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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년 정세와 현장조직의 임무
(정**)
정세란? 계급간의 세력관계를 말한다. 전술의 다른 표현인 임무란? 정세를 바꾸기 위해 즉 전쟁에서,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동자 내부의 투쟁동력을 강화하여 적의 심장부에 꽂을 비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세를 분석하는 기본 축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제반 조건을 분석하고, 분석을 통해 적의 약한 고리를 부여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치, 경제, 사회, 심리 상태까지 분석해 약한 고리를 부여잡는다. 바둑에서 상대방의 악수는 나에게 선수이듯이, 적에게 선수는 나에게도 선수이듯이 계급투쟁도 마찬가지다. 정권과 총자본 역시 자본주의 영원한 발전, 즉 영원히 노동자계급을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해 정세를 분석하고 노동조합운동을 이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정권과 총자본은 노동자진영에서 악수를 두기를 바라는 것을 넘어 악수로 이끈다. 따라서 정세는 노동자진영의 투쟁주체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투쟁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과 실천을 조직하는 것을 넘어 정권과 총자본의 의도를 분쇄하는 투쟁도 병행해야 한다.
기아노조, 또는 현장의 힘(이하 현힘)에서 임단투를 할 때조차 세계자동차 시장 변화, 국내 경제상황의 변화, 자본의 경영 전반에 대한 분석을 하고 이에 기반해 자본의 대 노조정책 예측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국정세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남한 민주노조운동만큼이나 매년, 매 시기마다 정세 분석에 실천 방안을 내오는 곳도 드물다. 그만큼 계급투쟁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정세 반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정세에서 대중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적에게 패배의 패배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정세반전을 하기는커녕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운동 내부에 있다. 특히 민주노총을 위시한 상층관료의 기회주의, 대공장노조의 노사협조주의의 확산이 주요 원인이다.
남한 민주노조운동에서 기회주의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과 총자본, 아니 개별자본에 맞선 생존권투쟁조차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기회주의 세력과의 싸움을 경과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실정이니 말 다한 것이다.
06년 정세는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관철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96-7년 노개투 정세, 98년 정세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06년 정세는 매년 지나가는 정세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체들의 준비정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 취약한 정도가 아니라 노동운동의 최대 위기 상태에 처해 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도입이 제도화되고 현장에서 안착되면서이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관료화로 위기를 부채질 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로드맵의 핵심이 노동기본권 제약과 사용자 대항권 강화를 통해 노조관료를 육성하고 체제내화 시키려는 의도임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로드맵이 통과된다면 민주노조운동은 손, 발, 머리가 잘린 채 개울가에 내던져진 토막 난 시체처럼 아무 쓸모없는 신세가 될 것이며 자본의 왕국이 될 것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가들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자본가들은 여전히 경쟁 상대국에 비해 많은 파업, 소유관계를 뒤흔드는 일상적인 공장점거파업, 파업으로 인한 높은 노동손실일수, 파업이 아닌 일상적인 현장투쟁으로 인한 생산중단에 불안해한다. 자신들이 포섭한 상급단체나 단위노조의 현장장악력 부재, 현장통제력의 취약함에 화를 내기도 한다.
게다가 정권과 총자본은 개별자본의 경쟁력의 기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경제양극화 문제는 이미 경제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840만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본의 이윤극대화의 토대이지만 사회불안정의 토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권과 총자본에게 ‘양극화 해소’는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 방안을 살펴보면 지배계급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야 할 것 없이 양극화 해소의 가장 중요한 해법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하기는커녕 비정규직 양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주요 정책마다 쌍심지를 켜고 대립하지만 노동정책문제를 두곤 양손 잡고 춤추고 있다. 특히 양극화 해소라는 이름으로 정규직노동자의 희생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선 양손 맞잡고 입까지 맞추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의도는 분명하다. 비정규직을 활용해 정규직의 임금, 노동조건, 고용의 하향평준화를 이뤄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체제내로 포섭하려는 것이다. 정권과 총자본은 일석이조의 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저항 없이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노사정위원회다. 이미 정권과 총자본의 98년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도입에 대해 노사정위원회합의로 인해 수월하게 현장에 정리해고를 할 수 있어 경제위기 극복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는 평가와 마찬가지로 양극화 해소 방안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하고자 한다. 물론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등 다양한 압박수단을 제시하지만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하고 싶은 다른 표현일 뿐이다.
