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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4 ‘첩보전’ 방불케 하는 노동자 사찰·감시
<심층취재>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실체①…“나는 ‘추적조’, 현중의 개였다” 최근 들어 현대자동차 경비대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지만, 뭐니뭐니 해도 ‘폭력 경비대’의 원조는 현대중공업 경비대다. 경비조직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이 용역을 쓰는 것과 달리, 현중은 자체 경비대를 운영하며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매우 조직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현중이 몇 년째 선박수주 물량 세계 1위를 이어가고 있고, 작년엔 경실련 주최 ‘경제정의기업상’과 일본능률협회의 글로벌 경영자상 최고경영자 대상을 수상하는 현실이지만, 경비대를 통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동자 사찰 및 폭행 의혹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레이버투데이>는 현중 경비대를 심층취재한 기사를 3회(①‘첩보전’ 방불케 하는 노동자 사찰·감시 ②경비대 역사와 ‘폭력적’ 운영방식 ③경비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걸쳐 게재한다. 현중 경비대의 베일이 하나둘 벗겨질 때마다, 화려한 외양 속에 가려진 한국 대표 기업의 ‘글로벌 경영’의 실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박일수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후 두 달을 채워 가던 2004년 4월, 조광한씨가 하청노조 사무실을 나섰다. 2월 23일 하청노조 조합원임을 공개선언한 후 해고당한 조씨가 노조 가입 권유차 동료 소지공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오토바이 두 대가 따라붙었다. 조씨가 탄 차가 멈추면 오토바이도 멈췄고, 커브를 돌면 오토바이도 따라 돌았다. 조씨는 직감적으로 미행당하고 있음을 느꼈다. 동행 중이던 방송사 기자가 차를 세우고, 당황하는 오토바이 운전사들에게 미행 이유를 물었다.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던 두 사람은 오토바이를 몰고 황급히 도망쳤다. 며칠 뒤 아침, 조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데려다 주러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또 누군가가 뒤따라왔다. 일정 거리를 두고 졸졸 따라오는 그 사람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 아저씨 누구예요?” 고민 끝에 조씨가 대답했다. “응, 아빠 보디가드야.” 박일수씨 사망 직후 현중 하청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자 탄압 중단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 요구가 거세게 분출하자, 울산 동구 골목골목엔 오토바이 부대가 깔리기 시작했다. 노동자들과 사측 간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회사는 경비대들을 풀어 요주의 인물들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모든 동선을 뒤쫓았다. 박일수씨 대책위 관련자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움직임을 하나하나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하청노조 사무실 주위엔 사복을 입은 경비대원들이 상주했다. 노조 관계자는 “작년 2월부터 4월까지 사무실 앞뿐 아니라 인근 골목마다 경비들이 지키고 있다가, 사무실에서 누가 나가면 오토바이를 타고 바로 따라붙었다”고 말했다. “4월 14일에도 그랬다. 열사 투쟁 끝나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노조 위원장을 면회하러 사무실을 나서자 미행이 붙었다. 한참 가다가 안 되겠다 싶어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세웠다. 따져 묻는 우리의 추궁에 헬멧을 벗은 경비는 ‘뭐 다 알면서 그러냐’며 겸연쩍어 하더라.” 경비대의 감시는 현중 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박일수씨 대책위와 관련 있다는 의심만 들면 여지없이 감시대상에 올랐다. 이영도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책국장은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뒤쫓는 경비대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려다 한바탕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오토바이가 붙길래, 차를 경찰서 근처로 몰았다. 일부러 급정거해 차를 세우자,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경비를 붙잡을 수 있었다. 경찰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비 힘이 워낙 좋아 결국 놓치고 말았다. 완강하게 뿌리치는 완력을 내 힘으론 당할 수 없었다.” 경비대의 감시와 미행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박일수씨 1주기를 맞아 ‘분위기’가 다시 고양될 것을 우려한 회사는, 1주기가 되던 2월 14일을 전후해 약 보름 가량 하청노조 사무실 근처에 진을 쳤고, 그 과정에서 노조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첩보전’ 방불케 하는 노동자 사찰 ‘수위’ 정도의 역할을 하는 일반 기업 경비들과 현중 경비를 구별짓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경찰도 못 따르는’ 노동자 사찰 및 감시 능력의 ‘탁월함’이다. 현중을 매개로 노동운동에 깊숙이 관여한 ‘죄’로 감시와 미행의 위협에 시달린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중 경비대의 조직적 노동자 감시는 비단 박일수씨 사건 전후에만 불거진 게 아니다. 20년 이상 현중에 몸담아 온 한 노동자는 “경비대의 감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그 ‘역사성’을 되짚었다. 전직 노조 간부로 “노조의 힘이 특히 강했던 90년대 초엔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고 말하는 그 역시 “움직일 때마다 경비들이 따라 붙는 상시 감시 대상”이었다. 현중 경비의 노동자 사찰은 그의 말처럼 ‘전통’을 자랑한다. 노조가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회사측과 협력관계로 돌아선 95년 이전만 해도, 현중 노조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 가운데 하나였다. 때문에 노조가 창설된 87년부터 회사는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노조 핵심 인물들을 감시해 왔다. 경비대의 활동이 처음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91년 10월이다. 당시 울산지원에서 열린 전 현대그룹노조총연합 간부의 집시법 위반에 대한 3차 공판에 검찰쪽 증인으로 나온 경비대원 3명의 진술을 통해서다. 당시 이들은 “집회 때면 밤 10시라도 시위대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지근거리에서 감시 대상자의 활동을 면밀하게 파악해 왔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현중 경비대는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부분 베일에 싸여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울산 지역 노동자들 사이에서 현중 경비대의 ‘활약’은 상식으로 통하지만, 문제가 될 때마다 회사는 항상 ‘사고를 친’ 경비와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노동자들 또한 오랫동안 감시당하면서 체득해 온 ‘경험적 지식’ 외에, 경비대의 세세한 활동 시스템에 대해서는 ‘수차례 부대끼며 안면을 튼’ 경비대원들의 입을 통해 부분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버투데이>는 현중 경비대의 노동자 감시·사찰 ‘노하우’를 매우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한때 직접 ‘추적조’로 뛰며 회사가 ‘찍어 준’ 요주의 인물들을 밀착 감시했던 한 퇴직 경비대원을 만난 것이다. 그의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그가 털어 놓은 추적조 운영 시스템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밥을 벌기 위해 약자를 탄압할 수밖에 없다는 데 회의를 느껴” 사표를 썼다는 김주홍씨(가명)는 자신이 경비대 추적조로 활동했다고 밝히고, 스스로 겪었던 경비대의 실체를 낱낱이 공개했다. 김씨의 증언을 통해 <레이버투데이>는 과거 경비대를 둘러싸고 떠돌던 일부 소문들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사에서는 김씨의 증언 중 노동자 감시·사찰과 관련한 부분만 우선적으로 소개한다. “경비대에 비하면 경찰은 경찰도 아니다” 추적조 운영과 관련, 김씨는 회사가 ‘불순분자’를 찍어 주면 현중 경비대는 전담 미행을 붙여 24시간 감시체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추적조는 오토바이를 잘 다루고 똘똘한 사람 위주로 선발했는데, 감시 대상을 ‘밀착 마크’하는 추적조 특성상 조별로 움직이는 추적조 인원은 필요에 따라 늘고 줄었다. 경비대에 대한 대우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김씨가 일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경비대 조원의 월급은 부장 월급을 상회했다. ‘착실한’ 경비일 경우, 몇 년만 고생하면 집 한 채 살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24시간 감시하고 지키느라 노숙도 불사해야 하는 일의 특성을 감안해 오토바이 연료비, 식대 명목으로 추적조에겐 별도의 수당이 지급되기도 했다. 김씨는 “우리에 비하면 요즘 경찰은 경찰도 아니다”란 말로 추적조 사찰력이 ‘최고 수준’임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을 포함한 경비대원들을 “길 잘 들인 현중의 개”라고 표현했다. 회사의 명령에 따라 “온갖 더러운 일들”을 해야만 했던 그의 과거에 대한 착잡한 소회였다. 다음은 김주홍씨와의 인터뷰 중 일부다. -추적조는 말 그대로 추적만 했나? “일반적으로 그렇다.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니까, 추적일만 해도 벅찼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추적조가 교체될 때도 있었다. 