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업글
분류없음 2020/08/29 07:28꼭 코비드일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업무량 가운데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 있는 회사들이나 이 곳에서도 아이티/ 금융 분야 회사들은 벌써부터 도입한 것들일텐데 이제 비영리 분야에도 스멀스멀 확산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궂이 따지자면 비영리 분야에서도 병원을 빼고는 덩치가 제법 큰 편인데도 이십세기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꽃개가 2008년 2월까지 한국에서 일을 했으니까. 가만 있자, 언제냐, 그게... 어쨌든 이메일 팩스를 쓰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회사는 작년까지도 아날로그 팩스를 썼다. 그런데 원성이 자자해서 다시 아날로그 팩스로 돌아갈 분위기. 클라이언트 정보, 가령 생년월일과 이름 등을 담고 있는 것은 이메일로 소통해서는 안된단다. 고치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컨피덴셜리티/ 프라이버시). 내 생각엔 PDF 로 저장해서 이메일을 보내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데 만의 하나라도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복지부동. 속도가 느리고 개선, 진보의 흐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여 있다.
어쨌든 올해부터는 좋든 싫든 자동화할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 가령 미팅도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로 한다. 줌은 쓰지 못한다. 클라이언트 정보 어쩌구저쩌구 역시 그 "보안" 때문이다. 나는 MS 상품의 보안성이 뛰어나다거나 보다 안정적이라는 생각과 경험을 해 본적은 없는데 전문가들은 다른 모양이다. 회사에서는 반드시 코비드일구 때문만은 아니라고 어차피 예정되어 있었던 거라고 다만 그 추진속도가 빨라진 것 뿐이라는데 글쎄... 예전에는 HR 파트의 사람들이 다하던 일도 각각의 프로그램들에 직접 접속하여 고용인 스스로 입력한다. 매니저는 그들의 입력사항을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뒤 승인한다. 사인한 서류를 내고 결재하고 파쇄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시프트/ 스케쥴도 그것만 전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오늘 몸이 아파서 씩데이 (sick day: 병가?) 를 쓴다 해도 프로그램을 통해 처리한다. 하지만 이 때는 여전히 매니저에게 전화나 텍스트를 보내야 하니 두 번 일을 해야 한다.
말이 길어졌다. 각설하고 도합 다섯 개 정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아야 한다. 깔았다. 나의 올드패션드한 폰이 버거워하고 있음을 느꼈다. 꽃개가 쓰는 폰은 16 기가바이트 저장용량에 3 기가 램의 성능을 지녔다. 요즘 누가 이런 걸 쓰나 할 거다. 삼성은 역시 마케팅을 화끈하게 한다. 새 폰을 마련하기 위해 들리는 곳마다 삼성폰을 쓰라고 난리다. 꽃개는 꽃개 본명으로 폰을 만든 뒤로 삼성폰을 쓴 적이 없다. 꽃개만의 작은 소신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온 뒤로 그 소신이 흔들린다. 중국 전화는 아직 쓸 용기가 안 나고 아이폰과 같은 일명 "명품" 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노키아나 모토롤라 같은 약간 똘끼가 느껴지면서 아웃사이더 같은 게 좋다. 이제는 LG 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바일 시장에 한해 본다면 LG는 아무런 전략이 없어 보인다. "방망이 깍는 노인" 같은 이미지랄까. 벨벳을 내놓고 바로 벨벳 뒤통수를 치는 유사스펙 저가폰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확실히 물량공세를 퍼부어서 벤더/ 리테일러 등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들에게 "LG 폰 사세요" 라는 푸시를 하지도 않는다. 하지 않는 것이냐, 못하는 것이냐. 그래서 갑자기 LG 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똘끼충만한 아웃사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