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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법사위대안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 입장

* 다음은 2007년 4월 17일(화) 11시 국회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법사위대안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 입장 오늘 모인 인권시민사회 단체는 2007년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으로 제출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내용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우려되며, 이로 인한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인식전환과 노력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통신비밀은 침해받을 수 없는 기본권임을 선언(제18조)하고 있으며, 더불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없음(제17조)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사생활의 보호와 더불어 통신비밀의 보호를 함께 규정한 것은 한 사회를 이루는 최소단위로서의 개인이 존중되고 그 개인의 사적 활동이 최대한 보장될 때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가 가능하다는 인식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또 헌법은 이들 권리들이 비록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 있을 것이나 이 또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에 비추어볼 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의 정신을 수용하여 최대한 구체적이며 최소한에 그치는 권리제한을 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과도한 권리침해의 여지를 담고 있으며 수사기관의 적용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어 온 바, 법 개정 논의가 요청되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입법 취지를 되살리며 권리침해의 범위를 축소하며 국민에 대한 투명한 법 집행의 절차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 정비하기 보다는 인권침해 논란을 부추기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통신비밀의 수집,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비밀 이용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논의․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기관인 국회가 헌법을 거스르며 민주주의 실현과 국민 인권 보호라는 국회 본연의 책임과 기능을 저버리는 행태일 것입니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가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논의에 앞서 헌법이 보장한 통신비밀의 보호, 사생활의 보호가 현실화 될 수 있는 올바른 개정논의를 시작할 것을 간곡하게 제안드립니다.


1. 현행 법률의 독소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1) 광범위한 감청대상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 ·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목적과는 달리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계속되는 개정과정을 통해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통신비밀의 보호범위가 축소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권력에 의한 과도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현행 법 제5조는 제1항 각호의 규정에 따라 통신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에 대해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형법 제2편중 제1장 내란의 죄, 제2장 외환의 죄중 제92조 내지 제101조의 죄, 제4장 국교에 관한 죄중 제107조, 제108조, 제111조 내지 제113조의 죄, 제5장 공안을 해하는 죄중 제114조, 제115조의 죄, 제6장 폭발물에 관한 죄,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중 제127조, 제129조 내지 제133조의 죄, 제9장 도주와 범인은닉의 죄, 제13장 방화와 실화의 죄중 제164조 내지 제167조·제172조 내지 제173조·제174조 및 제175조의 죄, 제17장 아편에 관한 죄, 제18장 통화에 관한 죄, 제19장 유가증권, 우표와 인지에 관한 죄중 제214조 내지 제217조, 제223조(제214조 내지 제217조의 미수범에 한한다) 및 제224조(제214조 및 제215조의 예비·음모에 한한다), 제24장 살인의 죄, 제29장 체포와 감금의 죄, 제30장 협박의 죄중 제283조제1항, 제284조, 제285조(제283조제1항, 제284조의 상습범에 한한다), 제286조[제283조제1항, 제284조, 제285조(제283조제1항, 제284조의 상습범에 한한다)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 제31장 약취와 유인의 죄,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중 제297조 내지 제301조의2, 제305조의 죄, 제34장 신용, 업무와 경매에 관한 죄중 제3! 15조의 죄, 제37장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중 제324조의2 내지 제324조의4·제324조의5(제324조의2 내지 제324조의4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 제38장 절도와 강도의 죄중 제329조 내지 제331조, 제332조(제329조 내지 제331조의 상습범에 한한다), 제333조 내지 제341조, 제342조[제329조 내지 제331조, 제332조(제329조 내지 제331조의 상습범에 한한다), 제333조 내지 제341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 제39장 사기와 공갈의 죄중 제350조의 죄 2. 군형법 제2편중 제1장 반란의 죄, 제2장 이적의 죄, 제3장 지휘권 남용의 죄, 제4장 지휘관의 강복과 도피의 죄, 제5장 수소이탈의 죄, 제7장 군무태만의 죄중 제42조의 죄, 제8장 항명의 죄, 제9장 폭행·협박·상해와 살인의 죄, 제11장 군용물에 관한 죄, 제12장 위령의 죄중 제78조·제80조·제81조의 죄 3.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 4.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범죄 5. 군사시설보호법에 규정된 범죄 6.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규정된 범죄중 제58조 내지 제62조의 죄 7.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규정된 범죄중 제4조 및 제5조의 죄 8.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에 규정된 범죄중 제70조 및 제71조제1호 내지 제3호의 죄 9.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규정된 범죄중 제2조 내지 제8조, 제10조 내지 제12조의 죄 1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규정된 범죄중 제3조 내지 제9조의 죄 11. 제1호와 제2호의 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하는 법률에 위반하는 범죄 범죄수사의 명목으로 이토록 광범위하게 감청의 대상을 정하고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태도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모든 사람들의 통신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는 최소한 민주화되었다는 나라들 중 선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세계 각국의 감청대상범죄는 주로 안보 · 마약 · 강력조직범죄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국 · 독일은 감청대상범죄를 10~20개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 법정하고 있습니다. 