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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이름을 지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선언

 <전진에 합류한 민주노동당 의견그룹의 글>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지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선언



1980년대가 저물어 갈 무렵 스스로 사회주의라고 부르던 야만적이고도 ! 노동자적인 한 사회체제가 종말을 고하기 시작했다. 노동자국가라고 참칭했던 그 사회체제의 정치권력은 노동자들에 의해 전복, 타도되었다. 그 전복을 지원하거나 엄호했던 자본(가)들은 “백년에 걸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정작 사망한 것은 사회주의라는 역사적 사상이 아니라 그것과는 일말의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국가사회주의“였을 뿐이었다. 노동자 자신들의 의사와는 특별한 연관관계가 전혀 없는 “계획경제“와 국유화 체제가 파탄 났을 뿐이다.


그러나 사상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스스로를 역사의 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혁신시키려는 시도가 없는 사상은 더 이상 살아있는 사상이 아니다. 따라서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를 통해 “노동해방“을 주창하는 “국가사회주의“와의 절연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화석화된 단어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사회주의“와도 결별을 선언한다. 지난 1세기 동안 한국사회의 자본은 끝없는 자기 변신과 노동자 착취를 통한 자기 방어를 통해 역사적 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하는 현실에서 그에 대항하는 좌파들의 모습은 여전히 고전의 문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사회주의“와 절연하는 것, 실천적 내용 없이 화석화된 사회주의만을 목 놓아 외치는 것, 이 양 편향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출발하고자 하는 기본적 인 이유이다


80년 이후 의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합법적 진보정당의 건설노력은 매번 그 폭발적인 시작과 대비될 만큼 처절하게 궤멸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진보정당을 건설하려다 실패한 그 많은 흐름들을 하나하나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은 존재하였으되 진정한 의미의 당원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산술적으로 존재하는 당원조차 결정과 집행의 과정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것, 당의 물적 토대를 스스로 부정하는 엘리트주의가 당 건설을 에피소드로 끝나게 만든 주요원인이라고 판단한다. 민주집중제라는 이름아래 “집중은 있으나 민주는 없는“ 당의 운영이 당연시 되었고 당 권력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원들을 “주변화“시켰다.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는 부정되었고 “상층협상과 협의“가 당을 유령처럼 지배했다.


해방공간이후 최대의 진보정당으로 성장한 민주노동당은 단 시일 내 기대이상의 성과를 획득하는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당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힘은 당 지도부나 유능한 엘리트집단이 아니라 진성당원으로 활동하는 민주노동당의 평당원들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평당원들이 정치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그 의견을 당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그간 많은 당내 민주주의 조치를 실천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평당원들의 목소리는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부분적으로 왜곡되어 결정되기까지 했다. 당내 의견을 투명하게 이끌어야 할 정치조직들은 여전히 음모적이며 책임 있는 모습으로 당의 방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존재는 하지만 평당원들은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오늘날 당내 정치조직들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오늘 당원들에게 정치적 의견과 주장, 그리고 실천을 뼛속까지 드러내는 책임 있는 당내 정치조직을 출발시키고자 한다.


1. 우리는 무엇을 부정하며 투쟁을 선언 하는가


1) 전체주의에 대한 반대투쟁


민중사의 새로운 아침을 맞고자 하는 오늘, 민주노동당은 심각한 내부의 적과 만나게 되었다. 자유로운 민중과 함께 길고 지루한 자본주의 극복의 역사를 걸어가야 할 한국 노동자, 민중의 당은 사회주의를 전체주의로 착각한 전 근대적 민족주의 집단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한국 사회 운동의 미래가 이들, 총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2차대전 구좌파들과의 철저한 결별에 있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 한다. 스탈린에서부터 김정일에 이르기까지 개인을 전체의 부속쯤으로 생각하는 병영 사회주의자들은 다원주의와 다원적 가치를 부정하며 자본주의의 외적 위협을 핑계로 권력을 사유해 왔다. 그리고 이들 권력의 사적 소유자들이 “사회주의“를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질펀하게 이용해 먹은 이래로 사회주의라는 말은 개발독재 시기의 한강물처럼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개인보다는 전체가 선행될 가치이며 전체 속에서 개인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사상을 당연시 하는 전체주의에 대해 우리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한다. 민중의 삶은 자본주의 외적 위협아래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관료와 엘리트들이 국가의 주인으로 행세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사회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안타까움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단지 한국 밖의 이야기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아니 민주노동당에서도 유의미한 주장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과 경향들은 민주노동당내에서도 유입되어 있고 공공연하게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음모적이고 종파적인 행동을 버젓이 일삼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까지 찬성의 태도를 보이는 극우적인 주장도 “진보“의 이름으로 민주노동당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는 전체주의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는 동시에 이를 지지하는 흐름에 대해서도 정치적 사상투쟁을 병행할 것이다.




2) 종파주의와의 비타협적인 투쟁


민주노동당은 창당 2년을 맞던 2002년도에 들어서면서 심각한 당내 종파주의에 직면했다. 당적질서를 인위적으로 훼손하려는 이러한 종파주의는 주요하게 지구당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기도 했으며 공직후보 선출을 둘러싼 불법당원마저 동원하는 행동들이 자행되었다. 일각에서는 지구당을 특정 정치조직의 하부기관으로 사유화하려는 시도마저 벌어졌다. 당 지도부의 적절치 못한 대응은 2004년 현재까지 유사한 사례들이 반복되는 결과마저 낳고 말았다. 현명한 평당원들은 이런 종파주의에 대응하여 사심 없는 당내 투쟁을 수차례 벌이기도 했으며 중앙위원회에서 일부 당규를 개정, 불법적인 종파주의 준동을 최소화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종파주의의 준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당 지도부를 대리한 평당원들의 대응은 수공업적일 수밖에 없었다. 종파주의자들의 조직적인 대응에 비해 평당원들의 산발적인 대응은 결국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하는 것으로 종결 아닌 종결이 이뤄지고는 했다. 의도적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종파주의들 탓에 결국 평당원들의 대응은 당의 분란으로만 매도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종파주의 준동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또한 당적질서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당 시스템을 통한 가차 없는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종파주의는 상품시장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우리는 그러한 당내 현실을 당 지도부처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지키는“의 의미는 단순히 형식적인 당 이름뿐만이 아니라 당적 질서를 사수한다는 의미임을 우리는 선언한다.


3) 당내 관료주의 혹은 엄숙주의에 대하여


훈련된 관료들은 민주노동당에 더 많이 필요하다. 오랜 진보운동 과정에서 훈련된 관료들  뿐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외부에서 훈련된 테크노라트들의 당내 유입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간 진보정당은 당의 근간을 이루어야 할 허리가 유난히 약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지도부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으며 헌신적인 평당원들의 참여를 접하며 우리는 20세기 안에 영향력 있는 진보정당의 건설을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정치와의 전투를 기획하고 실무적으로 지휘할 중간간부와 훈련된 관료들은 부재했고 한국의 진보정당은 선거라는 공간에 한발을 내딛기만 하면 그것이 곧 “당 해산“과 동의어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당을 위해 스스로를 훈련하고 전투를 올바르게 인도할 당 관료들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당권파“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공격되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반대한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관료가 아니라 관료주의다. 우선 당 결정 집행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일에 습관화되어 있는 관료주의에 대해 경계의 채찍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역으로, 아래로부터 제기되는 평당원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습관적으로 방기하는 행동에 대해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 아래로부터 제기되는 평당원들과 지역의 의견들은 때로 당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외면하고 싶은 사안들이 태반일 수 있다. 당 관료들이 당 시스템에 따라 일을 추진하지 않고 여러 이유를 들어 당의 의견통로를 제약하는 관료주의는 분명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관료주의의 태동부터 철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필요에 따라 강력한 대응도 불사할 것이다.


진보정당에서 관료주의의 다른 이름은 곧 “엄숙주의“이다. 당의 주인인 평당원들은 당의 주요 정보에 당연하게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소속지구당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당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당의 전국적인 흐름과 관련해서 평당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누구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당원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터넷 등을 이용한 의사소통과 물음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당 비례대표 선출만 하더라도 당 중앙이 나름대로 파악하는 물밑흐름들을 평당원들은 전혀 알 수 없다. 불필요한 분란이 없었으면 하는 “엄숙주의“는 당의 주인인 평당원들을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는 관료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하는 지점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4) 민족주의에 대한 우리의 입장


민족주의는 거칠게 말하면 역사적으로 근대사회 이후에 형성된 관념체계이다. 인쇄물과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은 동일한 정보를 접하며 하나의 정체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성립된 민족주의의 역사적 중요성은 우리가 접해온 여러 근대의 역사 속에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서 민족주의란 양날의 검이 되어왔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족주의가 민중들의 자생적 결사로서 나타날 때에는 그 시대의 모순을 제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지만, 권력자들에 의하여 나타났을 때에는 모순의 은폐물이자 동시에 최상의 궁극적 가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심해야 할 지점은 민족주의의 이러한 탄생과 변환에 대하여 어떠한 방식의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제 불가능성은 시대의 모순을 타파하려 하였던 민족주의가 자민족 중심주의의 배타적 모습을 띄게 되는 경우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


지난 진보운동진영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무분별한 서구문물의 유입으로 황폐해진 우리의 사상과 전통을 지키고 이로부터 우리의 삶의 방향을 자주적이고 주체적으로 판단한다는 기치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분명 의미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변질되어서 같은 민족이기만 하면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역사적 몰이해가 몇몇 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주장되어 왔다. 그리고 이것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진보정당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을 국민들의 뜻을 모으고 그 뜻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는 최고기관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평양권력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과 당을 조선공산당의 하부조직으로 판단한다면 이는 당 운동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걸림돌의 하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민족주의세력에 대하여 우리는 가차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민족주의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긍정적으로 민족주의를 인정한다. 우리는 확고하게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한다. 우리는 또 사상과 체제를 떠나 같은 민족의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를 적극 지지한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은 전 세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며 이를 지켜내는 노력을 진보정당에서도 정책적으로 기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세계는 우리만 살아가는 곳이 아닌 전 세계인 모두의 것이며, 따라서 그들 역시 우리와 동등하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5) 국가사회주의와의 투쟁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참칭했던(하고 있는) 국가사회주의체제에서 노동자․민중은 더 이상 국가의 주인이 아니다. 노동자․민중은 권력에서 배제되고 권력자와 이에 결탁한 일부 추종세력들만이 권력을 향유했을 뿐이다. 형식적인 의미의 국유화는 선언되었지만 생산수단은 노동자․민중의 수중에 있지 않았다. 노동자․민중은 생산수단에 대한 그 어떠한 통제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노동자․민중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국가를 사회주의국가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적절한 단어의 차용이 필요했을 뿐이다. 생산수단을 노동자․민중과 분리시켜 그 사회체제가 단지 부분적으로 타락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을 형이상학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분배의 정의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며 평등은 당 대회 문구로만 존재할 뿐이다.


국가사회주의는 한국의 진보진영에 두 가지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하나는 “국유화“를 만능의 도구로 사고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생산수단을 “국유화“해야 하는 것이 사회주의체제의 핵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다. 혁명을 통하지 않고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합법적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지향해야할 방향이 아니다. 우리는 아래에서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또 하나는 북한과 평양권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전체주의와 국가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부류다. 이들은 때에 따라서 좌파의 당연한 가치인 핵무기 반대도 필요에 따라 소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자본의 압력을 빌미로 노동자․민중을 수단화하는 것을 외면하고 부와 정치적 자유를 평양권력과 소수의 추종세력만이 점유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우리는 노동자․민중이 배제된 국가사회주의 권력을 어떤 이유에서도 지지하지 않는다.


6) 조합주의에 대한 부정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우리도 역시 민주노총을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우리가 민주노동당의 당원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여전히 민주노조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이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대변하고자 하는 구심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노총 소속의 평 조합원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개혁과 진보정당운동에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노총 일각에 스며들고 있는 조합만능주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우선 공장을 넘어 연대하는 행동들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회개혁투쟁에 점점 소극적으로 임하는 상황마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정당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는 자신들의 임무를 포기하고 보수정당을 무의식으로 지지하는 경향성이 한층 강해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위공장을 넘지 않으려는 팽배한 보신주의와 자신의 고용안정만 유지된다면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연대투쟁을 외면하는 조합주의를 우리는 분명반대하고 당내에서 싸울 것이다. 이러한 조합주의는 민주노총이 파견하는 각종 당내 할당에서 우려할 정도의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위원회 성원에 영향력을 주는 것은 바로 민주노총의 할당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올바른 할당이란 다수자와 영향력있는 부문에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 곧 당내에서도 소수인 그들에게 유의미한 할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7) 낡은 운동권 문화에 대한 비판


합법적인 의회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당연하게도 대중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은 빠르게 대중정당으로 성장해 왔다. 월 평균 일천명의 신규입당이 계속되고 까마득해 보이던 5만당원의 시대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랫동안 한국의 진보정당이 염원해 왔던 진정한 의미의 대회전, 2004년 총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의 당 주요 지도부와 간부들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등의 진보운동 과정에서 훈련되고 성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초, 중반기의 당을 형성했던 평당원들조차 상당부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대중정당으로 성장해 감에 따라 새로이 수혈되는 당원들은 초창기의 당원들과 많은 면에서 다르다. 당을 지지했던 백 만명은 또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낡은 운동권 문화를 진정한 좌파의 고전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대중들에게 강요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입당한 신입당원을 그 직후 페이퍼 당원으로 만들지도 모를 행동들과 언어들을 무책임하게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인가. 대중이 변하는 속도만큼 대중투쟁과 대중투쟁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익숙한 낡은 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 낡은 운동권 문화를 벗어던지고 21세기의 진보정당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질적이라고 말하는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Ⅱ.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가


1) 사회주의에 대한 역사적 이해


역사를 의식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은 개인의 자아를 극대화하기 위한 평등한 연대체를 추구해 왔다. 사회주의는 그 오랜 세월동안 많은 왜곡을 경험하였지만 우리는 평등을 기초로 하는 이 이념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원인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꿈과 이상을 이해하고 존경한다. 사회주의 이념이 실현시키고자 했던 더 나은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숙명 같은 명제이다. 민주, 평등, 해방을 향한 노력은 포기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당연히 지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이러한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던 사회주의의 역사성에 대해 이해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자는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또 강력히 지지한다.


사회주의는 그 자체로 변화해야 하는 사상이다. 1848년 공산당선언 이후 자본주의는 15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괴물처럼 발전하고 성장해 왔다. 그럼에도 사회주의 사상은 국가사회주의의 왜곡 속에 자기 발전을 제한받아 왔으며 국가사회주의에 대한 도전은 곧 사회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사상은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지난 1세기 동안 정지상태로 존재했다. 한국의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지배해 왔던 것은 국가사회주의와 그 변종들이 지배해 왔고 국가사회주의의 몰락이후 그 미몽에서 깨어나자 모두들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일부는 강단사회주의로, 일부는 고전암송으로 도피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은 자유주의로 자신들을 정당화했다. 우리는 합법적인 의회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면서 당 강령에 입각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2)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지향하되 기존의 왜곡된 사회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출발은 사회주의를 전체주의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개념으로 부르고자 한다. 오래전부터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사회주의의 이상을 논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관점을 가져왔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입각해 사민주의자들은 사회민주주의를 민주사회주의라는 개념으로 통일 시켰다. 사민주의가 비록 우경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당 강령에서도 '한계'를 지적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단 전체주의가 아닌 다원주의라는 관점에서 사회주의의 이상을 추구해야한다는 원칙에 공감하고자 한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생산수단에 대해 명문화하여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 주요 생산수단에 대해 국유화가 아닌 “사회화“를 추진하며 더불어 “사회적 조절“을 적절하게 병행하여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는 공공의 목적에 따라 생산되고 통제되도록 한다. 즉, “노동자를 비롯한 생산 주체들이 생산수단을 민주적으로 점유하고 계획, 생산, 유통에 참여하도록 하여 경제의 효율성과 안정성, 공공성을 기한다(당 강령)“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이러한 민주적 경제체제를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불러야만 할 것이다. 과거 국가사회주의자들과 강단사회주의자들에 의해 폄하되고 왜곡 선전되었던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을 우리는 시도하고자 한다.


3) 정치적 다원주의에 대한 옹호


전체주의자들은 다원주의가 자본주의의 잡사상이라고 경계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는 다원화되고 중층화된 권력이 계단을 이루는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합법적인 의회정당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정치결사체 이듯이 우리는 야당이 존재하는 정치체제를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국가사회주의는 그동안 일당독재를 옹호해 왔다. 우리는 이러한 일당독재를 분명하게 반대한다. 우리가 획득하고자 하는 권력의 중심에는 노동자 민중이 존재하며 민주노동당은 그 선두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권력을 합법적이며 민주적으로 획득하고자 한다.


정치적 다원주의는 우선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다. 이것은 일당독재 국가체제가 흔히 “소시민적 자유주의“라고 탄압했던 것과는 달리 민주적 방식으로 활동할 경우 정치적으로 그 활동과 주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우보수를 제외한 각각의 정치적 경향성들은 때로 진보와 다른 행보를 할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각 경향성들에 대해 “정치적 자유의 허용“과 “끊임없는 토론과 정책“으로 진보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추구하고자 한다. 노동자의 자기 해방사상은 타 계급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으로만 진행되어 왔던 과거의 오류는 더 이상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관과 아무런 공통점이 엇다. “정치적 자유를 허용 하는 넓은 가치“, 우리는 그것이 민주적 사회주의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확신한다.         


