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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4/22
    오늘 법사위 비정규법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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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1/20
    15일간의 당 지도부 선거 무엇을 남겼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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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5/03/18
    독도로간 호랑나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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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2/17
    "이의 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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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5/02/17
    노통, "위인의 반열"에 오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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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5/02/11
    북한 그리고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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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5/02/02
    오늘, 참 바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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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4/12/20
    올들어 가장 추웠던 하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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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4/12/12
    간략한 3주 평가와 비정규 법안에 대한 전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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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4/11/16
    차도로 첫발을 내려디디는 의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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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법사위 비정규법 처리

오늘 비정규법으로 긴장이 쫙 올랐었다가 확 식었다. 그래서 총연맹도 총파업을 걸어놓았었고..이 긴장이란게 운동진영만에 대한게 아닌게 열당도 아침 일찍 법사위를 점거(?)했었다. 물론 2진급 인사들이었지..

 

지난 해 말과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 혹은 민주노총이 아닌 한나라당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학법 개정안이 비정규법 처리를 막았다. 

 

2004년 9월 부터 지금까지 이 법을 살펴보고 있어 참 갑갑하기도 하다. 관료나 기자들 심지어 경총 인사들이랑 만나면 '에이 우리 선수끼리;뭐 이러고 마는데..솔직히 그 선수들 가운데 민주노총 선수들이 젤 많이 바뀌었고 그 대표자들이 젤 띨띨하다. 법안 자체, 노동 문제에 대한 관점과 별개로. 아 또 하나 있군..최근엔 얼굴도 안 내미는 한국노총 선수들두 있구.

 

여하튼, 하여튼 법안은 다음 주로 밀렸다. 6월로 밀릴 가능성도 적잖고..6월로 밀리면 확 더 밀릴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간을 번다면...........? 그 다음은?

 

 

만 17개월, 햇수로 3년간 비정규법 처리 과정을 놓치니 않고 지켜보는 입장에서...주체의 역량(글쎄 총연맹 집행부가 주체인것두 아니고, 글타구 비정규연대회의가 주체라고 말할 수도 없겠지만)이 아주 의심스럽다. 최근 회사에서 먼쓰리 리뷰에 나온 프랑스 투쟁 해석 글 하나 실었었는데..참 좋긴 하더라만 그래도 구름 잡는 소린건 마찬가지더라.

 

머 국민파, 엔엘 욕할것두 아니고 자족적 운동에 만족할 것두 아니고..내 참..뭐 답은 없다만..

 

이러고 있는 나? 왕의 남자 흥행성공으로 이제 역대 흥행 3위로 밀려버린 '실미도'대사를 인용하자면 '비겁한 변명'을 하고 있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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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간의 당 지도부 선거 무엇을 남겼나

민주노동당 선거 취재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오늘 업로드 한 기사 의 풀버젼으로 갈음하련다. 

 

최근 여러 정당들에서 유령 당원, 당비대납, 당비무단인출 사실이 확인 됐고 심지어 어느 정당에서는 한 지역의 기간당원 6600여명 가운데 6000명이 가짜라는 의혹이 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 어느 정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단 한 곳, 민주노동당만이 '차떼기당이나 차비떼먹기당이나 마찬가지'라며 공세를 펼쳤다. 그 비판을 듣는 쪽은 이에 꿀 먹은 벙어리 신세를 피할 길이 없었다.


***부러움의 대상, 때로는 신기하기까지 한 민노당과 당원 **


민노당에서도 간혹 당비대납사건이 터진 적이 있지만 '극성스럽기까지 한' 당원들의 그악스러운 문제제기와 철저한 후속조치가 덕택에 파문은 곧장 사그라들곤 했다. '진성당원'이란 말을 한국정치무대에 처음 등장시켜 '기간당원' '책임당원'이라는 아류작이 양산시켰을 정도로 민노당의 가장 큰 재산은 충성스럽고 역동적인 당원들이다.


한 달에 당비 2000원이나 걷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당들이나 그 당비가 아까우니 탈당처리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당원들이 보기에는 매달 만원이상 씩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민노당원이나 그 당비가 너무 작으니 월수입의 1%로 당비를 인상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민노당이 참으로 이상해 보일테다.


다른 정당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민노당 당원들이 20일부터 24일까지 인터넷과 지역위원회 투표를 통해 2기 지도부를 뽑게 된다.


***손색이 없는 당대표 후보들, 그러나…**


지난 4.15 총선에서 13%가 넘는 득표율로 10명의 당원을 국회에 입성시켰고 그 중 다수가'스타 의원'들로 떠올랐지만 민노당 1기 지도부는 당 내에서도 당 밖에서도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결국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퇴진했다.


1기 지도부의 한계를 딛고 당을 책임지고 이끌겠다고 나선 당직 후보들은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전국을 훑었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대표 후보들의 면면은 나름대로 화려했다.


진보정당 소속 첫 구청장을 지내며 행정경험을 쌓고 진보정치 1번지라 불리는 울산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가 석연치 않은 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전 의원, 학출(대학생 출신) 노동운동가의 대명사 격으로 30년을 현장에서 버티며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낸 도당대표, 운동 동지들이 보수 정당으로 속속 뛰어들었을 때도 진보정당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헌신했고 결국 성공한 전 정책위의장까지 누구 하나라도 빠질 것 없는 후보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당원들과 훌륭한 후보들이 판을 짠 선거는 그리 훌륭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다른 당들처럼 흑색선전이나 물량공세가 횡행한 이전투구가 벌어진 것은 아니고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선거운동이 진행됐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선거가 차분함을 넘어서 조용했고 당원들의 큰 관심조차 끌지 못 했는 것이다. 


***물 밑으로만 치열한 재미없는 선거**


유령당원이다,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이다 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찡그리게 하는 소식만 정치권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상황에, 깨끗하면서도 멋진 선거를 펼치기만 하면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는 판국인데 민노당은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제대로 못 살렸을까?


물론 진보정당에 대한 무관심, 정치권의 싸움을 중계보도 하는데만 익숙한 언론 탓도 작지 않다. 하지만 민노당 당직자들도 심지어 후보들조차 '재미없는 선거'라고 인정하고 나섰다.