얼굴이 알려지면 바뀌고, 놓쳐서는 안 될 사람을 놓치거나 하는 큰 실수를 해도 바뀌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거의 추적일만 계속했다. 뽑을 때도 얼굴 많이 안 팔린 사람들로 뽑았다. 그래야 추적을 해도 잘 모르니까. 나머지 경비들은 각기 자기 일상 업무가 있어서, 평소엔 그 일하다가 일 터지면 동원됐다.” -추적조 운영체계는? “한 조가 된 조원들은 해당 감시 대상에서 한 시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거다. 때로는 대 놓고 감시자 옆에 같이 걸어가기도 했다. 어쩌다 알아보면 능청스럽게 ‘같이 갑시다’ 하기도 하고. 조원들끼리는 임무 교대할 때까지 지금 위치가 어딘지 수시로 연락했다. 임무 교대도 다른 경비들과 달리 회사에서 하는 게 아니라, 추적 중인 현 위치에서 했다. 또 무전기나 전화를 사용해 회사 정문으로 평균 한 시간 단위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게 기본이다. 교대한 후에는 회사로 들어와서 그날 있었던 내용 모두를 서면으로 기록해 제출했다.” -각 조가 전담 마크 하는 사람들이 조별로 정해져 있었나? “그렇다. 내가 일할 당시 감시 대상은 회사에서 정해 줬다. 총무부 윗사람들(현중 경비대는 총무부 소속)이 요주의 인물이라고 찍어 줬다. 그 사람들을 춘하추동 상관없이 1년 365일 풀로 쫓아다녔다. 나 있을 땐 20여명 정도가 추려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때론 위에서 ‘저 사람 좀 조져라’며 ‘특별주문’ 하기도 했고, 그럼 밖에 나가서 대 놓고 조지는 거다.” -365일 밀착 추적은 어떤 시스템으로 이뤄졌나? “모씨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그 일상생활을 일일이 다 체크하는 거다. 회사 들어갔다 나온 시간 ‘체크’, 현재 울산 어디에 있다 ‘체크’, 건물 안에 들어갈 경우 몇 시에 들어갔다가 몇 시에 나왔고 누굴 만났다 ‘체크’, 선전물 만들러 어떤 인쇄소에 들어갔고 안에서 뭘 하고 있다 ‘체크’….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모든 생활을 파악했다고 보면 된다.” -본인은 누구를 담당했나? “정○○, 박○○…. 이름들이 특이해서 아직 기억하고 있다.” -놓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오토바이 타고 추적하다가 오토바이 기름이 떨어지면 오토바이 버리고 택시 타고 가는 거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놓치면, ‘행불처리’ 하고 보고했다. 하지만 놓칠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는 시스템이 있었다. 이를 테면, 감시 대상인 노동자가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이 사람이 어느 문으로 나오는지 항상 정문에 보고하게 돼 있었다. 현중이 문이 다섯 갠데, 만약 정문으로 들어갔다가 ‘중전기문’으로 나온다고 하면, 중전기문에서는 이 사람이 문을 통과하기 전까지 말을 걸면서 잠깐 잡아 놓는다. 담당자가 그쪽으로 따라 붙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는 거다.” -매우 조직적인 운영이다. “‘조직적인 정도가 아니다. 거의 첩보전 수준이었다. 첩보영화를 생각하면 된다. 요즘 경찰들이 하는 것보다 더 나았다. 우리가 보기에 요즘 경찰은 경찰도 아니다.” -감시 대상이 집으로 완전히 퇴근하면 어떻게 하나? “집 앞에 오토바이 세워 놓고 외투 입고 날밤 까는 거다.” 현중 “모르는 일이다” -추적조가 하는 일은 밀착감시 외에 또 뭐가 있었나? “정보수집도 했다. 어디 모여서 집회를 하면, 근처 건물에 올라가서 숨어서 망원렌즈로 쫙 당겨서 사진을 찍었다. 마이크로 집회를 하니까, 녹음하면서 속기도 했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놔서 잘 못 알아듣겠다 싶으면, 그 부분엔 무슨 음악이 나왔다는 것까지 다 적었다.” 굳이 추적조가 아니더라도 경비들은 현중을 상대로 한 모든 집회현장을 촬영하고, 집회 도구들을 빼앗기도 한다. 회사 안이나 인근에서 작은 선전전이나 피켓시위를 하려고 하면, 경비대원들은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기동력 있게 기물탈취와 사진촬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한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이를 두고 회사가 징계나 처벌을 위한 증거자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도 아침마다 선전지 돌리면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일일 보고를 한다. 최근 정규직 노동자 중에 회사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유 중에 하나로 ‘하청노조 홍보물 배포 몇 회’ 이런 게 적혀 있었다. 경비들 사진촬영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추적이나 정보수집이나 모두 불법 아닌가. “우리가 하는 일 중 불법 아닌 일 없었다. 그래도 이런 일로 처벌받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다. 회사는 자기가 추적조 가동을 지시했으면서,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며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사내 노동자 감시는 어떻게 이뤄졌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보직 변경된 경비들을 이용되기도 했다. 경비 중에서 괜찮은 사람이다 싶으면 회사에서 다른 부서로 뽑아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뽑아간 경비들을 회사는 각 포인트 마다 심어 놓고, 동료 노동자 동향을 파악해 보고토록 했다. 외형상 더 이상 경비가 아니라 옮겨간 부서 인원이었지만, ‘회오리바람’이 한 차례 돌 분위기다 싶으면 전화로 관련 정보를 위쪽에 수시 보고하도록 했다.” -보직 변경한 마당에 그런 요구까지 따라야 하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만큼 개가 돼 줬으면 됐지’ 하며 보직변경 후엔 완강하게 선을 긋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 문제의식 없는 사람들은 평생 윗사람들에게 딸랑거리며 사는 거다.” -왜 그만 뒀나? “약자한테 미안했다. 위에서 지시받고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가슴 아팠다. 후회도 많이 된다. 나를 비롯한 경비대들은 회사의 온갖 더러운 일 처리하는 ‘오물처리반’이자, 잘 훈련된 ‘개’였다.” 최근 현중의 추적조 가동은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다. 직영노조 성격상 노조가 회사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하청노조가 사측과 강하게 대립하는 요즘엔, 경비대의 사찰과 감시도 하청노조에 집중되고 있다. 김씨는 박일수씨 분신사건과 관련해 하청노조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경비대 미행이 집중적으로 붙었던 것처럼, “큰 건만 생기면 언제라도 추적조가 가동된다고 보면 된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현중측은 그러나 이러한 증언들과 관련 “금시초문”이라며 추적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경비대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총무부 산업보안팀 소속의 최 아무개 경비대장(직급 : 차장)과 전화인터뷰를 시도했다. 인터뷰 자체를 매우 불편해 하던 최 차장은 “전화로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란 말만 되풀이 하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내하청노조를 포함해 박일수씨 대책위 관계자들을 경비대가 감시·미행했다는 증언들이 많이 들린다.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그런 일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럼 미행 관련 증언들은 사실이 아닌가? “아니…, 그건 전화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 -답변 부탁한다. “시간도 오래 지나고 해서….” -올초 박일수씨 1주기 때도 그런 일 있었지 않나. 사진 증거가 다 있다. “무슨 올초 말인가. 금시초문이다.” -어땠든 경비대와는 무관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 -한 가지 더 묻겠다…. “미안하다. 더 이상 말 못 하겠다.” (전화 끊음) 최 차장의 부인과 달리, 과거 추적조 운영에서 최근 박일수씨 대책위 관련자 미행까지 경비대의 노동자 사찰과 감시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현중 사측의 지시에 따라 저질러졌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는 울산 지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도, 더 이상 충격적일 것도 없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그 상식’을 유독 당사자인 현중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세계적 기업이라는 ‘양지’ 이면에 폭력적 노무관리란 ‘음지’를 감춘 현중의 ‘글로벌적 위상’이 앞으로 얼마나 튼실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에 이은 2003년도의 폭발적인 자동차시장 성장(10월 말 159.7만대로 전년대비 67.7% 성장)은 많은 자동차전문가들에게 중국이 드디어 본격적인 모토라이제이션(Motorization)시대에 돌입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북경, 상해, 광동성 등 동부 연해도시를 중심으로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왕성한 세포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고속발전의 성장판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모토라이제이션은 향후 3~4년 이내에 동부 연해의 요녕, 절강, 강소, 복건성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남동부 연해지역에서 내륙지방으로 확대되어 2010년경에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자동차시장 발전은 서부와 동북부로 이어져 향후 최소 10여 년간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었던 일본메이커들도 2001년 도요타의 진출을 계기로 부품업체 등을 포함한 대규모 현지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메이커들도 일본기업의 공세적인 진출전략에 대응해 현지 생산설비 확충, 제휴 확대, 투자 강화, 신모델 출시 및 마케팅 전략 강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 자동차메이커들의 경쟁적인 중국진출과 기술이전으로 중국 자동차산업의 기술수준은 