 나타났다. 바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이하 대학평준화국본)’이다. 이 대학평준화국본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한국 교육운동사, 나아가 한국 사회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대학평준화국본이 가지는 의의는 대략 이런 거다.

첫째, 자발적으로 참여한 회원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이다. 그 동안의 연대운동은 하나의 과제를 가지고 여러 단체가 연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일회성 운동으로 끝나거나 회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학평준화국본이 개인 가입 원칙을 채택한 것은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대학평준화국본의 조직체계는 각 ‘지역공동실천단’을 골간조직으로 되어 있다. 지역공동실천단이 조직의 중심에 있는 것은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함이다. 대학평준화국본은 중앙과 지역을 수직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실천단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조직된다. 이러한 조직체계에서는 운동의 창조성과 자발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지난 11월 22일 지역 경연회와 11월 24일 광화문 문화제를 통해 많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반으로 ‘과천-의왕지역 공동실천단’이 결성 준비되고 있다. 이 운동은 아마도 하루 이틀 해서 승부가 나는 운동은 아니다. 적어도 5년은 지속되어야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지면을 빌어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

등수는 인격이 아니다. 서열 중심주의는 인간을 노예화하는 파렴치한 교육관이다. 점수와 등수로 환원되는 ‘경쟁’을 ‘교육’이라 믿는 허망을 깨뜨려 한다. 우리 아이들을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 학부모들을 사교육비의 절망 속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힘을 모으자. 이는 비실적인 꿈이거나, 혁명적인 반란이 아니다. 그저 비상식적인 야만으로부터 상식으로 회귀하는 행복한 상상일 뿐이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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