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5.18

from 비관적 지식 2010/05/20 11:42

내가 무척이나 개념없이 살던 시절...여럿이 어울려 술먹는걸 좋아하는 나는 항상 술껀수를 찾아 헤맸다..뭐 이건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 나에게 군입대 기념일은 아주 좋은 껀수였다.

그렇게 5월18일은 술먹는 날이었다.

 

93년 5월 18일 의정부 306보충대로 끌려가고 이틀인가 그곳에 머문 뒤 신교대로 향했다. 20사단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위치한 결전교육대... 에이 빌어먹을 글을 쓰다보니 괜히 욕이 나온다.

 

어쨌든 환영을 기대하지는 안았지만 도착하자마자 더블백 입에 물고 오리걸음으로 연병장을 돌았다. 왜? 모른다....

그 뒤 검은 하이바에 눈알조차 안보이는 장신의 조교들에게 오만 욕을 다 쳐먹고 나니 주임원사가 나타난다. 자..일장연설 시작...

 

이 양반 자기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뭐 화력이 대한민국 육군 최고니 군기가 쎄니 어쩌니...그런데 그중 20사단이 80년 5월에 광주에 진격(그 사람 표현이다...)했던 부대이며  이 교육대 자리는 과거 삼청교육대였음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시는 것이다.  당시 사단장 투스타 정모소장은 광주에서 대대장으로서 현장 지휘를 하셨단다...대대장 중령이 13년뒤에 투스타 사단장이면 굉장히 출세한거다...

 

내가 아무리 개념없는 놈이라고 해도...타임머신타고 한 10년 쯤 뒤로 과거로 날아간 기분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김영삼..문민정분데...이건 뭐야..하는 심정... 이거 나도 휴가나가면 자랑해야 하는거야? 거참...

 

지금 티비며 인터넷이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거들먹거리는 수많은 별들과 오케이~껀수 제대로 잡았어 하며 쾌재를 외치고 있을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우울해져서리...주저리 ...

 

지금 약간이나마 개념이라는 걸 달고 사는 지금...최소한 5월 18일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5/20 11:42 2010/05/20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