점차 발전해 현재는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주요기술부문에서 10여 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자동차산업기술의 IT화 및 모듈화로 인해 그 격차는 한층 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산업의 발전단계는 자동차산업의 고속성장과 함께 순수한 중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이 CKD 단계에서 벗어나 독자개발능력을 확보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승용차 방면에서는 해외메이커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독자차종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부품방면에서도 선진국과 비록 약 3년에서 10년 전후의 기술격차가 존재하지만 완성차의 생산확대와 신모델 투입에 따른 현지생산 부품의 모방생산을 통해 성장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적인 대형 부품메이커의 중국진출은 확대되고 이들과의 합자를 통한 기술습득 기회와 속도는 아주 빨라 중국 대형자동차 메이커의 품질과 브랜드 파워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소형차부문에서부터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중국시장은 단순히 생산거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국적 자동차메이커들의 세계 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되고 있다. 특히, 저렴한 인건비,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숙련도 등을 바탕으로 일부 전략차종에 있어서는 중국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 예가 혼다가 동풍기차, 광주기차와 합자로 광주에 설립한 ‘혼다 소형차 수출전략기지’이다.
물론 내수와 수출차량의 동일모델 생산을 통한 생산규모 달성과 부품기업 공유화 및 원가절감의 전략적 의도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바로 조기 중국시장 진출에서 오는 First mover’s advantage로부터 벗어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중국시장을 활용한 국제경쟁력 제고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정부의 자동차관련 정책, 세계 일류기업 육성으로 방향 전환
또한 중국정부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동차산업의 독자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부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자동차산업발전정책’이 가장 선명한 예이다.
'94년 처음 발표한 자동차산업정책과 비교해 보면 그 기본핵심은 변함이 없고
첫째로 자동차 생산기업으로는 3대 기업(일기·동풍·상해)을 중심으로 북경기차, 장안기차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모델로 틈새시장을 차지하려는 길리기차와 기서기차가 향후 중국 승용차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시장보호측면에서 국내기업의 지분율 50% 이상 유지와 독자모델의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달성해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위해 핵심부품의 관세를 완성차 세율로 부담시켜 실질적인 중국내 기술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기술발전 전략이다.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중국산 자동차의 브랜드 육성전략의 일환으로 외국기업에 비해 자국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내수를 충족하고 국제시장 본격진출을 목표로 중국을 세계 주요자동차 생산과 수출국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와 자동차그룹들은 외국합작회사의 경영권을 줄여 나가고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중국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책방향이 시장개방을 통한 선진업체의 투자유치에서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세계 일류기업 육성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다방면에 걸친 중국 자동차의 경쟁력 향상은 한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격차를 점차 축소시키고 있다. 자동차산업 경쟁력은 현재 한국이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상해VW 등은 유럽시장과 동시에 제품을 출시하는 등 매우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격차는 점차 좁아지고 세계 부품메이커들이 진출하면서 2010년에 이르러서는 중국 부품경쟁력이 한국을 상회할 전망이며 2010년에는 주요 중소형차 수출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동남아시장과 함께 아시아 1위와 2위 시장인 일본과 한국시장에 대한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만일 중국의 승용차메이커가 생산량을 확대해 규모경제를 달성한다면 생산비용의 2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가일층 제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은 세계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의미하며 중국 자동차산업 발전은 한국 자동차업계의 대응방안에 따라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다.
만일 한국 자동차산업계가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을 경우, 중국 자동차가 가격과 품질이라는 양날의 무기로 한국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중소형승용차시장에서 세계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첫째로, 상호보완적인 중국 현지투자가 필요하다.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의 현지투자도 강화되어야 한다. GM, 포드, 도요타 등 세계적인 메이커가 전부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이와 동반하여 델파이, 비스티온, 보쉬, 덴소 등 부품기업도 중국 현지투자를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완성차와 부품산업이 중국에서의 상호보완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품기업의 중국진출은 단순히 우리기업을 위한 진출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품질 및 환경인증을 추진해 대형메이커의 글로벌 구매에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중국시장의 급속한 확대에 맞춰 장기적인 상품전략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부품업체의 사전 투자를 유도하며 중국내에서 대여도에 의한 부품생산이 가능한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일품종의 다량생산보다는 다차종 생산을 추진해야 하며, 이에 따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가절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동일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차종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로, 중국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우리기업의 기술유출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현재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미흡한 시장이며 이에 따라 모방과 기술도용 등의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기업이 기술이전을 실시함에 있어서 기술유출에 주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계적인 이전전략과 동시에 우리기업의 신규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만일 중국기업이 우리와 대등한 기술수준을 확보할 경우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신속한 성장을 이룩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점차 우리기업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기술유출과 개발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차세대기술 개발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중국정부에서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기술에 대한 개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기업이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차세대기술에서도 전면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로, 중국 현지에 맞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비록 중국이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생활방식과 소비특성면에서 일정한 차이는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현지인의 특성에 맞는 제품과 기술개발을 위해 중국 현지의 기술개발도 강화해야 하며 이에 따른 현지 기술개발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에서의 기술개발센터 설립은 현지의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비행선도 발사할 수 있는 중국의 기초기술인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기업은 중국 현지의 기술개발센터 설립과 동시에 기초기술 응용에 주력해 시장선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중국에 진출함에 있어서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조기정착이 필요하다.