4) 국제주의를 지지하며


국제주의란 그간 인간의 사고를 분류하던 성별, 인종, 연령, 종교, 지역 등의 오래된 미신들을 타파하고 인간이라는 한 종으로서 서로의 평등함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국제주의는 이미 인간은 하나의 종이라는 사실 속에 포함되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이데올로기들에 의하여 가려져 있었다. 이제 여러 진보적 선각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시작된 국제주의의 참뜻은 수많은 사건들을 계기로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국제주의는 그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자본주의에 맞서서 인간이기를 요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세계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국제주의적 원칙은 일종의 상식이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우리들과 함께 한국사회의 아픔을 지고 나아가는 이들임을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입은 상처는 그들의 국가의 상처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처들을 만드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뭉쳐서 번식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이며 이러한 세계화된 자본에 대하여 우리는 강력한 국제주의적 연대로서 뭉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모든 권리들을 옹호하는데 투쟁하며 그러한 권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과 투쟁할 것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억압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연대할 것이며, 한국사회에서 고통 받는 이를 위하여 전 세계의 진보적 동지들과 또 연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간은 하나라는 기본 이념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 부당한 모든 것들에 대하여 함께 손을 맞잡을 것이다.


5) 생태사회에 대한 긍정과 사회적 소수에 대한 연대


애당초 자연의 일부로서 출발한 인간이기에 보다 자연의 원리에 가까운 상태로 존재할수록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원리와 자연의 원리는 애당초 상반되어있지 않다. 우리는 기존 인간의 원리를 잘 혁신하여 자연의 원리에 보다 잘 어울리는 인간의 원리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생태의 기본 원리를 더욱 발전시켜 특히 화석연료를 본격화하면서부터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이름으로 제출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세계는 이름모를 수많은 풀들로 가득한 대지처럼 다양함과 공존의 체계이다. 우리는 생태사회에 대한 적극적 지지자인 동시에 이를 주도하는 사회세력들과 공조하고 활동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생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당 외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때론 자신들의 당을 건설하고자 한다.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환경과 생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당을 가져야 하는지, 현 시기에서 적절한지 판단하고자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 시기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결사체인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적과 녹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실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는 역사적으로 사회적소수다. 모두 이해하다시피 그것은 산술적인 의미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는 여성도 사회적 소수다. 우리는 이 모든 사회적 소수를 정치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장애인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연대활동을 하고자 한다. 자본의 속성은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본에 의해 생명력을 유지하는 보수정당은 자본의 속성과 일치하는 정책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공공성“에 기초해야 할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투자는 한국사회에서 극미하게 투자될 뿐이다. 장애인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이동할 권리“조차 없는, 노동으로 자신의 기초 삶을 영위해야 하지만 “노동할 권리“조차 없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말하지만 “동일한 교육권“을 가질 환경조차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당내에서 이와 맞서 최우선 순위로 의회전략의 기본방침을 정하는데 항상 노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적차이로 방어 받지 못하는 모든 성적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6) 의회를 통한 역학적 사회계약과 대중투쟁


다원화된 권력구조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체제는 각 권력기반의 대표체가 한자리에 모인 거대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이다. 이를 통해 사회연대의 각종 규칙이 제정되고 사회적 자원배분이 각 계급적 역학관계에 따라 배분되는 구조가 필수적인 것이다. 노동계급은 의회진출을 통해 자본가들과 적대적 사회 계약을 수립하고 이를 매 시기별 역학관계에 따라 꾸준히 갱신해 나가면서 사회적 투쟁을 의회 안으로 수렴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해 앞으로 의회 내에서 싸워 나가려는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적 투쟁을 의회 안에서 실천하고 그 결과를 획득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선언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중투쟁의 힘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역학적 사회계약은 의회 내에서 “수의 정치“로 환원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의회 내에서 자본가들과 적대적인 사회 계약을 추구하고 갱신하려고 하는 것은 자본의 엄호를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에 의해 -숫자의 미약함 탓에- 좌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원외의 대중투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으며 그 대중투쟁의 선두에 또 당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의 정치“로 제약적인 활동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우리는 필요에 따라 대중투쟁을 통해 의회에서 사회적 계약을 우리의 의지대로 관철시키려는 힘을 얻어야만 한다. 그것이 합법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정신이다.


7)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를 향하여


우리는 평당원이라는 개념을 사전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평당원이라는 개념은 분명하게도 정치적인 개념이다. 평당원을 당에서 아무런 직책을 맞지 않고 있는 당원이라고 사고하는 것은 평당원이라는 정의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당의 대의원을 맡고 있는지 유무를 통해 평당원을 정의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즉, 평당원이라는 개념은 직책의 구별을 통해서 정의되는 개념이 아니라 당의 주요권력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정치적 의미로 이해하여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의 주체가 되는 평당원들을 우리는 언제나 지지하지만 우리 자신이 기계적으로 “평당원들만의 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당 권력의 주체인 “평당원을 위한 조직“임을 선언한다.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는 당 권력의 주체인 평당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당의 정책과 집행에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철학이다. 실천적으로 이것은 당원의 직접투표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를 항상 직선제와 등치시켜 “직선 만능주의“로 호도하는 주장은 이 정치철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력 부족이다. 우리는 당직선거에서 평당원들이 더 많은 정보와 정치주장을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직선거가 마치 경력을 중심으로 명망가 선택 게임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바꾸고 각종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의 정신이며 올바른 이해이다.  


노동자 민중이 의회진출을 준비하고 현실화 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당이다. 노동자 민중이 역사를 위해 준비한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선물은 당이다. 그리고 당은 수평적인 당원 공동체일 때 자신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평당원이 참여하고 주인이 되는 평당원 민주주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방하고자 한다. 더 강력히 말한다면 이를 억압하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로 일관할 것이다. 역사의 주인인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명제이듯 당의 주인인 평당원들이 당의 모든 권력을 통제하고 장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의 궁극적인 슬로건은 이렇게 집약할 수 있다. “모든 권력을 평당원에게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핵심내용이다.


Ⅲ. 대중적 좌파들의 새로운 단결, 민주적 사회주의자 연대를 제안하며


민주노동당내에는 분명하게도 다양한 정치조직과 의견그룹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조직들은 느슨한 형태로 조직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강력한 형태로 조직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더 광범위하게는 정치조직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하나의 유사한 경향성을 모아 활동하기도 한다. 현재 부분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정치조직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평등연대“,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정치조직인 “다함께“, 사회주의를 명확하게 표방하지는 않지만 구성원들 개개인이 사회주의에 적극적 의사를 가진 의견그룹 “화요모임“, 최근에 당 내외에서 적극적으로 조직 활동을 하는 “21세기 코리아“등이 있다.

또한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소위 '민주노총 중앙파(평등회의)'도 당내에서 네트워크 형식으로 당 정치활동을 필요에 따라 하고 있다. 게다가 드러난 조직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사한 경향성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연합“은 이제 당 지도부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들은 스스로를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며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일사분란한 행동을 우리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경험했으며 우리는 이 조직이 더 빠르게 당의 주요부분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조직들과 확연히 다른 체계와 사상을 추구하고자 한다. 필요하게는 당내에서 정치적 이견을 놓고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논쟁할 것이다. 그러나 그간 당내의 정치조직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들이었다. 우선 자신들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는 일마저도 당연시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민주노동당의 평당원들이 당의 정치조직에 대해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정적 사고를 광범위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자신들의 활동을 음모적으로 전개함으로서 당원들이 더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도록 일조했다. 우리는 기존의 당내 정치조직들과 다른 출발점과 추구하는 바를 가지고 있지만 실천적으로는 우리가 활동하는 모습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당원들과 의사소통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거부하고 열린 모습으로 활동할 것이다. 책임 있고 투명한 당내 정치조직의 필요성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당내 정치조직의 결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일사분란하고 단결된 형태의 좌파조직은 언제나 요원한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리 틀린말은 아니다. 특히 민주노동당내에서 산별적으로 활동하거나 소그룹 형태를 유지하면서 체념적 목소리만 반복하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는 '공통분모 찾기'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좌파들 내부의 차이를 국가사회주의자들이나 민족지상주의자들과의 차이보다 크게 확장시키려는 태도는 우리가 이제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내부적 차이가 의미 없다거나 아주 사소한 차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때로 한국사회의 진보를 위해 우리가 언제나 노력해야하는 '소중한 차이'라는 점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연대'를 말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유의미한 유일한 진보정당, 곧 민주노동당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후회하지 않고 전진해야 할 소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단순히 민주노동당의 미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좌파들 내부의 부분적인 사상적 스펙트럼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통일된 '연대체 형식'의 단결이 필요하다. 이것은 곧 개별활동을 전제로 필요에 따른 느슨한 협의체 개념이 발전하여 좌파의 새로운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계적 사고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개진을 보장하는 동시에 합의도출 된 의견과 정치투쟁을 책임 있게 함께 행동하며 선전하는 단일한 형태의 연대체가 최초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새로운 연대는 '행동'과 '책임'을 가지고 민주노동당의 당원동지들 앞에서 행동해야 하며 한국사회의 새로운 정치투쟁을 실천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분열과 차이를 넘어 단결과 통일을 지금 한국의 진보는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가는(進), 그래서 돌아보지 않고 그 책임 있는 발걸음으로 행동하는(步), 새로운 시작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이성이 비관적이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민주적 사회주의 아래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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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전략(이상학)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전략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1. 노사정위원회와 민주노총

1) 노사정위원회 참가와 탈퇴

 

○민주노총은 1998년 1월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였으며 2월 6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 잠정합의하였으나 2월 9일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었다. 노사정위원회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 폐지, 근로자파견제 폐지, 고용안정과 재벌해체, 노동3권 보장, 노동자 경영참가, IMF재협상 등 대정부 5대 요구사항을 걸고 투쟁을 전개하던 중 같은 해 6월5일 노정합의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였다.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여 활동하던 중 정부의 일방적인 금융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항의하여 불참을 선언하는 등의 진통을 겪었으며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과 교원노조 합법화 등 합의사항 불이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12월 31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위원회 불참과 탈퇴를 추진하기로 하여 1999년 2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정하였다.


2)탈퇴 이후 노사정 관련 주요 결정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민주노총은 대중 투쟁동력의 복원 등 주체적인 역량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투쟁을 통한 대정부⋅대자본 직접 교섭 틀을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을 결정하였다.

○1999년 이후 투쟁을 통한 대정부교섭을 추진하였으나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이외의 교섭틀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특정한 사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정부와의 노정직접교섭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노동부와 실무협의회 등이 있었지만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2002년 사업계획에서는 “노사정위원회 해체, 사안별 노정교섭-노사정교섭”을 추진하기기로 하였으며 2003년 사업계획에서는 노정교섭, 노자교섭, 노사정교섭을 포함하는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하도록 하였다.

○2004년 사업계획에서는 “기업별교섭을 넘어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하도록 함. 산별교섭을 확보하고 산별협약안을 마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정부의 각종 정책결정단위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참가를 쟁취하기 위해서 각종 정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민주적 개편을 추진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올바르게 개편하여 새로운 노사정교섭구조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였다. 사회적 교섭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은 올바른 사회적 교섭방안에 대한 대중적인 토론도 조직하기로 하여 현재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 노사정위원회 평가


1) 탈퇴 당시 민주노총의 평가 


○정리해고제 등은 일주일 만에 처리한 반면 기타 합의사항의 이행은 장기간에 걸쳐 부분적으로 이행되어 나가고 있으며, 주요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지지부진 하였으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과 관련하여 관료 및 정당, 국회의 불이행에 대한 대책이 없다. 특히 법률적 구속력도 없고, 대통령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이 규정되고 있으며, 법률적으로도 대통령 자문기구일 뿐 사회적 합의기구로써 명실상부한 법률적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지 못하였다.

○대량실업, 정리해고를 야기시키는 구조조정정책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왔으며, 공공, 금융 특위의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 최소화에 대한 1기 합의사항조차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김대중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유연화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고 있고,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배제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노사정 사회적 합의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주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역관계상 6/10 대의원대회에서 전술적 활용론을 선택했던 것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그 후 전술적 활용론에 걸맞게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나 대응이 미흡했으며, 결과적으로 힘이 뒷받침 되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를 통한 사회적 쟁점화도 어려웠고, 사회적교섭구조로 만들어 나가지도 못했다.


 2)학계 등의 평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외환위기 극복을 최대 성과로 평가하고 있으며 노사관계 안정화의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이병훈, 2004) 재계는 노사정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참가하고 있으나 4.28 대한상의가 밝혔듯이 노사정위원회를 사회적합의기구로 인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노사간의 구체적인 합의 반대, 논의의제를 노동문제와 사회복지문제로 제한하고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영미형 시장경제를 이상시하는 일부 학자들은 노사정위 중심의 사회적 대화가 시장 기능을 지연-왜곡시키는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부 진보학계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자의 계급투쟁을 약화시킨다는 폐해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노사정위원회 체제 개편론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해 한편에서는 시장주의적 또는 관료주의적 저항이 일정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현실에서 사회적 대화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활용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3. 사회적 교섭의 필요성


1) 원칙적인 관점


○‘투쟁과 교섭’은 자본주의에서의 노동운동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노동조합은 한편에서는 투쟁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교섭을 통하여 투쟁의 성과를 현실화시켜 나가야한다. 노동조합은 기업차원, 산업업종차원, 국가차원에서의 투쟁과 교섭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교섭은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교섭의 장이다.

○모든 교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교섭도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투쟁력에 의해서 교섭의 결과가 결정된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조합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투쟁력을 기반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시키려하기 때문에 쌍방의 힘과 전략이 충돌하고 경쟁하는 장이 교섭의 장이다.

○따라서 사회적교섭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관철하는 전락-전술적 고려에서 접근하여야 하며 지나친 피해의식이나 과잉기대를 지양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섭의 장은 어쩔수 없는 교환의 장이기 때문에 사회적합의는 결과를 놓고 사후적으로 판단할 일이지 이념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노동조합에게 사회적교섭의 장은 노동조합이 선택 가능한 하나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2)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판단


    가)참여 신중론


○교섭의 결과를 결정하는 노동조합의 힘과 정치사회적인 구조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서구의 코포라티즘이 사회통합적인 기구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제3세계의 사회적대화기구는 노조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노동계급의 역량, 국가의 구조, 정치구조, 역사적 경험 등 사회적교섭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조직률, 기업별 노조체제, 취약한 진보정당, 노동배제적인 국가전략, 종속적 신자유주의, 수구냉전의 지배체제를 가지고 있어 노사단체의 배타적인 대표성, 노사단체의 정부로 부터의 독립성, 노사단체의 상충된 이해관계를 상호 교환ㆍ조정할 수 있는 정치ㆍ경제적인 여건 미비와 중립적인 이해조정자로서의 정부의 공정한 역할 결여 등으로 사회적 교섭이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노사정위원회의 참가 경험에서 노사정위원회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었으며 노동조합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하여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통합보다는 신자유주의의 실행기구적 기능을 하였다.  

    나)활용론

   

○한국의 사회구조와 노사정위원회의 취약성으로 서구와 같은 민주적 조합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여건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교섭의 장으로 사회적 교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야 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구조론에 입각한 사회적 합의주의가 사회적 교섭의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의 국가는 낮은 조직률, 노조의 분산성 등 구조론적인 관점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국가들이었으나 경제개방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려는 행위주체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사회적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노동조합을 지원할 진보정당이 부재하다는 반론은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일정한 조건의 변화가 생겼으며 산별노조가 건설되고 취약한 상태이지만 산별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어 노동조합의 분산성이 일정 부분 완화되어 가고 있는 등의 변화를 고려할 때 사회적교섭의 활용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와 신자유주의 시장으로 인한 사회분절성 고착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적인 경제노동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사회적 교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대책 마련이나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사회전반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 사회적 교섭은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나 법ㆍ제도는 물론이고 경제ㆍ산업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각종 정책이 노동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기업단위의 교섭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기업단위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을 일부 개선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가 전반의 정책에 대한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4. 사회적 교섭 전술

  1) 변화된 정세 적극 활용

  

김대중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도입한 배경은 경제위기를 해결하여야 하는 위기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서 노동의 참여와 협조가 절대적이었던 점이 한 측면이라면 소수 정부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노동의 협조를 이끌어 내고 싶은 유혹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개혁을 표방하고 있었던 김대중 정부로서는 수구보수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노동진영과의 관계를 원만히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이러한 필요에서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더 이상 노동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졌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표명하면서 노사정위원회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하였으며 각종 노동현안에서 노동조합과 갈등을 반복하면서 노정간의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4.15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여 정치적 입지가 대폭 강화된 집권여당은 자유주의적 개혁의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노동, 경제의제에 있어서는 노동과의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이 확보한 ‘3% 의석’의 한계를 지적하는 일부의 주장이 타당하지만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원내정당이 등장하게 되어 노동조합의 사회적 교섭의 활용 가능성이 이전 보다 높아졌다는 점 또한 타당한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과 수구보수정치집단의 쇠퇴는 노동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확대시키고 있지만 자유주의 정치집단의 영향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교섭 전략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아진 정치사회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2004년 2월 출범한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는 산별교섭, 대정부교섭과 함께 사회적 교섭을 확보하여 중층적 교섭구조를 쟁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회적 교섭 전략에 대한 조합원 토론을 시작하였으며 지난 5월 구성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바람직한 사회적 교섭틀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중요한 정책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현 정부는 자신을 ‘참여정부’라고 지칭할 정도로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에 대한 정부의 언사와는 달리 정부의 각종 정책은 진정한 참여와는 거리가 있다. 국가 권력구조와 관료체제가 여전히 수구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노동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기 보다는 여전히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가고 노동계의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서 중앙정부는 노동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노동을 진정한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는 인식과 구조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화를 강조하는 정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틀을 통하여 정부를 대화의 장에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형식적인 대화나 정부정책에 명분을 실어주는 ‘면피성’ 대화가 아니라 노동을 실질적인 의사 결정의 주체로 인정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한국의 여러 가지 조건이 사회적 교섭의 성공 가능성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대화의 장을 활용하여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총을 비롯한 한국의 사용자 집단들은 노사관계 당사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사용자들은 그간 정부의 억압적이고 노동배제적인 노동정책에 의존하여 왔다. 정부가 노동을 배제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국가권력으로 억압하는 노동탄압에 의존하여 왔던 사용자 집단은 여전히 노동배제적이고 노동탄압적인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바와 같이 사용자 단체들은 사회적 대화에 매우 소극적이며 노사정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용자 집단의 태도 변화에 사회적 교섭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사 당사자의 중앙단위 차원의 대화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경총에 노사중앙단위의 대화를 제의한 상태이다.               

