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에대해
분류없음 2023/11/11 14:39빈대 (bedbugs)
빈대는 느리다. 바퀴벌레나 개미처럼 재빨리 혹은 쉼없이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바퀴벌레는 발견했을 때 흠칫 놀라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지는 반면 빈대는 잠깐 케미컬 스프레이를 가져와 돌아와도 발견된 그 언저리에 있다. 서로 어리둥절하다. 날개가 없으니 날 수도 없다. 다리에 빨판이 있어 잘 기어오르고 내리면서 중력을 이용하는 재주도 없다. 다리 끝은 갈퀴 모양이라서 그 갈퀴를 사물의 홈에 걸어 이동한다. 따라서 아무 홈이 없는, 갈퀴를 걸 수 없는 매끈한 표면 위의 빈대는 당황한다. 반대로 미세한 홈이 아주 많은 옷이나 이불 따위 등에서 빈대는 잘 걷거나 매달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빈대는 자주 이동하는 편은 아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말이다.
빈대는 꽉 끼는 조이는 듯한 환경을 좋아한다. 빛이 없는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선선한 기운을 좋아한다. 텅텅 빈 곳, 볕이 드는 환한 곳, 열감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빈대는 움직이는 사람의 몸에 특히 여름철 사람의 몸에는 잘 들러붙지 않는다. 빈대 입장에선 사람의 체온이 뜨겁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의 외투나 가방 따위에 그들의 갈퀴를 이용해 들러붙는다. 이동수단이다.
빈대는 숙주 곁에 서식한다. 만약 사람이 숙주라면 움직임이 적고 체온이 떨어진 "사람이 잠든 사이에" 나타나 흡혈한다. 적어도 세 군데 이상 일렬로 흡혈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breakfast, lunch and dinner (아침점심저녁)" 라는 씁쓸한 슬랭이 있다. 빈대가 여러군데를 물어뜯는 이유는 정확히 혈관을 찾아내는 지능이 없기 때문, 모기처럼 흡혈에 용이한 주둥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번 먹을 때 배불리 먹고자 하는 습성 때문이다. 빈대는 모기와 달리 암수 구분없이 흡혈하고 한 번 배불리 먹으면 어지간해선 며칠동안이고 다시 식사를 위한 힘든 길에 나서지 않는다. 만일 이틀 혹은 사나흘 연달아 물렸다면 성충 빈대가 한 마리 이상 있을 수 있다.
빈대는 청소를 안한다. 자기 주변 정리를 안한다. 탈피를 하고 배설을 하고 알을 낳고 모두 흔적을 남긴다.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빈대는 오로지 동물의 피만 먹기 때문에 주변 청소를 하지 않고 자기 주변을 돌보지 않는 것이지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그것이 빈대이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곤충에 비해 그렇다고 한다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또 하나, 빈대의 흔적이 심한 경우, 독특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damp smell", 이른바 지하실 냄새? 라는데 이게 대체 뭔 냄새인지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한다.
빈대는 도메스틱 용도로 쓰는 해충용 케미컬에 잘 죽지 않는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빈대에 직접 스프레이를 분사하면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분사해야 한다. 한 통 다쓴다. 문제는 대낮에, 사람 눈에 띄어, 나를 죽여라, 대기하는 빈대를 만나는 일이다. 참으로 드물다. 만약 그렇다면 방금 내 옷이나 가방에 묻어 집에 들어온 어리둥절한 빈대이거나 이미 아웃브레이크 상태라는 말일텐데 차라리 전자였기를 바랄 뿐이다.
빈대는 다른 해충처럼 깨끗하고 청결한 인간의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청결한 데다가 뜨거운 열기가 자주 느껴지는 곳이라면 빈대는 차라리 이동을 시작한다.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불빨래와 청소를 자주하고 스팀기 침구소독을 정기적으로 하면 좋다. 다중시설을 이용한 뒤 집에 돌아와 여전히 빈대가 걱정이라면 옷가지를 벗어 건조기에 넣고 뜨거운 열로 20 분 이상 돌린다. 빈대는 bleach (블리치: 표백제, 락스) 청소에 취약하다. 온 집안을 락스로 문질러 닦은 뒤 창문을 꼭 닫아 놓으면 빈대는 죽거나 윗집 혹은 옆집으로 사활을 건 이동을 감행한다. 빈대는 알콜에도 취약하다. 하지만 빈대를 잡기 위해 알콜을 온 집안에 바를 때엔 조심해야 한다. 불이 날 수 있다. "신나" 로 알려진 paint thinners 도 빈대를 죽인다. 하지만 방독면을 써야 할 거다.
빈대는 몇 가지 종류의 냄새를 싫어한다고 알려졌다. 라벤더나 민트 향은 이렇게 알려진 냄새 가운데 대표적이다. 실제로 라벤더나 민트를 이용한 레펄먼트를 개인들이 만들어 쓰기도 하고 여행시 가지고 다니며 매트리스 주변에 뿌리는 사람들도 있다. 신혼여행을 빈대로 망친 뉴스가 바이럴을 탄 뒤에 이런 팁들이 많이 돌았다. 또 다른 예로는 바퀴벌레나 몇 몇 개미들이 빈대의 알을 먹는다고 알려졌는데 이것은 딱히 고려할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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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가 캐나다에 와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베드버그에 대해 교육도 받고 교육을 하기도 하고 실제 직장에서 아웃브레이크를 겪기도 하고 예방을 위해 혹은 집에 들여오지 않기 위해 애썼던 일들이 떠올라 정리해 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