중국의 공회(노조)시스템을 이해하고 법률적인 연구를 사전 진행해 차후에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성립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노사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권강화에 따라 점차적으로 요구사항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조기정착을 통해 노동자의 복리 대우를 점차 증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가 바로 사람이다. 회사 비전, 목표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것은 사람을 통해 실현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기업의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정부는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투자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업계 자체적으로도 상호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중국투자 자동차협의회(가칭)’ 등 조직(혹은 기관)을 설립해 정보공유를 추진해야 하며 이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조직을 통하여 한국 자동차메이커의 중국사업을 지원하고 상호보완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맹목적인 진출 등을 방지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동시에 중국정부와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우리기업의 중국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산업전체가 합심하여 경쟁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정부와 공동으로 차세대자동차의 개발을 추진하고 산업선진화를 추진해 우리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료발췌원 : http://blog.naver.com/lovejjjj/20004469672 네이버블로그
<한국아이닷컴> [ 서울경제 2004-08-01/02/03 ] [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1>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교수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느냐 장기불황의 길로 접어드느냐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사관계불안과 대통령의 리더십 확보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나는 한국 경제가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신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국민이 두 가지과제를 훌륭하게 처리했을 때라야 이런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컬럼비아 대학교의 글렌 허버드 교수는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허버드 교수는 벤 버난케 FRB이사 및 마틴 펠드스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 밥 맥티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존 테일러 재무차관등과 함께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에 이어 미국의 중앙은행을 이끌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아버지 부시와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맡았고 감세정책을 수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우리스(URIS) 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한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서광이 비치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동료 학자들도 한결같이 한국의 노사관계가 불안정해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린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한국은 비탄력적인 노동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혁하고 선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일방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선언한 동북아 금융허브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뒤따라야 합니다.
▶노사관계 악화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탈(脫)코리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만….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미국도 정보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인도, 중국 등 해외로 옮기고 있고 해외의 고급 인력들을 아웃소싱(Outsourcing)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업자 양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아웃소싱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큽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이는 국제 무대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국내 고용 감소로 산업공동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기업들은 이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기업들의 아웃소싱도 생존전략의 하나이고 이는 비단 한국과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추세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국내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점은 있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더 큰 이득을 안겨줄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터전을 옮긴다고 해서 경제기반이 무너진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아웃소싱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중국은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9% 이상의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세계경제 회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업종을 집중 육성하며 기술집약 산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경제에 더 큰 선물을 안겨줄 것입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이전보다 더욱 늘어나겠지만 수출도 증가할 것입니다. 국제 무역은 어느 일방이 이익을 가져가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쌍방이 공동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윈-윈(Win Win) 게임입니다. 중국의 경기호전은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 국가에 좋은 보약이 될 것입니다.
▶아웃소싱이나 중국경제 성장은 그리 큰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앞으로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5% 수준에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수출 호조세가 꺾인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독한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비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 회사들이 신용카드 발행을 남발하면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경기침체와 맞물려 내수소비가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감면 등 소비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감세정책이 소비증가, 기업 시설투자 증가, 고용확대 등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경기회복으로 이어진 것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수 회복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한국의 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출 하나만으로 경제를 지탱하기에는 위험요인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원유 등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아 해외변수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정책 당국자들은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이 과제를 현명하게 해결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전망은 밝을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입니다. 미국의 재정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 경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가 살아나고 고용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형성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앞으로 1년간 실질 GDP는 4%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 수십 년간 인플레이션 압력을 잠재운 채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양호한 성적을 보일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배럴 당 4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가 성장 과실을 갈아먹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린스펀 FRB 의장도 국제유가를 유심히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맞습니다. 이라크 전쟁 등 중동지역 불안으로 급등하는 유가가 위협요인으로 남아있습니다. 배럴 당 10달러 가량 유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의 GDP는 0.3%포인트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국제유가가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린스펀 의장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단기금리는 상당히 큰 폭으로 오를 것입니다. FRB가 중립적인 금리정책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는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금리상승이 주택, 부동산 등 자산거품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시장참여자들이 FRB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 금리인상 충격을 별다른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금리상승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경기회복에 장애물이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중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경착륙(하드랜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중국은 연착륙(소프트랜딩)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직은 과도한 경제성장과 물가 불안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연착륙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경제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9%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금융당국이 신규대출을 줄여 통화량을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은 내수침체와 수출감소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후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무역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지 않아 부실대출문제가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평가 되는데요….
▷중국 경제는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은행 등 금융시스템이 취약해 부실대출이 많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비록 중국의 저축규모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지만 자본의 불합리한 분배는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일부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이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고 투명경영을 강화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보다 은행, 증권 등 금융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앞으로 중국 경제를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2>장수광 톈쩌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이 중국에 대해 우위를 지키려면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중국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최소한 5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경제는 앞으로 10~20년간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과 중국 산업간의 보완관계가 크기 때문에 한국은 앞선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민간연구소인 톈쩌(天則)경제연구소의 장수광(張曙光ㆍ65ㆍ사진) 소장은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모색하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보다 경쟁력이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소장은 중국 경제학계의 거두로 중국 정부가 경제발전계획이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경제발전 전략, 무역정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활발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통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톈처 경제연구소에서 장 소장을 만나 중국 경제 전망과 한ㆍ중 양국간의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중국 경제는 20여년 이상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중국 경제 성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세계 무역증가율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경제의 비중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이 전세계적인 원ㆍ부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다른나라의 고용 감소 등을 초래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국의 개방과 성장은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면도 많습니다.
▶중국의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현재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지난 2003년 경제성장률(9.1%)은 최근 10년간의 성장률 평균치 8.8% 보다 높습니다. 올 들어서도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습니다. 성장률,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등 여러 점에서 부분적인 경기과열 조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긴축정책이 지속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긴축정책은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한 때 4%대를 상회할 정도로 물가불안 압력이 높아져 정부의 경제운용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물가상승의 추이에 따라 다양한 통화ㆍ재정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봅니다.
▶통화증발 문제는 중국으로서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외환보유고 증가로 위앤화 수요도 늘어남에 따라 중국정부는 통화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는 중국 통화정책의 핵심입니다. 지난해 7월 이후 3차례에 걸쳐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인상한 것도 바로 통화량 증가 및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3차례나 지준율을 상향 조정한 것은 다른 조치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화정책의 운영 여지가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지불준비율 인상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준율 인상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금리인상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십니까.
▷현재 중국 정부가 금리인상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금리를 인상하면 당장은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경착륙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당장은 금리인상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는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긴축정책의 효과가 확연히 나타나지 않거나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다면 금리인상 압력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경기과열을 억제하려면 정책적 조치와 함께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중국의 경기과열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토지공급, 인프라투자 등에서 비롯됐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 실패’라기 보다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적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 지역을 발전시켜야한다’는 지방정부의 이기심이 경기과열에 따른 위험을 무시한 채 중앙정부의 긴축조치를 수용하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앙정부의 긴축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적 조치와 함께 행정적 조치를 병행해야 경기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보다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도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정치개혁은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치를 반드시 개혁해야 합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이 요구되는 분야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법률이나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앙기율감독위원회의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언론에 의한 관리, 감시가 선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앞으로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부의 시의 적절한 긴축정책에 힘입어 경기 과열이 진정되고 있기 때문에 연착륙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5월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8.3%로 4월의 34.7%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원자재 수입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또 자본재 가격 상승세도 꺾여 연착륙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긴축정책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아직도 전력부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추가적인 긴축조치만 없으면 중국 경제는 올해 8% 정도의 안정적인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장기적인 전망도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등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에너지 부족, 도ㆍ농(都ㆍ農)간 및 개인별 소득격차, 타이완과의 문제 등 내부적인 문제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냉철한 판단을 유지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면 이런 문제는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앤화 절상 압력, 미국의 반덤핑 제소 등 통상압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통상 환경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 무역마찰 등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이런 문제들이 WTO 정신에 따라 공정하게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통상정책의 핵심은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에 있다고 믿습니다.
