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몇 가지.

 

나는 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번 두 번 계속 반복하다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이 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만 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 번 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준영의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이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 걸까? 연희와도 준영과도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이 처음처럼 당황스러운 건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것처럼 모든 이별도 첫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만 이런 건가? 준영인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사랑을 하면서 알게 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자고, 첨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자꾸 이상한 말만하는 건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4/23 20:07 2009/04/23 20:07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xfiles/trackback/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