후보들을 인터뷰하고 토론회를 취재하고 각 선거운동 캠프와 일반 당원들을 만나면서 몇 가지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1기 지도부가 제대로 활동을 못한 이유가 민노당의 고질병인 '정파갈등' 때문이란 평가 탓인지 각 정파를 대표해 나온 후보자들 까지도 한 목소리로 '정파갈등 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때문일까? 구더기 무서워 하다가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통합과 조정이 강조된 나머지 선거 운동 기간에도 "상대 후보도 다 훌륭하신 분" "우리 셋 중 누가 당을 이끌어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주례사 유세가 횡행했다.


후보간 차별성이 강조되고 각자의 대안이 치열하게 경쟁하기 보다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들만 오가는데 관심을 끌 리 만무하다. 물론 수면위에서 유유자적하는 백조의 발은 물밑에서 맹렬히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정파갈등 해소'라는 공약과 별개로 물 밑에서 각 정파의 조직은 풀가동돼 지분을 확대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런 선거를 바라보면서 '혹시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고 조직표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 바라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까지 들 지경이었다.


***공유하는 진보적 의제 확산에도 미온적**


물론 이념적 동질성이 그 어느 정당보다 강한 민노당의 후보로 나선 사람들 사이에 큰 차별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후보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지만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문제, 지방선거 문제에 대해서는 대동소이한 답을 내놓았고 그 답들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이긴 했지만 민노당 뿐 아니라 한국 진보진영이 제출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직 선거 기간에 후보들은 자신들이 공유하고 있는 진보적 의제들을 사회적으로 확장시키고자 노력했던가? 그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다.


사학법 반대 장외 집회에 나선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보수 언론들에 의해 전교조가 '우리 아이들을 망치는 빨갱이 집단'으로 몰리고 이에 정부 여당이 "사학법이 개정돼도 전교조 현직 교사가 이사회에 들어갈 확률은 1%에도 못 미친다"는 어이없는 답변으로 '국민들을 안심' 시킬 때 민노당 후보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었다.


울산북구 재보궐 선거에서 봤듯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분노와 절망이 극에 달해 민노당 후보에 대해서도 눈을 세모꼴로 뜨고 바라보는 판국이고 입 달린 사람들은 모두 비정규직, 양극화가 문제라고 되뇌이는 판국이다. 물론 민노당 후보들은 거의 모든 유세와 토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빼먹지 않았다.


그런데 원론적 대안만을 반복하기 보다는 목숨을 건 고공투쟁으로 따낸 노사정 협약까지 배신당한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사측 앞에 절망하고 있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직 노조 노동자들을 찾아가 "우리가 당신들 곁에 있노라"고 "우리가 당장 무엇을 바꾸지는 못할지 몰라도 당신들과 함께 비를 맞겠노라"고 어깨를 걸 수는 없었을까?


***몸 사리기로 일관한 의원단, 책임 피할 수 없어**


8만 당원의 지지와 음지에서 고생하는 당직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의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민노당은 당직공직겸직금지라는 독특하면서도 원칙적인 제도로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최고위원단에 참여할 뿐 의원은 당직을 갖게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무게감이 다른 의원들이 나서면 관심은 의원에 집중되고 선거는 대리전 양상으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의원들이 보인 무관심과 방관이 해명될 수 는 없다.


국회도 개점휴업 상황인데 당직 선거의 치어리더 역할을 해야 할 의원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심상정 의원이 대표 후보 토론의 사회를 한 번 맡았을 뿐이었다. 당직과 공직을 분리한다는 것이 관심을 끊으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수면 아래서 의원들이 자기 정파 후보들을 도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지도부가 서는지 본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신중파'도 있었을 것이다.


당직 후보자들과 의원들이 짜기라도 한 듯 무기력한 모습을 지속하는 한 지지율 반등은 난망할 것이고 지방선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부여된 기대와 역사적 소임 자각해야**


2차 토론회에서 대표 후보 세 명은 입을 모아 "2012년 집권 전략은 사실상 무리"라고 토로했다. 총선 13% 득표 이후 호기롭게 내놓았던 그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 4월 당시에는 "이대로 가면 2012년 집권도 꿈은 아니다"는 장밋빛 희망은 민노당 내에선 황당한 소리로 들리진 않았다.


혹시 '현실적 목표수정'이 자꾸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후퇴하고 후퇴해 어느 당직자의 말대로 '진보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운동 정파는 선거 때만 최고의 조직력과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는 비아냥 섞인 자조를 노동운동 진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선거 때만 최고의 조직력과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문제지만, 선거를 통해 역량을 키우고 심판 받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노동운동 뿐 아니라 일반 정당들도 선거 때 최고의 조직력과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민노당은 선거 때 조차 조직력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노당은 스스로 몰락할 자유가 없다. 그러기에는 민노당이 짊어지고 있는 노동자 서민의 기대와 역사적 소임이 너무 크다.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유연성 확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라는 모순된 목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내세우는 정부와 거대 야당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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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로간 호랑나비

요즘 공사가 정말 다망하여 블로그에 신경을 잘 못썼다. 최근 언론을 들여다 보면 독도가 거의 갖다 발라져 있다. 이 현상을 삐딱하게 바라보곤 있었지만 혹 나만 왕따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기사를 썼다

 

사실 어제 처음  [기자의 눈]을 썼었는데...보도 기사 하나 없이 초치는 소리만 하면 어떡하냐는 주위의 우려에 동감하는 바, 오늘 기사 하나, 기자의 눈 하나 두 건을 썼다. 그간 이런 저런 기사 쓰면서 내외적 통제 기제를 드물게 작동시키긴 하는데 이 기사 쓸 때 만큼 조심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명백한 실효적 지배' 등등하는 구절까지 억지 춘향식으로 끼워넣었더랬다.

 

하여튼 난리다. 남녀노소, 남북한 해외, 보수 개혁 할 것 없이 독도로 대동단결이다. 누가 한 마디 쓴소리를 할 법한데 월드컵 때 쓴소리 했던 인권운동사랑방이 거의 린치 당하다 시피 했던걸 본 탓인지 아니면 워낙 일본이 헛소리를 하는 탓인지 한 목소리 일색이다.

 

그런데 상황이 점입가경에 접어들고 있다. 북핵저지연대랑 한총련이 한 목소리로 한자리에서 시위하는 것이야 그렇다 손 치더라도 단지, 할복, 투신에 이어 분신까지 등장했다.