룩셈부르크와 프랑스는 장기 2년 이상의 범죄, 이탈리아는 장기 5년 이상의 범죄를 대상으로 감청의 대상을 정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총기, 약물, 밀입국, 살인과 관련된 조직범죄를 위해서만 감청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뉴질랜드는 마약범죄와 조직범죄, 중대 폭력범죄에 한해 감청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신제한조치의 방식에 따라 대상범죄가 달라지는 방식으로는 오스트리아가 있는데, 오스트리아는 전화도청은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범죄에 대해서, 전자통신의 도청에 대해서는 조직범죄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범죄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유형과 형량의 경중을 불문하고 어느 한 법률 전체의 범죄를 모두 감청대상으로 하거나(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범죄, 군사시설보호법에 규정된 범죄) 가중처벌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감청대상에 포함시키는 식의 규정(“제1호와 제2호의 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하는 법률에 위반하는 범죄”)으로 이처럼 광범위하게 감청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법률의 규정이 이처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보니 단순한 신고 및 제출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뿐인 군사기밀보호법 제16조의 죄도 감청대상이 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집니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법률의 규정이 존재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사기관의 편의주의 때문입니다. 더구나 감청대상이 되는 사람은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내사자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법 제6조에 따르면 혐의가 명백하지 않고 단지 의심이 간다는 이유만으로도 제5조에 규정된 광범위한 범죄와 관련한 피내사자들에 대한 감청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국민 누구라도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지 감청을 할 수 있습니다. (2) 과도한 긴급통신제한조치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광범위한 감청대상범죄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긴급통신제한조치가 지나치게 확대․보장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수사기관의 업무편의만을 위한 것임에도 현행 법률은 이로 인한 국민 기본권 침해제한 조치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이 영장주의를 선언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이 영장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적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한 입헌조치입니다. 그런데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긴급통신제한조치는 오히려 이러한 영장주의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위헌적 규정입니다. 일부에서는 형사소송법에도 긴급체포에 관한 규정이 있고 영장 없는 압수 · 수색 · 검증에 대하여 규정이 있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이와 유사한 긴급통신제한조치를 두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식은 현행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긴급체포나 영장 없는 압수 · 수색 · 검증을 무리하게 긴급통신제한조치에 대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이 정하고 있는 긴급체포는 범죄가 이루어진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범죄의 현장에서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와 같이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영장 없이 체포가 가능한 것입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16조 내지 제218조가 정하고 있는 영장 없는 압수 · 수색 · 검증은 바로 이러한 긴급체포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즉, 긴급체포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사정이 인정되므로 영장 없이 압수 · 수색 · 검증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긴급통신제한조치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이 정하고 있는 긴급체포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긴급통신제한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당 피의자나 피내사자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 것이며, 긴급통신제한조치를 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에 따른 긴급체포처럼 긴박하게 현행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피의자를 발견하는 상황도 아닙니다. 법원의 허가를 얻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범죄행위가 벌어진다면 이는 감청을 할 일이 아니라 긴급체포를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실질적으로도 이러한 문제가 있지만 절차상으로도 긴급통신제한조치는 긴급체포에 따른 영장 없는 압수 · 수색 · 검증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통신제한조치를 하기 위한 일련의 선행조치들이 필요한 만큼 시간적 여유라는 것이 긴급체포와 같이 급박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으며, 그 시간적 여유는 야간당직판사 등의 허가를 얻어 영장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합니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긴급통신제한조치가 법률에 정해져 있음에 따라 수사기관이 피내사자에 대해서까지도 긴급통신제한조치를 남발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 및 통신비밀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동시에 영장주의마저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법원의 허가 없이도 36시간의 감청이 가능하도록 보장되어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법리를 위배합니다. 