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었다

from Scrap 2012/02/11 15:58

고양이가 있었다  House Of The Freshness | 안건형 |  한국 | 117분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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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이뤄진 미포는 해운대 신도시에 위치한 작은 포구입니다. 상업지구 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요즘 세상에는 드물게 동족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대가족이 오래된 전설과 함께 살아가지만, 언뜻 보면 평범한 횟집 골목일 뿐입니다. 이들의 삶은 이중으로 고립되어 있습니다. 바닷가 마을이라면 어디라도 태풍을 피할 수 없고 바다는 항상 위험합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외적으로 고립시킨다면, 미디어와 상업정신의 비정함은 그들을 부산시민으로부터 분리시킵니다. 경제적 인간에게 타인이란 결국 경쟁상대거나 손님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물질세계의 냉담함과 인간사회의 부당함 앞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기억과 싸워야 하고 현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재해가 모든 것을 쓸어 가버릴지 모른다는 공포만큼이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폐퇴할 지 모른다는 불안이 인간을 지배합니다. 한마디로 밥이나 제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겠죠.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성장하고 어른들은 늙어갑니다. 유년기는 희미해지고 그 끝에는 죽음만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가혹한 현실 앞에 홀로 마주한 사람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체념하거나 수긍하거나 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이 작업은 조작된 다큐멘터리, 연출되지 않은 픽션을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지금 우리의 다큐멘터리는 딱딱한 현실과 연출자의 협소한 주관에 메어져 있고, 우리의 픽션은 현실 앞에 왜소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숭고함이 결여된 다큐멘터리와 공상뿐인 픽션을 돌파해야 합니다. - 안건형

2012/02/11 15:58 2012/02/11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