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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남은 진보는 가라!

진보신당에서 심상정 징계안이 부결됐다고 한다. 주의 깊은 관찰자라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진보신당에는 심상정, 노회찬을 대체할 수 있는 리더십이 결여돼 있다. 이들을 비판하는 이들은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추어적인 당활동을 해왔을 뿐이다. 심상정 징계 이후의 대안을 조직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보통의 당의 간부들은 심상정 없는 진보신당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감히 해낼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심상정은 이번만이 아니라 이미 2년 전 2008년 총선에서도 질적으로 동일한 오류(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제안 수용)를 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진보신당은 어떤 정정 노력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때 이미 진보신당은 영혼을 잃어버렸다. 그때부터 이미 껍데기 같은 존재였다.


오늘날의 진보는 최소한 두 가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둘째, 변혁의 주체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이 두 가지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은 동요와 혼돈 끝에서 노동자정당다운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남은 것은 자유주의정치의 복제였고, 결국 자유주의정치세력과의 차별화에 실패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동반추락했다. 동반추락의 결과는 분당과 진보신당의 창당이었다.


그러나 진보신당 역시 위 두 가지에 동일하게 답을 하지 못함으로써 존재근거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아예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정견을 상실한 당의 실태는 2008년 심상정 사건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당의 정체성 확립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조차 모르는 데서 드러났다. 심상정의 오류를 묵인함으로써 자유주의 2중대 노선과 절연하고 자유주의와의 경쟁을 당의 노선으로 세우는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스스로 허물어버렸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았을까? 그나마 의식이 있는 이들은 좌파적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당을 왼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자신의 정력을 허비했다.


지금의 심상정과의 싸움은 때늦은 각성이다. 그사이 진보신당은 자유주의정당화의 길로 너무나 오래 들어섰다. 진보정당다운 영혼은 이미 진보신당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심상정은 영혼 없는 진보에 최선의 길을 제시했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심상정의 비민주 3당 건설 제안은 껍데기뿐인 진보가 연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새로운 야당에서 진보분파를 형성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진보정치’를 그나마 이어갈 유일한 방법이다. 그들은 당선과 카메라, 관객이 없는 진보정치를 상상조차 못하니까. 따라서 심상정은 승리할 것이고, 진보신당은 사라질 것이다. 이게 누구의 말처럼 운명이다. 그리고 진보신당의 진보먹물들은 툴툴거리며 심상정의 뒤를 따를 것이다. 이게 먹물의 근성이다.


이제는 사회주의자들만이 자본주의와 싸우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의 대의를 이어갈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가려하지 않는 길들을 홀로 갈 것이다. 몰락의 시대와 변혁의 르네상스 사이에 사회주의자들이 스스로 택한 백번의 패배만이 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승리 대신 패배를 좇아라. 살 곳에 있지 말고 죽을 곳에 있어라. 별이 떨어지는 시대에 새벽을 기다리는 자들의 유일한 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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