노사정위원회의 가동을 위해선 노동운동 내부의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리는 05년 사회적 교섭,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둘러싼 노동운동 내부의 투쟁에서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이 얼마나 공고히 뿌리내려 있는지 절감했다. ‘정권과 총자본의 이중대’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자들의 실체를 일목요연하게 봤다. 어느새 민주노조운동의 절대 다수가 되어있는 사회적 합의주의는 단사의 노사협조주의에 기초한다. 그래서 무섭다. 상층부 몇 명을 물리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현장에서부터 노사협조주의 세력과 투쟁하지 않으면 해법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노사정위원회는 단지 입법에만 필요한 것이다. 입법 이후 사후 조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이것의 다름 아니다.
간략하게 본 정권과 총자본과 노동진영의 대척점을 살펴봤다면 06년 이후 정세를 분석하고 임무를 도출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다른 요소들을 살펴보자.
Ⅰ세계 경제와 정치
06년 세계경제는 전년에 비해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성장률은 05년의 3.7%보다 다소 낮은 3.3%가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금리인상 효과의 가시화, 부동산 경기 진정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3%로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경제는 대외적으로 무역마찰 및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라 수출이 둔화되고, 대내적으로는 거시조정 정책으로 투자 상승세가 제한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8%대 후반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EU 경제는 내수회복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05년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완만한 둔화는 유가급등, 중국경제 경착륙 그리고 글로벌 부동산버블의 붕괴 등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1. 세계 경제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지뢰밭을 걸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는 몇 년간 초저금리에 기초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1%에 머무는 유례없는 저금리 정책은 IT버블이 붕괴한 뒤 미국의 경기를 부양하는 데 기여했다. 저금리에 기초한 건설경기 호황, 즉 부동산버블은 부의 효과를 낳아 소비 과열로 이어졌고 이는 세계경제 호황을 견인했다. 01-04년까지 미국의 주택가격은 39% 상승했다. 장기금리가 1% 상승하면 주택가격은 2% 이상 하락하고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은 0.4-0.6%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부동산시장이 급랭할 경우 미국이 진원지가 되어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2. 04년 6월 이후 미극은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17회의 금리인상으로 4.75%로 상승했다. 06년에는 유럽과 일본 등도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으로 점차 금리인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3. 미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고질병인 쌍둥이 적자 해소 방안이 거의 없다는 것도 위기 요인 중의 하나다. 미국은 하루 20억 달러를 빚내지 않고서는 유지가 안되는 이상한 나라다. 경상수지 적자 8000억 달러, 재정 적자도 3190달러이다. 허리케인 피해 복구비 2000억 달러를 제외하고 말이다.
4.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싼 공산품의 공급으로 인플레이션 없이 초저금리를 향유할 수 있었다. 중국경제는 96년 이후 10년간 ‘고성장-저물가’의 안정 기조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투자과열로 인한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중국경제는 03년 이후 20%가 웃도는 투자과열이 지속된 결과 투자의 GDP 점유율이 51%로 미국(16%), 한국(29%) 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다. 경제의 과도한 투자의존도는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또한 공급과잉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중국 상무부는 600개의 소비재 가운데 28.7%만이 수급균형을 보이고 71.3%는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06-10년 실시되는 제 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정책을 전환할 계획이다. 산업전반에 만연한 과잉투자, 높은 에너지 소비, 비효율 등 산업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이다. 11차 계획 자체가 연착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경기둔화가 오히려 균형발전, 구조조정을 수행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11차 5개년 계획의 성장률 목표를 10차 5개년 계획의 7%보다 높은 8%로 정했다.