즉 방법의 적정성 및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긴급통신제한조치는 폐지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존치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 특히 통신비밀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서 마련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오히려 기본권을 침해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이 현실은 부끄러운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국회는 독소조항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더욱 위험한 형태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법사위 대안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법사위 대안의 문제점 (1) 통신사실확인자료 1년 간 보관 법사위 대안은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1년의 범위 안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안 제15조의2 제5항).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현행 법 제2조 제11호의 각목에 의거 총 7개의 통신관련자료를 규정되어 있습니다. 법사위 대안은 위치정보(GPS)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에 정해진 통신사실확인자료의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나. 전기통신개시·종료시간 다. 발·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라. 사용도수 마.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 바.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 자료 사.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정보통 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접속지의 추적자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에 의하면 이들 항목 가운데 가, 나, 다, 라, 바목에 해당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12개월, 마와 사목에 해당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3개월 간 전기통신사업자가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시외 · 시내전화역무와 관련된 자료의 경우는 6개월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자가 고객의 통신사실에 관한 자료를 보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요금정산 등 거래관계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분쟁발생 시 증거물로 활용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고객 개인정보의 관리, 마케팅 활용을 위한 자료 등의 용도로 통신사실에 관한 자료를 전기통신사업자는 보관하게 됩니다. 전기통신사업자가 고객의 통신사실을 보관하는데 일정한 제한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측면이라면 일단 법률에 그 근거를 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근거를 두었다고 할지라도 법률상의 요건이 불합리하게 만들어진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현행 시행령에 정해져 있는 통신사실의 보관기간은 그 자체로 이미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간을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범죄수사 등의 목적을 위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의 통신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범죄를 해결한다는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목적을 위해 내밀한 개인정보인 통신기록을 6개월 이상 보관한다는 것은 수많은 통신서비스이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특히 컴퓨터통신 및 인터넷 사용자의 서비스이용사실을 3개월 이상 보관토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겨줄 여지마저 있습니다. 현재의 사정이 이러하므로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통신사실의 보관기간을 축소 제한하고 , 부당하게 통신사실의 보관을 지속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응분의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법사위 대안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관 기간을 오히려 지속시키는 조항을 명문화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권보호를 위하여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오히려 인권침해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개악되는 것입니다. 보관되어야할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이미 현행법의 규정에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로그기록”입니다. 로그기록이라는 것은 어떤 서버, 즉 전기통신사업자가 일정한 역무를 제공하기 위하여 운영하고 있는 서버에 어떤 사람이 접속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회원등록을 위하여 사용하는 “로그인(log-in)”과 곧잘 혼동되는 이 시스템은 “로그인”과는 상관없이 전기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버에 어떤 사용자가 들리기만 해도 그 기록을 남기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버 컴퓨터는 그 서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내용을 로그(Log) 파일에 기록으로 남깁니다. 웹서버라면 그 서버에서 서비스하는 홈페이지에의 모든 접속 기록이 로그에 남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에 접속한 시간, 접근한 파일 이름, 어느 곳에서 이 파일에 접근했는지(즉 이 홈페이지에 오게 된 경로), 파일의 용량, 이용자가 쓰는 브라우저의 종류, 이용자의 IP 주소 등이 기록되는 것입니다. 서버 관리자나 홈페이지 운영자가 이용하는 접속 통계 프로그램은 이 로그 파일을 이용해서 통계 정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로그 파일을 분석하면 하루 동안의 히팅 수, 페이지 뷰(Page View), 접속한 사람의 수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특성에 대한 분석이나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브라우저의 비율 등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해당 서버의 로그기록을 조사하면 서버에 접속했던 컴퓨터의 IP 주소가 남게 됩니다. 