 

게다가 상황은 급기야 코미디의 반열에 접어들고 있으니 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지정에 맞서 대마도의 날을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결혼 서비스 회사 선우 에서는 '독도 수호 미팅'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늘 들었던 가장 압권인 뉴스는 독도는 우리땅을 불렀던 정광태와 콧털 김흥국이 손을 잡고 "독도로 간 호랑나비" 앨범을 제작하기로 했단다.

 

울고 싶은데 뺨때려 준다고 일본 덕에 한나라당 내분은 흐지 부지 되고있고 열우당은 과거사법을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고 정동영은 연일 티비에 나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각인시키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윈-윈 게임이라 할 만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다시 잘 팔린단다. 출판사는 작가는 이 사태를 예견하고 이 소설을 썼다는 카피로 공세적 광고를 재개했다. 그 책은 미국 몰래 핵미사일 개발기술을 연구한 한국정부가 그 기술을 북한으로 빼돌려 핵미사일을 만들어놓았다가 독도와 울산 등지로 침범한 일본한테 핵미사일을 쏜다는 그야 말로 소설 같은 소설인데 허허. 요즘 독도 때문에 남북 통합 되는 것 보면 가능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이 정말 나쁜 것은 상대방의 그것을 촉발시키고 강요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세계 대전 당시 유럽의 노동계급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옆 나라의 노동계급과 제 목숨들을 버려가며 싸운 전례가 있지 않은가? 지금 일본제국주의는 한국의 국수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 양국의 파시스트들을 슬며시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파시즘으로 제국주의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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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있습니다"

'영등포 구민회관' 문제의 그곳에 오늘 또 다시 갔다. 21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있었더랬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싱겁게 끝났다. 이런저런 경선 가운데 네팀 나와서 1등이 2/3 이상 득표한것 본 것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난 안그래도 사무실에서 친 이용득으로 찍혀있는지라--;; 사진도 조심해서 실었건만 레이버 투데이는 이런 사진을 냅다 실어버렸다. 사진 제목은 더 압권이다. 제목은 바로 "이겼다"^^ 

 


 

여튼 꽤나 재밌는 구경이었다. 선거 직전 모기자는 480표를 찍었는데 실 득표수는 484표가 나왔다. 그 기자와 매체의 역량에 감탄하는 것은 둘째로, 조직빨 표계산이 그렇게 정확하게 나올 수 있는 조직은 글쎄...

 

승부란게 좀 어금버금해야 재밌는데 한국노총의 카리스마 리에 비해 대항마들을 너무 약했다. 글구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한국노총을 가보거나 사람들을 만난 건 그나마, 싸우는 자리 농성자리 집회 자리 기자회견 자리였는데 오늘 오리지널 한국노총 주류 천여명을 한꺼번에 본 소감은^^ 말 안할란다.

 

달랑 십분씩 주어지는 최종 유세는 너무 미진한 감이 있었지만 표차가 너무 큰 탓인지 결과에 다들 깨끗하게 승복하더라. 게다가 나머지 후보 셋이 전부다 이용득 위원장 더러 '민주노총 따라하기식 사업'이라고 비판했지만 현명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투쟁위주(?), 민주노총 따라하기 식 사업을 보인 이용득 위원장에게 몰표를 줬다.

 

근데 이 아저씨의 임기는 3년이다. 즉 08년까지란 말이다. 그 와중에는 지자체 선거, 대선,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다 포함되어 있다. 또한 07년까지 처리해야 할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로드맵도 다 포함된다. 글구 지난 해 금융노조의 선봉장 조흥은행 조합원 700이 민노당에 단체 입당하기도 했다. 당연히 상호간에 사인이 있었겠지?

 

통합노총 위원장의 야심을 숨기지 않는, 어쩌면 더 큰 야심이 있을지 모르는, 게다가 현재까지는 한국노총 내 보수던 개혁이던 이 양반한테 꽉 잡혀 있기 때문에 이 양반의 행보는 충분히 주목해볼만 하다. 게다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 우경화 드라이브를 타면 이 양반의 파괴력은 맞물려 의외로 강해질지도 모른다.

 

좌파 입장에서 어떻게 봐야할지 엉터리 토정비결을 짚어보면 난 뭐 밑질 건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존 한국노총의 말도 안되는 관행들이 일부나마 털어지는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은 이런들 저런들 긍정적이고 우경화 세력들이 저쪽으로 묶여져 버려 갈라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

 

첨언: 위원장 선거 이후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선되 의사봉을 잡은 이용득 위원장이 "관례에 따라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부위원장과 회계감사를 지명해 찬반 투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있습니까?" 하고 약간은 부끄러운 뉘앙스로 대의원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예스라고 말해도 홀로 노 라고 외치는 사람이 어디에든 있는 법. 한 대의원이 당당하게 손을 번쩍 들고 "이의 있습니다"하고 외쳤다. 순간 분위기는 싸해졌고 나는 속으로 '음 역시 어디든 인물은 있는 법'하고 생각했더랬다. 근데 그 대의원은 "중앙위원도 부위원장, 회계감사랑 한꺼번에 지명해주십시요" 하고 우렁차게 외쳤다.

 

나는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역시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진 후 여기저기서 "옳소" "배고프다" "재청이오" 하는 추임새들이 연달아 터지더라. 이런것 보다는 차라리 신나 뿌리는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그렇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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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 "위인의 반열"에 오르다

현정권이 집권 이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의 소순환에 의거해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해 보이고. 청와대는 지난 2년간 '한게 많다'고 자화자찬 모드에 돌입했고 청와대가 주장하기로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라는 '톰 플레이트 UCLA 아시아미디어센터 소장이 '노무현은 위인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브리핑에 올라와있다^^ 참 세금이 많이 걷히긴 걷히나 보다.

