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꽃개

분류없음 2017/01/21 02:54

 

드디어 인생의 한 챕터에 노동조합 (Union) 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다른 사람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나의, 꽃개가 소속한 노동조합 말이다. 노동자로서 나 자신이, 꽃개가 소속한 조직이 있고 그 소속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특혜 (privilage) 다. 캐나다는 물론, 한국에서도 노동조합조차 만들 수 없고 소속할 수도 없으니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주중에 일하는 곳, A 회사라고 해두자. A는 산별노조인 캐나다공공노조 (Canadian Union of Public Employees: CUPE, 발음은 "큐피" 에 비슷하게 한다) 에 속해 있다. 처음 이 회사의 잡포스팅을 봤을 때 "노동조합이 있는 곳 (unionized position)" 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A 회사에서 잡오퍼를 했을 때 기뻤고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반면 주말에 일하는 곳, B 라고 해두자. B 회사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B 회사의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ED) 는 지역 사회에 잘 알려진 대단히 리버럴한 사람이지만 매우 공공연하게 "노동조합은 필요없다 (useless)" 고 말한다. 차라리 노조를 못만들도록 방해공작이라도 하면 낫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요는 이렇다 - 회사에서 혜택 (benefits) 을 다 해주는데, 노동조건은 각 프로그램마다 매니저와 의논해서 결정하여 적용하면 되는데 그걸 뭐하러 노동자 개개인이 따로 돈 (조합비; union dues) 을 내면서까지 조직을 또 만들고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는 거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은밀히 움직였다. 그 친구는 공부에 욕심이 제법 많은 친구였는데 회사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박사과정을 제안했고 그 양반은 잠정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떠나는 날, 해당 디파트먼트에서 그럴싸한 파티를 해줬고 회사 뉴스레터에 사진과 동향이 실렸다. 그 양반이 나중에 박사학위를 받아 회사로 복귀하면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그 의지를 지속해 실천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은 코디네이터-매니저급으로 채용되거나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회사와 일대일 컨트랙트를 맺는다. 그리고 코디네이터 이상 직급은 노동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한다. 그 양반의 의지와 무관한 현실이다. 물론 당사자가 원하면 박사학위를 땄든 의사면허가 있든 얼마든지 평사원으로 일할 수 있지만 매니저 입장에서 자신보다 오버퀄러파이한 직원을 수하에 두면서까지 일을 시키려는 사람은 없다. 없을 것 같다.

 

 

주중-주말 두 곳을 번갈아 일하며 지금까지 느낀 것은 --- 불행하게도, 노동조합이 없는 B회사의 노동조건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임금, 근무환경, 매니저의 철학과 수퍼비전... 비교하면 할수록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 월등히 낫다. 하는 일은 비슷한데 말이다. 회사의 규모를 감안해도 어딘가 석연지 않다. 대체 원인이 뭘까.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것으로는 "사람" 의 문제가 크다. 회사의 풍토, 문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회사는 그 회사 수준의 노동조합을 갖고 노동조합은 그 노동조합 수준의 회사를 갖는다" 는 말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10월에 입사한 뒤로 A 회사 노동조합의 지부장 (위원장)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시프트 파트너가 노동조합 서기이고 지역 노동조합 활동에도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대화가 통하는 편이긴 하지만 조합 차원에서 신규조합원에게 발송하는 환영이메일 한 장 받지 못했다. "대체 위원장은 뭐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었더니 답변이 가관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주중에 풀타임으로 다른 잡을 갖고 아이를 키우고 등등 바쁘단다. "그런데 왜 위원장을 하는 거야?" / "I don't know."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2017/01/21 02:54 2017/01/2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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