과연 중국경제가 과잉투자를 해소하고 구조조정과 균형발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보아야 한다. 특히 국유기업의 부실화,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고동성장의 부작용으로 등장한 3대 격차(도시와 농촌, 동쪽과 서쪽의 지역간 불평등, 계급간 불평등)의 해소가 격렬한 계급투쟁 없이 가능한지 눈여겨봐야 한다.
5. 06년에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어 세계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급능력 제약에 따른 불안감의 지속과 구조적인 수요 증가로 고유가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 등 주요 산유국의 공급 불안이 상존하는 가운데, 정정불안 및 기상악화 시에는 추가 급등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고유가의 장기화를 상정한 미국․중국․일본 등 거대 에너지 소비국들은 비축유 확보, 광구 매입, 산유국에 대한 전방위 외교 등 자원확보 경쟁에 적극 나설 것이며 이로 인한 국가간 마찰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미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투쟁이 시작되어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다. 이라크 역시 06년부터 미국이 감축하기 시작하면 국내투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6. 반세계화 투쟁의 확대 가능성.
7. 독일 사민당의 패배, 중남미 좌파 정권의 등장이 중요한 정치적 변화.
Ⅱ 국내경제
06년 국내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양극화 해소를 통해 고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수출증가를 통한 절름발이 경제성장을 했던 몇 년간의 모습에서 벗어나 내수소비의 활성화로 수출-내수의 고른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이다.
05년 국내경제는 고유가 등 세계경제의 변수로 3.8% 저성장했다. 하지만 상저하고로 상반기 3.0%에서 하반기 4.6%로 경기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06년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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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출 증가 |
해외경기 |
환율요인 |
생산성 요인 |
|
1991-1997 |
100 |
37.8 |
27.9 |
34.4 |
|
1998-2004 |
100 |
48.3 |
2.3 |
49.5 |
05년 경제성장의 견인차는 수출이었다. 지난 3년간 두 자리 수 수출증가율은 세계경제 호황에 기인하는 점도 크지만 수출 주력업종의 생산성 향상이 크게 기여했다. ‘3저 호황기’와 유사한 수준의 수출 증가를 이뤄지만 당시의 저유가, 저금리, 달러가치 하락 등 대외여건에 힘입은 바가 컸던 반면 최근 3년간의 수출증가는 고유가, 원화가치 상승 등 불리한 여건에서 달성한 것이다. 환율요인이 27.9%에서 2.3%로 크게 줄고 생산성 요인이 34.4%에서 49.5%로 크게 상승한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인한고 할 수 있다.
내수소비도 가계부채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예상이며 신용카드버블 붕괴이후 처음으로 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없이 성장’으로 청년실업률 문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겠지만 이도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는 대안을 내고 있다. 비정규직양산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말이다.
Ⅲ 파업통계로 본 세력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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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20 |
2004. 10.20 |
2005. 10. 20 |
|
분규발생 건수(개소) |
298 |
443 |
258 |
|
분규 참가자 수(명) |
130,562 |
181,852 |
112,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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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손실일수(일) |
1,193,553 |
1,101,653 |
731,329 |
노동연구원 “주요노동동향”, 《노동리뷰》2005. 11
파업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준다. 파업을 통해 자본과 노동의 상태를 전부 알 수 없지만 파업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심리적 상태 등 총체적인 상황인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파업의 건수, 참가자 수, 근로손실일수만이 아니라 정치파업․경제파업의 양상, 불법파업의 수, 전반적인 파업 양상 등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배계급은 파업 양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파업노조의 조합원 숫자가 아닌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파악하고 있다. 또 파업분석은 지도부의 노선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파업통계 분석을 통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노동운동 노선상의 문제까지 파악할 수 있다. (90년대를 포함한 전반적인 파업분석은 2004년 화성 현장의 힘 정세 교육 자료 참조할 것)
최근 파업양상으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 년 간 파업건수와 파업 참가자 수는 늘어났지만 노동손실일수는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다. 05년 노동손실일수는 00년 이후 최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파업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 또 파업지속일수가 짧아지고 있는 데 비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의 파업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양극화로 인해 대기업에서는 양호한 지불능력을 배경으로 노사가 담함할 여지가 커지고 있는 데 비해 중소사업장, 비정규직은 투쟁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노사담합이 조합원들의 실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74년 경상이윤율에 대한 통계 발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이윤율을 과시하면서도 조합원들의 임금인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매년 최대이윤을 경신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명목임금인상액은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임금인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 자동차는 97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12%대에서 04년 6%로 절감된 것에서도 드러났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규직조합원들 사이에서 정권과 자본의 정규직․비정규직 분리 통제 정책이 은연중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규직조합원들은 외형적으론 정권과 자본의 ‘대기업 이기주의’공세에 반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으론 여과 없이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비정규직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 현중의 128일이 장기파업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작금의 비정규직투쟁은 파업 100일 문화제, 파업 200일 재정사업, 파업 1년 기념식을 여기저기에서 갖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투쟁이 사회적 이슈가 됨으로서 여론전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생산에 대한 타격정도가 미약하다는 것, 사회적 이슈를 넘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으로 인해 투쟁은 장기화되고 지쳐가고 있다.
