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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논쟁을 통해 본 노동운동 노선과 현장 활동가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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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론 참석을 요청받고 주제에 대해서 들었을 때 주제가 상당한 정도라고 생각했다. 물론 각각의 주제들은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역시 인정한다. 주제의 범위가 넓어서 발제문에 담지 못한 얘기는 어쩔 수 없이 구두로 대체하는 것으로 하겠다. 일단 가장 중요한 쟁점인 사회적 합의주의가 무엇이고, 사회적 합의주의가 어떤 형태로 남한에서 구체화되고 있는지, 그리고 단지 노사정위 복귀(혹은 새로운 노사정위 구성)만의 문제가 아닌 지를 밝히고 우리가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그리고 계급적 관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주장하고자 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쟁점을 만들기 위해서 조건준 금속연맹 정책국장의 노동사회 8월호 기고글을 참고했다. 이 글은 소위 좌파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회공헌기금 비판에 대한 반비판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주요하게 참고했다는 점을 밝힌다. 뒤에 참고자료로 상반기 투쟁에 대한 평가를 실었다. |
8월 31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사회적 교섭 틀, 즉 새로운 노사정위원회 참가 결정을 내년 정기대의원 대회로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당장 9월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상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더욱 많아졌다. 그런 만큼 더욱 치열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회협약과 사회적 교섭기구인 노사정위의 역할을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주로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한 자본의 전략으로 시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한에서조차 정부와 자본의 '사회적 합의' 공세가 가장 심한 때는 모두 남한 자본의 축적 위기 때이다. 93년 경제회생을 위한 고통분담 요구나 96년 노개위가 하고자 했던 정리해고 도입 기도나, IMF 시기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나 모두 경제위기 시기다. 문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동자계급의 고통전담이 필요하며, 그것도 반발 없이 기꺼이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위기가 사회위기로 노동자투쟁이 체제반대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로부터 고통 받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억제되거나 산발적으로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민중이 경제가 살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해야 한다. 사회협약과 노사정위원회는 그것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자본가의 신문인 매일경제신문의 「사회적 합의 성사하려면」에서 "IMF 위기 극복에 노사정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IMF도 인정하였다. 따라서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를 느끼는 국민에게 노사정위원회의 개편 논의는 희망의 메세지이기도 하다"며 "노사정위원회의 개편 논의의 중점은 위원회를 강화할 것인지, 약화시킬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양극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이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독립성 보장, 의제확대, 합의 사항 이행은 노사정위원회에 참가에 대한 유인책 정도에 불가하다. 적들이 원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부, 자본, 시민단체 모두 경제 살리기가 일차적인 과제로 되어 있는 이상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의 역할은 분명하다. 노동자 희생을 전제하지 않는 경제위기 극복은 없다.
04년 경제전망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은 신문을 통해서 알기 전에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끝까지 경제회복을 장담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마저 1년 이내에 내수 회복이 어렵다고 시인했다. 사상 최대의 수출증가와 부동산 경기에 힘입어 겨우 성장하던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04년 하반기 남한 경제는 '고유가, 물가상승, 원자재가격 상승, 장기화되는 내수침체, 수출둔화, 채산성 악화로 인한 경쟁력 하락' 등 6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8일 재경부와 한국은행, 국내외 민/관연구소 등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4/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4% 안팎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하반기가 아니라 내년 이후다.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4.5%에서 내년 3.5%로 영국은 3.1%에서 2.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회복기에 있다는 일본 경제마저 1분기 6.5%에서 2분기 1.7%로 급락하고 있다. 세계경제 경기의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긴축기조도 남한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고유가나 원자재가 값 상승 등 대외변수에 대한 통제능력이 없다. 오직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을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삼고자 한다. 이미 정부와 자본은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이하 로드맵)'을 통해 자본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해고는 더욱 쉽게, 고용은 더욱 유연하게, 파업은 더욱 어렵게"로 요약할 수 있는 로드맵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로드맵과 별도로 생존권을 압살하고 있다.
우리는 현 시기 정부와 자본이 '사회적 교섭', 혹은 '사회적 교섭기구'의 틀로 민주노총을 포섭하려고 하는 것은 첫째, 노동유연성 제고하고 둘째,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는 미명하에 대기업임금의 하향평준화 셋째, 노동조합을 체제내화시켜 심화되어 가는 세계경쟁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교섭기구가 없다고 해서 정부의 경제살리기와 노동자 죽이기가 시도되지 것은 아니다. 분명 지속적으로 민주노총을 포섭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한편으론 사회적 교섭기구와 무관하게 온갖 형태의 경제살리기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경제 침체 지속과 정부의 경제살리기
몇 차례에 걸쳐 전망치를 수정하면서도 경기침체를 부인하는데 근거가 되었던 각종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연초만 해도 상반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 이후부터 내수경기가 진작되면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경기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상 유래 없는 고유가와 내수경기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에 물가상승 경향)의 징후마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경기침체도 아니며 스태그플레이션은 없다며 위기론을 조장해 '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세력의 음모라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노무현 정부는 내수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서서히 입장 선회를 하고 있다. 그나마 말로는 '개혁'과 경제 살리기를 병행할 수 있다던 입장에 경제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완전한 선회를 하고 있다. 자고로 자본주의 역사에서 경기부양책은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노동자들이 자본의 회사 살리기 운동에 포섭되면 목숨만 빼놓고 간, 쓸개 다 내놓듯이 정부의 경제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에 동의하면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단기 경기부양책은 후유증은 말할 것 없고 경기부양에 걸림돌이 되는 노동/환경/인권 등의 후퇴를 가져온다.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의 후유증이 이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경험을 상기해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규제개혁특위의 '불합리한 기존 규제 발굴 및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검토 중인 기업규제 완화 15개항 중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로 제한한 현 노동관계법 규정의 철폐", "기업의 해외이전을 줄이기 위해 산업폐기물 해양배출 기준을 개정하고 수도권 대기환경 규제"도 재검토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의 자본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 재정적자 확대, 감세 등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고유가, 국제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물가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물가불안을 부채질 해 스태그플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알듯이 이것은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삭감을 의미한다. 재정확대 역시 노동자들의 혈세로만 가능하다. 왜냐면 정부방침으로 정해진 중소기업 쿠폰제 세액공제,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에 공연산업 포함, 수도권 과밀억제권내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시설투자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항만 하역장비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자본에 대한 감세정책이 수십건이 넘기 때문이다. 이미 법인세를 두 차례나 내렸던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남한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노리는 핵심 사안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일명 로드맵)'과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래 계획에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을 내년 국회로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업 대상업무를 26개 업종에서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확대를 골자로 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악법 중에 악법이 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일본도 26개 업종으로 시작하여 점차 파견업종이 확대되었고 작년에 전 업종으로 파견업종이 확대되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화는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발전을 침몰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왜냐면 첫째, 모든 업종으로의 확대는 불법파견을 중요한 투쟁 고리로 상정하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가로막는다. 둘째, 모든 업종으로의 확대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더욱 쉽게 만든다. 이석행 사무총장의 말마따나 "근로자파견을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간접고용을 늘리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겠다는 의미이다" 셋째, 비정규직의 확대를 용인할수록 정규직의 생존권도 위협받는다는 것을 04년 임단투 통해 경험하지 않았던가. 03년부터 진행한 '대기업이기주의', '노동귀족' 이데올로기 공세는 대공장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간의 분열을 극대화시켰고 대부분의 파업투쟁이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노무현정부의 대공장노조 죽이기