 3) 투쟁과 교섭의 병행


○국가정책을 결정 수행하는 사회적합의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쉽지 않다. 이해 상충하는 집단이 경쟁ㆍ갈등하면서 합의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세력관계와의 갈등과 협조의 동학을 고려하여 노동조합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사항에 대해서 합의를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합의 가능한 분야에서는 합의하고 그렇지 못한 영역은 조직의 투쟁력을 동원한 투쟁으로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적 토양에서 사회적교섭에 대한 전략선택의 선택지가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의 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대중투쟁과의 체계적인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참가를 통해 획득 가능한 미시적인 실익에 몰두하기보다는 참가의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견지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보하고 노동조합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투쟁과 교섭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투쟁없는 교섭이 허구적인 실리주의라면 교섭없는 투쟁은 공허한 전투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투쟁은 교섭력의 강화로 교섭의 성과를 증진하기 위한 노조의 전략일 수 있으며 교섭은 투쟁의 명분과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노조의 전략 행위라 할 수 있다. 기업수준에서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위해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는 것처럼 국가수준에서도 노동자 일반의 사회경제적인 권리쟁취를 위해 교섭과 투쟁이 긴밀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사회적 교섭 참가는 노동계급 세력화라는 전략적 관점 하에서 대중투쟁과 참가를 전술적으로 배치하여야 한다.  


5. 사회적 교섭틀에 대해1)


  1) 위상


현 노사정위원회는 대통령자문위원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노사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법률 제1조) 기구의 독립성과 위상 강화에 한계가 있다. 

사회적교섭틀의 위상과 관련하여 자문위원회 이외에 행정위원회를 고려할 수 있으며 헌법기구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행정위원회는 정부 각 부처 소관사무의 일부를 독립하여 수행하는 합의제 행정기관, 행정기능 외에 규칙 제정권 등 준입법적 기능과 재결권 등 준사법적 기능을 가지게 된다.


[표 1]노사정위원회 구성 및 위상 변화

 

1기

2기

3기

위    상

비상설 정치적 협의기구

대통령자문기구/

상설 정책협의기구

(대통령령설치근거)

대통령자문기구/

상설정책협의기구

(법률 설치근거)

구   성

노사정/정당

노/사/정/공익 및 정당

노/사/정/공익

(민주노총 불참)

활동기간

1개월 (‘98.1-2)

15개월 (‘98.6-’99.8)

57개월 (‘99.9 - 현재)

주 : 2004년 5월말 현재


네덜란드 경제사회위원회(SER), 이탈리아 CNEL는 정부 자문기구, 아일랜드의 NESC외 핀란드의 EC는 수상 자문기구이며 프랑스의 CES는 헌법기구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행정위원회로 개편 시 노동부의 일정한 업무를 이관하여 집행기능을 가지는 구조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헌법기구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자문위원회와 행정위원회의 장단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통령 자문기구이면서 독립적인 설치법을 가지는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가지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표 2] 주요국의 사회적 대화기구 현황

국가명

사회적 대화기구

구   성

주요 기능

오스트리아

패리티 위원회

노사정 및 농업회의소

수상이 의장

물가정책, 임금 문제 등 전반적인 경제사회 문제

벨기에

국민노동협의회

 

국민경제협의회

노(12), 사(12)

 

노(20), 사(22)

노동쟁의시 자문, 전국적 수준의 단체협약 체결, 정부에 대한 자문

경제부장관에 대한 자문

덴마크

경제협의회

노동교환국

기술협의회

작업환경협의회

직업훈련협의회

 

 

 

 

 

경제발전 분석

 

신기술 도입의 고용효과 평가

안전보건 협의

 

핀란드

경제협의회

노(5), 사(2), 정(7)

수상이 의장

임금 및 근로조건, 노동법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정책 협의

프랑스

경제사회협의회

노사 및 기타

경제사회문제 협의, 9개소위원회

국가명

사회적 대화기구

구   성

주요 기능

그리스

고위경영협의회

전국기획발전위원회

 

전국협의조사 위원회

노사정 및 공익

노사정 및 공익

장관이 의장

노사정 및 공익

노동문제 자문, 차관이 의장

경제문제 자문

 

신기술 협의

아일랜드

노사회의

국민경제사회협의회

노(26), 사(21), 정(5)

노사정 및 농민

노사관계, 임금, 물가 논의

 

이탈리아

국민경제노동위원회

노(44), 사(37), 정(12), 자영(18)

대통령이 의장

고용, 안전보건, 신기술 등

룩셈부르크

경제사회협의회

 

전구고용위원회

경제위원회

노사 및 공익

장관이 의장

노사정

노사정

정부 자문

네델란드

사회경제협의회

 

노동기금

 

노(15), 사(15), 공익(15)

소위원회에 정부 참여

실제회의에 정부 참여

 

정부자문, 경제개발 촉진을 위한 연구, 법 실행 협조, 노동시장 정책

노사협의 증진, 노사조직 자문, 정부와 교섭

노르웨이

조정위원회

노사정 및 기타

수상이 의장

법안 협의, 신기술 평가, 노사자문

포르투갈

사회적 합의를 위한 상설위원회

노(6), 사(6),

정(6)

수상이 의장

임금, 근로조건, 경제발전, 산업구조 조정 등 전 노동사회 문제

단체협약 체결, 소득정책 체결

국가명

사회적 대화기구

구   성

주요 기능

스페인

경제사회협의회

노(20), 사(20), 농업(3), 어업(3), 소비자조직(4), 협동조합(4), 전문가(4)

정부가 의장 지명

92년 11월에 탄생

사호경제 및 노동문제에 관련된 모든 법안과 정부가 요청한 문제 심의, 정부에 보고서 제출, 전국적인 사회경제 노동상황에 대한 의견 제출

일본

산업노동간담회

노사 및 공익

매년 연초에 수상이 참석, 장관 및 정부 고위관계자가 참석

세제, 토지 주택문제, 고용문제, 노동행정, 정부의 경제정책

회의 모두에 일본 經企廳 담당 국장이 월간경제 보고, 질의 응답

인도네시아

전국 삼자기구

노사정

지역별 기구도 존재

고용, 실업, 인적자원개발, 노동법, 노사관계, 작업환경 개선

싱가포르

국가임금위원회

노(10), 사(10), 정(9)

임금정책, 노동시장 정책, 복지정책

멕시코

사회협약수행위원회

노(10), 사(10), 정(10), 농민(10)

사회협약 과제의 실행, 감독 및 평가

1) 필요한 정부를 정부 등에게 요구

2) 사회협약 수행을 위해 집행기관 선정 및 결과 평가

3) 하부위원회의 제안사항 결정

자료 : 이병훈 , 2004   


  2) 구성


현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과 공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노사정과 정당이 참여하였으며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노사정공익과 정당이 참여하는 구조였다.

외국의 경우 노사정이 참여하는 경우(핀란드,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와 노사정공익이 참여하는 경우(그리스), 노사정공익과 농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경우(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노사로 구성되는 경우(벨기에), 노사공익으로 구성되는 경우(네덜란드, 일본) 등 나라에 따라서 사회적 교섭틀의 구성은 여러 가지의 경우가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시민단체도 사회적 교섭기구에 참여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정부가 임명하고 있는 공익위원의 임명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다. 공익위원을 정부가 아닌 노사가 추천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교섭틀의 구성은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인 환경과 노사관계의 전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노사 당사자와 정부를 기본적인 참여 주체로 하고 공익 등의 배치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3) 논의의제

   

현 노사정위원회법에서도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등에 관한 노동정책 및 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ㆍ경제 및 사회정책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의제는 직접적인 노동문제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사회적 교섭기구에서의 논의의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노동기본권, 손배가압류, 노동행정 개혁, 경영참가,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 빈곤과 사회보장 확대, 조세제도, 외국인력 정책, 산업정책과 개방정책, 재벌개혁 등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ㆍ사회ㆍ산업정책 등 폭넓은 의제가 사회적 교섭기구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논의의제가 확대될 경우 논의의제에 적절한 명칭이 필요하다. 경제ㆍ사회ㆍ산업정책으로 논의의제를 확대할 경우 사회적 교섭틀의 명칭으로는 ‘(가칭)경제사회위원회’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합의사항 이행


합의사항 불이행이 현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자로부터 불신 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합의 사항 “이행에 최대한 노력하여야 한다”는 이행의무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이행사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이행점검 활동을 한층 강화하여야 한다.    


  5) 독립성


현 노사정위원회는 파견공무원과 계약직 공무원으로 구성되어있다. 노사정위원회 사무처는 한시적인 근무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체의 독립직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노사정위원회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교섭틀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인사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교섭기구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편성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1]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관련 경과 및 계획


□제1기 노사정위원회 활동


 ○1998년 1월 15일 노사정위원회 참여


 ○1998년 2월 6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 잠정 합의

   - 10대 과제 105(90)개항 협약

     기업경영투명성 확보 및 구조조정 촉진 관련(17개 의제)

     물가안정(9개 의제)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24개 의제)

     사회보장제도 확충(11개 의제)

     임금안정과 노사협력 증진(8개 의제)

     노동기본권 보장(6개 의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개 의제)

     수출증대 및 국제수지 개선(4개 의제)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기타 사항(4개 의제)

     국민대통합을 위한 건의사항(5개 의제)


 ○1998년 2월 9일 민주노총 대의원회 대회에서 노사정 잠정합의안 부결 및 1기 지도부 총사퇴


□제2기 노사정위원회 참여와 탈퇴

 ○2기 노사정위원회 참여

   -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 폐지, 근로자파견제 폐지, 고용안정 및 재벌해체, 노동3권 보장, 노동자경영참가, IMF 재협상 등 대정부협상 5대 요구를 가지로 투쟁전개

   - 6.5 노정합의로 노사정위원회 참여

   - 6.10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전술적 활용 차원에서 참여 결정

 ○불참선언과 복귀

   - 7.10 일방적인 금융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양대노총 공동기자회견 및 노사정위원회 불참선언

   - 7.23 양노총 위원장과 노사정위원장의 7.23 합의로 노사정위원회 복귀


 ○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

   - 12.8 일방적인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강행과 교원노조 합법화 등 합의사항 불이행에 문제 제기하는 국회 앞 단식농성 돌입

   - 12.31 산별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위원회 불참과 탈퇴 추진 결정


 ○노사정위원회 탈퇴

   - 1999년 2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탈퇴 결정

   -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단축, 사회안전망 구축, 산별교섭체제 확보 등 주요요구를 실질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대정부ㆍ대자본 교섭틀을 쟁취하기로 결정


 ○탈퇴 당시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평가 


1) 정리해고제 등은 일주일만에 처리한 반면 기타 합의사항의 이행은 장기간에 걸쳐 부분적으로 이행되어 나가고 있으며, 주요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지지부진 함.


2)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과 관련하여 관료 및 정당, 국회의 불이행에 대한 대책이 없음. 특히 법률적 구속력도 없고, 대통령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이 규정되고 있으며, 법률적으로도 대통령 자문기구일 뿐 사회적 합의기구로써 명실상부한 법률적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지 못함.


3) 대량실업, 정리해고를 야기시키는 구조조정정책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왔으며, 공공, 금융 특위의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 최소화에대한 1기 합의사항조차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음. 


4) 현재 김대중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유연화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고 있고,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배제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음. 이러한 상태에서는 노사정 사회적 합의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


5)  주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역관계상 6/10 대의원대회에서 전술적 활용론을 선택했던 것은 불가피했음. 그러나 그후 전술적 활용론에 걸맞게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나 대응이 미흡했으며, 결과적으로 힘이 뒷받침 되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를 통한 사회적 쟁점화도 어려웠고, 사회적교섭구조로 만들어 나가지도 못했음.


  ○노사정위원회 탈퇴 후 후속 방침


1) 투쟁력에 근거한 대정부․대자본 직접 교섭틀 창출

2) 구조조정 국면, 경제위기국면하에서 대중투쟁동력의 복원 등 주체적인 역량의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함. 이를 토대로 협약체결(고용안정협약체결 등)을 목표로 교섭체계와 투쟁방향을 잡아나가야 함. 대정부 직접교섭방식도 이를 위한 교섭틀중의 하나에 불과함.

3) 6/10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전술적 활용론을 폐기하고 탈퇴를 결정한다하더라도 그 과정에서확보한 1,2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 즉 정치활동 보장, 실업자 조합원자격, 구속자석방,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서는 투쟁을 통해 이를 최대한 이행하도록 강제해 나가야 함.


□대정부교섭 추진(2000년/2001 사업계획)


-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투쟁방침을 확정한 후 2월부터 중앙요구를 중심으로 대정부 교섭을 요구하여 사회쟁점화한다. 대정부 교섭은 중앙․연맹이 공동으로 구성하고, 청와대, 행정부 등 책임있는 정부 교섭단을 요구한다.

- 각 연맹은 중앙의 대정부 교섭요구안을 산별요구화하고, 소속 단위노조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산별교섭을 진행한다.

  - 2001년 사업평가

    ①총연맹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이후 계속해서 노정직접교섭을 요구했고 이는 01년에도 마찬가지였음. 정부는 이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올 것을 종용하면서 다른 대화 창구 개설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음. 정부가 요구하는 노사정위원회 참여는 노사정위원회의 성격, 실효성, 과거 경험 등을 놓고 볼 때 수용할 수 없음. 또한 이는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임.

    ②총연맹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교섭이 아닌 노정직접교섭을 요구해왔음.

  ③사실상 정부와 노정직접교섭은 이루어진 바 없고 부당노동행위 등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부와 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음. 총연맹은 현안 사안별로 총연맹(사안에 따라 한국노총 포함)과 정부의 교섭 또는 총연맹(사안에 따라 한국노총 포함)과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교섭이란 형태로 교섭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이를 추진하고 있음. 


□노사정위원회 해체와 노정교섭 추진(2002년 사업계획)

 ○2002년 사업계획 중 교섭 방침 결정

   - 노사정위원회 해체와 사안별 노정교섭/노사정교섭 대안 마련

   - 노동시간단축 관련 노정교섭

   - 산별교섭 요구 


 ○총연맹 교섭은 현안 사안별로 총연맹(사안에 따라 한국노총 포함)과 정부의 교섭 또는 총연맹(사안에 따라 한국노총 포함)과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교섭이란 형태로 추진하도록 한다.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구를 만들지 않고 비상설적으로 현안 문제가 있을 때마다 관련당사자가 모여 교섭하는 형식으로 노정교섭, 노사정교섭을 추진한다.


 ○노정교섭, 노사정교섭과 관련해서는 대안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여 조직 내 논의와 의결단위 토론을 거쳐 조직 방침을 결정한다. 단지 2002년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노정, 노사정 교섭(합의, 협의)와 관련해서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임을 고려하여 올해 대중적인 토론과 의결기구 논의를 거쳐 총연맹 교섭방침을 설정한다.


 ○2001년 사업평가 : 정부에 대한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부와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협의 정도에 그치고 있고 본격적인 노정교섭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2003년 교섭방침(2003년 사업계획)


 ○정권인수 단계에서 향후 노동정책 및 당면 핵심사안을 중심으로 공식적인 협의를 추진한다.


 ○노정교섭, 노자교섭, 노사정교섭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교섭제도를 마련한다.


  1)조건

   - 노자역관계는 자본이 절대적 우위에 있고, 제도정치권에서 노동자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노사정사회협약체제는 김대중정권의 노사정위원회를 개선한다해도 기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 노동문제의 성격상 노정교섭, 노자교섭(산별), 노사정교섭 등 다양한 형식이 총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채 모든 사안을 노사정위원회로 넘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 민주노총은 지난 5년간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배제전략으로 인해 투쟁요구를 쟁점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총체적 교섭체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 노무현정권은 일잔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든 문제를 다루고자 할 것이며 그 속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민주노총을 압박할 것이다.


  2)대책

   첫째, 교섭체제 문제 이전에 노정 신뢰회복을 위하 가시적인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노정, 노자, 노사정 교섭체제가 총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 노정교섭 : 최소한 정부가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공공부문 등에서는 노정교섭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 산업별 교섭 : 착취의 직접 당사자인 자본은 노사정체제에서 노정간의 비판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별 교섭체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 노사정교섭 : 노정교섭과 노자교섭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김대중정권의 노사정위원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노무현 정권의 노사정위원회 개편안을 검토하여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기구 참여 문제를 결정한다.

   셋째, 각종 정부위원회의 전면 개편을 요구한다.

     현재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각종 정부위원회는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인받는 형식적인 기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위원회의 권한, 구성, 운영을 전면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위원회는 참여하지 않는다.

   넷째, 민주노총의 교섭기구 구성과 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중층적ㆍ총체적 교섭방침(2004년 사업계획)


▶ 기업별 교섭을 넘어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한다.


1) 산별교섭 쟁취

- 산별교섭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투쟁

- 산별협약안 마련과 산별교섭 확보 투쟁

- 산별협약이 동일산업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도록 법개정 투쟁

- 금속,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교섭에 대한 지원과 모범사례 창출

- 전산업의 산별교섭 쟁취

- 공공부문에서 대정부 교섭틀 확보


2) 대정부 교섭 및 실질적인 정책 참가

- 공식적인 대정부 교섭틀 확보

- 정부의 각종 정책결정 단위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참가 확보

- 각종 정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식의 민주적 개편 투쟁


3) 사회적 교섭 쟁취

- 산별교섭을 교섭의 중심으로 하되 제도개선 및 사회개혁 요구를 관철하고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한 사회적 교섭틀 확보

- 노사관계 환경과 반노동자적인 정부정책 변경으로 실질적인 사회적 교섭 여건 조성

-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올바르게 개편하고, 새로운 노사정 교섭구조 마련

- 사회적 교섭에 대한 대책을 대중적 논의


[참고자료 2]

사회적 교섭 관련 대안(안)


1. 현행 노사정위원회의 한계


- 현행 노사정위원회는 그 동안 ① 노동시장 유연화, 정리해고 등의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수행 ② 사회적 협약기구로서의 독자성이 담보되지 않았고 ③ 정부 주도의 운영으로 노조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④ 합의사항도 노동계에 불리한 부분은 즉각 법제화되고 노동계에 유리한 합의는 이행이 지체되거나 유보되는 등 이행의 담보가 이루어지지 않았고(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 ⑤ 중앙교섭과 더불어 산업․업종별 교섭 및 논의틀이 담보되지 않는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음.


