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농사

from 미세 말 꽃 2010/05/15 22:38

 

건달농사라는 고구마 농사

꽂아놓으면 알아서 자란다는 고구마 줄기를 심기까지

 

나는 몰랐네 정말 난 몰랐었네~ 랄라

밤마다 엄습하는 허리 통증과 관절 저림이 함께 할 줄을~

 

올해 심기로 한 20여가지의 작물 중 수입원으로 택한 작물은 '고구마'

종수 오빠께 3년 묵은 밭 2000평을 임대하여 그 중 700평에 고구마를 심기로 하였다.

 

오래 묵어 민들레 천지 였던 그 밭의 옆밭. http://blog.jinbo.net/Mise_country/?cid=6&pid=16

이 밭은 악독하기로 소문난 억세류 풀들의 공화국 이었으니

일단 제초작업을 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미래 여전사가 구식 손무기 낫에 엔진을 단 T107 예초기를 들고 풀밭을 누빈다.

휘두르는 족족 흩날리는 늙은 억새들. 그러나 그것은 훼이크 였을 뿐 땅 속 깊숙히 숨겨놓은 그들의 진실을

알게 된 것은 수 날이 흐른 뒤 쟁기질을 시작할 때였다.

 

 

 므흣한 표정으로 최신형 무기를 휘두르는 미래 여전사 '포테이토 걸'

 제초 작업을 마치는데 걸린 시간 48시간(수면시간 포함) 동원 인력 1.11명

사용장비 t107예초기

 

제초 작업이 끝나고 쟁기질을 시작한다.

억새의 진실은 곧 밝혀졌는데 그들이 숨겨놓은 빨판 뿌리들이야 말로 그들의 명성을 전 우주 농부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었다.  아랫집 할아버지가 강력 제초제 그라목손을 100배만 희석해서 뿌리는 이유를, 그 두려움을 이해할 것만 같았다. (제초제는 대개 400~500배 희석하여 쓴다)

 

경운기에 달린 쟁기가 앞으로 나아가질 않으니 윤구형 말대로 (농부들은 골수를 빼서 농산물로 팔아먹는 거라고) 전력을 다해 쟁기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ㅠㅠ

쟁기질을 마치는데 걸린 시간 48시간(수면시간 포함) 동원 인력 1

사용장비 : 20년된 경운기(종수 오빠께 대여)

 

쟁기질을 마치면 로타리질을 한다. 로타리란 쟁기로 깊게 갈아엎은 흙을 잘게 부시는 작업을 말한다.

고구마는 뿌리작물이라 흙이 고르고 흙 알갱이가 부드럽지 않으면 고구마 알이 일정하지 못하고 상품성이 떨어진다. (팔아먹을래니 상품성을 생각해야 한단다. )

전라도 말로 이런 밭(오래 묵어 풀이 잔뜩 점한 밭)은 트랙터로 조사부러야 한다고 ...

최대한 조사불기 위기 로타리를 두세번 쳤다.

로타리 치는데 걸린 시간 48시간. 동원인력 1명

사용장비 경운기

 

로타리를 치는 것 까지가 일반적인 밭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작업.

참고로 요새 농촌에서는 경운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 트랙터의 작업능률이 월등히 좋기 때문.

인력이 부족한 농촌을 트랙터 회사들이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저번 쟁기질을 하다 20년된 우리 경운기가 힘들어하다가 쟁기 날이 부러졌다. 기계상에 가서 물어보니

이제 경운기 쟁기는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

고물상에 연락해서 어찌어찌 하나 남은 상태도 엇비슷해 보이는 쟁기를 구해다 끼웠다.

 

쟁기로 골을 만드는데, 관행농 고구마 농사는 아래 사진보다는 골을 약간 넓게 만든다. 알이 튼실히 잘 맺히기 위함인데, 농약을 뿌리지 않는 유기농 고구마는 풀을 잡기 위해 이랑과 이랑사이까지 비닐로 덮어버려야 그나마 상품성 있는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다.

 

고구마 두둑 작업 시간 하루 반나절 인력 1

경운기 쟁기

 

나름 폼 잡고 한 컷 찍혀 주신 나 보다 쪼금 어린 8마력 경운기

 

 

비닐을 씌운다.

꼬박 이틀

짝궁님과 함께 한 삽질의 시간

 

이것을 행복이라 불러야 하나요~

 

폭 1미터 길이 1000미터의 비닐 세롤을 한롤당 35000원씩 주고 해남 부농원에서 구매 하였다.

세롤을 다 썼으니 두둑 길이만 3000미터

비닐을 씌우다 쉴때마다 두둑 수를 세보았다. 줄지 않는 XX

 

 

삽질을 하며 계산해 보았다.

한 두둑당 평균 80회에서 100회의 삽질을 한다.

총 두둑 수는 100개

1000미터 비닐 세롤을 썼으니 3키로를 쉬지 않고 삽질하며 갈 때 삽질 횟수는 8000회에서 10000회 정도

한 삽당 평균 1kg의 흙을 퍼 올린다고 했을 때 8톤에서 10톤 정도의 흙을 펐다.

 

그렇게 하는데 걸린 시간 꼬박 이틀.

 

 

 

비닐 다 쳤다.

 

 

올해는 농사 준비를 늦게 시작한 관계로 고구마 순을 기르지 못했다.

옆 마을 아는 농가에서 한 푸대당 45000원 주고 8푸대를 샀다.

고구마 순은 단으로 파는데 한단에 100주씩이 묶여 있다.  고구마 순 한단으로 4평정도의 밭에 심을 수 있다.

원래 1푸대에는 고구마 순 10단이 기본인데 '워메 우리 아그가 이리 많이 컸냐'며 꽉꽉 채워주고 세 푸대를 더 주셔서 700평에 심을양을 맞췄다.

참고 : 고구마 모종은 5월 10일을 넘어서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서 5월 말이면 거의 7만원 8만원까지 뛴다. 게다가 모종 장사하는 사람들끼리 가격 담합을 하기 때문에 어디가서 싸게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러니 고구마 농사를 지을 요량이면 미리미리 준비해서 고구마 모종을 직접 키우는게 좋다.

 

 

 

고구마 모종 심는 중

종수 정희 언니 오빠가 새벽부터 나와 주시고 윤구 지나씨가 도와줘서 하루 반나절에 심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남자들이 훨씬 힘들어 한다. 기계 구조 결함이라나...

 

고통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알랭드 보통이 그랬다나?

허리통증이 만들어 낸 신 기술 농법 '황태자 농법'을 개발 해낸 윤구사마

잘 못 보면 '포복 농법'로 오인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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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5 22:38 2010/05/15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