▶중국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경쟁 및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또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큰 투자국입니다. 이는 양국의 산업보완관계가 크다는 뜻입니다. 중국은 한국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봅니다. 최근 중국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최소한 5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몰려오면서 한국에서는 산업공동화 염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업은 세계 각국이 안고 있는 문제로 시장활성화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이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기술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 보다 앞선 기술을 계속 개발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한ㆍ중간 교역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경제교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과 중국간의 경제교류는 양국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경제교류는 계속 확대되어야 합니다.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투자 부진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도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데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양국이 부족한 부문을 서로 보완해 가면서 경제교류를 확대하면 중국은 한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 구실을 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ㆍ중ㆍ일 FTA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무역ㆍ투자관계가 밀접한 3국이 무역을 자유화하면 모두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경제적 이익이 증가하고 주민생활도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산업수준이 한국과 일본에 비해 뒤져 있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은 중ㆍ저가품 취급을 받겠지만 중국의 경우 취업이 늘고 선진 제품과 문화유입으로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사공 이사장의 '성장 비책'
‘세계화와 지식기반경제, 중국의 부상’. 사공일 이사장이 꼽는 한국경제의 성장 비책이다. ‘대내외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해야 할 일을 짚어달라’는 주문에 사공 이사장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시대적 상황에 살고 있느냐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이 같이 제시했다. 국민소득 2~3만달러 시대를 여는 핵심키워드이기도 하다.
사공 이사장은 유사 이래 지금처럼 한국이 좋은 여건에 놓인 적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선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과 정보화 지식기반 사회가 맞물릴 수 있는 게 절호의 기회다. 정보화혁명으로 대변되는 ‘제3의 물결’하에서는 이전처럼 농업이나 산업측면에서는 경쟁력을 지닐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이 웅비할 수 있다는 것.
두뇌(IQ)가 우수하고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교육열을 가진 이상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깔려 있다. 사공 이사장은 올바른 교육개혁을 통한 질 높은 교육 서비스의 공급에 성패가 달렸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세계화. 사공 이사장이 정의하는 세계화의 핵심은 ‘일자리가 국경을 넘어 자유로이 이동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확보와 기업 유치에 모아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마련’으로 귀결된다. 일할 의욕이 있고 능력이 있는 우리 국민 모두가 생산적인 일자리를 가지려면 우선 기업환경이 좋아져야 하고 이후 국민복지 향상과 경제강국 발돋움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각별하다. 성장의 중요한 열쇠가 중국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이 7%씩만 성장해도 경제규모가 10년마다 2배씩 커져 2030년경이면 미국을 능가하게 되고 한국이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정신만 차리면 절호의 기회라는 게 지론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허브전략. “우리는 결정적인 이점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2시간반의 거리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심장부 안에 있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먼저 했고 인프라도 앞서는 만큼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면 중국을 겨냥한 외국 기업들도 우리에게 온다는 얘기다.
한국이 금융허브, 물류허브, 보건의료허브, 연구개발허브, 교육허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 2시간 반 거리인 서울로 치료하러, 애들 교육시키러 오고 기업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경제중심 전략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44주년 기념 릴레이 인터뷰에서 만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한국경제의 좌표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갖은 어려움이 있고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나 위기를 맞아 결집한다면 우리경제가 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공 이사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한 필수 과제로 노사 평화와 교육 혁신을 강조했다.
▶하반기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수출이 잘 되는 데도 경기가 안 풀리는 것은 내수 부진 탓입니다. 특히 GDP의 55%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작년2분기부터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설비투자도 작년 2분기부터 줄어들고 있습니다. 민간소비가 저조한 것은 과거에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쓴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가 유례없이 높아졌고 신용불량자도 400만 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투자가부진하고 고용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설비투자 압력이 점점 커져 결국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에 있고 유동성도 비교적 풍부하며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80%이상입니다. 그래도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부진의 이유를 비경제적 측면에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안보와 정치상황에서부터 노사문제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 요인이 제거 또는 완화되지 않는 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는 힘듭니다. 하반기 전망은 이런 여건들이 얼마나 개선될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치열합니다.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데요.
▷‘위기’를 과거 환란과 같은 차원의 위기로 본다면 현재는 위기가 아닙니다. 위기 논란 자체가 무의미한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투자가 계속 저조한 가운데 성장잠재력이 줄어 드는 상황은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는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론에 빠져 있던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조짐이 완연합니다.
▷일본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우리에겐 긍정적 신호입니다. 지난 10~15년 동안에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엔진만 작동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2엔진인 일본의 회복은 세계경제 전체에도 좋은 일입니다.
▶나날이 교역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어갈지, 연착륙이 가능한지 관심입니다.
▷중국경제가 경착륙을 하느냐 연착륙을 하느냐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난 20여년간 9%대의 성장을 유지한 중국이 성장 속도를 7~8%로 조정한다면 연착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연착륙에 성공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다만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아시아지역 및 세계 경제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큽니다.
▶미국경제도 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국이라는 그 큰 경제가 4~5%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피땀나는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그 성장세가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감세와 각종 재정정책의 효과가 내년에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종합하면 미국, 일본, 중국경제 모두가 내년에도 좋겠지만 올해만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대외여건도 내년이 상대적으로 안좋아 진다고 봐야 하겠지요. 대외경쟁력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유럽에서는 노동조합이 양보하는 분위기입니다. 임금인상 없는 근로일수의 증가 등이 그 사례입니다.
▷기업투자 활성화는 경기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전투적인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투자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고임금도 문제지만 노사관계 때문에 임금인상이 생산성 이상으로 정해지는 게 문제입니다.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에 국내외기업의 투자가 왕성할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3%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강성노조의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 스스로 일자리를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긴 안목에서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데 협조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기업투자가 늘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성장잠재력은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통제 가능한 변수 이외에도 우리 스스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대외변수도 경제에는 부담입니다. 북핵 문제, 미국의 대선 등을 어떻게 보십니까.
▷대선결과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를 갖고 오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외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과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미국은 오늘날 국제질서를 창출하고 주도해가는 유일한 수퍼파워라는 사실입니다. 싫든 좋든 현실을 받아들여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돈독한 외교관계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도 결국 미국과 잘 협조를 하는 데 있습니다.
▶전세계가 무역전쟁에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이런 조류에서 제외돼 있는 형국인데요.
▷현재 세계는 다자주의와 지역주의체제가 병행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처럼 힘없는 나라로서는 다자주의가 최선의 길입니다. 힘이 없기 때문에 다자주의인 WTO 체제 옹호에 적극 나서고, DDA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주의에서도 소외되면 안됩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가능하면 많이 맺어야 합니다. 멕시코와 일본이 FTA를 맺었는데 우리는 맺지 않는다면 불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진짜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미국과의 FTA입니다. 물론 농업 등 문제는 많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구조조정은 필요합니다. 연구 중인 한ㆍ중ㆍ일 FTA에도 적극 참여해 리더십까지 발휘해야 합니다.
▶요즘 같아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과연 오겠냐는 회의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미형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한국은 절대 폭삭 망하지 않습니다. 5,000년 역사가 말해 줍니다.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그 동안 우리말과 문화 등을 유지해왔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는 위기가 오면 결속하는 지혜가 있습니다. 민족적 정체성(Ethnic Identity) 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데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은 있지만 다른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잘하고 있습니다. 물론 잘못하면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특히 거대한 중국의 변방 일개 약소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 정신차려야 합니다.
*약 력ㆍ1958.2 경북고 졸업ㆍ1964.2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ㆍ1966.9 UCLA 경제학 석사ㆍ1969.9 UCLA 경제학 박사ㆍ1969~1973 뉴욕대학교 교수ㆍ1973~1982 KDI 재정 금융실장 / 부원장ㆍ1983산업연구원장ㆍ1983~1987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ㆍ1987~1988 재무부 장관ㆍ1989~1998 IMF 특별고문ㆍ1998~2000 ASEM 비젼그룹(AEVG) 의장ㆍ2000~2002 대외경제통상대사ㆍ2001. 4~2002. 3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위원ㆍ2003. 6~현재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위원ㆍ1993~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임금 노동과 자본
상품의 가격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의 경쟁에 의해, 공급에 대한 수요의 관계, 수요에 대한 공급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경쟁은 세 측면을 갖는다.