- 이에 민주노총은 99.2.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의하고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음.


2. 사회적 교섭구조 논의의 필요성


- 총연합단체로서 민주노총은 자신의 정책․제도 개선과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 대정부․대사용자단체를 상대로 하는 사회적 교섭구조가 필요함.


- 따라서 민주노총은 “중층적․총체적 교섭 구조”를 쟁취하기 위해서 산별교섭, 대정부 교섭과 함께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올바르게 개편하고 새로운 노사정교섭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


3. 추진방침

- 토론 기본자료를 작성하여 대중적인 토론을 진행함.


□사회적 교섭 확보를 위한 대중적인 토론 추진


 ○2004. 4. 1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 사회적 교섭에 대한 조직내의 공론화를 위해서 내부 토론회와 공개토론회를 추진함

 - 토론회 내용을 중심으로 조직 내의 토론지침을 작성하여 조직단위의 토론을 충분히 진행함

 - 조직적인 토론을 취합하여 민주노총 공식 조직의 논의에 착수함

 - 총선 등의 정치일정을 고려하여 조직적인 논의는 총선 이후에 시작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결정함.


□향후 사업 추진 계획


 ○5/7 토론회

  -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현 한국 노사관계에서의 노동조합의 사회적 대화 전략에 대한 토론

 ○조합원 토론자료 작성

  - 5/7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조합원 토론자료를 작성


 ○조합원 토론

  - 5월 중순부터 조합원 토론을 실시하며 토론 진행방식과 토론 결과 취합 방식은 별도 정리


 ○민주노총 방침

  - 사회적 대화에 대한 민주노총 방침은 조합원 토론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여 추후 결정


1) 정책기획실 검토 의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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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힘 중앙위 수련회 토론자료 1

 <현장의 힘 중앙위 수련회 토론 자료 - #1>

무엇이 전진을 가로 막는가?


 운동을 왜?


 노동자가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길은 둘 중에 하나다.  ‘ 자본가의 떡고물을 받아먹고 살 것인가? 아니면 수탈에 저항하면 살 것인가?’  활동가에게 묻는다면 자본에 빌붙어 사는 것은 ‘어용짓’이라고 할 것이다. 남은 유일한 길은 수탈에 저항하는 것이다. 자본의 노동에 대한 수탈은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끝나지 않는다. 따라서 운동의 시작은 수탈에 맞선 분노이되 그 끝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자본을 넘어서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는가?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몰락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승패를 확실하게 갈랐다. 승리한 자본은 더 많은 자유를 얻었다. 세계화속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공장을 폐쇄하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있다. 후퇴한 노동은 한진, 세원, 비정규직... 등 열사의 저항에도 총파업의 깃발을 올리지 못한다.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몰락하고 있다.

 그래서 ‘산별노조-정치세력화’라는 대안이 유행으로 번졌다. 그러나 어용에 둘러싸인 대우조선, 반동적 태도를 노골화하는 현중 등 대공장은 무너지고 있다. 수혈 받으면서 자라는 금속노조는 힘들게 유지되고 있다. 구호들만 난무한 채 비정규직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산별노조건설과 정치세력화를 외치는 수년 동안 대공장의 우경화되고, 산별노조는 흔들리고,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대안인가?


 놀라운 변화와 상시적 위기


 냉전시대는 갔고 신자유주의 시대가 왔다. 재벌과 국가가 주도하던 경제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주식시장의 43.5%, 우량기업의 50%, 은행권의 65%를 초국적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시기에 세상은 흔들린다.  경제는 엉망이고 정치는 시끄럽다. 흔들리는 시대에 안정적 성장의 향수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을 야당의 당수가 되게 하였다. 

 신자유주의시대, 세계화의 시대에 자본도 흔들리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는 공허한 외침이다. ‘동북아 중심국가’를 믿는 사람은 없다. 구심을 잃은 자본은 제 각각 살길을 찾는다. 재벌은 초국적 자본이 되려고 앞 다퉈 해외투자에 열을 올린다. 중소자본은 매각을 통해 초국적 자본에 빌붙어 살고자 한다. 영세자본은 중국 등으로 쫓겨나고 있다. 

 노동자 대중도 상시적 위기를 감지한다. “우리한테 정리해고가 언제 올 것 같습니까?” 최대 자동차회사 현대차 노동자의 질문이다. 날로 증가하는 해외공장,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으로 외주화, 고령화되는 조립공장을 보면서 위기를 느낀다. 대안을 바라지만 없다. 다만 현실에서 더 많은 임금을 원한다.   


강화되는 자본의 공격, 갈라지는 노동의 대응


 흔들리는 자본은 아주 치졸한 과거의 저임금전략을 선택한다. 비정규직을 더 늘리고 그것도 벅찬 영세자본은 외국인 노동자를 짐승처럼 수탈한다. 노동자는 분할되었다. 비열하게도 자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활용하여 분할통치를 진행한다. 노동자의 연대를 복구하려는 시도는 끝없이 도전받고 있다.

 노동운동은 헤메고 있다. 더 이상 민주노조운동은 답을 주지 못한다.

 KT를 비롯하여 현중, 대조.....대공장은 우경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총연맹에서는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진한다. 말로는 ‘전술적 활용론’ 이지만 그렇게 믿지 않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반대의 방향에서 '민주노조운동을 복원하자 ! 투쟁정신을 되살리자 !'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규직 대공장은 멀어지고 비정규직의 투쟁은 너무 미약하다. ‘산별노조 건설- 정치세력화’가 새로운 대안인양 떠들고 있지만 우경화경향은 더 강화되고 있다.


 과제는 분명하다. - ‘연대’와 ‘사회적 통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을 넘어서는 길은 연대다. 무한한 자유를 얻고 날뛰는 자본을 때려잡는 것은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첫째로 연대의 출발은 정규직이요 그 결과는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대는 출발조차 못하고 있다. 원인은 대공장의 실리주의, 노사담합주의다. 이것을 분쇄하지 않는 한 연대는 없다. 

 담합구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구조조정기투쟁에서의 후퇴와 대안부재로 인한 낡은 운동의 반복과 우경화 때문이다. 따라서 노사담합구조의 썩은 환부를 드러내야 한다. 그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이 필요하다. 기존 조직이 깨질 것을 두려워해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낡은 조직자체를 통째로 파괴할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조운동을 근본에서 혁신해 나가야 한다. 

 둘째로 사회적 통제의 시작 또한 정규직이다. 차고 넘쳤으나 타락해 가는 대공장내의 현장통제력은 이제 기업을 넘어 산업과 사회적 통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아주 미세하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2004년에 좀더 분명히 드러나 구호들을 보자.

  병원노동자들의 “이윤보다 생명을”,  택시노동자들의 “속도보다 안전을”, 궤도노동자들의 “청년에게 일자리를”, 자동차노조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등이 그것이다.

 엘지 칼텍스의 경우처럼, “쟤네들 연봉 6-7000만원 받는데” 라는 한마디에 투쟁의 정당성이 상실된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요구들은 아직 임단협 요구를 방어하고 포장하기 위하여 내거는 전술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전술적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은 한번으로 끝이다. 그래서 이젠 중단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임단협을 넘어서 사회적 의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

 이윤만을 쫓는 병원자본에 맞서서 생명을 치유하기 위하여, 속도만을 쫓는 택시자본에 맞서 더 나은 서비스와 안전을 위하여, 공공서비스를 외면하고 이윤만을 쫓는 공사와 당국에 맞서,  더 많은 인력과 노동강도의 완화, 그리고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고용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생산하자는 것은 분명 자본에 대한 사회적 공공적 차원에서 자본을 통제하고자 하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한 자동차 노조들이 비정규직을 수탈한 결과로 얻은 순이익을 환원하자고 하는 것은 분명 자본에 대한 사회적 공격이다.

 반면에 어떻게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 그 물질적 기반(비용)문제를 비롯하여 실제 그것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어떤 장치를 만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과제들이 있다.

 공공성, 사회적 의제를 제출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히 실리주의, 경제주의를 벗어나는 길이다. 그것은 노동자 계급이 자신을 사회적 주도세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적은 내부에 있다.


 첫 번째, 우경화 경향이다.

 사회적 합의주의 등 우경화는 대공장의 실태를 반영한다. 한 현자의 설문조사 결과는 2/3가 넘는 조합원이 노사정위 참가를 찬성한다. 공공연한 비밀로서 각종 루트를 통한 대정부 비밀접촉들이 횡횡한다. 따라서 우경화 경향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투쟁 그 자체가 아니다.

 과연 정규직 노조운동은 결국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타락할 것인가? 자본에게도 제약요소는 있다. 대공장 고임금론을 공격하고 심지어는 대공장의 임금을 깎아서 비정규직에 주자는 이이제이의 전술을 쓴다. 대공장에서 더 많은 떡고물을 안겨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제약요소들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대공장의 우경화 경향을 근본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대공장은 자본에 의한 포섭의 위험에 늘 드러나 있게 될 것이다. ‘사회적 합의주의’가 파생하는 뿌리를 뽑아내는 문제가 훨씬 중대하고 핵심적 문제인 것이다.

 둘째. 말로만 혁명적이고 실제는 무능한 ‘좌익소아병’

 대공장의 임금을 깎아서 비정규직에 주자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대공장임투옹호론’도 틀렸다. 적어도 현재의 분할된 노동자들의 상황에서 이는 연대를 위한 길이 아니다. 심지어는 의도와 무관하게 대공장의 경제주의, 실리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임단투를 새롭게 혁신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관성을 반복하는 것을 정당화 하는 걸림돌인 것이다.

 좌파를 자처하는 그룹들은 언제나 ‘투쟁’을 외친다. 그러나 문제는 외치기만 할 뿐 어떻게 투쟁이 가능한 것인가? 어떻게 정규직 대공장의 노동자들의 상황을 혁신함으로서 투쟁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없다. 관성적 투쟁구호, 결사항전의 구호는 오히려 반대의 경향을 확대시킬 뿐이다.(2003년 열사정국에서도 이것은 또 다시 뼈아픈 반복사례를 낳았다) 대안 없이 낡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분명 성장을 거부하는 소아병에 불과하다.  

 셋째, 새로운 시도를 가장한 기회주의적 태도들.

 최근 들어 조직을 만들자는 얘기들이 노조는 물론 민주노동당을 둘러싸고 무성하게 떠돌고 있다. 운동을 혁신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심지어는 ‘노선에 입각한 운동을 하자’면서 사회주의를 내걸기도 한다. 그러나 우경적인 대공장의 집행부와 뒷거래를 일삼으며 상급단체의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받으려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일삼는다. 말로는 현장을 혁신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집행부 선거를 위한 현장조직간의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노동자는 말로 조직을 만들지 않으며 행동으로 조직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이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같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진정한 조직이다. 현명한 조합원들은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현장조직을 재편한다고 해서 속아 넘어갈 바보도 아니다.


 매년 정세분석을 해서 “자본과 정권은 신자유주의 공세를 강화할 것이며, 노동자 민중은 더욱 도탄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투쟁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주장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자본과 정권이 그렇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당면 상황의 문제는 노동운동이 무력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투쟁해야 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다.  

 노동운동을 한 단계 전진시켜 내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전진을 전투주의와 좌파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붙잡고 있는 소아병적 경향, 노동운동을 오른편으로 끌어당기려는 우경화의 경향, 전진을 가장하면서 사실은 낡은 종파적 권력경쟁을 부추기는 기회주의적 경향에 맞선 내부투쟁에서 승리하여야 한다.



***** 몇 가지 제안된 주제에 대한 보론 *****

  

보론 1.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을 둘러싼 쟁점에 대하여.

             - 5가지 무지를 개탄한다.


 첫째, ‘낡은 관성’과  ‘분할통치에 맞서는 대안’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

 기금요구는 날로 심화되는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줄이고 연대로 나아가기 위하여 제안된 것이다.

“ 여기 군대가 있다. 그런데 적을 앞에 두고 군대의 일부는 그동안 전투에서 뺏은 군량미도 많고 대우도 좋다. 다른 일부는 군량미도 없고 대우도 나쁘다. 이 모습을 보고 적들이 이간질을 하면서 심리전을 편다. 이 군대가 적과 싸워 이길까? 말도 안된다. 싸우기도 전에 내부에서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의 노동자들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이 군대가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투쟁”이라는 구호를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의 대공장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정규직을 ‘이권’에서 ‘연대의 길’로 나아가게 할 공동실천의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제출하라.  


 둘째, ‘공동분담론’과 ‘수탈의 환수’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

 기금요구가 쟁점화 되자 그것은 대공장의 임금양보로 귀결될 것이라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기금요구를 제출한 자동차노조들에서 과연 어디가 임금을 양보했는가? 오히려 기금요구 때문에 자동차노조들은 ‘대공장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더 많은 임금을 주장했다.

 특히 (노동)연대기금과 사회공헌기금의 중요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를 개탄한다.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의 대대에 제출된 연대기금은 노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는 ‘노사의 공동분담=공동의 책임론’으로 귀결될 위험이 분명 있다.

 그러나 자동차노조의 기금요구는 근본적 발상이 다르다. 기아와 현대차, 모비스의 2003년 순이익을 합하면 3조원이 넘는다. 이것은 모두 비정규직과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을 수탈한 결과다. 3조원은 자동차산업의 비정규 영세노동자들 3만명에게 1억씩, 30만명에게 1천만원씩의 임금을 줄 수 있는 돈이다. 따라서 순이익금에서 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은 이 수탈의 결과를 돌려줘야 한다는 ‘수탈과 분배’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공장노조집행부들이 이를 보다 계급적으로 분명히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 ‘물’ 과 ‘어린아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

 어떤 이들은 말한다. 현대차 노조가 닭 100만 마리 먹기나 나무심기를 하는 식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빗겨나간 한심한 일이라고, 또한 기아차노조가 광주지역에 3억원을 소외계층에 전달한 것, 현자가 10억 내외를 조성하여 지역사회에 공헌하기로 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시혜나 베푸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주머니 채우기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문제는 있다. 비정규직의 확대를 용인하면서 돈으로 때우는 것은 문제다. 그렇다면 이제 기금요구를 때려 치워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다시 자기주머니 채우기만 할 것인가? 아니다. 이는 세숫대야의 물을 버리려다가 애까지 버리는 짓이다.

 기금요구를 보다 계급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공헌기금이 단순히 자본가들이 하는 시혜적인 지역봉사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연대를 위한 계기로 작용하도록 그 용도를 지역의 비정규직노동자의 장기적인 조직화에 사용하도록 개입해야 한다. 

 기아에서도 일부는 그렇게 말한다. 쓸데없이 기금요구를 했다가 몇 억가지고 내부분란만 일으킨다고.. 그러나 이런 얼토당토않은 얘기는 집어치워라. 이런 얘기를 하는 현장조직은 기금요구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요구가 갖는 의미조차도 이해 못한다. 그래서 이 요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전혀 고민하지 않다가 나중에야 이러쿵저러쿵 씹어댄다. 자신의 대안,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은 전혀 돌아보지 못하는 이런 행동에서 운동의 미래는 커녕 운동의 암울한 퇴행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넷째, ‘사회적 통제’와 ‘사회적 합의주의’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에 대하여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에 대한 비판의 또 하나는 그것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산업발전 기금과 사회공헌기금을 분할하여 사회공헌기금은 각 사에서 처리하고 산업발전기금과 관련해서는 ‘자동차산업노사협의체’를 구성 운영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그래서 자동차산업의 노사협의체는 소위 업종노사정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2003년 자동차산업의 노사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고 연맹자동차분과는 각 사 사장단 면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먼저 요구한 조건이 있다. 자동차산업 노사간 논의기구는 교섭이어선 안되고 노사정과 연관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에 우리도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와 무관하게 그것은 노사합의주를 낳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노사합의주의가 아닌게 어디 있나? 단위노조의 교섭 - 산별교섭, 업종별 협의 -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을 모두 하나의 연관성에 놓고 본다면 노사합의주의가 아닌 것은 없다. 이런 무식한 판단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노동운동은 기업차원의 교섭구조를 확립하여 기업차원의 교섭권과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제는 산업과 업종차원의 교섭과 파업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서 기업차원의 자본에 대한 통제력을 산업과 업종차원의 통제력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런 조건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합의주의’체계로 이끌어 가려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은 민주노총의 실력을 볼 때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업종을 보라,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자동차업종의 압도적 다수를 우리가 조직하고 있다. 제대로만 조직한다면 업종차원의 공동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고 경험했다. 오히려 자본은 이점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현자와 기아와 같은 조직력 있는 회사는 협의체 구성을 인정하지만 쌍용차의 경우 완성사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유보조건을 걸었고 지엠대우는 아예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자본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임단협으로? 택도 없다. 날로 늘어나는 모비스의 무노조 비정규직공장 등 산업적 업종적 차원에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 가야하며 자동차산업 노사협의체를 그 연장선에 있다.  오히려 자동차산업의 노사협의체와 같은 것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가에 따라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증명해 나갈 수 있다.

 소아병적 태도에서 본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기업차원의 임단협이나 졸라게 하는 것 밖에는 뭐가 더 있나? 아니면 공허한 총파업이나 씨부리는 것 말고 또 뭐가 있는가!   