 

청와대측이 기고를 부탁했다는데 하여튼 이 저명 칼럼니스트께서는 '국가 주요정책 결정에 시민참여...권위주의 씻어내'라는 제목의 특별기고에서 "노 대통령이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로 보이는 것은 정부에 대한 철학 때문"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을 버리고 많은 권력을 총리에게 위임했다"며

 

 이어 "진정한 민주주의자는 국민들로부터 영감을 도출하고 합법성과 권능을 이끌어내는데, 큰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국민에게 다가가 지지를 구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천부적 스타일인 것 같다"면서 "만일 그렇다면 역사는 궁극적으로 한국 대통령을 위인반열에 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단다. 난 처음에 명계남이 미국까지 갔나하고 생각했었다--;; 

 

 이 뉴스들에 대한 반응을 대강 체크해보니 재밌는 말들이 하도 많아 배꼽 잡고 웃었다. "그래 위인은 위인이다. 못말리는 위인 아니면 상종 못할 위인 정도는 되겠군" 이라던가 "한게 많지 앞에다가 한글자 만 붙이면 된다 '말'이라는 글자만 붙이면 된다. 말한게 많긴 하다" 등등

 

쌍꺼풀도 했어요. 주가도 올라요, 부동산 값도 올라요, 외환보유고도 올라요 하여튼 임금 빼고 다 올라서 누구 기분은 삼삼하겠다만 저들이 보는 정국의 주요 아젠다가 아닌 몇번째 아젠다 노동 부분, 특히 비정규 개악안을 둘러싼 정국은 정말 오전과 오후가 다르게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총연맹이 임시대의원대회 질서유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민노당 의원들이 지푸라기 잡기 식으로 열우, 한나라 연쇄 접촉을 하는 중, 열우는 야멸차게 고개를 돌려버렸는데 어이쿠나, 한나라당이 법안 유보하자고 나서버린 것이다. 김덕룡 의원왈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강행처리는 안된단다. 한마디로 동네 시끄러울 것 같으니 미루자.이건데..

 

오후에는 이목희 의원도 나서 2월에 법안 강행할 필요도 없고 파견법도 문제가 있단다. 단 섭섭할까봐 한마디 보탰는데 "비정규 법안은 노사정 교섭대상이 아니"시란다. 어쨌든..,

 

여하튼 정국은 묘하게 돌아가게 됐다. 당장 내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있다. 이목희 의원은 법안 강행안하는것하고 법안심사소위는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화장실 갈 때하고 나올때 심사가 다른 법. 단의원실은 물리적 저지 불사를 선언하고 나섰고 한나라당도 동의를 선언한 바 쪽수로 하면 3:3 해볼 만한 게임이다.

 

바뜨, 그러나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 위원은 배일도, 이덕모 의원인데..이덕모 의원은 내일 선거법 위반 대법원 결심 공판이 있는 날이다--;; 한 마디로 내일 부로 국회의원 모가지 당할 지도 모른다(아니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내일 법안심사소위에 나올 가능성이 극히 낮다. 즉 정원 6인 가운데 5명 참가해 재석 인원 채우고 3:2로 게임셋 날 수도 있다는 뜻!!   

 

 

원내 기류가 예측불허로 돌아가는 가운데(물론 유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계속 유보만 목표로 삼을텐가? 누구누구가 분명히 말하길 2월에는 전방위적 입법쟁취 투쟁에 나선댔는데...이젠 사회적 교섭 들어가서 한단다) 사회적 교섭 안 들어가면 절대 법안 유보 못 시켜요 하고 외치던 누구는 프로메테우스 식으로 말하면 '물을 먹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글쎄..

 

'교섭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던 사람들에게 힘이 실릴 수도 있게 됐다. 물론 위에도 말했다시피 이목희 의원이 사회적 교섭은 니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긴 했다만--;; 그나마 지난 겨울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국회앞을 조합원들이 가득 메웠는데 어제 비정규연대회의가 외로운 집회를 열었다. 그나마 날씨 따뜻했던게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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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그리고 사우디

연휴 막바지, 북한이 큰 거 한 방 터뜨렸다. 6자 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무기보유 선언 및 핵무장 강화 선언. 반기문 장관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말 마따나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온것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건은 꽤 크다.

 

먼저 시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설날 연휴 마지막날, 중국의 춘절 연휴 기간에 맞춰 터뜨린 것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9일은 설날 이고 일본에서는 북일 축구 경기 까지 있었으니 피했을 테고, 10일 오전엔 반기문 장관이 라이스와 회담을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기사에도 썼지만 지난 2일 부시는 연두 연설에서 북에 대해 나름의 '유화적 제스춰'를 취한 지라 3월 6자 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하여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라는 높은 수준의 공식적 절차를 통해 전부다 한방에 날려버렸다.

 

북은 부시2기의 정책을 지켜본 결과 예나 다를 바 없다며 체제 말살책동을 여전히 벌이고 있다고 맹공하며 6자회담 불참과 핵보유선언의 근거로 들었다. 이번 성명에 관련된 앞 뒤 사정이나 전망등은 기사를 통해 썼지만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항이 이번 북 외무성 성명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지금 어리석게도 인민에 의해 선출된 우리 정부를 부정하고 인민의 편에 있다고 하는데 회담을 정 하고 싶다면 미국이 좋아한다고 하는 농민시장 장사군들이나 미국인 만들어 놓았다고 하는 <탈북자 조직> 대표들과나 하라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이번 성명에 들어있다.

 

일단 농민시장 장사군, 탈북자 조직 대표의 실체를 인정하고 나섰다는 점이 의미있다. 이번 성명이 북한 내부에도 전파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은 북 경제에 일정부분 긍정적 역할을 하는 농민시장 장사군과 탈북자 조직 대표를 동격에 뒀다는 점. 이북이 농민시장에 대한 통제에 나설까? 글쎄...그건 힘들다 싶은데...

 

그리고 이런 구절도 있다."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물론 이 다음에 바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선군정치를 따르고 있는 우리의 기질이다"라는 구절이 뒤따르며 예의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자유, 민주주의, 인민의 선택이라는 단어들이 눈에 띈다. 앞에서도 '인민에 의해 선출된 우리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었고...

 

그간 이북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말은 참 많이 사용했지만 마치 박정희의 민족적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 인민이 선택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왜 사용했을까? 부시가 내세우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당하기 위해? 폭압의 전초기지라는 낙인을 반박하기 위해? 지켜볼 만한 구절이다.