정부와 자본의 경제살리기의 또 다른 방안은 대기업노동자 죽이기다. 03년부터 시작한 '귀족노동자'이데올로기 공세는 이데올로기 수준을 넘어 물질적 힘으로 압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고졸 생산직 노동자가 연봉 6천만 원 공세가 04년도 지하철 파업에 대해서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 공세가 아니라 대놓고 임금 명세표를 까는 것으로 대치되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지하철 타는 노동자들은 지배계급의 의도를 간파하기보다는 즉자적인 분노를 터뜨렸다. 대기업 파업은 임금인상투쟁이 아니라 고용안정 쟁취투쟁이라 해도 사회적 고립, 노동계급 내부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자본의 장기적인 이데올로기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먹혔음을 의미한다.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 특히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경직성이 해소되어야 하고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대공장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은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수탈한 것에 기인한다며 납품단가 인상, 어음결제 대신 현금 결제 등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중소사업장노동자와 비정규직의 친구인 것 마냥 행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자본의 대기업노동자 죽이기는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들과 비정규직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면서 진행하고 있다. 이 점이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본이 '고임금론', '귀족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공세로 대승을 거뒀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자본의 '귀족노동자' 공세에 맞서기 위해, 즉 사회적 고립/노동자 내부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승리하기 위한 전략/전술이 연대기금 정책, 혹은 사회공헌기금, 노동연대기금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생색내기 비정규직 별도요구안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민주노총 주류에서 제기하듯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이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해법인지 04년 투쟁 과정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
하반기 정세는 상반기 패배 위에서 시작하고 있는 만큼 더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또 경제침체의 장기화로 자본의 공세가 심해질 것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침체에 따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곡은 정부와 자본에 대한 반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불만을 어떻게 노동자투쟁으로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여기에 성공한다면 우리의 승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위기에 처해 있는 경제만큼 위기에 처해있는 민주노조운동이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사회적 교섭', '사회적 교섭기구'에의 참가가 대안일까?
'사회적 교섭', '사회적 교섭기구'에의 참가를 주장하는 동지들조차 남한 물적 토대가 취약해 '사회적 합의'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적 토대가 있는 서구 사민주의 정부조차 치열해진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복지국가를 깨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교섭', '사회적 교섭기구'에 연연하는 것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 경제의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뒤덮고 있는 등 노동운동을 둘러싼 상황은 매우 어두운 실정이다. 더욱이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조직노동자들의 계급대표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정권과 여론으로부터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양극화 현상에 대한 책임을 공격받는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 노사정위 탈퇴 이후 투쟁을 통한 대정부 직접교섭 쟁취를 목표로 투쟁을 배치했으나 몇몇 개별사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대정부 교섭 확보에 실패하여 투쟁을 통한 돌파 전술에 한계를 드러냈다.
▶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와 노동조합운동이 당면한 과제 해결,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하나의 대응방안으로 사회적 교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식 입장을 보면 앞서 물적 토대가 없다는 것, 또는 '사회적 교섭'을 전술적으로 활용한다는 활용론은 무색해 진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조합운동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노사정위원회든 아니면 '(가칭)경제사회협의회'든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의 안건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살리기가 주된 과제고 여기에 곁다리로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사회적 의제가 포함될 것이다. 이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에서 만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과 마찬가지로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두 번째에 관한 것이다. 노사정위 참가를 주장하는 대다수의 동지들과 불참을 주장하는 동지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대정부 투쟁에서의 패배감으로 인해 무엇 하나 할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는 사실이다. 참가해도 문제 그렇다고 불참해도 대안이 없다는 동지들의 양비론적 생각은 패배의식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의 파업 통계는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파업 건수는 90년대보다 훨씬 많다. 문제는 이러한 파업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03년 주 5일제 투쟁이나 04년 주 5일제 투쟁을 평가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당장 04년 8월까지 413건의 파업이 있었다. 파업투쟁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쟁을 집중시키지 못해서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민주노총/연맹/지역본부, 특히 대공장노조의 관료화, 무능력이 문제이지 조합원들의 투쟁의지 약화나 사회적 의제가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연대기금, 노동연대기금이 대안일까?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차별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방안과 함께 제기된 것이 연대기금이다.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기금은 금속연맹이나 보건의료노조같이 교섭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노사정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안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연대기금을 산별로 적립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적 고립/노동자계급 내부의 고립으로 벗어나 승리하는 투쟁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민주노총/연맹, 완성차 4사는 크게 연대기금과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을 제출했다. 각종 기금은 정부와 자본의 '고임금론', '귀족노동자' 이데올로기 공세를 벗어나기 위한 전술적 고려에서부터 이수호 위원장처럼 "현 단계 한국노동운동은 확대되는 임금격차, 임금소득 불평등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적극적, 구체적, 실천적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리면 계급적, 사회적 연대의 기반을 상실할 것이고, 노동자계급 내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을 면키 어려울 것이며, 노동운동의 진보성과 도덕성도 상실할 것"이라는 전략적 선택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연대기금정책은 민주노동운동이 전략적 노선으로 선택한 것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 04년 정규직조합원 임금(인상분) 중 일정액(비율)을 연대기금으로 적립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산별단위에서 결정
▶ 조합원 기금을 산업별(또는 업종별) 단위로 적립
▶ 조합원이 적립한 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업에 요구
▶ 기금은 비정규직에 대한 복지기금, 직업훈련, 조합원의 고용안정기금 등으로 사용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산별단위에서 결정
▶ 기금은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총연맹에서 운영에 관한 방안마련을 골자로 기금방침을 확정했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대기업의 임금인상자제로 생긴 이익금을 하도급업체나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사용한다고 약속하면, 또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현재의 노동자들의 고용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 준다면 나라도 나서서 임금인상자제를 설득하겠다"(매일경제신문 인터뷰)고 했다. 이 정도면 민주노총의 연대기금정책이 정부와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와 자본의 고임금론 이데올로기에 굴복한 것이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인상억제 제안 등 정부와 자본의 제안과 하등의 다를 봐가 없다. 만약 민주노총이 정부와 총자본과의 투쟁과 교섭에서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노동운동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사례를 보자. 올해 4월 29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혹은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던 금호타이어에서는 정규직노조의 임단협이 진행되자 회사는 4월 29일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을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자제로 해소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금호타이어 정규직 집행부에서 이 논리를 수용했다면 현재의 정규직 노조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다행히 금호타이어 정규직 집행부는 전면전을 택했다. 불법파견으로 회사가 그동안 초과 착취한 것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으며, 정규직 노조는 기본급 7%인상과 상여금 50%인상을 이루어냈다.(기본급 인상폭은 기대치보다 낮다) 뿐만 아니라 54명을 추가로 직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 성과를 냈다. 실제로 민주노총의 위원장은 아무렇지 않게 신문에서 인터뷰하는지는 몰라도 그 대가를 현장에서는 어떻게 치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해버렸다. 이런 점에서 산별교섭 10조 2항만이 문제가 아니라 임금협약도 문제다. 주 5일제 시행하는 병원은 임금 2%로 그렇지 않은 의원은 5%인상을 합의했다. 이는 금호타이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올 초 주 5일제 도입에 합의했기 때문에 3.5%의 임금인상효과가 있다며 노조의 임금인상요구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총연맹도 주5일제 협상으로 임금인상률이 낮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5일제 투쟁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수년간 지속된 주5일제 투쟁은 진지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임금보전을 해결했다는 식의 평가나 패배했다고 한마디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주5일제보다 더 중요했던 사회적 의제가 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패배했는가를 진지하게 평가해야 한다. 사회적 의제화에 성공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사회적 의제를 어떤 힘으로 관철해갈 것인가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완성차 4사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완성차 4사는 그나마 다행히도 노사간 동일액을 출연하는 것은 '대공장 고임금론'과 '임금동결론'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논란 때문에 '순이익 5%'를 출연하라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를 요구했다. '사회공헌기금'을 주도한 조건준 정책국장은 「'기금요구', 독인가 약인가-2004년 완성차노조 임단투 평가-」(노동사회 8월호)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를 좀 살펴보자.