다섯째, 운동의 ‘선두’와 ‘꽁무니’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 

 기금요구에 대하여 자동차노조들 중에서 공식적으로 반대를 주장한 것은 유일하게도 현장의 힘이다. 그렇다면 현장의 힘은 ‘전투적, 계급적 입장을 견지하는 유일한 조직’이거나 아니면, ‘운동의 전진을 가로막는 가장 꽁무니에 선 유일한 조직’일 것이다. 나는 전자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운동의 제일 뒷꽁무에 선 가장 낙후한 조직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한다.

보론 2. 산별노조에 대하여


첫째, ‘별신숭배’를 반대한다.

 나는 최근의 산별노조운동은 신화화된 ‘별신숭배’라고 생각한다. 산별노조는 조직발전의 한 형태로서 운동의 한 부분적 과제이다. 그런데 모든 문제는 마치 산별이 되면 해결될 것으로 주장되어 왔다.

 대공장의 우경과, 비정규직의 확산, 세계화속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 등 마치 이 문제들은 ‘기업별노조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문제를 유보하거나 회피하여 왔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기업별 노조에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산별노조에 있다”

 이 사이비 종고와 같은 논리가 지난 4년간을 지배했다.

 ‘신이 재림하여 공중 들림을 하는 그날,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 것이니 모든 것을 그날을 위해 바치자.’는 사이비 교주를 믿지만, 그러나 그날은 오지 않고 신자들은 재산만 탕진 당하고 인생은 망가진다.  

 ‘산별노조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니 모든 것은 산별전환총회에 바치자’고 주장해 온 것이 금속연맹의 4년이다. 그래서 대공장은 우경화되고 정규직은 확산되고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은 없다. 금속연맹은 더 망가지고 있다.     

   

둘째, ‘복사’는 실패한다.

 여전히 연맹에서는 독일노조를 초청해서 산별교섭이 어쩌구 저쩌구 해댄다. 그러나 유럽식 산별을 한국에 아무리 갖다 붙여보라. 운동만 망가진다.

 산업구조가 서로 다르다. 유럽의 경우 완성가 부품의 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의 경우 재벌중심으로 발전해서 원하청은 하늘과 땅차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이해의 통일성도 다르다. 정치적 환경도 다르다. 유럽이 좌파운동의 전통이 강력했고 좌파정당과 연계하여 산별노조가 발전했다면 한국은 좌파정당은 오히려 노조위에서 이제 시작하고 있고 현장조직들이 더 큰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유럽식으로 산별노조를 만들 수가 없으며 현장조직들이 전면에서지 않는 위로부터 산별노조는 실패한다. 유럽은 처음부터 기업을 넘어서 노조가 만들어 졌고 한국은 기업별노조라는 전혀 다른 조건에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유럽의 산별노조는 ‘대량생산 - 대규모 근대공업프롤레타리아 - 산별노조 - 사민주의정당 - 사회적 합의체제’가 만들어 졌다. 한국은 어떤가? 전혀 다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이제 가장 일반적인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장은 만들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유럽식 산별은 절대로 성공 못한다.

 한국에서 산별노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최근 보건의료에서 발생한 산별교섭과 관련해서 뒤짚어 보면 유럽식을 차용할 경우, 이중파업금지를 주장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문제가 된다. 이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으로 논의할 가치도 없다. 


셋째, ‘정규직 집짓기’에 반대한다.

 한국 노조운동의 핵심적 조직과제는 뭘까? 산별노조의 건설? 아니라고 생각한다. 핵심조직과제는 비정규직의 조직화이다.

 따라서 산별노조 또한 그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단일한 계급대중조직으로 묶어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산별노조를 보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정규직의 집짓기다. 정규직끼리 기업별노조냐 산별노조냐. 혹은 업종산별이냐 대산별이냐 하는 식의 논쟁은 정규직들끼리 초가집이냐 기와집이냐? 단독주택이냐 아파트냐는 논쟁에 불과하다. 최근 몇몇 산별노조에서는 이런 우려를 더하게 만든다. 정규직 노조들끼리 좀더 좋은 집을 지어놓고 결국은 정규직이익을 챙기를 투쟁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나는 정규직의 집짓기를 중심으로 한 논의는 한참 빗나간 길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새로운 대중조직은 혁신의 촉매제이자 그것을 완성하는 결과가 되어야 한다.

 산별노조라는 조직발전 문제는 조직형태의 문제가 아니다. 운동의 내용적 발전과정에서 요구, 투쟁 등과 같이 발전하는 운동발전의 한 부분으로서 조직과제인 것이다.

 진정한 산별노조 완성은 새로운 위기와 투쟁시기에 완성될 것이다. 즉 비정규직투쟁과 조직화의 진전, 대공장에서 혁신을 통한 실리주의의 극복,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기 위한 장치의 발전과 투쟁의 본격화 등을 동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 그렇다면 자동차노조에 대해서는 ? -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본다’

자동차노조가 논의되는 배경은, 우선 그나마 조직력을 갖고 있는 대공장으로서 자동차노조들에서 급격히 우경화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산별노조 전환사업의 한계, 방치되고 있는 대공장에 대한 연대의 틀을 강화함으로서 조직력의 유지필요성 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동차노조를 제출한 목적은, 첫째로 금속노조의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기 때문에 교착상태의 산별운동을 전진시킬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대공장의 기업별 노사관계가 담합적 관계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노조의 횡적단결과 공동실천을 통해서 담합적 노사관계에 돌파구를 내자는 것, 셋째로는 자동차산업에 상시화된 구조조정과 모비스와 같은 비정규 무노조공장의 확대에 대한 업종차원의 공동대응력 구축, 넷째로는 기업내의 노사관계와 노조권력의 틀 안에 갇혀서 운동의 선도성과 계급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현장조직이 자동차노조를 계기로 횡적으로 연대함으로서 운동의 전면에 나서는 것 등을 담고 있다.   

 이 문제를 바라 볼 때에 간과해서는 안될 전제가 있다. 그것은 ‘조직형태’는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형태가 무엇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우둔한 것은 없다.

 즉 비정규직문제 해결과 대공장의 우경화 및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맞서는데 있어서 그것이 유리하다면 업종노조든 대산별이든 아니면 기업별 노조든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형태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등소평이 말했듯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소산별을 다시 꺼내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를 자세히 논할 수 없지만 그 당시에 소산별은 노동자의 단결이 아니라 분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 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전혀 다른 지형에 와 있다. 금속이 유일하게 대산별 방침을 직접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금속노조는 대공장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연맹은 금속노조 중심성에 목매고 대공장은 방치되고 있다. 따라서 멀어져 가는 대공장을 묶어내고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그 수단으로 제출된 것이 자동차노조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노조야 말로 일본식 노동조합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터무니 없는 무지다. 일본에서도 산별건설노력이 있었고 실패하여 오늘날의 그룹노조(도요타노조, 닛산노조 등)와 자동차총련이 유지되고 있다. 일본식 노조로 가는 것을 촉진하는 것은 오히려 현재의 금속산별운동방식이다. 되지도 않는 금속노조 중심성을 고집하면서 대공장의 문제를 방치하기 때문에 대공장은 더 원심력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노조의 발상은 분산되는 자동차대공장을 묶어두는 기술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금속연맹이 산별노조로 전환의 지지부진함 속에서 업종별 실천을 강화하여 대공장을 묶어두기 위하여 금속노조, 자동차. 조선분과의 체제를 만든 것과 같은 맥락일 뿐이다.

 오히려 자동차노조 건설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면, 그 핵심적 의미는 조직형태 그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현장조직이 아래로부터 제기함으로서 현장조직 스스로가 산별노조대안론이 떠오르면서 역사적 역할을 상실했던 것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즉 연맹의 위로부터 산별노조 건설에 대하여 전혀 주동적 역할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결국은 단사의 노조권력을 둘러싼 경쟁수준으로 후퇴한 현장조직을 단위노조를 넘어서 전체 금속운동의 주체로 다시 서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자동차노조를 만들려고 한다면 우선 현장조직들은 단사조직이 아니라 자동차업종 차원의 조직으로 자신을 재편해야 한다. 먼저 자신들이 기업을 넘어서 조직되고, 이를 통해서 모비스관련 투쟁, 사내하청비정규직을 동등한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이런 투쟁을 통해서 비로소 자동차 단일노조는 가능한 것이다.

 과거의 예를 들면 민주노조를 만들 때 우선 현장활동가들이 민주노조 건설추진위와 같은 것을 만들어다. 그리고 이 민추위가 투쟁을 통해서 결국은 어용노조를 뒤집거나 혹은 민주노조를 건설했다.

 따라서 자동차노조를 제기하는 합리적 핵심은 그나마 아직 조직력이 살아있는 자동차 노조의 현장조직을 단사를 뛰어넘어 자동차산업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핵심주체로 조직하는 것이다. 말로는 계급운동을 주장하면서 행동은 기업수준의 조직활동을 전개하는 모순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본다”

 이런 얘기처럼 자동차대공장의 운동의 지형을 바꾸고자 하는데 정작 사람들은 ‘조직형태논쟁’의 문제로 생각하는 꼴이다. 자동차노조의 제기는 운동지형변화를 위한 매개일 뿐 그것이 목적이 아니다. 현장활동가와 현장조직을 기업에서 산업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매개로서 자동차노조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조직형태논쟁이 아니라 그것을 논의해야 한다. 


 물론 자동차노조를 추진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 금속노조의 반발이 뻔하다. 또한 연맹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업종소산별론, 산별반대론’으로 몰아붙이면서 선거전략으로 활용할 것이다. 정상적인 논의는 불가능하다. 이런 지형에서 주장할 것은 뻔하다. ‘별신숭배’를 그대로 반복하는 “내년에 한날한시에 산별로 가자”는 따위의 주장이거나 혹은 아무런 대책 없이 지지부진하게 가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자동차노조의 활동가들이나 노조집행부의 상태를 볼 때에도 그나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비정규직 직가입은 말로만 외치고 있다. 기아에서는 공식적인 방침으로 내보이지도 못하고 있다. 자동차 노조든 아니면 자동차업종의 공동투쟁이든, 그것을 조직할 전망과 실력을 갖춘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장의 힘도 어떤 비젼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단사 내에서 집행부와 치고받기에 정신없는 여러 현장조직의 하나일 뿐이다.


보론 3. 사회적 합의주의를 둘러싼 논쟁에 대하여


 단순하게 말하자.  “사회적 합의주의”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적 교섭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주의와 사회적 교섭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교섭(기업별교섭과 산별,업종별교섭이 아닌 총연맹의 교섭)은 이미 해 왔다. 좌파가 잡든 우파가 잡든 이미 교섭을 한 두번 한 게 아니다. 그래서 사회적 교섭은 하나의 전술영역이다. 발전파업이나 공공부문의 투쟁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하는 것도 이런 교섭의 일종이다.

 물론 사회적 교섭전술을 둘러싼 논쟁은 필요하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어떤 목적 하에 어떤 조건으로 교섭전술을 펼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가하면 운동이 끝장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한 그것을 막는다고 해서 운동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 일각에서 관련 투쟁조직을 만들고 대응하지만 그런 조직의 실효성도 믿지 않는다. 기껏해야 그것을 가지고 반국민파 전선을 만들고, 또 후에는 각자 나름의 조직적 목적에 따라서 이리저리 가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운동의 우경화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핵심은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문제보다 대공장의 우경화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골리앗 전사였던 현대중공업이 어떻게 변했는가? 그런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현중의 활동가들은 투쟁을 졸라 외치지만 결국은 오늘날의 상태가 되었다. 이런 노조들의 증가에 따라서 민주노총은 영향 받는다. 최근 IT노조가 생겼다. 민주노총의 상당수 산별연맹의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가?

 지금의 지형은 이수호 집행부가 잘해서 지도부가된 것이 아니다. 정규직 대공장운동이 날로 우경화 되고 있으며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지형이다. 아무리 투쟁을 주장한들, 우경화에 따라서 좌파의 활동기반은 약화되고 있다.

 98년의 정리해고 합의와 그에 대한 대응국면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바로 이점이다. 즉, 금속만 보더라도 당시에는 현장파라 할 수 있는 현장조직들이 현대정공(동지회-안현호), 현대차(민투위-김광식), 기아차(평등회-고종환), 한라중공업(현장투) 등 다가오는 위기에 맞서는 투쟁의 기류를 반영하여 당선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국민파의 정리해고합의에 맞선 내부투쟁을 통해 지도부사퇴를 이끌어내고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강화하는 축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구조조정투쟁의 패퇴와 함께 노동조합운동은 구조적으로 퇴행하고 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경화 흐름에 대한 투쟁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98년의 상황처럼 과연 그런 방식의 민주노총지도부에 대한 대응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2003년 열사정국에서도 어쨌는가? 기아의 현장조직은 파업을 주장했으나 정작 기아에서는 파업이 부결되었다. 그것을 단순히 집행부의 탓으로 돌릴 순 있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뀌고 전투적 현장조직이 집행부를 장악했을 때, 상황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바로 이런 경우가 현대차 민투위 집행부의 7.5총파업 불발 사건이다.) 


 과거의 국고보조금 논쟁을 되돌이켜 보자.

 국고보조금을 받으면 완전히 운동이 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좌우를 막론하고 전국에서 사무실을 보조 받아서 쓴다. 그때 반대했던 사람들은 그럼 뭔가? 국보보조금을 받아서 운동이 망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망해있기에 재정자립을 위한 대안이 없이 정부 돈을 받는 쪽으로 쏠린다. 국고보조금 논쟁이 본질이 아니라, 왜 운동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풀은 다시 돋아 난다”

 마치 풀을 자르는 문제에 운동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보았자 풀은 다시 돋아 날 것이다.

 

보론 4. 2004 임단협에 대한 평가와 현장조직에 대한 제언


 2004년 임단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나는 관성적 투쟁이었는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투쟁이었는가? 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이점에서 수많은 현장조직들의 이 치유할 수 없는 관성과 무기력을 발견한다. 도대체 어떤 새로운 문제를 이슈로 제기했는가? 관성적 임단협이 아닌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기울였는가?

 마찬가지로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묻는다.

과연 낡은 운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있는가?

 비정규직에 대한 투쟁이 어쩌구 저쩌구, 졸라게 떠들지 말라. 대공장활동가들도 올해 임단협에서 특별성과급으로 얼마나 받았는가? 7-8 백만원 이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을 당신들이 일한 당연한 댓가라고 생각하지만 말라. 수많은 비정규직과 영세하청 노동자들을 수탈한 자본은 그 지불능력으로 당신들에게 돈으로 잔치를 하고 있다.

 현장활동가라고 한다면 그 중의 10%로만이라도 모아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기금으로 내보라. 800만원을 받아서 80만원씩만 내면 조직원이 200명만 된다고 해도 1억6천만원이다. 그 돈으로 비정규직 노조하나가 아니라 1년간 지방의 비정규직 센타를 운영할 수 있다.    

 말로 투쟁을 외치고, 개량을 비판하고....... 그 잣대로 자신을 비춰보라. 그 거울 앞에 비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어떤가 !

 차마 부끄러울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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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현장의 힘 중앙위 수련회 토론자료2

 <기아 현장의 힘 중앙위 수련회 토론 자료 - #2>


기금 논쟁을 통해 본 노동운동 노선과 현장 활동가의 임무

 

패널토론 참석을 요청받고 주제에 대해서 들었을 때 주제가 상당한 정도라고 생각했다. 물론 각각의 주제들은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역시 인정한다. 주제의 범위가 넓어서 발제문에 담지 못한 얘기는 어쩔 수 없이 구두로 대체하는 것으로 하겠다. 일단 가장 중요한 쟁점인 사회적 합의주의가 무엇이고, 사회적 합의주의가 어떤 형태로 남한에서 구체화되고 있는지, 그리고 단지 노사정위 복귀(혹은 새로운 노사정위 구성)만의 문제가 아닌 지를 밝히고 우리가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그리고 계급적 관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주장하고자 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쟁점을 만들기 위해서 조건준 금속연맹 정책국장의 노동사회 8월호 기고글을 참고했다. 이 글은 소위 좌파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회공헌기금 비판에 대한 반비판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주요하게 참고했다는 점을 밝힌다. 뒤에 참고자료로 상반기 투쟁에 대한 평가를 실었다.


8월 31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사회적 교섭 틀, 즉 새로운 노사정위원회 참가 결정을 내년 정기대의원 대회로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당장 9월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상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더욱 많아졌다. 그런 만큼 더욱 치열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회협약과 사회적 교섭기구인 노사정위의 역할을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주로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한 자본의 전략으로 시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한에서조차 정부와 자본의 '사회적 합의' 공세가 가장 심한 때는 모두 남한 자본의 축적 위기 때이다. 93년 경제회생을 위한 고통분담 요구나 96년 노개위가 하고자 했던 정리해고 도입 기도나, IMF 시기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나 모두 경제위기 시기다. 문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동자계급의 고통전담이 필요하며, 그것도 반발 없이 기꺼이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위기가 사회위기로 노동자투쟁이 체제반대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로부터 고통 받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억제되거나 산발적으로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민중이 경제가 살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해야 한다. 사회협약과 노사정위원회는 그것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자본가의 신문인 매일경제신문의 「사회적 합의 성사하려면」에서 "IMF 위기 극복에 노사정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IMF도 인정하였다. 따라서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를 느끼는 국민에게 노사정위원회의 개편 논의는 희망의 메세지이기도 하다"며 "노사정위원회의 개편 논의의 중점은 위원회를 강화할 것인지, 약화시킬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양극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이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독립성 보장, 의제확대, 합의 사항 이행은 노사정위원회에 참가에 대한 유인책 정도에 불가하다. 적들이 원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부, 자본, 시민단체 모두 경제 살리기가 일차적인 과제로 되어 있는 이상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의 역할은 분명하다. 노동자 희생을 전제하지 않는 경제위기 극복은 없다.

