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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연우를 관찰 한 것 중에서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

 

이주간 할머니가 봐주시고 그제부터 다시 이모가 오셨다.

같이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현관에서 똑똑 하면서 이모가

발랄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연우야, 이모다~" 하고 들어오셨다.

이모 목소리 들릴 때부터 연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온통 웃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이모가 막상 모습을 드러내고 바짝 얼굴을 들이대자

연우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약간 무안해서 화가 난 것 처럼 보이는

얼굴이 돼 버렸다.

푸하, 쑥스러웠나봐~

 

 

그리고 목소리가 두배로 커졌다.

작년 겨울부터 연우 또래 아이들과 그 부모를 같이 만나면서 내가 얻은 제일 큰 성과는

우리 딸이 씩씩한 기질이 있는 아이란 걸 알게 된 것 같다.

베이비위스퍼에 나와 있는 네가지 대표적인 기질 중에서

처음부터 '이건 아닐거야' 제껴놓았던 기질인데.

임신 막바지에 사서 읽으면서는 나랑 ZL이 씩씩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자체 평가와 아무튼 씩씩한 베이비가 뭔지 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비 논리적인 이유로 그랬고

신생아때는 대부분의 아이가  'I am not OK'  신호를 보낸다는데

우린 그걸 예민한 아이라고 지레 파악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우는 태어난 순간부터

진경맘이 미루에게 했다는 표현대로 소견이 뚜렷한 아이여서

젖먹을 때나 안아줄 때, 기저귀가 젖었을 때, 더울 때

하여간 자기랑 안 맞는 온갖 시간에 그렇게 싫다는 표시를 했나보다. 

그리고 더 솔직히 들여다본다면

나 자신은 자라면서 어른들이, 남자 아이들이 선호한다고 여겨지는

'귀엽고 깜찍하고 작고 도와주고 싶은'  여자아이완 거리가 멀었음에도

그리고 우리는 연우가 짓는 '남자아이 같은 표정'에 열광했음에도

씩씩한 여자 아이란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연우는 요새 목소리가 두배로 커져서 여기 저기 팔자 걸음으로

걸어다니다가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거라도 발견하면 그 방문 앞에

떡 하니 서서

'"엄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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