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행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아예 검찰 공안부로 만들 셈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아예 검찰 공안부로 만들 셈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12일) 대통령 몫 방통심의위원에 박만 변호사와 최찬묵 변호사,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를 위촉했다. 위원장에는 박만 변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남은 임기 동안 방송언론과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옥죄겠다는 노골적인 선전포고다.

 

박만 씨가 누구인가? 박만 씨는 송두율 교수의 구속을 직접 지휘하는 등 대표적인 공안검사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또한 언론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 KBS 이사로 선임되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불법해임을 주도한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다. 이런 반 언론적 인사를 방통심의위원에 위촉한 것은 심의를 빌미로 한 언론검열과 탄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만 한 명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이명박 정권은 또 한명의 대표적 공안통인 최찬묵 씨를 방통심의위원에 함께 위촉했다. 최 씨는 검찰 재직 시절 박만 씨 산하에서 근무하며 일을 배운 박만 씨의 측근이다. 최 씨는 참여정부 시절 ‘선배 공안통’인 박만 씨가 승진에 실패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사표를 내고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바야흐로 ‘박만-최찬묵’ 공안 투톱 라인이 시대를 역행하여 방통심의위에서 부활한 것이다.

 

함께 내정된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에 대해서도 우려가 앞선다. 박성희 씨는 조선일보 출신으로 매년 조선일보 전직 사우 모임에 참석하는 등 여전히 조선일보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박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환원 장학재단에 참여하는 등 정권과도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조선일보 종편채널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박 씨를 방통심의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그의 이력 등을 감안할 때 ‘조선일보 배려 차원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시민사회는 지난 3년간 1기 방통심의위가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사실상의 정부검열기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방통심의위의 위헌성도 수차례 지적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를 폐지하고 민간자율심의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방통심의위의 위헌 가능성을 인정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처럼 방통심의제도와 운영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안출신 인사들을 방통심의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안검사 출신 인사들을 방통심의위의 전면에 배치한 의도는 뻔하다. 권력 말기 방송언론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강압적인 언론통제를 통해 비판여론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방통심의위를 통해 방송을 길들이고, 인터넷 여론을 위축시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정치적 술수이다.

언론시민사회는 박만 씨와 최찬묵 씨에 대한 방통심의위원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임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만약 부적합 인사들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고 이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이미 그 위헌성을 인정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체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2011년 4월 13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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