04년 경제전망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은 신문을 통해서 알기 전에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끝까지 경제회복을 장담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마저 1년 이내에 내수 회복이 어렵다고 시인했다. 사상 최대의 수출증가와 부동산 경기에 힘입어 겨우 성장하던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04년 하반기 남한 경제는 '고유가, 물가상승, 원자재가격 상승, 장기화되는 내수침체, 수출둔화, 채산성 악화로 인한 경쟁력 하락' 등 6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8일 재경부와 한국은행, 국내외 민/관연구소 등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4/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4% 안팎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하반기가 아니라 내년 이후다.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4.5%에서 내년 3.5%로 영국은 3.1%에서 2.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회복기에 있다는 일본 경제마저 1분기 6.5%에서 2분기 1.7%로 급락하고 있다. 세계경제 경기의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긴축기조도 남한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고유가나 원자재가 값 상승 등 대외변수에 대한 통제능력이 없다. 오직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을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삼고자 한다. 이미 정부와 자본은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이하 로드맵)'을 통해 자본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해고는 더욱 쉽게, 고용은 더욱 유연하게, 파업은 더욱 어렵게"로 요약할 수 있는 로드맵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로드맵과 별도로 생존권을 압살하고 있다.    


우리는 현 시기 정부와 자본이 '사회적 교섭', 혹은 '사회적 교섭기구'의 틀로 민주노총을 포섭하려고 하는 것은 첫째, 노동유연성 제고하고 둘째,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는 미명하에 대기업임금의 하향평준화 셋째, 노동조합을 체제내화시켜 심화되어 가는 세계경쟁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교섭기구가 없다고 해서 정부의 경제살리기와 노동자 죽이기가 시도되지 것은 아니다. 분명 지속적으로 민주노총을 포섭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한편으론 사회적 교섭기구와 무관하게 온갖 형태의 경제살리기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경제 침체 지속과 정부의 경제살리기

 

몇 차례에 걸쳐 전망치를 수정하면서도 경기침체를 부인하는데 근거가 되었던 각종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연초만 해도 상반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 이후부터 내수경기가 진작되면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경기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상 유래 없는 고유가와 내수경기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에 물가상승 경향)의 징후마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경기침체도 아니며 스태그플레이션은 없다며 위기론을 조장해 '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세력의 음모라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노무현 정부는 내수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서서히 입장 선회를 하고 있다. 그나마 말로는 '개혁'과 경제 살리기를 병행할 수 있다던 입장에 경제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완전한 선회를 하고 있다. 자고로 자본주의 역사에서 경기부양책은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노동자들이 자본의 회사 살리기 운동에 포섭되면 목숨만 빼놓고 간, 쓸개 다 내놓듯이 정부의 경제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에 동의하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단기 경기부양책은 후유증은 말할 것 없고 경기부양에 걸림돌이 되는 노동/환경/인권 등의 후퇴를 가져온다.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의 후유증이 이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경험을 상기해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규제개혁특위의 '불합리한 기존 규제 발굴 및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검토 중인 기업규제 완화 15개항 중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로 제한한 현 노동관계법 규정의 철폐", "기업의 해외이전을 줄이기 위해 산업폐기물 해양배출 기준을 개정하고 수도권 대기환경 규제"도 재검토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의 자본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 재정적자 확대, 감세 등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고유가, 국제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물가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물가불안을 부채질 해 스태그플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알듯이 이것은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삭감을 의미한다. 재정확대 역시 노동자들의 혈세로만 가능하다. 왜냐면 정부방침으로 정해진 중소기업 쿠폰제 세액공제,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에 공연산업 포함, 수도권 과밀억제권내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시설투자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항만 하역장비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자본에 대한 감세정책이 수십건이 넘기 때문이다. 이미 법인세를 두 차례나 내렸던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남한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노리는 핵심 사안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일명 로드맵)'과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래 계획에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을 내년 국회로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업 대상업무를 26개 업종에서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확대를 골자로 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악법 중에 악법이 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일본도 26개 업종으로 시작하여 점차 파견업종이 확대되었고 작년에 전 업종으로 파견업종이 확대되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화는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발전을 침몰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왜냐면 첫째, 모든 업종으로의 확대는 불법파견을 중요한 투쟁 고리로 상정하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가로막는다. 둘째, 모든 업종으로의 확대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더욱 쉽게 만든다. 이석행 사무총장의 말마따나 "근로자파견을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간접고용을 늘리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겠다는 의미이다" 셋째, 비정규직의 확대를 용인할수록 정규직의 생존권도 위협받는다는 것을 04년 임단투 통해 경험하지 않았던가. 03년부터 진행한 '대기업이기주의', '노동귀족' 이데올로기 공세는 대공장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간의 분열을 극대화시켰고 대부분의 파업투쟁이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노무현정부의 대공장노조 죽이기

 

정부와 자본의 경제살리기의 또 다른 방안은 대기업노동자 죽이기다. 03년부터 시작한 '귀족노동자'이데올로기 공세는 이데올로기 수준을 넘어 물질적 힘으로 압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고졸 생산직 노동자가 연봉 6천만 원 공세가 04년도 지하철 파업에 대해서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 공세가 아니라 대놓고 임금 명세표를 까는 것으로 대치되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지하철 타는 노동자들은 지배계급의 의도를 간파하기보다는 즉자적인 분노를 터뜨렸다. 대기업 파업은 임금인상투쟁이 아니라 고용안정 쟁취투쟁이라 해도 사회적 고립, 노동계급 내부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자본의 장기적인 이데올로기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먹혔음을 의미한다.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 특히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경직성이 해소되어야 하고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대공장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은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수탈한 것에 기인한다며 납품단가 인상, 어음결제 대신 현금 결제 등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중소사업장노동자와 비정규직의 친구인 것 마냥 행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자본의 대기업노동자 죽이기는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들과 비정규직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면서 진행하고 있다. 이 점이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본이 '고임금론', '귀족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공세로 대승을 거뒀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자본의 '귀족노동자' 공세에 맞서기 위해, 즉 사회적 고립/노동자 내부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승리하기 위한 전략/전술이 연대기금 정책, 혹은 사회공헌기금, 노동연대기금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생색내기 비정규직 별도요구안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민주노총 주류에서 제기하듯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이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해법인지 04년 투쟁 과정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


하반기 정세는 상반기 패배 위에서 시작하고 있는 만큼 더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또 경제침체의 장기화로 자본의 공세가 심해질 것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침체에 따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곡은 정부와 자본에 대한 반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불만을 어떻게 노동자투쟁으로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여기에 성공한다면 우리의 승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위기에 처해 있는 경제만큼 위기에 처해있는 민주노조운동이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사회적 교섭', '사회적 교섭기구'에의 참가가 대안일까?

 

'사회적 교섭', '사회적 교섭기구'에의 참가를 주장하는 동지들조차 남한 물적 토대가 취약해 '사회적 합의'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적 토대가 있는 서구 사민주의 정부조차 치열해진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복지국가를 깨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교섭', '사회적 교섭기구'에 연연하는 것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 경제의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뒤덮고 있는 등 노동운동을 둘러싼 상황은 매우 어두운 실정이다. 더욱이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조직노동자들의 계급대표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정권과 여론으로부터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양극화 현상에 대한 책임을 공격받는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 노사정위 탈퇴 이후 투쟁을 통한 대정부 직접교섭 쟁취를 목표로 투쟁을 배치했으나 몇몇 개별사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대정부 교섭 확보에 실패하여 투쟁을 통한 돌파 전술에 한계를 드러냈다.

  

▶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와 노동조합운동이 당면한 과제 해결,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하나의 대응방안으로 사회적 교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식 입장을 보면 앞서 물적 토대가 없다는 것, 또는 '사회적 교섭'을 전술적으로 활용한다는 활용론은 무색해 진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조합운동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노사정위원회든 아니면 '(가칭)경제사회협의회'든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의 안건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살리기가 주된 과제고 여기에 곁다리로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사회적 의제가 포함될 것이다. 이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에서 만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과 마찬가지로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두 번째에 관한 것이다. 노사정위 참가를 주장하는 대다수의 동지들과 불참을 주장하는 동지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대정부 투쟁에서의 패배감으로 인해 무엇 하나 할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는 사실이다. 참가해도 문제 그렇다고 불참해도 대안이 없다는 동지들의 양비론적 생각은 패배의식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의 파업 통계는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파업 건수는 90년대보다 훨씬 많다. 문제는 이러한 파업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03년 주 5일제 투쟁이나 04년 주 5일제 투쟁을 평가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당장 04년 8월까지 413건의 파업이 있었다. 파업투쟁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쟁을 집중시키지 못해서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민주노총/연맹/지역본부, 특히 대공장노조의 관료화, 무능력이 문제이지 조합원들의 투쟁의지 약화나 사회적 의제가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연대기금, 노동연대기금이 대안일까?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차별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방안과 함께 제기된 것이 연대기금이다.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기금은 금속연맹이나 보건의료노조같이 교섭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노사정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안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연대기금을 산별로 적립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적 고립/노동자계급 내부의 고립으로 벗어나 승리하는 투쟁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민주노총/연맹, 완성차 4사는 크게 연대기금과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을 제출했다. 각종 기금은 정부와 자본의 '고임금론', '귀족노동자' 이데올로기 공세를 벗어나기 위한 전술적 고려에서부터 이수호 위원장처럼 "현 단계 한국노동운동은 확대되는 임금격차, 임금소득 불평등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적극적, 구체적, 실천적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리면 계급적, 사회적 연대의 기반을 상실할 것이고, 노동자계급 내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을 면키 어려울 것이며, 노동운동의 진보성과 도덕성도 상실할 것"이라는 전략적 선택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연대기금정책은 민주노동운동이 전략적 노선으로 선택한 것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 04년 정규직조합원 임금(인상분) 중 일정액(비율)을 연대기금으로 적립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산별단위에서 결정

▶ 조합원 기금을 산업별(또는 업종별) 단위로 적립

▶ 조합원이 적립한 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업에 요구

▶ 기금은 비정규직에 대한 복지기금, 직업훈련, 조합원의 고용안정기금 등으로 사용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산별단위에서 결정

▶ 기금은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총연맹에서 운영에 관한 방안마련을 골자로 기금방침을 확정했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대기업의 임금인상자제로 생긴 이익금을 하도급업체나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사용한다고 약속하면, 또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현재의 노동자들의 고용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 준다면 나라도 나서서 임금인상자제를 설득하겠다"(매일경제신문 인터뷰)고 했다. 이 정도면 민주노총의 연대기금정책이 정부와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자본의 고임금론 이데올로기에 굴복한 것이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인상억제 제안 등 정부와 자본의 제안과 하등의 다를 봐가 없다. 만약 민주노총이 정부와 총자본과의 투쟁과 교섭에서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노동운동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사례를 보자. 올해 4월 29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혹은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던 금호타이어에서는 정규직노조의 임단협이 진행되자 회사는 4월 29일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을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자제로 해소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금호타이어 정규직 집행부에서 이 논리를 수용했다면 현재의 정규직 노조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다행히 금호타이어 정규직 집행부는 전면전을 택했다. 불법파견으로 회사가 그동안 초과 착취한 것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으며, 정규직 노조는 기본급 7%인상과 상여금 50%인상을 이루어냈다.(기본급 인상폭은 기대치보다 낮다) 뿐만 아니라 54명을 추가로 직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 성과를 냈다. 실제로 민주노총의 위원장은 아무렇지 않게 신문에서 인터뷰하는지는 몰라도 그 대가를 현장에서는 어떻게 치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해버렸다. 이런 점에서 산별교섭 10조 2항만이 문제가 아니라 임금협약도 문제다. 주 5일제 시행하는 병원은 임금 2%로 그렇지 않은 의원은 5%인상을 합의했다. 이는 금호타이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올 초 주 5일제 도입에 합의했기 때문에 3.5%의 임금인상효과가 있다며 노조의 임금인상요구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총연맹도 주5일제 협상으로 임금인상률이 낮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5일제 투쟁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수년간 지속된 주5일제 투쟁은 진지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임금보전을 해결했다는 식의 평가나 패배했다고 한마디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주5일제보다 더 중요했던 사회적 의제가 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패배했는가를 진지하게 평가해야 한다. 사회적 의제화에 성공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사회적 의제를 어떤 힘으로 관철해갈 것인가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완성차 4사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완성차 4사는 그나마 다행히도 노사간 동일액을 출연하는 것은 '대공장 고임금론'과 '임금동결론'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논란 때문에 '순이익 5%'를 출연하라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를 요구했다. '사회공헌기금'을 주도한 조건준 정책국장은 「'기금요구', 독인가 약인가-2004년 완성차노조 임단투 평가-」(노동사회 8월호)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를 좀 살펴보자.


'순이익 5%'라는 점, 재계로부터 강력한 반대의사가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연대기금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운동 진영 내부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비판하고 있다. 아니 반비판을 넘어 완성차 4사 노조에 "완성차 노조들은 기금조성에 노사가 동일액을 출연하는데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방침과 금속연맹의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연대기금안이 이런 방식이었다. 이러한 거부감에 대해서도 냉정히 고민해야 한다"며 정중한 조언까지 하고 있다. 예를 든 '군량미 나누기'로 유추하자면 완성차노조들도 민주노총과 금속연맹같은 연대기금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회공헌기금(혹은 연대기금)이 비정규직을 위하여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다며 일축하고 오히려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임금양보의 빌미'라고 보고 자본진영에서는 '대공장 자기 주머니 챙기기, 즉 임금인상의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발견한다고 했다. 이어 "기금 문제에서 임금인상 여부를 중심에 놓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대공장의 임금인상에 집착하는 '경제적 실리주의', 혹은 '조합주의'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기금요구는 ...... 개별노사간의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는 달리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통한 수탈에 대해 산업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의 3단계-대리교섭 단계-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조직화에 새로운 접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극찬한다.


더 나아가 "'경제(산업 또는 기업)가 살아야 국민(노동자)이 산다'는 익숙한 문구는 사용자들이 늘 주장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구조조정을 경험한 노동자들에게는 단순한 '이데올로기 조작'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로 인해 매우 깊이 각인되어 있다."며 "노동자야말로 산업발전, 경제발전이라는 화두를 자신들의 이슈로 뺏아 와야 한다. ............산업발전을 추구하는 자본의 목적이 이윤이라면 노동자의 목적은 고용과 복지다"라고 강력하게 설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국장은 "이제는 단기적 이익을 넘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기업의 임단협이라는 시야를 넘어서 산업과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제시로 나가야 한다. ......... 산업적, 사회적 이슈로 기금요구를 제안한 것은 분명 기업 내의 담합적 노사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고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조국장의 주장이 기금요구안은 남한 노동운동이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갈 핵심방향이라고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단협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더 나아가 비정규직조직화의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것, 노동자의 산업 개입을 통한 산업발전을 통해 노동자의 고용과 복지를 확대하자는 원대한 계획에 동의가 되기는커녕 과거 개량주의자들/서구 사민주의 우파의 주장으로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실제 조국장이 글에서 제기하는 것의 대부분은 노동운동의 노선, 전략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장문의 반박을 할 시간은 없지만 간략하게나마 순서대로 반박하고자 한다.


먼저, 순이익 5%와 재계의 반대의사가 심했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다. 요구안도 관철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필자는 민주노총의 연대기금 정책이 더 맞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순이익 5%요구가 나오기 전부터 과도한 요구이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대공장노동자들의 양보를 내거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 수도 없이 나왔다. 나는 순이익 5%가 그나마 낫다고 평가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요구안과 같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정규직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고 이는 정부와 자본의 요구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나는 사회공헌기금(연대기금은 노동자의 갹출을 명시했기 때문에 여지없이 임금 양보다)이 임금억제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첫째, 사회적 고립, 노동자 내부의 고립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될수록 임단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자-기아 차노조가 사상 최대의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낮은 임금인상 타결은 사회공헌기금과 연동되어 있다. 셋째, 00년 이래 최저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다. 비록 경기침체 속 일부 업종호황이라고 하나 호황 업종조차 사회적 압박에 의해 임금인상억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자노조와 기아노조가 추구한 '짧고 굵게'라는 투쟁 전술 기조는 사회공헌기금을 내세운 이유와 동일한 이유에서이다. 사회적 고립을 회피하기 위해 투쟁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그러니 최대 흑자에 걸 맞는 최대 임금인상효과를 가져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국장이 주장하는 아이러니는 전혀 아이러니하지 않다. 조국장이 주장하는 아이러니 즉, 동일한 것을 놓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서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아이러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계급간의 쟁점은 순수한 논리상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교섭하고 투쟁을 하는 계급투쟁의 공간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다른 시각, 즉 계급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진실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 올해 총자본은 대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자체를 문제시했다. 궤도 노동자들이 불법파업, 이기적인 파업이라는 뭇매를 맞고 수정안을 제출하자, 자본은 그 다음날 바로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를 내거는 파업을 했다는 것이 노조의 수정안으로 증명되었다고 공격했다. 만약 대공장 노동자들이 불우이웃을 돕자고 파업을 해도 파업은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조국장은 마치 노사가 공동의 인식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사회공헌기금에 대해서 임금을 둘러싼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은 남한의 계급투쟁의 현실을 빗겨서 보는 왜곡에 불과하다.     


재계가 사회공헌기금을 '대공장 주머니 챙기기'로 묘사한 것도 대공장 주머니를 계속 챙기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렇게 나아가면 올해 투쟁국면에서 재계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격한 것임을 정확히 봐야 한다. 이미 순이익 5%에서 양보했으며, 사회적 압박에 민감한 상태가 되었다. 과거 98년 현중이 환차익으로 사상 최대 흑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임금동결한 이유가 사회 분위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용인 것이 핵심이유이지만 말이다.