 

여하튼 '폭정의 전초기지'인 이북이 말로 폭탄을 발사한 10일 사우디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40년만에 전국적 단위의 지방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사우디에선 60년대 중반 일부 지방선거가 있었을 뿐, 지난 40년간 이마저 중단된 상황이었다. 부시가 연두교서에서 폭압의 전초기지가 북한이니 이란이니 어쩌고 떠들었지만 사우디는 폭압의 전초기지는 커녕 폭압 그 자체인 국가다.

 

닉 버그, 김선일 등이 당한 참수형이 사우디에서는 아직도 공개리에 국가에 의해 실시되고 있으며 오로지 왕족에 의해 통치되고 있고 대의기구 조차 없다. 종교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쥐고 있긴 하지만 선거에 의한 의회, 행정부, 여성 장관등이 있고 집회가 시위가 제한적이나마 벌어지고 있는 이란 같은 나라하고는 천지차이다.

 

이런 사우디를 최고의 동맹으로 두고 있는 부시가 자기네 더러 폭정의 전초기지라 그랬으니 이란은 얼마나 기가 찼을가 싶다.

 

하여튼 이슬람 율법 샤리아와 사우디의 극 보수체제가 과격세력의 토양이 되었다며 미국조차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고 결국 사우디는 못이기는 척 선거를 시작했다. 다음 달 3일에는 2차, 4월에는 3차 선거등 지방선거는 전국으로 확대될 예저이라고 한다.

 

사우디 정부는 군인을 제외한 21세 이상 모든 시민은 투표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물론 여성은 사우디 정부가 말하는 그 '시민'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우디 내무부는 여성 참정권 문제는 4년 후 실시될 차기 선거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허허허.

부시의 '자유' '민주주의' 드라이브의 전초 작업으로 사우디 선거를 평가할 수 있을테지만...기분이 참 그렇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해 국가를 통치한다는 사우디 왕가는 이슬람 형제들 다 죽이는 미국의 역내 제 1의 동맹국이고(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다봤겠지?) 이스라엘이랑은 서로 못본체 하며 지낸다. 정말 겉다르고 속다른 작자들이다. 하여튼 이라크에는 시아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으니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 앞으로 짱구 굴릴려면 땀깨나 흘리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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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바빴다.

* 이 글은 marishin님의 [민주노총... 드디어] 에 관련된 글입니다.

먼저 글을 썼다가, 마리신 블로거께서 최근 다시 포스팅들을 하고 계시고 오늘 포스팅한 글과 네기 애초 썼던 글이 관련된 것이길래 트랙백으로 바꾼다.

 

오늘 참 바빴다. 오전 일찍 국회에 들어가 기자회견 보고, 임시국회 개원하는것 보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관련 기사 두 꼭지 보고 총연맹 임시대대회장으로 향했다.

 

휴, 오늘 일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스케치만 짧게 하자면 '난리 굿' 이 세자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그치만 그 속은 너무나 깊고 복잡하다.

 

대략 여섯시 삼십분 정도까지, 단상 점거가 되고 여기 저기서 일차 난투가 벌어진 직후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사진이 담겨있는 메모리 카드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기사 정리하고 현장 상황 받아서 기사 업데이팅 하고 타 매체 기사들 체크構?그랬다.

 

결론을 말하자면, 사회적 교섭은 유예됐다. 그러나 불씨는 남은 것이 총연맹 교선실장은 2월 중 다시 임시대대를 열어 사회적 교섭안을 처리할 것을 공언했다. 기사에 쓴 바 있지만, 2월 중 임시대대를 연다는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일주일내에 중앙위를 열어 일정을 확정한다 했지만 다음주는 설 연휴고 그 다음주 말 부터는 실질적으로 비정규 법안이 일정을 밟게 된다.

 

비정규 개악안이 한창 처리 되고 있는 중, 혹은 처리 된 후에 '사회적 교섭'안을 다시 대대회에 붙일 수 있을까? 사실, 난 옳고 그름을 떠나 역지사지해서 '내가 저 사람이라면'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는 편이지만 ...그건 힘들지 싶다. 글쎄, 오늘 일에 대한 보수언론, 멋모르는 비폭력주의자들의 힘실어주기를 업고 현 집행부가 다시 밀어붙인다면(비정규개악안이 처리되는 중, 혹은 처리 된 후에) 이건 공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실 나도 오늘 대대회 무산 과정의 그림이 맘에 드는건 아니다. 그 현장엔 없었지만, 특히 신나 살포에 대해선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자 보다 찬성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 일이기 때문에 먼저 지적하고 싶다. 이해할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는것이란 생각을 난 갖고 있다. 물론 비정규직의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냐고 누가 묻는다면. 내가 비정규직(그러고 보니 나도 정규직이군)이 아니라 잘 모른다는 답 밖에 내놓지 못한다 할지라도.

 

사회적 교섭이, 특히 이 시기에 통과된다는건 말도 안된다. 오늘 무산된 것에 대해 그나마 역량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좀 더 괜찮은 그림을 만들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아쉬움(사회적 교섭 반대측)에도 불구하고, 총연맹 집행부의 강행의지를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다. 지난 가을, 이수호 위원장과 한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을때 그는 "이런 상황에선 사회적 합의주의 의미없다"고 단언했다. 지금 상황이 다른가? 더 나쁘지.

 

노급은 투쟁이다! 라는 명제가 아니라도, 도대체 지금 이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을 어떻게 하겠다는지에 대한 안 조차 없었다. 노사정위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니다 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 안은 하나도 없었고 "공약사항이다"를 고장난 녹음기 같이 되뇌였을 뿐이다. 물론 안건지에 공자님 말씀 다 들어있었지만, 그걸로 노무현 정권이 교섭안을 받는다?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이수호 위원장도 알고 현장 조합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마 직접 무슨 거래야 있겠냐' 싶긴 하지만, 언론계 정치판 청와대 를 중심으로 "무슨 틀을 짜 놓았다더라" "희망제안이랑 맞물린다더라"하는 말들이 파다한 판국에 당연히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오늘, 처음으로 파견대의원이 됐다며 울먹이며 격앙된 목소리로 사회적 교섭 반대 발언을 진행하던 현자비정규노조의 모 여성 대의원, 정말 멋있었다. 연이어 여성을 언급해서 좀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찬반 토론에서 첫 발언에 나섰던 형수님 역시 오늘 발언자 중에 최고!  단상 점거 하고 있을때 말없이 손 한 번 잡았더랬다. 울화통 못이겨 욕부터 내놓는 남성 활동가들, 그 심정은 이해가지만 이 두 사람 닮기 위해 노력할 것.

