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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은 같다



뫼비우스(Moebius) 띠 이야기

          

글/나천수


그야말로 2차원에서
평면의 띠를 8자형으로 비틀어
그 양끝을 붙여 돌리면
안(內)이 안인지,
밖(外)이 밖인지,
혼란스러워 보인다.

뫼비우스 띠에서는
안(內)과 밖(外)이 없다고 하지만
세상은 3차원의 모습인걸,
어찌 평면이 세상을 지배하랴,

세월이 비비꼬이고 돌고 돈단다.
돌고 도는 세월 위에 연필 얹어 놓으면
돌고 도는 선의 궤적 그려지고
선이 움직이면 면이 되고
면이 움직이면 부피가 되어
안(內)이 있고 밖(外)이 있을 것을,

물이 흐른다고 한다.
다 흐르고 나면
흘러내릴 것 없어야 하는데
안(內)으로 흐르는 물
밖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통로가 있어
끝없이 흐르고 있는 것 보면
물의 흐름에도 안과 밖이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텅 빈 공간이라고 안과 밖이 없으랴,
하늘에서 내리는 비
물 다 쏟으면
내릴 비가 없어야 하는데
하늘에서 땅 안으로 쏟아내면
땅에서는 하늘 밖으로 되돌려 보내는걸 보면
분명 하늘과 땅 사이에도,
안(內)과 밖의 길이 있는 것이다
 

안(內)에서 보면
밖이 보이지 않고
밖에서 보면 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과 밖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시간이 농축되어 안으로 응고 된
잘 익은 과일이 되든지
색깔 좋은 꽃잎이 되든지
밀실의 꿀물이든지
시간 밖에서 썩은 두엄 뒤집어쓰고
땅속 깊은 곳 물 퍼 올리랴
여름 내내 빛살에 그을린 모습
안 보인다고 없다 하랴.



돌고 도는 세월
안(內)으로 응고되어 침전되면
빛바랜 기암괴석이 되든지
벌거벗은 고사목이 되든지
산이 되든지 바다가 되든지
그리되는 세월 밖으로 삭힌 한이
안 보인다고 없다하랴.

안이 있어야 밖이 있듯이
안만 있거나
밖만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을,

3차원의 세상에서는
뫼비우스 띠를 자를 가위가 없거늘
또한 자른다 한들
안과 밖이 없어지지 않으니
그냥 뫼비우스 띠 모양으로
빙빙 도는 것이 어떠랴

사람이 살고 죽는 윤회의 법칙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분명 안과 밖으로 돌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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