임금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공장의 '경제적 실리주의 혹은 조합주의'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만약 현자-기아차노조가 '짧고 굵게'라는 전술기조 아래 조기 타결하지 않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면 지하철노조가 4천만 원 연봉이라는 공격에 그렇게 쉽게 무너졌을까?


셋째, "기금조성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전부가 아니며 부분적 노력일 뿐이며 진정으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하여 대공장 노조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별도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금요구는 ...... 개별노사간의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는 달리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통한 수탈에 대해 산업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의 3단계-대리교섭 단계-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조직화에 새로운 접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정말 강화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노동운동의 심각한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장에서부터 차분히 조직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며칠 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일어섰다. 이제 그 결실을 맺기 위해서 더욱 단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조직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아주 미흡하지만 성과들을 내고 더 강화해야 할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는 충분히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 비정규직 문제를 투쟁으로 이슈화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런 활동들이 강화되어야 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이는 뒤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조국장은 별도로 논의하자며, 방안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다만 노력이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유추 해석해 본건데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로 한 최고 정책 방안은 연대임금정책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연대임금정책 말이다. 자본의 수익성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 대한 연대임금정책이다.


다른 동지들이 그런 정책이 가능한가라고 의문시 할지 모르지만 스웨덴의 임금정책이기도 했다. 이는 수익성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억제정책이지만 수익성 낮은 중소사업장 및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최적의 임금인상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대임금정책이 노동자 내부의 동질성을 가지도록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 자본가들이었다.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인상억제에 기반한 초과이윤을 지속적으로 초과 착취할 수 있었다. 71년 스웨덴 생산직 노동자총연맹(LO)는 이에 불만을 가진 대기업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임금노동자기금안을 만든다. 임금노동자기금안은 초과이윤에 대한 일정 비율의 이윤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노조가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것으로 몇 년이 지나면 노조가 주요 주주로 20여년이 지나면 최대 주주로 되도록 만든 것이다. 즉, 연대기금정책을 깨지 않고도 대기업노동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장악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사민주의 좌파의 정책이었던 임금노동자기금안은 패배했다. 그런데 이 패배로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조차 다른 폐해를 낳을 수 있으며 그 해결 방안을 노동자들의 집단소유로 풀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자본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따라서 집단소유를 위한 권력 장악투쟁을 제기하게 된다.

    

넷째, 노동자가 개입한 산업발전, 경제살리기의 목적이 고용과 복지라 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산업개입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경제 성장을 꾀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케인즈 더하기 비버리지' 경제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자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고용과 복지를 최우선하는 정책을 피면 필수록 노조는 체제내화 되어지며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화된다. 고용과 복지의 천국이었던 소위 서유럽의 사민주의는 몰락했다. 그들이 첨예화된 세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복지와 고용에 대한 공격을 수십 년 동안 자행해온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국은 '영국 병'을 고친다며, 독일은 '독일 병'을 고친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병'을 고친다면 신자유주의를 도입했다. 모든 국가에서 처음으로 한 일은 '노동 없는 복지'에 대한 공격이었다. '노동 없는 복지'에 대한 공격은 복지제도를 축소시켰으며 그 대안으로 일을 할 것을 강제했다. 복지 최선의 방안이 일자리를 갖는 것이라며 말이다. 다른 한편, 확대일로에 있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이유로 정규직의 권리를 하나씩 파괴했다. 마침내 정규직의 해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이 나라 정부가 원하는 네덜란드 모델을 예로 뒤에서 설명하겠다). 실제 이 나라 지배계급도 똑같은 이데올로기 공세를 피고 있다. 복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일자리라고.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처우개선을 위해선 정규직의 철밥그릇을 깨야만 한다고. 비정규직이 더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공세의 강도는 높아지고 민주노총의 딜레마도 커질 것이다. 최종 결정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 희생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고용에 목매면 맬수록 다른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경험한 사실이 있다. 고용보장을 위해 회사살리기 운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비참해진 경험도 가지고 있다. 고용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고통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제위기가 오면 대부분의 사업장에 이러한 문제에 부딪친다. 해결 방안은 두 가지다. 고용을 위해 양보하며 평생을 자본의 노예로 살 것인지, 아니며 노동자가 권력을 장악해 모든 기업, 산업, 경제에 대한 통제를 이룩할 것인지 둘 중 하나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임단투의 시야를 넘어 사회적 의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일면 동의하지만 위험한 요소가 있다. 먼저, 우리가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투쟁 일정에 올리지 않아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근기법 개악 없는 주5일제 투쟁,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 등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의제에 의한 투쟁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모든 투쟁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배신이었다. 배신의 결과는 현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장은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고 노조에 대한 신뢰도 상실했다. 조합원들은 수동화되었고 현장은 쑥대밭이 되었다. 일상적인 투쟁은 몇 몇 선진노동자들의 몫이고 대부분은 손을 놓았다. 이에 따라 현장조직력은 박살났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배계급이 경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서 발버둥치지만 현장조직력 강화를 위해 발버둥치는 지도부는 거의 없다. 임단투가 중요한 계급적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자본의 근기법 개악에 기초한 주 5일제 근무를 단협으로 방어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침에 단사는 발버둥친다. 그래도 이 어처구니없는 지침을 다같이 수행했다면 다른 그 어떤 사회적 의제보다 더 투쟁을 잘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계급적 요구, 계급투쟁이라는 용어 대신 사회적 의제, 사개투를 쓰는 것도 잘못이다. 계급적 요구는 임단투도 특정 시기, 사안에 따라서는 사회적 의제가 될 수 있고 계급적 투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는 임단투를 배제한 사개투 정도, 혹은 국회에서 다루는 법, 제도투쟁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사회적 의제, 사개투 노선을 중요시 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운동노선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적 의제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질서의 문제,

소위 자동차 노조가 대안인가?

 

기아 현장의 힘에서는 산별 문제와 자동차산업노조(?)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들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도 하고, 매우 생경한 주장이기도 하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노조를 주장하는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자동차노조를 주장하는 근거로는 현재의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소위 기업별 단위의 담합적 노사관계를 깨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이것은 산별만능론을 연상하게 한다. 산별이 되면 기업별 구조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는 조국장의 주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 본다.(물론 아직 조건준 국장이 어떤 주장을 하는 지 정확하게 확인한 바는 없다. 다만 자동차 노조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알고 있을 뿐이다) 조국장을 담합주의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길지만 정말 문제가 있지 때문에 인용하도록 하겠다. "당장의 노사관계 안정과 단기이익을 위한 기업의 행동과 단기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노동조합의 행동의 결합은 노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은 이와 같은 선택이 당장의 노사관계 안정을 얻고 잔업특근의 확대 등 자발적인 노동력 동원을 실현하는 방식인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은 생산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노동조합 또한 실리추구를 통해 단기이익을 얻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임금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의 비용절감 욕망은 강화된다. 그에 따라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기업이 싼 임금을 찾아 해외투자를 늘림으로써 정규직의 일자리를 압박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장기적 효과가 발생한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차별이 확대되면서 대공장 이기주의에 대한 지적이 늘어가고 결국은 노조의 고립을 가져올 것이다"고 주장한다. 물론 산업적,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 노조가 고민하고 투쟁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산업적, 사회적 의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계급적인 것은 아니다. 계급적인 것은 자본주의에서의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나 협조주의, 실리를 둘러싼 담합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마치 임금인상이 아닌 다른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임금인상투쟁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가? 지금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이유로 하여 대공장 노동자들의 양보를 주장하고 있는 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고임금 노동자라며 뭇매를 가하고 있는 자본과 투쟁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지, 자본가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하고 착취를 강화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선전하고 선동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역대 최고의 이윤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인상은 작년보다 적었는가? 앞서 말한 금호타이어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으니 이제 정규직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주장하는 자본의 논리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


다시 돌아오자. 담합적 노사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동차 노조를 만들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담합적 노사관계를 깰 수 있는 실질적인 투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과도한 성과급 중심의 임금구조, 야간노동의 문제, 노동강도의 문제,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들에 대해서 현장에서 쟁점을 만들어내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을 설정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장이전 반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투쟁의 방식이다. 문제는 자본의 해외공장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꼴이 지금의 방식이었다면, 단협으로 경영에 대한 보고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투쟁은 현재 고민되고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별 노조라서 대응을 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산별노조라 하더라도 힘이 없다면, 대응을 조직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례로 코오롱 노동자들은 신규투자를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64일간 전개했다. 물론 자본은 신규투자를 하는 대신 다른 것을 얻었다. 신규 투자하는 곳에는 소위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노동자들로 채우겠다는 것이었고, 신규 투자되는 5개 공정에 대해서는 비상시에도 가동한다는 성과를 자본이 얻어갔다. 현재의 국면에서 코오롱 노조는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 노조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합의했으며, 임금도 동결했다. 안타까운 투쟁이었다. 코오롱 노동자들을 공격한 수단 역시 고임금노동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현재의 계급투쟁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이다. 현재의 계급투쟁은 고용은 더욱 유연하게 하고, 이런 공격을 통해서 주요 조직력이 있는 노조를 더욱 더 협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 공업협회와 자동차 분과간의 7월 2일 합의는 심각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한 협약서 2절에는 "노사공동협의체는 각 사가 국내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동시에 세계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안정과 인적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고 적혀있다.


우리가 또 하나 살펴볼 문제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이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심각한 문제를 여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지부는 산별을 조건부 탈퇴했으며, 토론회도 개최했다. 동지들도 잘 알다시피 임금과 주5일제 등에 대해서는 산별협약을 뛰어넘는 단협이 있다면 이보다 산별협약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보건의료노조 산별 중앙은 아직도 산별 교섭 자체를 성사시킨 것이 중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병원지부는 산별협약은 최소의 것을 규정한 것으로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서울대병원지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협약의 해석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병원지부가 파업을 지속하자 자본은 산별교섭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지속한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건의료노조가 과거 미타결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했던 것에 반해서 서울대병원지부의 투쟁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노동단체나 민주노동당이 서울대병원 투쟁을 지원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이렇게 말했다. 산별은 지부를 통제하라고 했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이정우와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인 이한구가 극찬한 네덜란드 모델은 무엇인가?

 

1982년 11월 24일 노동조합연맹과 경영자단체연합을 각각 대표하는 콕크와 판 베인은 네덜란드 노동정책에 관한 중요한 협약을 체결했다. '모든 협약의 어머니'로까지 불리는 바세나르 협약은 합동의견, 비기독교 휴일의 인정, 소수인종 보호, 시간제근로자의 권리, 청년실업, 교육, 질병 휴직, 인금인상 억제 등 78개 분야의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지엽적 협상 결과까지 모두 망라했다.


바세나르협약이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바세나르협약은 네덜란드 노조가 투자와 고용의 활성화를 위한 지배전략으로 임금인상 억제를 다시 채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솟는 실업률에 자극받은 노조는 네덜란드 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으로 확신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기업들도 주 40시간 노동으로의 단축하는 협상에 대한 반대를 철회했다. 이것은 변화된 외부환경, 특히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변화와 고용우선 전략의 채택을 의미한다. 둘째, 바세나르협약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중앙집권적 단체협상에서 벗어나 분권화되었지만 고도의 상호협조가 가능한 체제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즉 중앙수준의 교섭에서 산별 혹은 부문별 차원의 교섭으로 전환한 것이다.

바세나르협약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82년 12월 12일 국회는 특별법인 ꡐ포괄법ꡑ을 승인했다. 이 법은 일자리 재분배와 근로시간단축을 촉진하기 위해 현존하는 협약들을 인정하고 물가에 따른 임금의 자동인상 규정을 유예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2/3에 해당하는 단체협약이 1년 이내에 갱신되었는데 대부분 유효기간이 2년이었다. 85년 생계비 보조에 관한 규정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10% 미만의 단체협약만이 물가연동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평균 실질임금은 9%로 하락했다. 기업의 순수입에서 노동비용의 비중은 82년 89%에서 85년 83.5%로 낮아졌다.

반면 정규직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산업부분의 노조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노조의 주된 관심사는 노동시간의 단축, 정규직 일자리와 야간노동 문제였다. 그러나 87-93년의 기간 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간노동시간은 0.3%밖에 줄지 않았다. 89년 임금협상에서 산업별노조는 4%의 임금인상을 주장했고, 이에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임금인상 억제정책의 종말과 70년대 노동자투쟁의 재발을 우려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해 노조는 임금인상 억제정책으로 되돌아갔다. 아니 더 나아가 '새로운 길- 94년 단체협상을 위한 의제'에 합의했다. 이는 기업에게 더 많은 노동유연성을 인정했고 노조는 경영자단체로부터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반대의사 철회를 얻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채택함에 따라 임금인상 억제를 추진할 수 있었고 대다수 노조들은 94-5년에 걸쳐 물가상승률 이하로 임금인상률을 억제하겠다는 임금협약에 합의했다. 바세나르협약의 결과 "84년부터 97년까지 13년 동안 생산단위당 노동비용이 프랑스는 30%, 독일은 40%이상 상승한 반면에 네덜란드는 1%하락"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96년 5월 체결한 '유연성과 안정성' 협약이다. 이 협약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해고금지법을 전면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노동자와 경영자 사이의 타협일 분만 아니라 노동조합 내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사이의 타협이기도 하다. 정규직노동자들의 법적 해고금지 요건을 완화하는(수습기간의 연장, 협상을 통한 정리해고 및 이에 대한 법적인 항소인정 등) 대신 임시직노동자들의 권리(2년 이상 임시근로 이후 계속근로 보장, 연금적립과 사회보장권리 인정 등)를 강화했다.        


바세나르 협약의 효과는 84년 12%였던 실업률을 96년 6.3%까지 하락하는데 기여함으로서 '고용의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고용의 기적'의 주된 내용은 시간제 근로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증가였다. 시간제근로와 탄력근로는 83년 이후 고용증가의 3/4을 차지한다. 94년에서 96년 상반기까지 창출된 30만개 일자리 가운데 50%가 임시직 근로, 40%는 시간제 근로, 10%가 정규직이었다.


바세나르 협약 이후 대부분의 협약들은 남한 정부와 자본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정규직의 임금인상억제나 노동유연성 제고, 정규직의 해고요건 완화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안 등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바세나르협약 이후 15년간 임금인상억제정책은 지속되었다. 우리는 바세나르협약은 없지만 노조가 고용우선정책에 따라 유연한 전술을 선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잘 알고 있다. 96-7년 이후 일반화된 양보교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조합주의적 대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대안을 만들기 위한 '권력쟁취' 투쟁을 해야만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와 자본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협약을 맺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정기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악법들도 무수히 많다. 정부의 경제부양책 조치로 고통당해야 하는 대다수의 노동자/민중이 도처에 널려 있다.

04년 상반기 투쟁이 패배했다고 해도 노무현 정부와 자본이 절대적인 안정을 구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복귀 이후 노무현 정부의 최대 과제는 말뿐인 '개혁'에서 침체된 경제 살리기로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고, 자본가들의 충실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 노동자 민중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대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무현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국회의석 과반수이상의 대성공을 이룬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신의 내용이 경제 침체에 대한 무능력과 개혁 후퇴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들의 의식은 어떻게 변할지 불투명하다. 대중들은 경제 침체에 대한 무능력한 대처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면서도 정부와 자본의 '귀족노조' 이데올로기에 절대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중의식의 혼란은 노동운동이 대안 세력이 되지 않고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동자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와 자본의 논리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04년 상반기 투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본이 '귀족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공세로 대승을 거뒀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1. 하반기 '비정규직 보호입법' 반대, 한일 FTA 반대, 파병 군인 철수 등을 가지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쳐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막아내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다. 전국 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에서 10월 10일 전국 집회에 이어 하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하루 총파업투쟁을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투쟁으로 격상시켜야 하며 더 나아가 전면적인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의 경제위기에 따른 파이 키우기 논리나 '귀족노조' 이데올로기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노동자들이 없다면 파괴적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현 시기 노무현 정부와 자본이 '귀족노조' 이데올로기를 통해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의식을 장악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에게 대공장노동자들이 아무리 어렵게 일한다고 강변해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더 많은 시간을 더 어려운 작업을 하는 그들에게 대공장노동자들의 어려움이라는 것이 이해될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우리의 세력으로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아니다.


우리는 사측의 이데올로기가 투쟁에 의해 쉽게 깨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았던 '회사 살리기' 이데올로기가 "노동자 살리기"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한 우리들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부와 회사의 이데올로기는 노동자투쟁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쉽게 깨질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대공장노조의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은 정부와 자본에 의해 거의 거부돼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결같이 비정규직 요구안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대공장노조가 고립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요구안을 제시한다고 세뇌시켜왔다. 이러한 세뇌가 대다수 비정규직한테 먹힌 이유는 실제 그러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혹은 비정규직 요구안이 정치적 요구라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더 열 받는 것은 고립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하는 대공장노조다.


만약 대공장노조, 혹은 연맹에서 비정규직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한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적과 아군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비정규직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하는 노동자들과 비정규직요구안을 거부해 교섭을 해태하는 사측과 탄압하는 정부를 보고 적과 아군을 구분 못할 바보는 없다.     

정부의 하반기 개악에 맞서 민주노동당은 근로기준법 중 개정법률안(근로형태를 차이로 근로조건의 차별적 대우 금지, 동일노동?동일임금, 근로계약 1년 초과 금지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중 개정법률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폐지안, 직업안정법 중 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민주노총은 투본 형태로 전환하고, 10월 17일 입법쟁취 집중결의대회 등을 상정하고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마련하기로 중앙위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총자본과 총노동이 사활을 건 투쟁을 해야 할 사안에 대해 총파업 조직화 아닌 다른 수단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입법 발의한 16명의 의원으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다. 오직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것 밖에 없다.


하반기 정세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막아내고 민주노동당의 입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할 수 있다면 두 번째 임무는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


2. 전노투 활동 강화로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위 담합 분쇄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3. 민주노조운동의 관료화 진전으로 나타나는 병폐를 일소하고 계급적?전투적 노동운동의 복원을 위한 현장 활동을 전개하자.