'순이익 5%'라는 점, 재계로부터 강력한 반대의사가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연대기금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운동 진영 내부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비판하고 있다. 아니 반비판을 넘어 완성차 4사 노조에 "완성차 노조들은 기금조성에 노사가 동일액을 출연하는데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방침과 금속연맹의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연대기금안이 이런 방식이었다. 이러한 거부감에 대해서도 냉정히 고민해야 한다"며 정중한 조언까지 하고 있다. 예를 든 '군량미 나누기'로 유추하자면 완성차노조들도 민주노총과 금속연맹같은 연대기금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회공헌기금(혹은 연대기금)이 비정규직을 위하여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다며 일축하고 오히려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임금양보의 빌미'라고 보고 자본진영에서는 '대공장 자기 주머니 챙기기, 즉 임금인상의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발견한다고 했다. 이어 "기금 문제에서 임금인상 여부를 중심에 놓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대공장의 임금인상에 집착하는 '경제적 실리주의', 혹은 '조합주의'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기금요구는 ...... 개별노사간의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는 달리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통한 수탈에 대해 산업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의 3단계-대리교섭 단계-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조직화에 새로운 접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극찬한다.
더 나아가 "'경제(산업 또는 기업)가 살아야 국민(노동자)이 산다'는 익숙한 문구는 사용자들이 늘 주장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구조조정을 경험한 노동자들에게는 단순한 '이데올로기 조작'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이는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로 인해 매우 깊이 각인되어 있다."며 "노동자야말로 산업발전, 경제발전이라는 화두를 자신들의 이슈로 뺏아 와야 한다. ............산업발전을 추구하는 자본의 목적이 이윤이라면 노동자의 목적은 고용과 복지다"라고 강력하게 설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국장은 "이제는 단기적 이익을 넘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기업의 임단협이라는 시야를 넘어서 산업과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제시로 나가야 한다. ......... 산업적, 사회적 이슈로 기금요구를 제안한 것은 분명 기업 내의 담합적 노사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고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조국장의 주장이 기금요구안은 남한 노동운동이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갈 핵심방향이라고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단협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더 나아가 비정규직조직화의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것, 노동자의 산업 개입을 통한 산업발전을 통해 노동자의 고용과 복지를 확대하자는 원대한 계획에 동의가 되기는커녕 과거 개량주의자들/서구 사민주의 우파의 주장으로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실제 조국장이 글에서 제기하는 것의 대부분은 노동운동의 노선, 전략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장문의 반박을 할 시간은 없지만 간략하게나마 순서대로 반박하고자 한다.
먼저, 순이익 5%와 재계의 반대의사가 심했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다. 요구안도 관철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필자는 민주노총의 연대기금 정책이 더 맞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순이익 5%요구가 나오기 전부터 과도한 요구이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대공장노동자들의 양보를 내거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 수도 없이 나왔다. 나는 순이익 5%가 그나마 낫다고 평가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요구안과 같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정규직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고 이는 정부와 자본의 요구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나는 사회공헌기금(연대기금은 노동자의 갹출을 명시했기 때문에 여지없이 임금 양보다)이 임금억제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첫째, 사회적 고립, 노동자 내부의 고립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될수록 임단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자-기아 차노조가 사상 최대의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낮은 임금인상 타결은 사회공헌기금과 연동되어 있다. 셋째, 00년 이래 최저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다. 비록 경기침체 속 일부 업종호황이라고 하나 호황 업종조차 사회적 압박에 의해 임금인상억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자노조와 기아노조가 추구한 '짧고 굵게'라는 투쟁 전술 기조는 사회공헌기금을 내세운 이유와 동일한 이유에서이다. 사회적 고립을 회피하기 위해 투쟁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그러니 최대 흑자에 걸 맞는 최대 임금인상효과를 가져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국장이 주장하는 아이러니는 전혀 아이러니하지 않다. 조국장이 주장하는 아이러니 즉, 동일한 것을 놓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서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아이러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계급간의 쟁점은 순수한 논리상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교섭하고 투쟁을 하는 계급투쟁의 공간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다른 시각, 즉 계급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진실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 올해 총자본은 대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자체를 문제시했다. 궤도 노동자들이 불법파업, 이기적인 파업이라는 뭇매를 맞고 수정안을 제출하자, 자본은 그 다음날 바로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를 내거는 파업을 했다는 것이 노조의 수정안으로 증명되었다고 공격했다. 만약 대공장 노동자들이 불우이웃을 돕자고 파업을 해도 파업은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조국장은 마치 노사가 공동의 인식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사회공헌기금에 대해서 임금을 둘러싼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은 남한의 계급투쟁의 현실을 빗겨서 보는 왜곡에 불과하다.
재계가 사회공헌기금을 '대공장 주머니 챙기기'로 묘사한 것도 대공장 주머니를 계속 챙기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렇게 나아가면 올해 투쟁국면에서 재계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격한 것임을 정확히 봐야 한다. 이미 순이익 5%에서 양보했으며, 사회적 압박에 민감한 상태가 되었다. 과거 98년 현중이 환차익으로 사상 최대 흑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임금동결한 이유가 사회 분위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용인 것이 핵심이유이지만 말이다.
임금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공장의 '경제적 실리주의 혹은 조합주의'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만약 현자-기아차노조가 '짧고 굵게'라는 전술기조 아래 조기 타결하지 않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면 지하철노조가 4천만 원 연봉이라는 공격에 그렇게 쉽게 무너졌을까?
셋째, "기금조성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전부가 아니며 부분적 노력일 뿐이며 진정으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하여 대공장 노조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별도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금요구는 ...... 개별노사간의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는 달리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통한 수탈에 대해 산업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의 3단계-대리교섭 단계-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조직화에 새로운 접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정말 강화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노동운동의 심각한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현장에서부터 차분히 조직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며칠 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일어섰다. 이제 그 결실을 맺기 위해서 더욱 단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조직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아주 미흡하지만 성과들을 내고 더 강화해야 할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는 충분히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 비정규직 문제를 투쟁으로 이슈화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런 활동들이 강화되어야 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이는 뒤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조국장은 별도로 논의하자며, 방안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다만 노력이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유추 해석해 본건데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로 한 최고 정책 방안은 연대임금정책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연대임금정책 말이다. 자본의 수익성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 대한 연대임금정책이다.