똑같은 상품을 서로 다른 판매자들이 공급한다. 똑같은 품질의 상품을 가장 싸게 파는 사람이 나머지 판매자들을 누르고 최대의 판로를 확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판매자들은 판로, 즉 시장을 찾아서 앞다투어 투쟁한다. 그들은 모두 팔기를 바라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팔기를 바라며, 될 수만 있다면 나머지 판매자들을 밀어내고 혼자서 팔기를 바란다. 따라서 제각기 다른 사람보다 싸게 판다. 그래서 판매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고, 그 경쟁은 공급하는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일어나며, 이것은 다시 공급되는 상품의 가격을 올린다.
끝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경쟁이 일어난다. 전자는 될 수 있는대로 싸게 사려고 하고, 후자는 될 수 있는 대로 비싸게 팔려고 한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경쟁의 결과는 앞에서 제시된 경쟁의 두 측면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경쟁이 구매자 진영에서 더 심한가, 아니면 판매자 진영에서 더 심한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산업은 두 진영의 군대를 싸움터에 끌어들여 서로 싸우게 하며, 그들 각자는 또 자기 군대의 대열 안에서도 전투를 치른다. 자기 대열 안에서 난투극을 가장 적게 벌이는 군대가 상대를 누르고 승리한다.
시장에 100꾸러미의 면화가 나와 있는데, 살 사람은 1000꾸러미를 바란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에는 수요가 공급의 10배나 된다. 따라서 구매자들 사이의 경쟁이 아주 치열할 것이며, 그들은 각각 한 꾸러미라도, 될 수만 있다면 100꾸러미 모두를 혼자서 차지하려 할 것이다. 이 예는 멋대로 꾸며 낸 것이 아니다. 상업의 역사를 보면 면화가 흉작일 때 서로 동맹을 맺은 몇몇 자본가들이 100꾸러미가 아니라 지구상의 면화 재고량 모두를 다 사들이려고 한 시기가 있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어떤 한 구매자가 면화 꾸러미를 비교적 더 비싼 값에 사들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물리치려고 할 것이다. 적군의 대열 속에서 치열한 격투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100꾸러미가 모두 팔릴 것을 확신한 판매자들은 상대편에서 앞다투어 가격을 올리고 있는 순간에 내분을 일으켜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것이다. 따라서 판매자 진영 안에는 갑자기 평화가 찾아온다. 그들은 냉철하게 팔짱을 끼고 마치 한 사람처럼 단결하여 구매자들과 대립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사야겠다는 사람들조차 그 이상은 더 못 내겠다는 명확한 한도를 제시하지 않는 한, 그들의 요구에는 한도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한 상품의 공급이 이 상품에 대한 수요보다 적을 때에는, 판매자들 사이의 경쟁이 아주 미약하거나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판매자들 사이의 경쟁이 줄어드는 만큼, 그것에 비례해서 구매자들 사이의 경쟁은 심해진다. 그 결과 상품 가격은 많든 적든 뚜렷하게 올라간다.
잘 알려진 대로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정반대의 경우가 더 자주 일어난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더 넘어서는 경우에는 판매자들 사이의 필사적인 경쟁, 구매자의 부족, 상품을 헐값으로 팔아 치우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가격의 오름과 내림이란 무엇을 뜻하며,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은 무엇을 뜻하는가? 모래알도 현미경으로 보면 커 보이고 탑도 산과 비교하면 낮은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써 결정된다면, 수요와 공급의 관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길 가는 부르주아 가운데 아무나 붙잡고 한번 물어 보자. 그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마치 또 하나의 알렉산더 대왕처럼 이 형이상학적 매듭을 구구단으로 끊어 버릴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일 내가 파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100 마르크가 들었고 내가 이 상품을 팔아서 110 마르크를 받는다면, ---물론 1년이 지난 뒤에---그것은 얼마 안 되는 공정하고 적절한 이득이다. 만일 내가 교환을 통해서 120, 130 마르크를 받는다면, 그것은 높은 이득이다. 그리고 만일 내가 200 마르크씩이나 받는다면, 그것은 엄청나고도 굉장한 이득이다. 그러면 부르주아에게 이윤의 척도 노릇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상품의 생산비다. 그가 이 상품을 정해진 양의 다른 상품들, 생산하는 데 더 적은 비용이 들어간 상품들과 교환했다면, 그는 손해를 본 셈이다. 또 자기 상품을 정해진 양의 다른 상품들, 생산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 상품들과 교환했다면, 그는 이득을 본 셈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 상품의 교환 가치가 영(零)---생산비---보다 낮은가 높은가 하는 정도에 따라 이득의 오르내림을 계산한다.
우리는 이미 수요와 공급 사이의 변동 관계가 때로는 가격을 올리고 때로는 내리며, 때로는 낮은 가격, 때로는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만일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지나치게 늘어나서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어떤 다른 상품의 가격이 반드시 그만큼 떨어진다. 왜냐하면 상품의 가격이란 그것이 다른 상품들과 교환되는 비율을 화폐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단 한 자의 가격이 5마르크에서 6마르크로 올랐다면 은의 가격은 비단에 비해 떨어진 것이며, 또 그와 마찬가지로 예전 가격에 묶여 있는 다른 모든 상품들의 가격도 비단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이제 똑같은 양의 비단을 얻으려면 교환할 때 더 많은 양의 다른 상품을 주어야 한다. 한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많은 양의 자본이 번창하는 산업 부문에 몰릴 것이며, 자본이 이처럼 더 유리한 산업 영역으로 몰려드는 사태는 그 부문에서 얻는 이득이 보통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아니 오히려 그 생산물의 가격이 과잉 생산 때문에 생산비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반대로 한 상품의 가격이 그 생산비 밑으로 떨어지면, 자본은 이 상품을 생산하는 데서 손을 뗄 것이다. 한 산업 부문이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아서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빼면, 자본의 이 같은 도피는 그 상품의 생산, 즉 공급을 줄일 것이며, 이것은 그 공급이 수요와 맞아떨어질 때까지, 따라서 그 가격이 다시 생산비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아니 오히려 공급이 수요보다 더 적어질 때까지, 즉 그 가격이 다시 생산비보다 더 오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 상품의 시가(時價)는 늘 생산비보다 높거나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본이 한 산업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거나 흘러 들어오는 것을 본다. 높은 가격은 지나치게 심한 유입을 낳고, 낮은 가격은 지나치게 심한 유출을 낳는다.
우리가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볼 경우,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도 생산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면 우리가 다루는 주제에서 너무 멀어지게 된다.
우리가 방금 본 바와 같이 수요와 공급의 변동은 한 상품의 가격을 늘 다시 생산비로 되돌려 보낸다. 상품의 실제 가격은 늘 생산비보다 높거나 낮다. 그러나 오르내림은 서로 상쇄되므로, 얼마 동안 산업에서 나타난 썰물과 밀물을 합산해 보면 상품은 그 생산비에 따라 교환되며, 따라서 그 생산비에 의해 결정된다.