(참고) 상반기 투쟁에 대한 간략한 평가

 

상반기 투쟁이 마무리되었다. 6월 1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1차 총력투쟁, 6월 29일 완성차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2차 총력투쟁, 7월 21일 궤도 5사 공동파업을 중심으로 하는 3차 총력투쟁으로 나뉘어져 치러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구 쟁취의 측면이나 투쟁을 통한 자신감과 조직력의 회복의 측면에서 모두 패배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상반기 투쟁을 평가함에 있어서 주요 투쟁의 결과만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04년 상반기 투쟁은 전체 계급관계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이에 따라 향후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


04년 상반기 투쟁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노사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척도였다. 작년 철도 파업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하반기 열사 정국의 조성으로 인하여 노무현 정부 1년의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전반이 폭로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노무현 정부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포섭과 무력화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전술을 펼침으로서 남한 민주노조운동의 성격과 방향은 체제내적이고 노사협조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내려는 힘겨루기 양상이 04년 투쟁에서 충분히 예상되었다.


반면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를 비롯한 소위 국민파 지도부는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성격을 강화하고 취약한 조직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내부의 분화를 막고 조직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대중투쟁의 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법, 제도의 개혁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교섭전략이라는 이름의 토론회에서 이미 공론화된 문제였고, 완성 4사의 사회공헌기금 논의에서도 드러난 문제였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정 교섭의 주체로 설 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민주노조운동의 고립과 조직화 향상에 기여할 있다는 점을 강변했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적 교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총자본과의 파트너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정도 노동자 투쟁을 민주노총 지도부 혹은 산별 지도부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하고, 자본가들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소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도로만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이것이 04년 상반기 투쟁에서 어떤 폐해를 낳았는지는 이후 살펴볼 것이다.)


상반기 투쟁요구


민주노총은 상반기 투쟁에서 법정최저임금 13.1%인상과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최저임금협약 체결,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원?하청 임금격차 축소 타결 확산, 연대기금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요 요구로는 10.5(±2)% 임금인상,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쟁취와 인원충원이 있었다. 반면 경총은 임금동결과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임금교섭 지침을 회원사에 배포했으며, 대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이데올로기 공격을 강화했다. 정부의 경우도 공공부문의 주5일제 시행에 있어서는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과 인원충원 최소화 및 구조조정과의 연계(외주화를 통한 정규직 인원의 전환배치 및 축소), 임금인상과 관련해서는 3%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민주노총

(임단투 요구안)

경총

(회원사에 배포한 임단투 지침)

임금요구안

10.5(±2)%

대공장 임금동결,

중소사업장 3.8%인상

최저임금관련 

전체노동자임금 1/2수준으로 법정 최저임금 인상 및 산별 최저임금협약체결

 

임금체계관련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사회공헌기금의 조성을 통한 연대임금제의 교두보 마련 

임금피크제 도입, 정기승호승급 점진적 폐지, 정기 상여금 비중 축소, 성과급제 강화  

주5일제 관련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 반대, 인원충원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 생산성 향상, 인원충원 최소화

비정규직 관련

17개 사업장에서 별도요구안 제출

(완성차,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등)

정규직 노동자 양보를 전제 입장 표명

 

민주노총의 요구안의 내용 중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나 주5일제 등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의 교섭의 주체가 실제로 산업별 요구였고, 이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교섭단위를 구성하거나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된 곳에서는 산별교섭을 안착하는 것이 중요한 요구로 제기되었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과 보건의료노조의 중앙교섭뿐만 아니라 완성4사의 사회공헌기금의 조성요구는 사회적 교섭단위를 구성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금속노조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응과 금속노조 관련 사용자 단체의 구성에 대한 요구가 제1의 과제였으며, 보건의료노조 역시 산별교섭을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되었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은 연대기금의 구성의 주체를 산업별 단위로 설정함으로서 산별교섭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본바와 같이 04년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이든 자본가들이든 간에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요구들이었다. 따라서 요구안에 걸 맞는 투쟁의 전술이 제출되어야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반기 투쟁은 구체적인 집중전술조차 세워내지 못함으로 인하여 각개격파 당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하투(夏鬪) - 개악 근로기준법을 막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주5일제를 위한 인원충원 문제를 핵심적인 요구로 했던 보건의료노조와 궤도연대의 투쟁은 무려 한달열흘씩이나 차이 나는 일정으로 투쟁에 돌입했다. 물론 공공연맹 위원장의 공석과 서울지하철의 집행부 선거라는 조건이 작용한 것도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 시기집중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크다. 특히 주5일제와 관련해서는 작년 8월 근로기준법이 개악된 후 단협으로 근로기준법 개악을 막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총자본의 방침을 개별 단사 혹은 몇몇 단사의 공동투쟁으로 돌파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최소한 시기집중을 통해서 투쟁의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공부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산하기관을 통해서 주5일제 시행과 관련하여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관평가를 통해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으며 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경우 282개 사업장中 6월 29일 현재, 51.4%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했으며, 모두 월차 휴가 폐지, 연차휴가 조정, 생리휴가 무급화 등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수용했다. 이는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이든 아니든, 투쟁을 배치하거나 조직했던 경우를 막론하고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개악을 수용했다는 점이다. 6년간의 숙원사업이었던 노동시간 단축에서 완전히 패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장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원충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전의 경우도 450명 인원충원에 합의했으나 주5일제 시행에 따른 것에는 턱없니 부족하다. 기존의 TO부족분인 535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월 21일에 파업에 돌입한 궤도 연대의 파업의 핵심대오였던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가 아무런 합의도 없이 현장으로 복귀했고, 인천지하철과 부산지하철의 경우도 인원충원에 대해서 형편없는 합의에 도장을 찍었다. 인천지하철의 35명 충원은 이미 조정안으로 제시되었던 것으로 사측의 완승으로 끝나버렸다.


먼저 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도 10일간의 파업을 전개했지만 주5일제와 관련하여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수용과 임금 2% 인상(주5일제 미도입 사업장 5% 인상)에 합의함으로써 주5일제 도입으로 인한 자본이 주장하는 ꡐ인건비 증가 논리ꡑ를 그대로 수용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개악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월차 축소에 합의하고 이를 임금으로 보전하기로 했으며, 생리휴가 무급화와 관련한 임금보전은 현재 재직중인 자로 한정했다. 더군다나 산별합의서 10조 2항으로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지부 단체협약을 바꾸도록 하여 지부 단체교섭 결과가 산별협약보다 상위의 것으로 체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쟁점으로 남겨둔 채 잠정합의하였다. 서울대병원지부와 대구?경북 9개 병원지부의 해명과 이후 투쟁과제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노조 산별중앙은 산별교섭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거부하여 서울대병원지부는 보건의료노조를 조건부 탈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노총은 작년 8월 근로기준법이 개악된 후에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현장에서 단협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입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5일제와 관련한 총력투쟁을 배치하지 못했다. 결과는 심각하다. 1000인 이상 대기업(426곳)中  6월 29일 현재 20.2%인 86개사가 단협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주5일제를 시행하며, 이 중 73.2%인 63개사가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수용하게 되었으며, 7.0%인 6개사가 휴가 일수 축소, 결국 19.8%인 17개사만 종전 휴가 제도를 유지하게 되었다.(노동부 통계자료) 따라서 6년간 투쟁을 전개했던 주5일제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완패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공장 귀족노동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언제든지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현대?기아차 그룹도 올해 교섭과정에서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요구했고 언제든지 법 효력과 사회분위기를 이용하여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인하여 2000년 이후 최저의 임금인상을 기록하다. 


앞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듯이, 경총은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동결과 성과 위주의 임금선호를 분명히 했다.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어렵다는 것과 노동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은 배부른 돼지들의 행동으로 비추어지게 했다. 작년 현대자동차의 6천만원 귀족노동자의 논리가 대공장 지도부로 하여금 위축되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하여 사회공헌기금을 통해서 고립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귀족노동자의 공격에 대한 방어에 많은 역량을 할애해야 했다. 궤도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아예 궤도 노동자들의 임금명세서를 공개하고 교대 근무자의 출근횟수를 공개하여 마치 많이 쉬면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몰아붙였다. LG 정유노동자들의 파업이나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쟁발 결의에도 똑같은 논리를 들이밀었다. 국민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상황에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의 어려움을 바탕으로 허위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서 민주노조운동진영을 압박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04년 투쟁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동결과 삭감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분석은 어려우나 6월말 현재 2000년 이후 최저의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다.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인상률은 5.4%로 전년 동시대비 1.3%가 하락했다. 6월말을 기준으로 집계한 민주노총의 자료를 보더라도 타결임금인상률은 기본급 2.0%~6.7%(총액 5.1%~9.0%)로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본급 인상이 낮은 이유로 주5일제 도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6월말까지의 통계로 잡히지 않은 현대자동차의 경우나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작년보다 낮은 95.000원(작년 98.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자동차산업 자체가 유래가 없는 수출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리를 많이 획득한 것도 아니다. 04년 1월부터 7월까지 자동차산업의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9.4%나 증가한 129만 6천대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내수부진을 만회하고도 남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임금동결과 임금삭감을 받아들인 사업장의 경우는 300인 미만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이 84.7%(6월말 통계/노동부 자료)에 달하며, 이는 300인 미만 타결사업장의 20.4%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경기양극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노동자들이 양보교섭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반영한다. 전체적으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 중 임금동결이나 삭감이 이루어진 사업장은 20.7%에 달하며, 미조직 사업장 중 임금동결과 삭감에 동의한 사업장은 16.9%에 달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미조직 사업장에서 임금동력과 삭감이 많이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경기불안으로 인하여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들이 임금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하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총에서 그렇게 도입하고 싶어 하는 임금피크제를 정년을 59세로 1년 연장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여 금융노조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상무는 ꡒ임금동결을 통한 고용안정을 꾀하는 경향이 확산되면 산업계의 세대교체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ꡓ이라며 했다. 노동력 고령화에 따른 생산력 하락에 대한 공격을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은 뒷걸음질치면 칠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귀족 노동자 공세에 뒷걸음질치다.


이번 투쟁에서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가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복귀하거나 아예 양보교섭으로 막판에 타결한 사업장이 많다는 점이다. 궤도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LG정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정권과 자본은 무리한 노동자들의 요구라고 공격했으며, 이런 여론몰이는 집행부로 하여금 심각한 우회를 시도하게끔 만들었다. 이른바 사회공헌기금의 제기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파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사회공헌기금은 노동조합도 경제나 사회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산업발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공동의 연구를 진행하다거나 혹은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공세를 피해가려고 했지만 이는 통할 수 없었다. 또한 시민안전과 청년실업 해소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궤도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아무리 겉으로 공공성을 말하고 시민안전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남한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귀족노동자 이데올로기가 더욱 강하게 먹히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아무리 우회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지하철 집행부나 도철의 집행부가 아무리 수정안을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ꡐ파업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들이대는ꡑ 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권과 자본은 이번 기회에 완전하게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을 거세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공헌기금 정도의 것으로는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궤도노동자들의 파업의 경우에도 청년실업 해소라는 신규인원 충원요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명분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주5일제 도입과 관련하여 인원충원 없이 시행하게 되면 교대 근무자의 원활한 배치를

위해서 전환배치를 시도하고 주요업무가 아닌 역무는 외주화하겠다는 기본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현장 조합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청년실업해소를 슬로건으로 투쟁을 조직한 것은 오류이지 않을 수 없다. 도철의 경우 가장 어렵게 일하고 있는 기관사들의 요구, 즉 2인 승무를 중심으로 현장을 조직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하게 파업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연한 투쟁전술과 속전속결


올 투쟁에서 마지막으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직권중재였다. 이수호 위원장마저도 단식을 하게끔 했던 이 문제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6월 10일 파업에 돌입했던 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 등 필수인원을 파업으로 동참시키지 않았다. 직권중재에 회부되지 않기 위해서는 파업의 강도가 조절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고, 보건의료노조 파업에서 적십사 혈액원지부의 경우, 파업 하루 만에 혈액공급중단 등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복귀시키고, 6월 14일에는 서울대병원지부 등 주요 대학병원의 로비농성을 잠정 철수하는 등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궤도연대의 파업의 경우도 보건의료노조가 직권중재에 회부되지 않은 점을 들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한껏 조합원들에게 부풀려 놓았었다. 이로 인하여 실제로 직권중재가 떨어지고 사측이 교섭에 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교섭을 요청하는 등 교섭에 목을 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화섬연맹의 경우도 LG정유 공장점거파업을 느닷없이 공권력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산개 후 대학 집결이라는 전술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굵고 짧게'라는 슬로건으로 파업에 임했다. 6월 28일 6시간, 29일과 30일 전면파업, 7월 1일 주간 3시간/야간 4시간을 진행한 후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6월 29일 6시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2시간 파업, 5일과 6일 2시간 파업, 7월 7일 4시간 파업, 1차 잠정합의 부결 이후 7월 13일 4시간 파업 만에 임단투를 종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집행부 성향이 다르게 때문에 동일한 분석은 어렵지만 부르주아 일간지에서도 유래가 없었던 초단기 파업이었  다고 좋아했다. 실제로 생산차질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잠정합의안의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짧게 파업을 진행하고 마무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 73.6%라는 역대 최대치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주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에게 남아있는 파업에 대한 의미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매년 진행되는 교섭에서 올해 파업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끝난다는 나름대로의 전망을 가진다. 올해의 경우, 더 싸울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임금을 조금 더 올리느니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을 감안해서 짧게 끝내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대공장에서 얼마나 파업이 관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집행부의 ꡐ짧고 굵게ꡑ라는 슬로건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보도되고 이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경우, 사회적 고립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우회였다. 완성차에서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은 차별을 줄인 것이 아니라 차별을 오히려 확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은 동지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반기 투쟁평가로부터 얻어야 하는 교훈


03년 파업건수와 파업손실일수와 04년의 것을 비교하면 현재의 투쟁국면을 잘 알 수 있다. 노동연구원 배규식의 발표(2004년 상반기 노사관계 평가와 향후과제)에 따르면 노사분규건수는 50.2%상승(03년 275건→04년 413건)했으며, 분규참가자의 경우도 34.3%증가(125.505명→168.602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손실일수는 6.9%감소(1,074,393일→1,000,523일)했다. 2002년부터 주요 파업건수가 증가한 것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하여 사업장 수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으로 인하여 파업 참가자 수는 늘었다. 그러나 노동손실일수는 매우 작았다 택시가 1일간의 파업으로 끝났으며, 기아차나 현대차의 경우 유래 없이 짧은 투쟁기간으로 마무리되었다. 투쟁에 들어온 노동자들의 수가 많은 것은 노동자들이 더 이상 투쟁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짧게 투쟁이 마무리되거나 아무런 성과 없이 현장으로 복귀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전체전선의 설치에 성공하지 못해서다. 이는 앞에서 누누이 강조했다.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남겨야 하는가?


첫째, 주5일제 투쟁에서 보여주듯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사활을 건 총력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의 주 5일제 논의과정이 어떠했는가? 주5일제 도입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개악한다고 하면 개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주5일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주5일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공세적으로 주5일제 법안 쟁취를 위한 총파업은 번번이 조직되지 못했고 결국 투쟁동력이 소진된 작년 상반기 투쟁이 개악된 근로기준법이 통과를 앞두고 여의도 1박 2일간의 투쟁으로 마무리되었다. 노동법이나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공세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하반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파견업종의 모든 업종으로의 확대에 맞서서 우리가 어떤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게 만든다. 동지들, 한번 기억해보라. 당장 우리 사업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정리해고제가 도입되자 결국 그 자본가의 무기는 휘둘려졌다. 그 결과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로 다가오게 되고, 그로 인하여 양보교섭과 임금동결이 횡횡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된다. 전국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에 걸 맞는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둘째, 경제위기를 이유로 하여 자본가들의 공격이 한층 강화되고 있고, 자본가들의 입장이 많은 부분에서 관철되었다는 점이다. 임금인상률의 저하,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 임금피크제의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적용 등 전반적인 투쟁에서 우리는 패배했다. 패배 역시 끈질기게 저항하다가 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양보교섭으로, 그리고 맥없는 투쟁으로 나섰다가 무너짐으로 인하여 파업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당히 합의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거나 혹은 다른 사업장 봐라, 괜히 섣부르게 싸우다가 오히려 손해 본다는 식의 협조주의자들의 논리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주변 사업장의 패배가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이번 투쟁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파업이 장기간 진행되어 조합원이 임금손실을 보고 투쟁에 패배하느니 오히려 교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그래서 사회적 교섭기구도 만들어야 하고 교섭을 위해서 투쟁을 조절하기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대공장 파업의 관성화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ꡐ파업은 노동자의 학교ꡑ라고 했다. 언제나 이 말은 진실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이윤생산에 부속물이 아니라 당당하게 기계를 멈추고 자신의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에 간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파업이라는 노동자의 학교에서 단지 자신의 임금 몇 푼을 올리는 것만 배우게 할 것인가? 아니면 파업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계급의 힘을 느끼게 하고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배우게 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 투쟁의 요구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조업 03년도 경상이익률은 4.7%로 1974년 4.8%이래로 최대이며, 일본의 3.2%보다 높다. 반면 인건비 부담률로 보면 남한은 10.3%로 일본의 16.3%보다 훨씬 낮다. 더군다나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남한은 6.1%인데 반해 일본은 -1.4%이며, 미국은 1.6%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남한에서의 착취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7월 2일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10대 기업의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이 11억 1천만원에 이르며,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의 연봉 평균은 58억원으로 삼성전자 노동자 전체의 연봉평균보다 119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선진국의 경우에는 임원 개개인의 기본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데 한국은 전체임원의 보수합계만 밝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가는지 모른다고 했다. 더 이상 귀족노동자 논리에 뒷걸음 칠 필요도 없으며, 경제가 어렵다는 주장하는 자본가들의 논리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자본가들에게 너희들의 이윤을 줄이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투쟁에 대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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