다음으로 대기업노조에서의 노사협조주의 확산은 정치․경제파업의 양상도 변화하게 만들고 있다. 개별사업장의 차원의 노사분규가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오랜 관행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으며 제도를 둘러싼 노정 대결 양상이 정치투쟁의 주를 이루고 있다. 하반기 정기국회 일정에 따른 정치파업 전개가 하나의 흐름처럼 된 모습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정치파업․경제파업의 분리 양상은 노동운동 내부의 기회주의 세력의 선택이기도 했다. 정치투쟁 전술을 국회일정에 종속시켜 지배계급의 분리통제 정책에 호응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선택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치투쟁의 영역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05년 투쟁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말로는 최대 현안문제라고들 하지만 현실에서 보여준 모습은 완전 반대였다. 05년 연말 비정규직보호입법안을 둘러싼 급박한 정세의 총파업 지침은 역사상 최악의 총파업지침으로 남을 정도니 말이다. 대부분의 정치총파업은 10여만을 기본으로 조직했다. 이는 70,000 여명의 현자-기아차 노조가 총파업의 근간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과거 금속, 특히 현자-기아차 노조 등을 중심으로 한 핵심투쟁동력에 기초해 총파업투쟁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었지만 이들이 빠진 총파업투쟁은 지속력을 갖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되었다. 2-4만의 조합원만 비정규직보호입법 반대 총파업 참여라는 초라한 자화상만 남겼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를 핑계로 노조든 현장조직이든 제대로 된 사업조차 하지 않은 결과이다.
06년 개별사업장 임단협은 05년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보호입법안,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남아 있다. 투쟁주체인 우리가 어떻게 과거 총파업투쟁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된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가가 정세반전의 키라고 할 수 있다.
Ⅳ 지배계급의 정치와 노동자 정치
정치하면 선거를 떠올리지만 정권과 자본은 불안전성을 거세하고 자본주의 확대 발전을 위한 일상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노동자를 위시한 민중들은 은연중에 정권과 자본의 일상정치에 포섭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부르주아 신문들의 주장에 쉽게 넘어가고 부르주아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해 지지하게 되는 것이 만연해 있다는 것 자체가 정권과 자본의 일상정치에 포섭되고 있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는 일정 시점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도 한다. 선거를 둘러싼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도 생기기도 한다. 선거 결과가 세력관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세력재편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1. 06년은 대선 전초전을 치르는 지자체 선거가 있다. 대선 이후 모든 보궐 선거에서 대패한 열린우리당은 대선 주자를 내세워 승리의 기선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해 여세를 몰아갈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에 사활을 건 투쟁을 한 것도 보수세력 총단결을 이끌어내어 대선으로 가는 길을 닦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지자체 선거에 몰두하는 것은 여야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뉴라이트운동 세력과 연대하고 열린우리당이 민주세력 총단결의 기치아래 시민운동 세력, 민주노총 내부의 기회주의 세력까지 포괄한 선거 전술을 내오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내 우파에서 노무현 지지를 한 그릅이 있었다는 것, 노무현 집권 3년 내내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해온 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 지자체 선거 결과에 따라 정개개편의 구체적인 상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대선전까지 진행되는 정개개편은 민중을 들러리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정개개편에 따라 소용돌이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역시 지자체 선거에 목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선거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지자체 의원들에 연봉 지급 등으로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원내진출 이후 정체성 시비를 겪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의 도대체 노동자들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현장의 불만을 애써 외면하고 06년 무상의료, 무상 교육을 핵심요구로 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쟁취를 위한 5월 총파업은 과거 4.13총파업과 마찬가지로 선거용 파업이라고 모두들 인식하고 있다.