이처럼 생산비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경제학자들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안 된다. 경제학자들은 상품의 평균 가격이 생산비와 같다고 말하며, 이것은 법칙이라는 것이다. 가격의 오름은 내림으로 또 내림은 오름으로 서로 상쇄되는 이 무정부적인 운동을 그들은 우연으로 여긴다. 그러나 다른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듯이, 똑같은 권리로 가격의 변동을 법칙으로 여기고 생산비에 의한 가격 결정을 우연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동, 즉 자세히 살펴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는 황폐화를 수반하며 마치 지진처럼 부르주아 사회를 기초에서부터 뒤흔드는 이 변동 과정 속에서만 생산비에 의한 가격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무질서 운동 전체가 부르주아 사회의 질서다. 이 같은 산업의 무정부 상태의 과정 속에서, 즉 이 같은 순환 운동 속에서 경쟁은 말하자면 한 극단을 다른 극단으로써 상쇄한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생산비에 의한 상품 가격의 결정은 그 상품의 가격이 생산비 이상으로 오르는 시기가 그것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지는 시기에 의해 상쇄되는 방식으로, 또는 그 반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이것은 공산품 하나하나마다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 부문 전체에만 해당한다. 따라서 이것은 개별 산업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가 계급 전체에만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산비에 의한 가격 결정은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 시간에 의한 가격 결정과 똑같다. 왜냐하면 생산비는 첫째, 원자재와 도구의 마모분으로, 즉 그 생산에 얼마만큼의 노동일이 들었고 따라서 얼마만큼의 노동 시간을 나타내는 공산품으로 이루어지며, 둘째, 바로 시간이 그 척도가 되는 직접적 노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격을 일반적으로 규제하는 바로 그 일반 법칙이 당연히 임금, 즉 노동의 가격도 규제한다.
노동의 임금은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 따라, 즉 노동력의 구매자인 자본가와 노동력의 판매자인 노동자 사이의 경쟁이 어떠냐에 따라 때로는 오르고 때로는 내릴 것이다. 임금의 변동은 대체로 상품 가격의 변동에 상응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 속에서 노동의 가격은 생산비에 의해, 즉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노동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면 노동력의 생산비란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자를 노동자로 유지시키고 또 그를 노동자로 길러 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따라서 어떤 노동을 길러 내는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그 노동의 가격, 즉 임금도 낮아진다. 숙련 기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단지 노동자의 육체적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산업 부문에서는 노동자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생산비가 거의 생명과 노동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품에만 국한된다. 그러므로 그의 노동의 가격은 필요한 생활 수단의 가격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공장주는 자기 생산비와 이에 따른 생산물 가격을 계산할 때, 노동 도구의 소모분을 계산에 넣는다. 예를 들어 그가 어떤 기계를 사는 데 1000마르크를 들였고 또 이 기계는 10년 동안 쓰고 나면 닳아 없어진다면, 그는 10년 뒤에 이 기계를 새 것으로 바꾸려고 해마다 100마르크를 상품 가격에 포함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순한 노동력의 생산비 속에는 노동자 종족이 번식하고 또 닳아 없어진 노동자들을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할 수 있기 위한 비용, 즉 대를 이어 가는 비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기계의 마모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마모 또한 계산에 포함된다.
따라서 단순한 노동력의 생산비는 노동자의 생존비와 대를 이어 가는 비용으로 귀착한다. 이러한 생존비와 대를 이어 가는 비용의 가격이 임금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되는 임금을 <최저 임금이라고 한다. 생산비에 의한 상품 가격의 결정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이 최저 임금은 개별적인 개인이 아니라 유(類) 전체에 대해서 타당한 것이다. 노동자 개개인,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생존하고 대를 이어 갈 수 있을 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 전체의 임금은 변동 속에서도 이 최저치에 일치하게 된다.
임금과 다른 모든 상품의 가격을 규제하는 가장 일반적인 법칙을 알아 보았으므로, 이제 우리는 우리의 주제를 좀더 자세히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임금 노동과 자본
사람들은 우리가 요즘의 계급 투쟁과 민족 투쟁의 물질적 토대를 이루는 경제 관계들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해 왔다. 우리는 경제 관계가 정치적 충돌 속에서 직접 떠오를 때에만 의도적으로 언급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벌어지는 계급 투쟁을 추적하는 일, 또 날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역사적 자료를 경험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중요했다. 2월 혁명과 3월 혁명을 일으킨 노동자 계급이 진압됨과 동시에, 그들의 적들, 즉 프랑스의 부르주아 공화파, 유럽 대륙 어디서나 봉건적 절대주의에 맞서 투쟁했던 부르주아와 농민 계급도 패배했다는 사실, 프랑스에서 '점잖은 공화제'가 승리한 것은 동시에 영웅적인 독립 전쟁으로 2월 혁명에 응답한 여러 민족이 몰락한 것이기도 했다는 사실, 끝으로 혁명적 노동자들의 패배와 함께 유럽은 다시 그 옛날의 이중 노예제, 즉 영국--러시아의 노예제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사실 등을 입증해야 했던 것이다. 파리에서의 6월 투쟁, 빈 함락, 1848년 11월에 벌어진 베를린의 희비극, 폴란드와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의 필사적인 노력, 아일랜드의 대기근, 이 모두가 유럽에서 벌어진 부르주아지와 노동자 계급 사이의 투쟁을 집약해 놓은 주요 계기들이었으며, 우리는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입증했다. 모든 혁명적 봉기는 비록 그 목표가 계급 투쟁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혁명적 노동자 계급이 승리하지 않는 한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모든 사회 개혁은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봉건적 반(反)혁명이 무기를 들고 세계 대전을 치르지 않는 한에는 하나의 공상에 그친다는 것을 입증했던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우리들의 서술에서는 벨기에와 스위스가 역사의 거대한 화폭에 담긴 희비극적이고 희화적인 풍속화였는데, 전자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군주국이고 후자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공화국으로 이 두 국가는 자신들이 계급 투쟁과도 관계없고 유럽의 혁명과도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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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의 계급 투쟁이 대규모 정치 투쟁의 형태로 벌어진 것을 우리 독자들도 지켜 보았으므로, 이제 부르주아지의 존립과 그 계급 지배의 토대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 노예 제도의 토대이기도 한 경제 관계 그 자체를 좀더 상세히 파고들 때가 되었다.
우리는 크게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하려고 한다. 1) 임금 노동과 자본의 관계, 노동자들의 노예 상태, 자본가들의 지배, 2) 현체제 밑에서는 피할 수 없는 중간 부르주아 계급들과 이른바 시민층의 파멸, 3) 세계 시장의 전제 군주인 영국에 의해 유럽 여러 민족의 부르주아 계급들이 겪는 상업적 예속과 착취.
우리는 독자들이 정치 경제학의 가장 초보적인 개념조차 모르는 것으로 전제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간단하고 쉽게 서술하고자 한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 게다가 독일에서는 기존 상태를 옹호하는 특허 변호사들을 비롯하여 자칭 사회주의적 사기꾼들과,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정치적 천재들---분열된 독일에는 이런 자들이 나랏님들보다도 더 많은데---에 이르기까지, 가장 간단한 경제 관계에 대해서도 그냥 보아넘길 수 없는 극심한 무지와 개념적 혼란이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첫번째 문제를 살펴보자.
임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노동자들에게 "당신의 임금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나는 나의 부르주아로부터 일당 1마르크를 받는다."고 대답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나는 2마르크를 받는다."등등의 대답을 할 것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다양한 노동 부문에서 노동을 한 대가로, 예를 들면 아마포 한 자를 짜거나 전지(全紙) 한 장 분량을 조판하는 데 대한 보수로 그때그때마다 부르주아에게서 받는 다양한 금액을 제시할 것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금액이 다양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한 점에 귀착한다. 즉 임금이란 자본가가 정해진 노동 시간 또는 정해진 노동을 제공하는 데 대해 지불하는 금액인 것이다.