주소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서버에 접속했던 일자와 시간, 그 서버에서 이용한 정보의 종류, 해당 서버에 기록을 남겼을 때 그 기록의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접속에 관한 모든 기록이 상세히 남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가 그 IP를 가진 컴퓨터가 얼마나 잦은 빈도로 해당 서버를 이용하는지, 주로 어떤 정보를 이용하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렇게 확인된 IP주소를 이용하여 해당 IP를 가진 컴퓨터가 다른 사이트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의 IP 분석을 통해 해외와 국내 이용자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혹은 홈페이지에 오게 된 경로의 분석을 통해 나의 홈페이지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주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예컨대 야후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내 홈페이지를 찾는지, 혹은 관련 단체의 홈페이지 링크를 통해 찾는지 등), 내 홈페이지 내에서 이용자들의 이용 경로는 어떠한지 등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운영자에게는 유용한 정보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치 눈밭에 찍힌 유일한 발자국과 같은 형국으로 자신의 기록을 남기게 되는 이 로그기록이라는 것은 그 특성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족적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지도와 같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현행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로그기록의 보관조차도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되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내밀하고 위험한 개인정보를 법사위 대안은 1년까지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 의무적인 통신제한조치 시설설치 요구 법사위 대안은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감청을 위한 장비 · 시설 · 기술 · 기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법안 제15조의2 제2항).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고 합니다(동조 제4항). 통신제한조치를 위한 장비 또는 시설, 즉 감청을 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이유는 수사기관의 업무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업무편의를 위한 시설과 장비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감청설비를 직접 운영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자의적 이용을 제한하자는 취지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수사편의를 위한 감청설비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권고할 수 있는 정도의 사안이지 의무사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에 국고를 지원하여 필요한 경비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이용하여 납세자인 국민을 감시하는데 사용한다는 납득할 수 없는 모순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더하여 법사위 대안은 전기통신사업자가 감청설비를 하지 않을 경우 10억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습니다(안 제15조의3 제1항). 이렇게 강제규정을 둘 경우 그동안 서비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보를 위해 로그기록을 남기지 않고 있던 전기통신사업자까지도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침해가 예상되는 설비를 갖추어야만 합니다. 특히 인권운동단체들의 경우 이 문제는 단체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되고 맙니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접속자의 로그기록을 따로 보관하지 않아왔던 단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배신하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버티다가 10억원이라는 이행강제금을 부과당하고 공중분해 되던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법사위의 대안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지 않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지 않아왔던 양심적인 전기통신사업자들은 이행강제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관하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벌금을 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한편, 보관하고 있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 수사기관의 제출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자기 업무의 편의를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협조요청이지 강제할 사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전기통신사업자를 마치 수사기관이 부리는 부서의 직원처럼 간주하고 그들에게 협조의무를 지우는 것도 모자라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까지 처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3) 통신사실자료확인 및 통신제한조치의 책임전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 중 하나는 수사기관에 의해 통신제한조치를 당하거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통해 자신이 행했던 통신에 관한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노출당한 개인에 대하여 사후 통보가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법률 제13조의3 제1항에 따르면 공소가 제기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지 않거나 또는 입건을 하지 않는 등 수사와 관련하여 일정한 처분이 있은 후에야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이 있었음을 본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첫째, 처분이 있기 전에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사실조차 본인이 알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수사가 끝나는 즉시 본인이 자신의 통신사실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노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함에도 이를 미루다가 처분이 있은 다음에야 알게 되는 것은 과도한 권리침해라 할 것입니다. 둘째,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각 정의에 따르면 통신제한조치는 “감청”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감청은 본인의 동의 없이 그의 통신을 중간에서 “청취 · 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 · 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하는 바(법 제2조 제7호), 이것은 중대한 권리의 제한으로서 당연히 당사자에게 그 제한의 경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이 부분이 제외되어 있습니다. 또한 긴급감청이라고 할 때, 법원의 허가가 나기 전까지 이루어지는 36시간의 감청행위는 법원의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도청”일 뿐임에도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후구제조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셋째, 이 규정에서 따르면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를 서면으로 하는 주체와 받는 대상이 명백하지 않습니다. 즉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제공됨으로써 권리의 침해가 있었음을 알리는 주체가 수사기관인지 아니면 전기통신사업자인지, 해당 통지를 받는 측이 당사자인지 또는 다른 어떤 주체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석상 당연히 통지를 하는 주체는 수사기관이고 통지를 받는 주체는 당사자 본인이라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애매한 규정을 명확하게 바꾼다고 하면서 통지주체와 통지의 방식은 전혀 엉뚱하게 규정된 것이 법사위의 대안이었습니다. 