다른 동지들이 그런 정책이 가능한가라고 의문시 할지 모르지만 스웨덴의 임금정책이기도 했다. 이는 수익성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억제정책이지만 수익성 낮은 중소사업장 및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최적의 임금인상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대임금정책이 노동자 내부의 동질성을 가지도록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 자본가들이었다.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인상억제에 기반한 초과이윤을 지속적으로 초과 착취할 수 있었다. 71년 스웨덴 생산직 노동자총연맹(LO)는 이에 불만을 가진 대기업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임금노동자기금안을 만든다. 임금노동자기금안은 초과이윤에 대한 일정 비율의 이윤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노조가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것으로 몇 년이 지나면 노조가 주요 주주로 20여년이 지나면 최대 주주로 되도록 만든 것이다. 즉, 연대기금정책을 깨지 않고도 대기업노동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장악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사민주의 좌파의 정책이었던 임금노동자기금안은 패배했다. 그런데 이 패배로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조차 다른 폐해를 낳을 수 있으며 그 해결 방안을 노동자들의 집단소유로 풀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자본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따라서 집단소유를 위한 권력 장악투쟁을 제기하게 된다.
넷째, 노동자가 개입한 산업발전, 경제살리기의 목적이 고용과 복지라 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산업개입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경제 성장을 꾀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케인즈 더하기 비버리지' 경제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자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고용과 복지를 최우선하는 정책을 피면 필수록 노조는 체제내화 되어지며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화된다. 고용과 복지의 천국이었던 소위 서유럽의 사민주의는 몰락했다. 그들이 첨예화된 세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복지와 고용에 대한 공격을 수십 년 동안 자행해온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국은 '영국 병'을 고친다며, 독일은 '독일 병'을 고친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병'을 고친다면 신자유주의를 도입했다. 모든 국가에서 처음으로 한 일은 '노동 없는 복지'에 대한 공격이었다. '노동 없는 복지'에 대한 공격은 복지제도를 축소시켰으며 그 대안으로 일을 할 것을 강제했다. 복지 최선의 방안이 일자리를 갖는 것이라며 말이다. 다른 한편, 확대일로에 있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이유로 정규직의 권리를 하나씩 파괴했다. 마침내 정규직의 해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이 나라 정부가 원하는 네덜란드 모델을 예로 뒤에서 설명하겠다). 실제 이 나라 지배계급도 똑같은 이데올로기 공세를 피고 있다. 복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일자리라고.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처우개선을 위해선 정규직의 철밥그릇을 깨야만 한다고. 비정규직이 더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공세의 강도는 높아지고 민주노총의 딜레마도 커질 것이다. 최종 결정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 희생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고용에 목매면 맬수록 다른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경험한 사실이 있다. 고용보장을 위해 회사살리기 운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비참해진 경험도 가지고 있다. 고용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고통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제위기가 오면 대부분의 사업장에 이러한 문제에 부딪친다. 해결 방안은 두 가지다. 고용을 위해 양보하며 평생을 자본의 노예로 살 것인지, 아니며 노동자가 권력을 장악해 모든 기업, 산업, 경제에 대한 통제를 이룩할 것인지 둘 중 하나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임단투의 시야를 넘어 사회적 의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일면 동의하지만 위험한 요소가 있다. 먼저, 우리가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투쟁 일정에 올리지 않아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근기법 개악 없는 주5일제 투쟁,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 등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의제에 의한 투쟁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모든 투쟁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배신이었다. 배신의 결과는 현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장은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고 노조에 대한 신뢰도 상실했다. 조합원들은 수동화되었고 현장은 쑥대밭이 되었다. 일상적인 투쟁은 몇 몇 선진노동자들의 몫이고 대부분은 손을 놓았다. 이에 따라 현장조직력은 박살났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배계급이 경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서 발버둥치지만 현장조직력 강화를 위해 발버둥치는 지도부는 거의 없다. 임단투가 중요한 계급적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자본의 근기법 개악에 기초한 주 5일제 근무를 단협으로 방어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침에 단사는 발버둥친다. 그래도 이 어처구니없는 지침을 다같이 수행했다면 다른 그 어떤 사회적 의제보다 더 투쟁을 잘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계급적 요구, 계급투쟁이라는 용어 대신 사회적 의제, 사개투를 쓰는 것도 잘못이다. 계급적 요구는 임단투도 특정 시기, 사안에 따라서는 사회적 의제가 될 수 있고 계급적 투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는 임단투를 배제한 사개투 정도, 혹은 국회에서 다루는 법, 제도투쟁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사회적 의제, 사개투 노선을 중요시 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운동노선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적 의제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질서의 문제,
소위 자동차 노조가 대안인가?
기아 현장의 힘에서는 산별 문제와 자동차산업노조(?)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들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도 하고, 매우 생경한 주장이기도 하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노조를 주장하는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자동차노조를 주장하는 근거로는 현재의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소위 기업별 단위의 담합적 노사관계를 깨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이것은 산별만능론을 연상하게 한다. 산별이 되면 기업별 구조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는 조국장의 주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 본다.(물론 아직 조건준 국장이 어떤 주장을 하는 지 정확하게 확인한 바는 없다. 다만 자동차 노조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알고 있을 뿐이다) 조국장을 담합주의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길지만 정말 문제가 있지 때문에 인용하도록 하겠다. "당장의 노사관계 안정과 단기이익을 위한 기업의 행동과 단기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노동조합의 행동의 결합은 노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은 이와 같은 선택이 당장의 노사관계 안정을 얻고 잔업특근의 확대 등 자발적인 노동력 동원을 실현하는 방식인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은 생산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노동조합 또한 실리추구를 통해 단기이익을 얻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임금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의 비용절감 욕망은 강화된다. 그에 따라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기업이 싼 임금을 찾아 해외투자를 늘림으로써 정규직의 일자리를 압박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장기적 효과가 발생한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차별이 확대되면서 대공장 이기주의에 대한 지적이 늘어가고 결국은 노조의 고립을 가져올 것이다"고 주장한다. 물론 산업적,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 노조가 고민하고 투쟁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산업적, 사회적 의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계급적인 것은 아니다. 계급적인 것은 자본주의에서의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나 협조주의, 실리를 둘러싼 담합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마치 임금인상이 아닌 다른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임금인상투쟁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가? 지금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이유로 하여 대공장 노동자들의 양보를 주장하고 있는 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고임금 노동자라며 뭇매를 가하고 있는 자본과 투쟁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지, 자본가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하고 착취를 강화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선전하고 선동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역대 최고의 이윤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인상은 작년보다 적었는가? 앞서 말한 금호타이어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으니 이제 정규직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주장하는 자본의 논리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
다시 돌아오자. 담합적 노사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동차 노조를 만들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담합적 노사관계를 깰 수 있는 실질적인 투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과도한 성과급 중심의 임금구조, 야간노동의 문제, 노동강도의 문제,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들에 대해서 현장에서 쟁점을 만들어내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을 설정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장이전 반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투쟁의 방식이다. 문제는 자본의 해외공장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꼴이 지금의 방식이었다면, 단협으로 경영에 대한 보고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투쟁은 현재 고민되고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별 노조라서 대응을 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산별노조라 하더라도 힘이 없다면, 대응을 조직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례로 코오롱 노동자들은 신규투자를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64일간 전개했다. 물론 자본은 신규투자를 하는 대신 다른 것을 얻었다. 신규 투자하는 곳에는 소위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노동자들로 채우겠다는 것이었고, 신규 투자되는 5개 공정에 대해서는 비상시에도 가동한다는 성과를 자본이 얻어갔다. 현재의 국면에서 코오롱 노조는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 노조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합의했으며, 임금도 동결했다. 안타까운 투쟁이었다. 코오롱 노동자들을 공격한 수단 역시 고임금노동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현재의 계급투쟁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이다. 현재의 계급투쟁은 고용은 더욱 유연하게 하고, 이런 공격을 통해서 주요 조직력이 있는 노조를 더욱 더 협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 공업협회와 자동차 분과간의 7월 2일 합의는 심각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한 협약서 2절에는 "노사공동협의체는 각 사가 국내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동시에 세계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안정과 인적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고 적혀있다.