 

퇴장당했다가, 액션 벌어지니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던 ENG  카메라 맨들, 정말 웃겼다. 직업의식이야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또 그 중에 언노련 조합원들도 있지 싶은데 신문에 비해 개혁적이라며 '노빠들'한테 칭송 받는 방송이 노동자들의 가슴에 어떤 상채기를 남겼는지  생각해 볼 필요 있지 않을까? 방송사 카메라에 대한 적개심에는, 교섭안 찬성측이건 반대측이건 일치했다.

 

내일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지, 안봐도 비디오긴 하지만 궁금타. 한겨레, 오마이 벌써 연합 기사 받아서 조졌더라. 노사정위 복귀가 무산 됨에 따라 국민들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단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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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가장 추웠던 하루

오늘 정말 춥더라. 아침 일찍 나간 것도 아니고 늦은 오전에 나가서 저녁 때 다되서 까지 돌아다니다가(그러니까 낮이랑 오후 동안) 들어왔는데 밖에 있는 동안 정말 힘들더라. 아침에 출근할 떈 상쾌한게 정신이 확 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바깥에 있어보니...

 

오늘 농민들 참 열심히 싸웠다.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독립문이라는게 그 이름 자체하고 다르게 별로 좋은 의미만 있는 곳은 아닌데 왜 독립문에 올라갔을까 하는 것이랑(독립문 공원에 보면 서재필 동상이 있다. 갑신정변 이후 일본으로 망명(다시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서재필은 잠깐 조선에 돌아와서도 미국인임을 내세웠고 막상 일제 강점기에는 딱히 한 일도 없다. 모화관, 영은문 따위를 못마땅해 했을 뿐이지.

 

서재필 동상 앞의 독립문 위에 올라간 농민들이 '미국놈들 물러가라' 라는 구호를 외치는게 뭔가 뚱하게 느껴지더라.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서, 자기 노동을 멈춰서 세상에 타격을 입히기라도 하는데 이 나라 농민들이 자기 노동을 멈춰 봤자 아무도 눈도 깜짝 안한다. 아니 실제로 이 나라의 농업 정책은 농민들이 늙어 죽기 기다리기 혹은 도태되기 기다리기에 다름이 아니다. 그리하여 오늘 이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차를 몰고 와서 교통을 방해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것조차 톨게이트에서, 갓길에서 공권력에 의해 차단당했다. 와이티엔에선 연방 서울 시내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고 떠들어데고...언젠가 정말 농민들이 자기 일을 멈췄을때, 아니 농사를 짓고 싶어도 못 짓게 될 때 너무나 큰 재앙이 닥쳐오리란걸 다들 알면서 그냥 그렇게 밀고 간다. 그것이 이 지구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공덕로터리에서 전남, 광주 번호판이 붙은 차 한대 한대 마다 투구 쓰고 방패 든 앳된 애들 여나믄이 붙어서 뭄으로 막았다. 오늘은 그 애들도 특히 불쌍하더라. 특히 앞줄에선 일경, 이경 애들은 코와 뺨이 새빨개져서 맑은 콧물이 맺히고 눈이 멍한데 지 손 들어 지 코도 못 훔치고 그냥 서 있었다. 그러니 유리창 깨고 운전자 연행하란 명령이 떨어지니 얼마나 신나게 움직이던지 참.

 

한남대교에서 성수대교에서 공덕 로터리에서 그렇게 농민들은 차에서 끌려나왔고, 톨게이트의 통제를 피해 힘들게 힘들게 서울로 올라온 차들은 견인이 되거나 아니면 갓길에서 오도 가도 못했다. 대관절 여의도가 뭣이간데 거길 그렇게 못가게 하더라.  

 

공덕 로터리의 시간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을 때 독립문에서 뭐가 터진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민중' 언론 기자하고 '개혁'언론 기자랑 독립문엘 갔더니 이런 어찌나 분위기가 고요한지..날은 춥지요. 아무도 없지요. 공 친건가 싶었는데...개코를 킁킁 거리고 있던 기자들이 몇이 눈에 띄고 조금 있으니 농민이다 싶은 사람 두 셋이 나타다더라.

 

제주 농민 넷이 독립문 쪽으로 후다닥 뛰어나오니 바퀴벌레 처럼 곳곳에 숨어있던 기자들 수십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그 중엔 나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독립문 위에 올라가리라곤 예측 못했던 경찰들은 어리버리 했고..심지어 올라간 농민 넷을 연행해 내려오다가 하나를 잃어 버리기도 했다 ㅋㅋ

 

그 시간 전여농의 여성농민들은 카길을 점거했다. 한국에 들어와있는 카길 3사가 입주해있는 분당 한림원 빌딩엘 들어간거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들...분당은 너무 멀어 하면서 입을 삐쭉삐쭉. 날씨가 추워서 막 허리랑 머리가 아프던 내 입이 닷발이나 나오긴 마찬가지. 결국 분당은 킬--;;

 

그런데 카길이 어떤 카길인가 전여농 사람들이 카길을 점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난 인물은 바로 이경해 열사(  http://blog.jinbo.net/Profintern/?cid=2&pid=42)

 

결국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려고 했던 4차 농민대회 본행사는 치루지도 못했다. 올들어 가장 추웠다는 오늘, 농민들은 서울 여기 저기를 뛰어다녔거나, 아니면 차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분통만 터뜨렸다.

 

별로 힘도 없어 보이는 형사 하나 붙잡고 하소연을 하던 나이지긋한 장흥에서 올라온 아저씨가 눈에 밟힌다.

 

그깟 서울의 교통 체증 불러 일으키는게 뭐가 그리 미안해서인지  "존경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이라는 유인물을 전농이 배포한 , 올들어 가장 날씨가 추웠던 오늘 농림부 장관은 쌀협상 올 해 안에 못 끝낼 수도 있다는 설레발을 갑자기 떨었다. 정말 허허허 다.

