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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한미FTA로 열고, 통비법으로 쏟아주는

한미FTA로 열고, 통비법으로 쏟아주는

정보인권단체들 “통신비밀 개방하는 것”

 

조수빈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으로 제출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통비법 대안)이 1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통비법에 반대하는 정보인권, 시민사회단체의 대응이 숨 가쁘다.

진보네트워크, 문화연대 등 80여개 정보인권시민단체는 17일 국회기자실에서 개최한 대국회 호소 기자회견에서 통비법 대안 반대 및 현행 통비법의 독소조항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각 시민사회, 인권단체에서 “통비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이 쏟아지고 있고, 정보인권 활동가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국회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된 17일에도 어김 없이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릴레이 1인 시위는 진행되었으며, 두번째 1인 시위의 주인공은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이었다.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이 통비법 대안에 반대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이정원 기자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고사상태에 처할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80여개 정보인권, 시민단체는 현행 통비법의 독소조항이 더욱 강화되면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의무 보관 등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조항이 신설된 법사위 대안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대국회 호소문에서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시기에는 실명을 확인해야만 주요 인터넷 언론에 의견을 쓸 수 있고, 7월부터는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실명을 밝혀야만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등 이미 인터넷 표현의 자유는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며 “통신비밀보호법을 통해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추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면,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고사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회가 긴박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통비법 독소조항 삭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입법조치 방안 강구 등을 촉구했다.

통비법 개정안, “통신비밀의 개방을 위한..”

법사위 대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통신사실확인자료 1년 간 보관 의무’와 ‘의무적인 통신제한조치 시설설치’ 등이다. 전기통신사업자가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통신개시 및 종료시간, 상대방의 가입자 번호, 사용도수, 인터넷로그기록 등 7개의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1년의 범위 안에서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법사위 대안에는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감청을 위한 장비, 시설, 기술, 기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억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백승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는 “현행 통비법도 감청 대상이 너무 넓고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으나 이번 개정안은 이런 독소조항의 개선보다 통신비밀의 개방 및 개인정보 보호의 약화를 위한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명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은 “타 국가 사례를 보면 감청 대상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의 현행 통비법은 감청대상 범주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현행 통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안에 신설된 통신사실확인자료 의무적 보관 및 감청장치 마련과 관련하여 “수사편의 위해 자기들이(국가가) 할 일을 (통신사업자에게) 대행하는 것으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 헌법의 과잉금지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외 여러 나라에서 70년대부터 시행한 개인정보보호 법률은 수집된 개인정보의 보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집한 단계에서부터 국가 통제받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인터넷은 앞서가지만 감독기관들이 부실하고, 시민사회에서 타 국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와 수집 감독을 위한 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나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라고 국회의 무능을 지적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개인정보를 위태로운 경지에 방치하는 통비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들의 세세한 기록들이 1년 이상 보관되고 유출될 위험이 놓여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련 법안들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미FTA로 업치고, 통비법으로 매치는..

한편에서는 통비법이 사실상 한미FTA의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명옥 민변 언론위원장은 17일 대국회호소 기자회견에서 “한미FTA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데 이번 통비법 개정안은 사실상 통신비밀의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저작권자가 포털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게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한 네티즌의 신상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한미FTA 협정문에 포함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통비법 대안에서 통신확인자료를 의무적으로 보관하게 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이 보다 쉬워졌다는 우려도 내포되어 있다.

한미FTA 협정문이 공개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인권단체 사이에서 통비법 개정안 발의가 한미FTA의 이 같은 내용에 맞게 보다 쉽게 개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전초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지난 9일 한 일간지 보도로 더욱 확산되었다. 한겨레신문은 ‘국내포털, 미국 요구하면 누리꾼 정보 바로 넘겨야’ 기사에서 “저작권자의 권익 강화와 네티즌의 정보인권을 맞교환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통신부는 다음날인 10일 해명자료를 통해 “한미FTA 협상의 합의내용은 저작권자가 소송 제기를 위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한 가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한미FTA 협상내용을 인정했다.

한미FTA 타결 이후 4월 한달 정통부에서 발표한 3건의 언론해명자료 모두 한미FTA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만큼 정부도 한미FTA에 대해서만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법인 통비법과 한미FTA 협정문 내용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미FTA와 통비법을 연결하는 정보인권사회단체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민중언론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정통부에서는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미FTA가 진행될 것이라고 하지만, 한미FTA 협정문 공개되는 것을 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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