우리가 또 하나 살펴볼 문제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이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심각한 문제를 여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지부는 산별을 조건부 탈퇴했으며, 토론회도 개최했다. 동지들도 잘 알다시피 임금과 주5일제 등에 대해서는 산별협약을 뛰어넘는 단협이 있다면 이보다 산별협약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보건의료노조 산별 중앙은 아직도 산별 교섭 자체를 성사시킨 것이 중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병원지부는 산별협약은 최소의 것을 규정한 것으로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서울대병원지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협약의 해석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병원지부가 파업을 지속하자 자본은 산별교섭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지속한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건의료노조가 과거 미타결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했던 것에 반해서 서울대병원지부의 투쟁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노동단체나 민주노동당이 서울대병원 투쟁을 지원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이렇게 말했다. 산별은 지부를 통제하라고 했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이정우와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인 이한구가 극찬한 네덜란드 모델은 무엇인가?
1982년 11월 24일 노동조합연맹과 경영자단체연합을 각각 대표하는 콕크와 판 베인은 네덜란드 노동정책에 관한 중요한 협약을 체결했다. '모든 협약의 어머니'로까지 불리는 바세나르 협약은 합동의견, 비기독교 휴일의 인정, 소수인종 보호, 시간제근로자의 권리, 청년실업, 교육, 질병 휴직, 인금인상 억제 등 78개 분야의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지엽적 협상 결과까지 모두 망라했다.
바세나르협약이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바세나르협약은 네덜란드 노조가 투자와 고용의 활성화를 위한 지배전략으로 임금인상 억제를 다시 채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솟는 실업률에 자극받은 노조는 네덜란드 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건으로 확신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기업들도 주 40시간 노동으로의 단축하는 협상에 대한 반대를 철회했다. 이것은 변화된 외부환경, 특히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변화와 고용우선 전략의 채택을 의미한다. 둘째, 바세나르협약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중앙집권적 단체협상에서 벗어나 분권화되었지만 고도의 상호협조가 가능한 체제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즉 중앙수준의 교섭에서 산별 혹은 부문별 차원의 교섭으로 전환한 것이다.
바세나르협약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82년 12월 12일 국회는 특별법인 ꡐ포괄법ꡑ을 승인했다. 이 법은 일자리 재분배와 근로시간단축을 촉진하기 위해 현존하는 협약들을 인정하고 물가에 따른 임금의 자동인상 규정을 유예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2/3에 해당하는 단체협약이 1년 이내에 갱신되었는데 대부분 유효기간이 2년이었다. 85년 생계비 보조에 관한 규정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10% 미만의 단체협약만이 물가연동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평균 실질임금은 9%로 하락했다. 기업의 순수입에서 노동비용의 비중은 82년 89%에서 85년 83.5%로 낮아졌다.
반면 정규직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산업부분의 노조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노조의 주된 관심사는 노동시간의 단축, 정규직 일자리와 야간노동 문제였다. 그러나 87-93년의 기간 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간노동시간은 0.3%밖에 줄지 않았다. 89년 임금협상에서 산업별노조는 4%의 임금인상을 주장했고, 이에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임금인상 억제정책의 종말과 70년대 노동자투쟁의 재발을 우려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해 노조는 임금인상 억제정책으로 되돌아갔다. 아니 더 나아가 '새로운 길- 94년 단체협상을 위한 의제'에 합의했다. 이는 기업에게 더 많은 노동유연성을 인정했고 노조는 경영자단체로부터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반대의사 철회를 얻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채택함에 따라 임금인상 억제를 추진할 수 있었고 대다수 노조들은 94-5년에 걸쳐 물가상승률 이하로 임금인상률을 억제하겠다는 임금협약에 합의했다. 바세나르협약의 결과 "84년부터 97년까지 13년 동안 생산단위당 노동비용이 프랑스는 30%, 독일은 40%이상 상승한 반면에 네덜란드는 1%하락"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96년 5월 체결한 '유연성과 안정성' 협약이다. 이 협약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해고금지법을 전면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노동자와 경영자 사이의 타협일 분만 아니라 노동조합 내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사이의 타협이기도 하다. 정규직노동자들의 법적 해고금지 요건을 완화하는(수습기간의 연장, 협상을 통한 정리해고 및 이에 대한 법적인 항소인정 등) 대신 임시직노동자들의 권리(2년 이상 임시근로 이후 계속근로 보장, 연금적립과 사회보장권리 인정 등)를 강화했다.
바세나르 협약의 효과는 84년 12%였던 실업률을 96년 6.3%까지 하락하는데 기여함으로서 '고용의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고용의 기적'의 주된 내용은 시간제 근로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증가였다. 시간제근로와 탄력근로는 83년 이후 고용증가의 3/4을 차지한다. 94년에서 96년 상반기까지 창출된 30만개 일자리 가운데 50%가 임시직 근로, 40%는 시간제 근로, 10%가 정규직이었다.
바세나르 협약 이후 대부분의 협약들은 남한 정부와 자본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정규직의 임금인상억제나 노동유연성 제고, 정규직의 해고요건 완화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안 등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바세나르협약 이후 15년간 임금인상억제정책은 지속되었다. 우리는 바세나르협약은 없지만 노조가 고용우선정책에 따라 유연한 전술을 선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잘 알고 있다. 96-7년 이후 일반화된 양보교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조합주의적 대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대안을 만들기 위한 '권력쟁취' 투쟁을 해야만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와 자본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협약을 맺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정기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악법들도 무수히 많다. 정부의 경제부양책 조치로 고통당해야 하는 대다수의 노동자/민중이 도처에 널려 있다.
