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감자를 캔다.

 

세 달간의 수업.

마지막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호기심으로 나를 잡아먹을 것 만 같던 아이들은

땀과 물놀이의 재미,

의자에 붙어있지 않을 자유에 익숙해지는 듯 하다.

 

그런데

정작 강사인 나는

날이 갈수록 아이들이 반갑고 새롭지 뭐야.

예쁘게 웃어서 좋고

글씨를 잘 못 읽어서 좋고

그림을 잘 그려서 좋고

글씨를 삐뚤빼뚤 써서 좋고

부끄러워해서 좋고

고집부려서 좋고

질문이 많아서 좋고

삐쳐서 좋고

말이 많아서 좋고

딴 짓해서 좋고

욕심부려서 좋고

때로 나를 들었다놨다 해서 좋았다.

(내게 좋다.는.  짠하고 마음이 가고 예쁜것.)

나도 모르게 하루는 녀석들을 이렇게 판단했다가, 다음번에 뒤통수 빡!

많이 맞았다. 뒤통수 ㅋ

'판단하지 마시오'

판단하고 틀 속에 넣었을때, 그 틀 만큼만 보이리.

또 배운다.

 

 

아이들 속에

상처도 많다.

언제부턴가 이 지랄맞은 마음은

자주 습해진다.

그들이 상처를 잘 치유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나오며 또 기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일까...

일단은, 내 안의 화를 풀어내자.

모든이의 화가 풀어진다면.

 

 

교사의 삶이란 반복된 자기 수양일 듯하다.

애정을 품고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일,

안정되고 단단한 구조 속에서 자신을 놓지 않는 일.

교사는 (나이와는 별개로) 인생 경험이 많아야 할 듯...

 

 

 

 

나는 재미있고 많이 배웠는데

아이들도 그럴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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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22:02 2012/06/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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