법사위 대안은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한 정보통신사업자 등”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만 가지고 보더라도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수사기관에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측은 바로 그 자료를 제공한 전기통신사업자입니다. 그러함에도 이 규정에 따르면 자료제공사실을 가장 잘 아는 자료제공자에게 자료제공을 했다는 사실자료를 다시 보내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태는 쉽게 말해 물건을 받아간 사람이 물건을 준 사람에게 수령증을 주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법사위대안에 따르면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받은 사실과 제공요청기관 및 그 기간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한 전기통신사업자 등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안 제13조의3 제1항).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때 이미 “제공요청기관 및 그 기간”은 확인되는 것이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받은 사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하는 그 순간 확인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미 확인되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의문은 바로 같은 다음 항(안 제13조의3 제2항)에서 풀립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지된 내용을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해당 가입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당사자인 수사기관이 직접 해당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사고를 친 사람과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이 달라지도록 하는 이 규정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온전히 그 책임을 전가하는 불합리한 규정입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부당한 의무를 부과한 것도 모자라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후속조치마저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돌림으로써 모든 의무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하는 일은 비용의 부담뿐입니다(안 제13조의3 제4항). 기관업무의 편의를 위해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전기통신사업자와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상호간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 불신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조차 법사위 대안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근대 법체계가 정착된 이후 지금까지 법률관계의 근본적인 원칙이 되고 있는 “자기책임의 원칙”이 한국 수사기관에 대해서만큼은 예외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3. 통신비밀보호법의 올바른 개정을 촉구합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법사위 대안의 문제점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으나 일단 이 의견서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법률이 “개정(改正)”된다는 것은 기존 법률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변화된 법률현실을 체계적으로 명문화하는 작업임은 그 누구보다도 국회의원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행 법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그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조문이 변경되는 것을 “개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또는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부당한 법률이 법리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개악(改惡)” 되어온 사례들로 인해 법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매우 낮았습니다. 또한 기본권 침해적인 법률들은 사회구성원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로막아왔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조장하는 측면에서 작용해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에 많은 희생과 사회적 비용을 치뤘습니다. 인권 시민 사회단체는 이번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논의에 즈음하여 법안의 문제점과 더불어 국회의 기본권 침해적인 법률의 “개악” 논의가 사회적으로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국회의 임무 방기 행위임을 경고하고자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만 합니다. 과도한 통신제한조치의 범위를 최소한의 범위까지 축소하고, 긴급감청제도와 같은 독재정권의 잔재를 해소해야 하며, 권리제한의 주체가 그 책임까지 감당하는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할 것입니다. 국회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논의과정에 드리는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2007년 4월 17일 KNCC인권위원회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경기연대(준) 경남진보연합 광주인권센터 광주전남진보연대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인권회관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족화합운동연합(사)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평화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우리민족련방제통일추진회의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 합 전국여성연대(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남측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인권위원회 통일광장 평화인권연대 평화재향군인회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진보연대(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 21세기코리아연구소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6.15남북공동선언실현과한반도평화를위한통일연대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인터넷언론단체]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지역인터넷언론연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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