 

날씨가 너무 매서웠는데 요즘 몸도 안 좋은 배트형은 괜찮은가 모르겠다. 밥 먹어야 약 먹는단 말을 들었는데도  왜 따뜻한 오뎅 국물이라도 먹자는 소릴 못했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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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3주 평가와 비정규 법안에 대한 전망

지난 20여일간 그러니까 노대회, 민중대회등이 있었던 11월 중순 이후(이 때 나는 '거리의 주말'이라 명명했었다) 여전히 정신 없이 지냈다. 굳이 따지자면 파업 마무리, 정기 국회 폐회, 비정규 법안 법안소위 회부 등으로 마무리 지어지면서 약간 편해졌다.(정말?)

 

그 3주 동안 파업 선언과 파업(6시간 짜리 짜웅하는 파업)이 있었고 국회가 열렸고 철도는 파업을 쎄웠다가 접었고 왕따와 탄압, 지도부의 뻘짓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권영길 의원의 단식으로 돌파구(?)를 열었고  과거 주사파들의 행적을 가지고 한나라-열우는 개싸움 중이며 노무현은 부시 흉내내며 이라크 다녀왔고 파업보다 어쩌면 노동계의 관심이 더 클지도 모르는 각급 조직들의 선거는 속속 결판이 나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이 실체를 드러낸 이후 기사에서 비정규개악안이라는 단어를 도대체 몇 번을 썼는지 모르겠다. 이젠 솔직히 덤덤해져버렸다. 이수호, 단병호 이런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꼭 얼굴 보고 짧게 나마 이야기를 나눠 이젠 낯이 익고 반갑기 까지 하다--;;

 

파업의 수순 국회의 수순이 이런식(결판이 나온 식)으로 풀리리라는 것을 짐작은 했었지만 막상 정말 뻔하게 그렇게 되려니 하고 생각했던 식으로 진행되니 허탈하다. 비정규연대회의의 열우당 전거 선도투 이후 비정규 문제는 노동계 뿐 아니라 사회적 아젠다로 떠올랐고 양대노총은 말대포를 펑펑 쏘기 시작했다. (물론 갸들은 원래 나쁜 놈 입만 살았지 이런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다)

 

총연맹 이수호 위원장은 정말 '열심히' 현장을 돌았고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도 우리가 빡세게 안나가면 총연맹에 밀린다면서--;; 늙다리 한노총 연맹 위원장들이나 대형노조 위원장들을 독려했었다. 근데 뭐 그까지지...열우당에서 법안을 수정하겠다, 연내 처리할 필요없다는 발언들이 슬슬 나오면서 부터 양노총 위원장들은 아주 신이 났다.

 

먼저 이부영의 발언으로 법안의 정기국회내 처리 움직임이 희박해지자 말자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선수를 쳤다 "법안을 국회에거 강행처리하면 한국노총도 총파업이다!" 야..정말 이런 순발력은 우리 모두 배워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총도 질세라~11.26 6시간 면피 파업을 하면서 "법안 강행 조짐이 보일시 무기한 총파업 돌입"이라는 말대포를 쏘았고..

 

지난달 29일 환노위는 정말 눈뜨고 못볼 드라마 였다. 관련 기사..'길고 길었던 29일 환노위 그 안과 밖'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492 뭐 거의 울려고 하던 어떤 부위원장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법안 올라가면 우리 정말 파업해야 한다니까요..한번만 봐주세요. 수준이었지) 이 날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은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정말 중요한 지적을 했다. "이 양반들은 유보라는 단어 자체가 중요하다니까요"  이 기사는 배일도 의원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다. 자기 발언 부분에는 색깔이 칠해진 체로^^

 

그래서 얻어낸게 달랑 공청회 하나인데..그 공청회 또한 코미디에 다름이 아니었다. 관련기사 '비정규법안 공청회 거쳐 법안소위 회부'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545

 

사실 이 공청회를 통해 총연맹은 스스로 내건 족쇄에 걸려버렸다. 법안소위 회부를 강행으로 보겠다던 자신들의 발언에 걸려 버린 셈이다. 그런데 법안소위 회부는 막고 안막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임위로 올라간 법안들은 모두 법안소위를 거칠 수 밖에 없다. 짤리더라도 거기서 짤리는 거란 말이다.

 

그런데 어리버리한 전술을 내놓은 총연맹은 비정규개악안이 법안소위에 올라갔는데 쌩까고 있다. 공청회 날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자 이석행 총연맹 사무총장의 얼굴빛은 정말 볼만 했다. 내가 미안할 정도로...오히려 국보법 정국이 반가울지도 모른다. 이철우가 제 한 몸 희생해서 총연맹 살리고 있는거다. 근데 열우당 이철우는 이른바 '안개모' 소속이다. 입당식을 했건 말건 간에 하여튼 수령님--;; 초상화 앞에서 민애전 가입하기 까지 한 작자가 자기 일 터지기 전까지는 국보 폐지에 반대했었다는 거다. 여기에서 열우당의 사이비성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물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문제지만)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시마이가 아니다. 나야 뭐 매체 기자니까 이렇게 욕이나 하고 앉았을 수 있지만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현장이 아무 곳도 없다는게 문제다. 자기 현장은 정말 잘 돌아가고 있고 파업 준비 철저한데 총연맹이, 위원장이 하지 마라 그래서 못했다고 말 할 수 있는 현장이 한 군데라도 있을까? 이건 내가 알기론 비정규 현장들도 마찬가지다.

 

현자? 민투위 할 때야 그나마 운신의 폭이라도 넓었지..6시간 파업 달랑 해놓고 그 담날 특근 잡는 꼴이라니.쳇.

 

이런 식이면 정말 암흑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대안이 안 보이면 소규모 선도투들만 간헐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고 외려 극심한 좌편향에 빠질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하여튼 이 기간에 환노위 위원장인 한나라 이경재 의원에 대해 탄복했다 .삐삐 밴드 이윤정의 아부지 여성의원에 대한 "주물러 줘" 발언등으로 아는 사람한테는 유명한 이 양반은 29일 환노위에서 언론계 경력, 정치판 짬밥이 무색할 만한 윈-윈의 결정을 내렸다.  눈가리고 아웅하기 공청회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법안을 실질적으로 법안소위에 올리면서도 노동계에선 안 올렸다고 주장 할 수 있는 건덕지를 남겨준 그 결정. 제갈공명이 울고 갈 만한 결정이었다. 이 결정을 가지고 이수호 총연맹 위원장은 승리를 선언했고 노동부 측은 어차피 요식행위라는 걸 알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17대 국회가 끝날라면 조선왕조 500년에 가까운 세월이 남았는데 주목해야 할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 정말 불쌍하다. 다른 상임위에선 한나라-열우 전선에서 줄타기라도 가능한데 환노위에선 정말 1대 11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니지 이인제는 90퍼센트를 넘는 각종 회의 불참률을 기록하고 있고 가끔 단 편도 들어주니까 1대 10인가?

