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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판세에 대한 메모

며칠동안 나와바리인 국회, 정당이 아주 시끄러웠다. 물론 평소에도 조용한것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열당 니네 한날한테 양보해라' 폭탄발언 이후 거진 패닉상태에 빠졌던 열당은 그래도 간만에 대오를 정비했다. 역시 외부 충격이 내부 단합을 강화한다는게 여실히 증명된 것.

 

그리하야 잔대가리를 휙휙 굴린 열당, 그 사이에 민주노동당은 간만에 캐스팅보트를 여실히 발휘. 머리 허연 김한길은 지난 100시간이 정말 피말랐다 그러고...아마 정말 그랬을거야. 냅두면 제풀에 꺽일 한날당 2월에 국회 들어올 기회 열어줬던게 김한길이었으니.

 

여튼, 간만에 활극을 연출하며 이른바 민생법안들이 통과됐다. 주민소환제, 국제조세조정법 끼워넣은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승리. 열당 서울시장 경선이랑 겹쳤던 국회의 활극. 

 

열당 의원들이라 보좌진들은 아조 뿌듯한 표정이더라. 386임을 정말 자랑스러워 하는 모 의원은 '역시 우리는 이런게 체질에 맞단 말이지. 택도 좋았고. 사수대(!) 간만에 나서니까 피가 끓더만 우하하'하고 자랑스러워 하더라. 거개가 '한 운동'하셨던 열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

 

모, 이 건에서는 열당 그나마 잘했다 말해주고 싶다. 그 덕에 비정규법도 하염없이 밀렸고..근데 찝집한건 밀리면 뭐? 싶다는 거지.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특히 총연맹은 법안 밀린다고 해서(이번엔 시간적 여유가 꽤 많다. 한 두달 차원을 넘는다) 그 이후 대안도 없고--;;

 

아까도 말했지만, 보통 그렇듯 요즘 국회는 완존히 블록버스터 영화다. 액션이 있고, 돈(공천비리)를 둘러싼 스릴러가 있고, 19금 에로신(박계동이 룸살롱 사건)도 있고 없는게 없다.

 

근데도 참 신기한건, 특히 한날당 돈 사건 터져, 되도안한 사학법으로 개판 쳐, 성폭력 건 터져도 지지율은 아조 견조하다. 45% 수준이다. 이 수치는 자기 의사 밝히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면 절반이 넘는다는 뜻이다.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열당 애들도 이걸 정말 갑갑해 하고, 국회에 앉아 있는 나도 참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놈현으로 대표되는 제 개혁세력(?)에 대한 불신이 켜켜이 쌓였다는 것, 한날에 대한 기대수준은 좀 다르다는것. 대중이 한날에게 기대하는 것은 도덕성, 일관성, 일반 민주주의의 원칙 그런게 아니라는 것.

 

이런 면에서 볼때 이명박의 지지세는 더더욱 높아 지거나, 견조할 가능성이 높다. 명박한테 기대하는 것은 '능력'(이게 뭔진 나도 몰겠다)이란 거지. 그런면에서 볼때 김대중, 노무현은 정말 많은 죄를 지었다.

 

주댕이 까봤자, 깨끗한 척, 옳은 척 해봤자 별 거 없더라. 차라리 까놓고 해먹는 인간들이 솔직하고 일이라도 잘하더라. 라는 학습효과를 대중들에게 심었다는 것. 굳이 따지자면 03이도 마찬가지고..박정희가 완전 영웅으로 재탄생한 것이 03 때니까.

 

이런 현상은 아주 특이하다. 세계 어느 나라를 비견해봐도 비슷한 나라가 드물다. 이탈리아가 약간 비슷할까? 좀 더 넓게 생각해보자면 리버럴(?) 민주당 조차 재수없는 뺀질이로 레테르 붙는 반면 우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부시(!)가 기층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미국하고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런 현상은 보수진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민족해방 분파가 일부 선전하는 반면 범좌파로 분류되는 서울의 김종철, 울산의 노옥희의 고전현상을 전술한 현상과 직접 비견할순 없지만 일정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특히 당선 여부를 떠나 이 두 사람이 택도 없는 결과를 거둔다면...'좌파'정치는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 내 판단. 민노당 밖의 좌파들이 만일 '그럴 줄 알았어, 왜 거길 기어 들어가서' 식으로 고소하게 판단한다면 그건 오산이고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단견.

 

비정규법, FTA 현안 들이 그 만큼 안 먹힐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몰론 이런 전선들이 어떤 티핑포인트 공략에 의해 확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02년 지선에서도 한날당은 전국 16개 광역중에 12개 먹었었지만 결과는 다 알다시피..

 

민중정치, 좌파정치를 기획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이런 상황을 냉철히 지켜봐야 할 텐데. 만일 아니 뭐 거의 다가올 미래지만 열당 대패 한다고 해서 (한날 대승) 민중들의 냉엄한 심판이니, 분노가 극에 달해 곧 터져나올 것이니 하는 식으로 순전히 승리적 관점, 아전인수적 해석을 내놓으면...정말 안습일거 같다.

 

96년 연대사태(일부 사람들은 연대항쟁이라 표현), 이듬해 봄 이석 씨 치사로 개박살이 난 한총련이 자기들의 투쟁으로 인해 영삼이네가 재집권 실패했다는 평가 내놓는거랑 별로 틀릴 바 없거든. 

 

첨언: 한날당 무찌르고 법안 통과 시켰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열당 의원 몇몇(그나마 친하다고 지내는) 들한테 '평택 어떡할거냐고' 물어봤다 그니까 답은 '응? 먼 일 있어' 였다. 아무리 부르주아 민주주의라 쳐도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싶은 하루 하루다. 뻔한 일로 여기고 열도 받아하지 않게 될 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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