04년 상반기 투쟁이 패배했다고 해도 노무현 정부와 자본이 절대적인 안정을 구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복귀 이후 노무현 정부의 최대 과제는 말뿐인 '개혁'에서 침체된 경제 살리기로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고, 자본가들의 충실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 노동자 민중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대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무현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국회의석 과반수이상의 대성공을 이룬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신의 내용이 경제 침체에 대한 무능력과 개혁 후퇴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들의 의식은 어떻게 변할지 불투명하다. 대중들은 경제 침체에 대한 무능력한 대처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면서도 정부와 자본의 '귀족노조' 이데올로기에 절대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중의식의 혼란은 노동운동이 대안 세력이 되지 않고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동자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와 자본의 논리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04년 상반기 투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본이 '귀족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공세로 대승을 거뒀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1. 하반기 '비정규직 보호입법' 반대, 한일 FTA 반대, 파병 군인 철수 등을 가지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쳐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막아내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다. 전국 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에서 10월 10일 전국 집회에 이어 하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하루 총파업투쟁을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투쟁으로 격상시켜야 하며 더 나아가 전면적인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의 경제위기에 따른 파이 키우기 논리나 '귀족노조' 이데올로기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노동자들이 없다면 파괴적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현 시기 노무현 정부와 자본이 '귀족노조' 이데올로기를 통해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의식을 장악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에게 대공장노동자들이 아무리 어렵게 일한다고 강변해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더 많은 시간을 더 어려운 작업을 하는 그들에게 대공장노동자들의 어려움이라는 것이 이해될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우리의 세력으로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아니다.
우리는 사측의 이데올로기가 투쟁에 의해 쉽게 깨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았던 '회사 살리기' 이데올로기가 "노동자 살리기"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한 우리들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부와 회사의 이데올로기는 노동자투쟁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쉽게 깨질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대공장노조의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은 정부와 자본에 의해 거의 거부돼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결같이 비정규직 요구안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대공장노조가 고립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요구안을 제시한다고 세뇌시켜왔다. 이러한 세뇌가 대다수 비정규직한테 먹힌 이유는 실제 그러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혹은 비정규직 요구안이 정치적 요구라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더 열 받는 것은 고립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하는 대공장노조다.
만약 대공장노조, 혹은 연맹에서 비정규직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한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적과 아군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비정규직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하는 노동자들과 비정규직요구안을 거부해 교섭을 해태하는 사측과 탄압하는 정부를 보고 적과 아군을 구분 못할 바보는 없다.
정부의 하반기 개악에 맞서 민주노동당은 근로기준법 중 개정법률안(근로형태를 차이로 근로조건의 차별적 대우 금지, 동일노동?동일임금, 근로계약 1년 초과 금지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중 개정법률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폐지안, 직업안정법 중 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민주노총은 투본 형태로 전환하고, 10월 17일 입법쟁취 집중결의대회 등을 상정하고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마련하기로 중앙위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총자본과 총노동이 사활을 건 투쟁을 해야 할 사안에 대해 총파업 조직화 아닌 다른 수단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입법 발의한 16명의 의원으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다. 오직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것 밖에 없다.
하반기 정세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막아내고 민주노동당의 입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할 수 있다면 두 번째 임무는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
2. 전노투 활동 강화로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위 담합 분쇄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3. 민주노조운동의 관료화 진전으로 나타나는 병폐를 일소하고 계급적?전투적 노동운동의 복원을 위한 현장 활동을 전개하자.
(참고) 상반기 투쟁에 대한 간략한 평가
상반기 투쟁이 마무리되었다. 6월 1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1차 총력투쟁, 6월 29일 완성차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2차 총력투쟁, 7월 21일 궤도 5사 공동파업을 중심으로 하는 3차 총력투쟁으로 나뉘어져 치러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구 쟁취의 측면이나 투쟁을 통한 자신감과 조직력의 회복의 측면에서 모두 패배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상반기 투쟁을 평가함에 있어서 주요 투쟁의 결과만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04년 상반기 투쟁은 전체 계급관계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이에 따라 향후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
04년 상반기 투쟁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노사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척도였다. 작년 철도 파업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하반기 열사 정국의 조성으로 인하여 노무현 정부 1년의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전반이 폭로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노무현 정부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포섭과 무력화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전술을 펼침으로서 남한 민주노조운동의 성격과 방향은 체제내적이고 노사협조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내려는 힘겨루기 양상이 04년 투쟁에서 충분히 예상되었다.
반면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를 비롯한 소위 국민파 지도부는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성격을 강화하고 취약한 조직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내부의 분화를 막고 조직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대중투쟁의 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법, 제도의 개혁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교섭전략이라는 이름의 토론회에서 이미 공론화된 문제였고, 완성 4사의 사회공헌기금 논의에서도 드러난 문제였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정 교섭의 주체로 설 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민주노조운동의 고립과 조직화 향상에 기여할 있다는 점을 강변했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적 교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총자본과의 파트너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정도 노동자 투쟁을 민주노총 지도부 혹은 산별 지도부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하고, 자본가들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소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도로만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이것이 04년 상반기 투쟁에서 어떤 폐해를 낳았는지는 이후 살펴볼 것이다.)
상반기 투쟁요구
민주노총은 상반기 투쟁에서 법정최저임금 13.1%인상과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최저임금협약 체결,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원?하청 임금격차 축소 타결 확산, 연대기금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요 요구로는 10.5(±2)% 임금인상,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쟁취와 인원충원이 있었다. 반면 경총은 임금동결과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임금교섭 지침을 회원사에 배포했으며, 대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이데올로기 공격을 강화했다. 정부의 경우도 공공부문의 주5일제 시행에 있어서는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과 인원충원 최소화 및 구조조정과의 연계(외주화를 통한 정규직 인원의 전환배치 및 축소), 임금인상과 관련해서는 3%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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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단투 요구안) |
경총 (회원사에 배포한 임단투 지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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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요구안 |
10.5(±2)% |
대공장 임금동결, 중소사업장 3.8%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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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관련 |
전체노동자임금 1/2수준으로 법정 최저임금 인상 및 산별 최저임금협약체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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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관련 |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사회공헌기금의 조성을 통한 연대임금제의 교두보 마련 |
임금피크제 도입, 정기승호승급 점진적 폐지, 정기 상여금 비중 축소, 성과급제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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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관련 |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 반대, 인원충원 |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 생산성 향상, 인원충원 최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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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관련 |
17개 사업장에서 별도요구안 제출 (완성차,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등) |
정규직 노동자 양보를 전제 입장 표명 |
민주노총의 요구안의 내용 중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나 주5일제 등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의 교섭의 주체가 실제로 산업별 요구였고, 이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교섭단위를 구성하거나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된 곳에서는 산별교섭을 안착하는 것이 중요한 요구로 제기되었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과 보건의료노조의 중앙교섭뿐만 아니라 완성4사의 사회공헌기금의 조성요구는 사회적 교섭단위를 구성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금속노조는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응과 금속노조 관련 사용자 단체의 구성에 대한 요구가 제1의 과제였으며, 보건의료노조 역시 산별교섭을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되었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은 연대기금의 구성의 주체를 산업별 단위로 설정함으로서 산별교섭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본바와 같이 04년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이든 자본가들이든 간에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요구들이었다. 따라서 요구안에 걸 맞는 투쟁의 전술이 제출되어야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반기 투쟁은 구체적인 집중전술조차 세워내지 못함으로 인하여 각개격파 당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하투(夏鬪) - 개악 근로기준법을 막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주5일제를 위한 인원충원 문제를 핵심적인 요구로 했던 보건의료노조와 궤도연대의 투쟁은 무려 한달열흘씩이나 차이 나는 일정으로 투쟁에 돌입했다. 물론 공공연맹 위원장의 공석과 서울지하철의 집행부 선거라는 조건이 작용한 것도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 시기집중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크다. 특히 주5일제와 관련해서는 작년 8월 근로기준법이 개악된 후 단협으로 근로기준법 개악을 막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총자본의 방침을 개별 단사 혹은 몇몇 단사의 공동투쟁으로 돌파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최소한 시기집중을 통해서 투쟁의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공부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산하기관을 통해서 주5일제 시행과 관련하여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관평가를 통해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으며 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경우 282개 사업장中 6월 29일 현재, 51.4%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했으며, 모두 월차 휴가 폐지, 연차휴가 조정, 생리휴가 무급화 등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수용했다. 이는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이든 아니든, 투쟁을 배치하거나 조직했던 경우를 막론하고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개악을 수용했다는 점이다. 6년간의 숙원사업이었던 노동시간 단축에서 완전히 패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장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원충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전의 경우도 450명 인원충원에 합의했으나 주5일제 시행에 따른 것에는 턱없니 부족하다. 기존의 TO부족분인 535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월 21일에 파업에 돌입한 궤도 연대의 파업의 핵심대오였던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가 아무런 합의도 없이 현장으로 복귀했고, 인천지하철과 부산지하철의 경우도 인원충원에 대해서 형편없는 합의에 도장을 찍었다. 인천지하철의 35명 충원은 이미 조정안으로 제시되었던 것으로 사측의 완승으로 끝나버렸다.