4. 지배계급은 집권을 놓고 선거로 경쟁하지만 총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안에 대해선 철저히 단결한다. 지배계급의 정치는 여기에 기초한다. 사학법 개정, 재개정 넣고 사활을 건 투쟁을 하다가도 비정규직보호입법안 통과엔 쉽게 합의한다. 로드맵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지배계급의 본질은 총자본의 이익에 기초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집권당, 혹은 집권자가 누구든지 쉽게 포섭할 수 있다. 총자본의 노골적인 이익을 위해 선호하는 당과 후보자가 있더라도 말이다.
5. 몇 년간 지배계급은 ‘대공장 이기주의’ 공세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전의 성과를 넘어서기 위해서 지배계급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 공세는 ‘대공장 이기주의’ 공세보다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극화 해소’ 공세는 대선 이후까지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2005년 8월 임금소득 불평등도 하위10% 대비 상위10%의 임금은 5.40배로 OECD국가 중 임금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은 미국(2003년 4.39배)보다 크게 높고, 저임금계층(중위임금의 2/3미만)이 전체 노동자의 26.6%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가계와 기업의 소득 양극화 현상’ 자료에 따르면 소규모 자영업자 소득도 노동소득으로 간주했을 때 2004년도 노동소득분배율은 68.4%로 1990년~1996년까지 평균 81.6%에 비해 13.1%나 하락했고 2000년-2004년 평균 74.7%보다도 6.3%나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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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양극화 해소’를 위해 여야 모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확충을 애기하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보단 비정규직 양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은 만인이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계급의 공세가 지속적으로 먹히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청년실업률의 하락 기미가 보이지 않고, 차별받는 비정규직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최대로 이용해 대기업 고용경직성마저 깨고자 한다. 임금,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만이 아니라 고용자체를 자신들의 맘먹은 대로 하고 싶은 것이다.
‘양극화 해소’ 방안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노동자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 재원마련을 위한 세금정책을 둘러싸고 말이다. 법인세나 소득세에 대한 증세 없이 부가가치세나 소비세 위주의 증세 정책은 조세 역진성만 크게 만들 뿐이다.
7. 지배계급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사정 대타협을 원한다. 지배계급은 840만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투쟁이 아니라 현장 밖 협상테이블에서 교섭-- 그것도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로--을 통해해결되기 간절히 바란다.
문제는 민주노총을 위시한 민주노조운동 세력의 태도와 노선이다. 이미 민주노조운동 세력은 암묵적으로 지배계급의 기조에 동의하고 있다. 하향평준화라도 노동자계급 내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이든지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 ‘대공장 이기주의’ 공세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이 제출한 사회공헌기금 요구는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 사회적 기여를 통한 기업 이미지 고려 차원의 경영기법에 흡수된 지 오래다.
애매하게 제출한 연대기금정책은 노동연구원 차원에서도 검토한 정책이다.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이 모든 정책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우회하기 위한 시도로, 현장에서 직접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대안으로 제출되면서 몇 년을 허비했다. 그 몇 년간 비정규직 양산의 당사자인 정권과 자본은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비정규직의 친구가 대기업노조는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망나니가 됐다.
8. 이후 몇 년간 정세의 핵심 고리는 ‘양극화 해소’를 둘러싼 투쟁이다. ‘양극화 해소’에 대해 정권과 자본에 올바르게 대척점을 형성한다면 정세반전을 넘어 노동해방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9. 06년 정세을 움직일 노동자 정치의 핵심은 비정규직 투쟁과 로드맵 분쇄투쟁을 결합시킬 수 있느냐에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보호입법 저지․ 비정규직 권리입법안 쟁취 투쟁이 아직 준비 안 된 정규직들을 조직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사안이 로드맵 반대투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배계급은 국회를 통해 분리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반대 방향을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은가.