따라서 마치 자본가는 돈으로 노동자의 노동을 사고, 또 노동자들은 돈을 받고 그에게 자신의 노동을 파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이다. 그들이 돈을 받고 자본가에게 파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노동력이다. 자본가는 이 노동력을 하루, 한 주일, 한 달 등의 단위로 산다. 그리고 노동력을 산 뒤에 그는 계약 기간에 노동자를 부림으로써 그것을 쓴다. 자본가는 자신이 노동자의 노동력을 산 바로 그 금액, 예를 들면 2마르크로 2파운드의 설탕이나 정해진 분량의 다른 어떤 상품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가 2파운드의 설탕을 사는 데 쓴 2마르크는 설탕 2파운드의 가격이다. 그가 12시간 동안 쓸 노동력을 사는 데 쓴 2마르크는 12시간 노동의 가격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설탕보다 나을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는 하나의 상품이다. 전자는 시계로, 후자는 저울로 측정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숭품인 노동력을 자본가의 상품인 화폐와 교환하며, 이 교환은 정해진 비율에 따라 이루어진다. 즉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될 노동력이 정해진 양의 화폐와 교환되는 것이다. 12시간 동안 베를 짜는 작업은 2마르크와 교환된다. 그런데 이 2마르크는 내가 2마르크로 살 수 있는 다른 모든 상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사실상 노동자는 자신의 상품인 노동력을 모든 종류의 상품과, 그것도 정해진 비율로 교환해 왔던 것이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2마르크를 줌으로써 그에게 그만큼의 고기, 그만큼의 옷, 그만큼의 땔감, 그만큼의 등잔불 등등을 그의 노동일(勞動日)과 교환해 준 셈이다. 따라서 이 2마르크는 노동력이 다른 상품들과 교환되는 비율, 즉 그의 노동력의 교환 가치를 나타낸다. 화폐로 표현된 상품의 교환 가치가 바로 상품의 가격인 것이다. 따라서 임금이란 사람들이 보통 노동의 가격이라고 부르는 노동력의 가격을 가리키는, 즉 인간의 피와 살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 독특한 상품의 가격을 가리키는 특별한 이름일 뿐이다.
한 노동자, 예를 들어 직조공을 생각해 보자. 자본가는 그에게 직조기와 실을 제공한다. 직조공은 일에 착수하며, 실은 아마포가 된다. 자본가는 그 아마포를 차지하고 그것을 예컨대 20마르크에 판다. 그러면 직조공의 임금은 아마포 가운데 한 부분, 20마르크 가운데 한 부분, 그의 노동 새산물 가운데 한 부분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아마포가 팔리기 훨씬 전에, 어쩌면 그것이 완성되기 훨씬 전에 직조공은 자신의 임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가는 아마포를 팔아서 생기는 돈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돈으로 지불한다. 부르주아가 제공한 직조기와 실이 족조공의 생산물이 아니듯이, 그가 자신의 상품인 노동력과 교환하여 받은 삼품들도 그의 생산물이 아니다. 부르주아는 자신의 아마포를 살 사람을 전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그가 그것을 판다고 하더라도 임금조차 뽑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그는 그것을 직조공의 임금에 비해 아주 많은 이윤을 남기고 팔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직조공과 아무 상관도 없다. 자본가는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던 재산, 즉 자기 자본의 일부분으로 직조공의 노동력을 사며, 이것은 그가 자기 재산의 다른 부분으로 원료---실---와 노동 도구---직조기---를 사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아마포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포함해 이것들을 다 산 뒤에 자본가는 생산을 하게 되며, 이때 원자재와 노동 도구는 단지 그의 것일 뿐이다. 물론 우리의 착한 직조공도 후자(노동도구--역자)에 속하는데, 그는 직조기와 마찬가지로 생산물이나 생산물의 가격 가운데에 자기 몫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임금은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 속에 들어 있는 노동자의 몫이 아니다. 임금은 자본가가 얼마만큼의 생산적 노동력을 사들이는 데 사용하는 기존 상품의 일부다.
따라서 노동력은 그 소유자인 임금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파는 하나의 상품이다. 그는 왜 그것을 파는가?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동력의 활용, 즉 노동은 노동자 자신의 생명 활동이며 자기 삶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필요한 생활 수단을 확보하려고 이 생명 활동을 제3자에게 파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생명 활동이 그에게는 생존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살려고 일하는 것이다. 그는 노동이 자기 삶의 일부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은 그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제3자에게 내맡긴 하나의 상품이다. 따라서 그가 활동해 낳는 산물도 그가 활동하는 목적이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생산하는 것은 그가 짜는 비단도 아니고, 그가 광산에서 캐 내는 금도 아니며, 그가 짓는 궁전도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을 위해 생산하는 것은 임금이며, 비단·금·궁전이 그에게 오면 정해진 양의 생활 수단으로, 아마 면재킷이나 동전이나 지하실 주택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데 12시간 동안 천을 짜고, 실을 뽑고, 구멍을 뚫고, 선반을 돌리고, 집을 짓고, 땅을 파고, 돌을 깨고, 짐을 나르는 등등의 일을 하는 노동자가 이 12시간 동안의 옷감짜기, 실뽑기, 구멍뚫기, 선반 작업, 집짓기, 삽질, 돌깨기를 자기 삶을 드러내는 것으로, 즉 삶으로 여기겠는가? 정반대다. 그의 삶은 이러한 활동이 멈출 때, 이를테면 식탁에서, 선술집 의자에서, 잠자리에서 시작된다. 반면에 12시간의 노동이 그에게 뜻 있는 이유는 그것이 옷감짜기, 실뽑기, 구멍뚫기 등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를 식탁으로, 선술집 의자로, 잠자리로 데려다 주는 벌이이기 때문이다. 만일 누에가 애벌레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하려고 실을 뽑는다면, 그 누에는 틀림없는 임금 노동자일 것이다. 노동력이 늘 상품이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은 늘 임금 노동, 다시 말해서 자유로운 노동이었던 것이 아니다.황소가 자신의 능력을 농부에게 팔지 않듯이, 노예도 자신의 노동력을 노예 소유주에게 팔지 않았다. 노예는 자신의 노동력과 함께 통째로 그 소유자에게 영원히 팔리기 때문이다. 그는 한 소유자의 손에서 다른 소유자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품이다. 그 자신이 상품이며, 노동력이 그의 상품인 것은 아니다. 농노는 자기 노동력의 일부만을 판다. 그가 지주에게서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지주가 그에게서 공납을 받아 낸다.
농노는 토지에 딸려 있으며 토지의 주인에게 수확물을 바친다. 반면에 자유로운 노동자는 자기 자신을 팔며, 그것도 토막으로 나누어서 판다. 그는 날마다 자기 삶에서 8·10·12·15시간은 그것을 산 사람의 것이다. 노동자는 그가 바라면 언제라도 자신을 고용한 자본가에게서 떠나며, 또 자본가도 그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곧바로 노동자를 해고한다. 즉 그가 노동자에게서 이득을 보지 못하거나 기대했던 것만큼 이득을 보지 못하면 곧 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력 판매가 유일한 소득원인 노동자는 굶어 죽지 않으려면 구매자 계급 전체, 즉 자본가 계급을 떠날 수가 없다. 그는 이 자본가 또는 저 자본가의 소유물은 아니지만 자본가 계급의 소유물인 셈이다. 따라서 그가 할 일은 주인을 찾는 것, 즉 이 자본가 계급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살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본과 임금 노동의 관계를 좀더 상세히 다루기 전에, 임금 결정에 영향을 주는 가장 일반적인 사정들을 간단히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미 우리가 본 바와 같이 임금이란 상품, 즉 노동력의 가격이다. 따라서 임금은 다른 모든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법칙과 똑같은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면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물음이 나온다.
- www.marxist.org의 한글번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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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레닌'이라는 이름을 써보는 것 같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것을 부정하는 자들과의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그것만큼은 지키고 가자!어려울수록 더욱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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