먼저 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도 10일간의 파업을 전개했지만 주5일제와 관련하여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수용과 임금 2% 인상(주5일제 미도입 사업장 5% 인상)에 합의함으로써 주5일제 도입으로 인한 자본이 주장하는 ꡐ인건비 증가 논리ꡑ를 그대로 수용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개악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월차 축소에 합의하고 이를 임금으로 보전하기로 했으며, 생리휴가 무급화와 관련한 임금보전은 현재 재직중인 자로 한정했다. 더군다나 산별합의서 10조 2항으로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지부 단체협약을 바꾸도록 하여 지부 단체교섭 결과가 산별협약보다 상위의 것으로 체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쟁점으로 남겨둔 채 잠정합의하였다. 서울대병원지부와 대구?경북 9개 병원지부의 해명과 이후 투쟁과제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노조 산별중앙은 산별교섭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거부하여 서울대병원지부는 보건의료노조를 조건부 탈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노총은 작년 8월 근로기준법이 개악된 후에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현장에서 단협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입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5일제와 관련한 총력투쟁을 배치하지 못했다. 결과는 심각하다. 1000인 이상 대기업(426곳)中 6월 29일 현재 20.2%인 86개사가 단협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주5일제를 시행하며, 이 중 73.2%인 63개사가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수용하게 되었으며, 7.0%인 6개사가 휴가 일수 축소, 결국 19.8%인 17개사만 종전 휴가 제도를 유지하게 되었다.(노동부 통계자료) 따라서 6년간 투쟁을 전개했던 주5일제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완패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공장 귀족노동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언제든지 개악된 근로기준법 적용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현대?기아차 그룹도 올해 교섭과정에서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요구했고 언제든지 법 효력과 사회분위기를 이용하여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인하여 2000년 이후 최저의 임금인상을 기록하다.
앞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듯이, 경총은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동결과 성과 위주의 임금선호를 분명히 했다.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어렵다는 것과 노동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은 배부른 돼지들의 행동으로 비추어지게 했다. 작년 현대자동차의 6천만원 귀족노동자의 논리가 대공장 지도부로 하여금 위축되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하여 사회공헌기금을 통해서 고립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귀족노동자의 공격에 대한 방어에 많은 역량을 할애해야 했다. 궤도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아예 궤도 노동자들의 임금명세서를 공개하고 교대 근무자의 출근횟수를 공개하여 마치 많이 쉬면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몰아붙였다. LG 정유노동자들의 파업이나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쟁발 결의에도 똑같은 논리를 들이밀었다. 국민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상황에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의 어려움을 바탕으로 허위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서 민주노조운동진영을 압박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04년 투쟁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동결과 삭감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분석은 어려우나 6월말 현재 2000년 이후 최저의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다.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인상률은 5.4%로 전년 동시대비 1.3%가 하락했다. 6월말을 기준으로 집계한 민주노총의 자료를 보더라도 타결임금인상률은 기본급 2.0%~6.7%(총액 5.1%~9.0%)로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본급 인상이 낮은 이유로 주5일제 도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6월말까지의 통계로 잡히지 않은 현대자동차의 경우나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작년보다 낮은 95.000원(작년 98.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자동차산업 자체가 유래가 없는 수출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리를 많이 획득한 것도 아니다. 04년 1월부터 7월까지 자동차산업의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9.4%나 증가한 129만 6천대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내수부진을 만회하고도 남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임금동결과 임금삭감을 받아들인 사업장의 경우는 300인 미만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이 84.7%(6월말 통계/노동부 자료)에 달하며, 이는 300인 미만 타결사업장의 20.4%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경기양극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노동자들이 양보교섭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반영한다. 전체적으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 중 임금동결이나 삭감이 이루어진 사업장은 20.7%에 달하며, 미조직 사업장 중 임금동결과 삭감에 동의한 사업장은 16.9%에 달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미조직 사업장에서 임금동력과 삭감이 많이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경기불안으로 인하여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들이 임금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하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총에서 그렇게 도입하고 싶어 하는 임금피크제를 정년을 59세로 1년 연장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여 금융노조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상무는 ꡒ임금동결을 통한 고용안정을 꾀하는 경향이 확산되면 산업계의 세대교체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ꡓ이라며 했다. 노동력 고령화에 따른 생산력 하락에 대한 공격을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은 뒷걸음질치면 칠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귀족 노동자 공세에 뒷걸음질치다.