10. 06년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 계획은 비정규직보호입법안 저지․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 쟁취, 로드맵 분쇄․민주적 노사관계 쟁취,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위한 총파업, 지자체 선거, 대대적인 산별 전환으로 잡고 있다. 총파업투쟁 전술만 2월 비정규직보호입법안 저지 총파업, 4월 로드맵 분쇄 총파업, 무상의료․무상교육 쟁취 총파업, 임단투 등 몇 차례 잡고 있지는 모른다. 다만 국회 일정에 따른 총파업 전술이라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만 분명하다. 또 선거를 위한 총파업전술 배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오류에 가득 찬 총파업 전술을 바꿔내지 않고서는 패배를 거듭할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Ⅴ무엇을 할 것인가?
1. 비정규직보호입법안 강행처리에 따른 민주노총 총파업은 기정사실이다. 현자노조나 기아노조도 민주노총 총파업 지침을 피해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이 총파업이 형식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다. ‘아래로부터 총파업’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총파업은 패배할 것이며 이로 인해 패배감은 도를 넘어설 것이다.
현 시기 조직력, 투쟁력, 생산에 대한 직접적인 파괴력과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정규직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동참 없이는 패배는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관심하게 구경하고 있는 정규직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을 끌어낼 것인가.
첫째, 로드맵 투쟁을 함께 결합시켜야만 한다.
둘째, 단사에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투쟁에 적극 연대하는 것을 통해 투쟁동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보호입법안 저지․로드맵 분쇄 현장공투체를 만들어 현장투쟁 분위기를 상승시켜야 한다. 집행부에게 총파업투쟁을 맡겨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장조직들이 현장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넷째, 비정규직보호입법안 저지․로드맵 분쇄 현장공투체를 전국의 현장조직들, 지역선봉대, 실천단 등에 제안하고 실질적인 전국적 총파업 조직화에 매진한다. 전국조직 건설과 동시에 로드맵 분쇄투쟁까지 지속적인 현장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한다.
2. ‘양극화 해소’에 대한 실천방안을 마련한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정책적 대안이 아닌 현장에서의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현장조직 동지들은 정규직 정서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하지 않고서 다른 방안이란 앉아서 하향평준화 당하는 것 외에 다른 정책이란 없다.
3. 단 몇 개월간의 계급투쟁의 승리의 향방이 전체 정세를 좌우할 것이다. 로드맵까지 현장에 관철된다면 장기간 침체를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총파업투쟁에서 승리한다면 정세는 역전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전력을 다해 승부를 바야 한다. 역사는 주어진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 하에서 투쟁할 수는 없다.
4.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기회주의가 더 크게 발호할 것이다. 기회주의의 핵심은 여전히 ‘양극화 해소’ 방안을 둘러싸고 노사정위원회 참여 문제, 노동운동 노선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민주노조운동, 현장조직운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현장의 힘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조운동, 현장조직운동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매년 정세 교육을 위해 교안을 작성하면서 드는 첫 번째 생각은 밀려오는 패배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다. 꾸준한 현장사업과 활동가들의 특단의 결의를 갖고 투쟁을 전개하지 않고선 정세 반전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내용의 부실 때문인지, 현장활동가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특단의 결의는 오간데 없고 만연한 패배감에 기초한 기회주의적 노선만 난무한다. 다양한 사업장, 현장조직들을 교육하지만 교육은 교육이고 실천은 별개의 것이 되어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일이 생활이 되어버렸다.
정세와 임무, 정세와 전술, 내용과 실천, 말과 행동이 분리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06년 정세의 엄중함은 대중행동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 남한 노동자계급의 미래가 없음을 의미한다. 96-7년 노개투 정세, 98년 정리해고 반대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06년 정세는 매년 지나가는 정세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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