 

그래도 29일 이경재 위원장의 아무것도 아닌 공청회 실시 발언에 대해 애써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할라 그러고 공청회 끝난 담에는 법안소위 회부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변하는 부분에 대해선 좀 실망 했다. "아자씨..그라지 마세요."

 

여튼 이제 비정규법안은 뭉개지고 있다. 뭐 파병연장안도 뭉개지고 있는걸 뭐. 내가 판단할 때 비정규 법안은 연내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고 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강하다. 그런데 2월 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두가지 전망이 가능하다. 정권에서 노동판은 그냥 조져도 된다고 생각하면 밀어 붙이는거고 환노위내나 의회 전체의 한나라당이 반대할 공산은 극히 희박하다. 두번 째 가능성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장담하고 있는대로 총연맹은 노사정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인다는 전제하에 약간 수정을 할 것이라는 것이지...지금 각급 선거에서 우파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면 그 가능성도 작진 않다. 카드를 하나라도 줘야 끌어댕길께 아닌가? 내년 총연맹 대대회에 지금 집행부가 사회적 합의주의 로드맵을 내놓을 라면 정부의 카드 제시가 필수적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소위 개혁언론들도 가세해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칠거다. 미뎌 참샹으로선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아 현장이, 싸움이 정국의 주요변수로 작용하지 못하고 장기판의 말 하나 정도 영향 밖에 못 주는 이 현실..정말 싫다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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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로 첫발을 내려디디는 의미

* 이 글은 레니님의 [열 전도체]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사실 '거리의 주말' 이라는 미다시 뽑아 놓고 혼자 뿌듯해 하고 있다가 아무도 좋단 말 안하기에 삐져 있었는데--;; 레니님이  칭찬해주셔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거리의 주말 이틀간, 정확히 말하면 금요일 부터 진짜로 거리에서 살았다.  아침 나절에 정부종합청사에서 오랜만에 꽃구경도 하고 노란 은행잎 이쁘게 깔린 국회 앞 농성천막촌을 돌아서 토요일 농민대회, 민중대회, 노동자대회전야제 일요일 노동자대회 금속연맹 사전결의대회, 노동자대회 본대회까지..

 

그 기간에 기사 공장도 차려놓고 라인 쉴틈 없이 돌렸다. 11개 뽑았나 12개 뽑았나...로스가 한 두개 나서 불량 처리했고 로스가 별로 안 크다 싶은 제품들은 그냥 다 출하했다.

 

듣기좋은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라고 '비정규 개악안 박살내자'  너무 많이 들어서 감흥도 별로 없다--;;  매너리즘이라 부르겠지 이런걸.

 

그나마 전야제날 이수호 위원장이 한총련 의장 같은 폼으로 "죽창이, 화살이 되어 자본가와 정권, 그 신자유주의의 심장에 꽂히자" 고 말할 땐 가오다시가 좀 났지만 그런 것에 감동먹기엔...

 

노동자 대회 본대회날 광화문엔 6만 정도 모였다. 경찰추산은 4만이고...물론 삼십분 정도 지나서 부턴 대오의 무대 집중도가 확 떨어졌다. 없는 사람들 품앗이 하는 셈인지 주위 노점상들은 신났고 여기 저기에서 술잔이 돌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십년전 노동자 대회에 처음 갔을 때는 삼십대 중반의 남성노동자들이 주 구성원이었다. 십년이 지난 지금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확 늘었고, 중년 여성 조합원들도 많고 어찌보면 되게 다양해졌다. 학삐리하고 남성 노동자로 대별되는 그 때에 비해선...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여튼 삼일 동안 빨빨 거리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 짜증, 피곤, 가끔 신남, 심드렁 등등의 감정이 지배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꽃은 피는 법. 반짝이는 한 순간을 포착했다. 감사하게도....

 

복잡한 전술을 통해 공무원 노조 조합원들이 삼삼 오오 광화문으로 파고 들어와 작지만 소중한 수백의 대오를 형성하고 행렬 복판에 자리잡았다. 그 상기된 얼굴들, 어색하지만 힘찬 팔뚝질.

가방에서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새 깃발을 꺼내 깃대에 묶는 두 조합원들을 봤다.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여러 선배들이 보면 웃겠지만 나도 옛날 생각이 났다.

 

광화문, 종각에서 보도가 아닌 차도에 내려선다는 것의 의미는 내게 남달랐었다. 떳다비 할 때 긴장감 도 짜릿했지만 대규모 집회도 마찬가지지. 보도에서 거리로 한 발 내려 디딘다는 것은 내가 수동적 국민, 시민이 아니라 . 국외자가 아니라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의 주체로, 저항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난 아직도 생각한다.

 

보도와 차도의 높이 차이는 삼십센티미터 남짓하지만 그 한 발을 내려서긴 그리 쉽지 않을게다. 내가 처음으로 차도에 내려서던 날의 그 긴장, 짜릿함, 두려움  앞 뒤를 가득 메꾸고 있는 낯선 동지들에 대해 느끼는  든든함 그 복합적 무엇을 깃발 묶는 두 사람에게서 엿봤다.  그리고 그 무엇이 내게 다시 힘을 줬고..

 

공무원 노조 파업이 실질적으로 마무리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투표날 부터 예견되고 있던 사태인지도 모른다. 취재 다니며 만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낯섬, 두려움, 위축감에 휩싸여 있었다. 대화 해보면 법과 규정에는 빠삭했지만 어떻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는 부족해보였다.

 

그리고  구속, 해고, 징계 안 봐도 뻔한 비디오가 길게 상영될게다. 하지만 공무원 조합원들은 이제 차도로 첫발을 내려딛었다. 그리고 전야제를 하며 옆 조합원들과 어깨 맞대고 체온을 나눴다. 그거면 된거다. 시작이 반이라는 진부한 속담의 생명력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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