이번 투쟁에서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가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복귀하거나 아예 양보교섭으로 막판에 타결한 사업장이 많다는 점이다. 궤도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LG정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정권과 자본은 무리한 노동자들의 요구라고 공격했으며, 이런 여론몰이는 집행부로 하여금 심각한 우회를 시도하게끔 만들었다. 이른바 사회공헌기금의 제기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파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사회공헌기금은 노동조합도 경제나 사회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산업발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공동의 연구를 진행하다거나 혹은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공세를 피해가려고 했지만 이는 통할 수 없었다. 또한 시민안전과 청년실업 해소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궤도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아무리 겉으로 공공성을 말하고 시민안전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남한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귀족노동자 이데올로기가 더욱 강하게 먹히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아무리 우회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지하철 집행부나 도철의 집행부가 아무리 수정안을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ꡐ파업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들이대는ꡑ 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권과 자본은 이번 기회에 완전하게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을 거세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공헌기금 정도의 것으로는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궤도노동자들의 파업의 경우에도 청년실업 해소라는 신규인원 충원요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명분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주5일제 도입과 관련하여 인원충원 없이 시행하게 되면 교대 근무자의 원활한 배치를
위해서 전환배치를 시도하고 주요업무가 아닌 역무는 외주화하겠다는 기본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현장 조합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청년실업해소를 슬로건으로 투쟁을 조직한 것은 오류이지 않을 수 없다. 도철의 경우 가장 어렵게 일하고 있는 기관사들의 요구, 즉 2인 승무를 중심으로 현장을 조직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하게 파업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연한 투쟁전술과 속전속결
올 투쟁에서 마지막으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직권중재였다. 이수호 위원장마저도 단식을 하게끔 했던 이 문제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6월 10일 파업에 돌입했던 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 등 필수인원을 파업으로 동참시키지 않았다. 직권중재에 회부되지 않기 위해서는 파업의 강도가 조절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고, 보건의료노조 파업에서 적십사 혈액원지부의 경우, 파업 하루 만에 혈액공급중단 등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복귀시키고, 6월 14일에는 서울대병원지부 등 주요 대학병원의 로비농성을 잠정 철수하는 등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궤도연대의 파업의 경우도 보건의료노조가 직권중재에 회부되지 않은 점을 들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한껏 조합원들에게 부풀려 놓았었다. 이로 인하여 실제로 직권중재가 떨어지고 사측이 교섭에 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교섭을 요청하는 등 교섭에 목을 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화섬연맹의 경우도 LG정유 공장점거파업을 느닷없이 공권력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산개 후 대학 집결이라는 전술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굵고 짧게'라는 슬로건으로 파업에 임했다. 6월 28일 6시간, 29일과 30일 전면파업, 7월 1일 주간 3시간/야간 4시간을 진행한 후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6월 29일 6시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2시간 파업, 5일과 6일 2시간 파업, 7월 7일 4시간 파업, 1차 잠정합의 부결 이후 7월 13일 4시간 파업 만에 임단투를 종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집행부 성향이 다르게 때문에 동일한 분석은 어렵지만 부르주아 일간지에서도 유래가 없었던 초단기 파업이었 다고 좋아했다. 실제로 생산차질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잠정합의안의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짧게 파업을 진행하고 마무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 73.6%라는 역대 최대치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주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에게 남아있는 파업에 대한 의미다.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매년 진행되는 교섭에서 올해 파업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끝난다는 나름대로의 전망을 가진다. 올해의 경우, 더 싸울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임금을 조금 더 올리느니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을 감안해서 짧게 끝내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대공장에서 얼마나 파업이 관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집행부의 ꡐ짧고 굵게ꡑ라는 슬로건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보도되고 이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경우, 사회적 고립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우회였다. 완성차에서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은 차별을 줄인 것이 아니라 차별을 오히려 확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은 동지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반기 투쟁평가로부터 얻어야 하는 교훈
03년 파업건수와 파업손실일수와 04년의 것을 비교하면 현재의 투쟁국면을 잘 알 수 있다. 노동연구원 배규식의 발표(2004년 상반기 노사관계 평가와 향후과제)에 따르면 노사분규건수는 50.2%상승(03년 275건→04년 413건)했으며, 분규참가자의 경우도 34.3%증가(125.505명→168.602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손실일수는 6.9%감소(1,074,393일→1,000,523일)했다. 2002년부터 주요 파업건수가 증가한 것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하여 사업장 수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으로 인하여 파업 참가자 수는 늘었다. 그러나 노동손실일수는 매우 작았다 택시가 1일간의 파업으로 끝났으며, 기아차나 현대차의 경우 유래 없이 짧은 투쟁기간으로 마무리되었다. 투쟁에 들어온 노동자들의 수가 많은 것은 노동자들이 더 이상 투쟁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짧게 투쟁이 마무리되거나 아무런 성과 없이 현장으로 복귀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전체전선의 설치에 성공하지 못해서다. 이는 앞에서 누누이 강조했다.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남겨야 하는가?
첫째, 주5일제 투쟁에서 보여주듯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사활을 건 총력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의 주 5일제 논의과정이 어떠했는가? 주5일제 도입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개악한다고 하면 개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주5일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주5일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공세적으로 주5일제 법안 쟁취를 위한 총파업은 번번이 조직되지 못했고 결국 투쟁동력이 소진된 작년 상반기 투쟁이 개악된 근로기준법이 통과를 앞두고 여의도 1박 2일간의 투쟁으로 마무리되었다. 노동법이나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공세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하반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파견업종의 모든 업종으로의 확대에 맞서서 우리가 어떤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게 만든다. 동지들, 한번 기억해보라. 당장 우리 사업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정리해고제가 도입되자 결국 그 자본가의 무기는 휘둘려졌다. 그 결과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로 다가오게 되고, 그로 인하여 양보교섭과 임금동결이 횡횡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된다. 전국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에 걸 맞는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둘째, 경제위기를 이유로 하여 자본가들의 공격이 한층 강화되고 있고, 자본가들의 입장이 많은 부분에서 관철되었다는 점이다. 임금인상률의 저하, 개악된 근로기준법의 적용, 임금피크제의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적용 등 전반적인 투쟁에서 우리는 패배했다. 패배 역시 끈질기게 저항하다가 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양보교섭으로, 그리고 맥없는 투쟁으로 나섰다가 무너짐으로 인하여 파업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당히 합의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거나 혹은 다른 사업장 봐라, 괜히 섣부르게 싸우다가 오히려 손해 본다는 식의 협조주의자들의 논리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주변 사업장의 패배가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이번 투쟁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파업이 장기간 진행되어 조합원이 임금손실을 보고 투쟁에 패배하느니 오히려 교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그래서 사회적 교섭기구도 만들어야 하고 교섭을 위해서 투쟁을 조절하기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대공장 파업의 관성화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ꡐ파업은 노동자의 학교ꡑ라고 했다. 언제나 이 말은 진실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이윤생산에 부속물이 아니라 당당하게 기계를 멈추고 자신의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에 간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파업이라는 노동자의 학교에서 단지 자신의 임금 몇 푼을 올리는 것만 배우게 할 것인가? 아니면 파업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계급의 힘을 느끼게 하고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배우게 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 투쟁의 요구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조업 03년도 경상이익률은 4.7%로 1974년 4.8%이래로 최대이며, 일본의 3.2%보다 높다. 반면 인건비 부담률로 보면 남한은 10.3%로 일본의 16.3%보다 훨씬 낮다. 더군다나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남한은 6.1%인데 반해 일본은 -1.4%이며, 미국은 1.6%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남한에서의 착취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7월 2일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10대 기업의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이 11억 1천만원에 이르며,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의 연봉 평균은 58억원으로 삼성전자 노동자 전체의 연봉평균보다 119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선진국의 경우에는 임원 개개인의 기본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데 한국은 전체임원의 보수합계만 밝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가는지 모른다고 했다. 더 이상 귀족노동자 논리에 뒷걸음 칠 필요도 없으며, 경제가 어렵다는 주장하는 자본가들의 논리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자본가들에게 너희들의 이윤을 줄이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투쟁에 대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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