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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맞팔 논쟁

 오늘 내 트위터 타임라인의 핫이슈는 김주하 씨의 맞팔 논쟁이다.

맞팔이란, 맞follow - 즉 follow한 상대를 같이 follow하는 행위...라고 하겠는데, 트위터의 정식 용어라기 보다 한국 특유의 트위터 문화인 듯 하다.
 
사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나올 때마다 이런 류의 논쟁은 불거지기 마련이다. 블로그던 페이스북이던 트위터던 간에, 기존에 정의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저들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려 하고, 의견이 다른 유저들끼리의 논쟁이 벌어지게 되며, 이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한국의 온라인 문화에 기인한 공통적인 주제가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것인데, 바로 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개인 미디어로 보느냐 커뮤니티로 보느냐의 차이이다. 물론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도 대부분 개인 미디어의 성격과 커뮤니티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어떤 성격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블로그 초기에는 손님의 댓글에 주인장이 댓글을 달아 댓글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예의인가 아닌가에 대해 논쟁이 있었는데, 현재 많은 국산 블로그 서비스들이 아예 댓글에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봐서 댓글에는 댓글을 달아주는 문화가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그것이 예의라는 말은 아니다)
 
맞팔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듯 한데, 트위터의 follow는 유저 대(對) 유저의 관계이기 때문에, 블로그의 맞댓글(?)보다 더욱 끈끈한 관계맺기 방식으로 보여진다. 마이크로 블로그라 불리기도 하는 트위터를 블로그와 유사한 개인 미디어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RSS를 구독하는 것처럼 관심있는 사람의 트위터만 골라 follow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고, topic이나 follow로 연결되는 트위터 유저들 사이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follow를 해 주면 상대방 역시 follow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느낄런지 모른다. 이는 트위터를 어떤 수단으로 보느냐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어떤 것이 옳다/그르다고 단정짓기엔 아직 트위터라는 매체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기에 무리라는 생각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문제가 되는 점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른 유저에게 강요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맞팔을 "예의"라고 규정하는 순간, 맞팔을 하지 않으면 단지 트위터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인데 무례한-즉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 우려스럽다.
 
트위터는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비롯하여 의견 및 생각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만, 동시에 여러 유저들이 관계 맺고 살아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이도 하다. 그리고 트위터리안들이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가장 무례한 행위는 무엇보다 타인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강요하는 행동이 아닐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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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골드러시 - 데이터 마이닝과 클러스터링

사례 1. YouTube 등에서 동영상을 다 보고 나면 해당 동영상의 주제와 유사한 다른 동영상들이 추천됩니다. 페이지 한 구석에는 어김없이 그보다 더 많은 동영상들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사례 2. 온라인 뉴스를 다 읽고 나면 관련 뉴스들이 아래에 나옵니다. 역시 페이지 한 구석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와 연관된 뉴스들이 분류되어 있습니다.
사례 3.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결제를 마치기 전에 다른 상품들을 추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내가 구매하기로 한 상품과 관련이 있거나, 내가 속한 연령대가 많이 구입하는 물건 같은 것들이죠.

위와 같은 사례들은 인터넷을 사용하다보면 빈번히 만나게 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추천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같이 때때로 낚여서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잊고 새로운 링크를 파고 들어가 헤매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러한 추천 시스템은 명목상 "사용자 편의 증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겠지만, 어쨌든 진짜 의도는 우리 사이트에서 좀 더 놀다 가세요~라던지, 우리 물건 좀 더 구매하고 가세요~라던지 하는 것이겠지만요.

사실 온-오프를 막론하고 추천 시스템의 역사는 꽤 오래되어서, 옷가게에서 정장 한 벌 맞추면 반드시 스카프나 넥타이 추천이 따라붙고, 음식점에서 파스타 하나 주문하면 와인 추천이 따라붙는 것이 오히려 상식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추천은 상대방를 대하면서 직접 파악하게 되는 직관력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물론 그 사람의 센스에 의해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꽤 정확한 추천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피드백을 바로 접수 하여 추천의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으니, 상당히 유리한 조건 하에서 추천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말하는 추천은 일일히 사람이 입력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조건을 정해놓고 특정 조건에 따라 자동 반응하게 된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YouTube 동영상이 한두건도 아닌데, 모든 동영상 말미에 일일히 사람이 추천 동영상을 집어넣을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추천 알고리즘은 인터넷 초기부터 끊임없이 연구되어온 주제이고, 최근엔 클러스터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보다 정교한 추천이 가능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천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데이터들 사이에 비슷한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묶는 일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데이터들을 한 데 묶는 기술을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IT 기술 중 클러스터링이라고 하면 여러 서버들을 묶어 하나의 서버처럼 사용하는 기술-구글의 방대한 웹페이지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 클러스터링은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의 한 부분으로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분류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은 어떤 데이터를 분석하느냐에 따라 사용되는 종류도 다양하고 현재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은 데이터에서 어떠한 패턴을 찾고,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데이터들을 묶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S회사에서 사원들의 11월 출근시간 기록을 분석해 보았더니 지각 회수가 많은 사원들은 자가용 통근자가 대부분이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이는 지각 회수의 패턴을 구하고 출근 방법을 다른 변수로 대입시켜 얻은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결과로부터 S회사 주변 도로가 정체가 심하다, 주차장이 좁아 주차시간이 많이 걸린다...등의 추가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겠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변수를 대입해야 하는가...입니다. 아까의 지각 회수 데이터에 연령별 비교나 직급별 비교 등을 해 봐야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한다 하더라도 분석자의 직관력이 형편없으면 그리 쓸모있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데이터 마이닝은 금맥을 찾아 광산을 파 들어가던 골드러시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이름 자체가 마이닝, 즉 채굴이겠습니까. 웹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쌓이는 데이터는 많아지고 있지만, 첩첩히 쌓인 데이터의 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마이닝이라 할 수 있겠죠. 바꿔 말하면, 우리가 인터넷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분석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이닝의 세계에선 여러 개인들이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한 개인의 행동은 크게 의미가 없으며, 아마 대부분의 정보들이 유의미성을 찾지 못해 버려지기 일쑤겠지만요. 정말이지, 이쯤되면 21세기판 골드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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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팸메일

출근해서 메일함을 열어봤더니 이런 이메일이 도착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Your internet access is going to get suspended

 

The Internet Service Provider Consorcium was made to protect the rights of software authors, artists.

We conduct regular wiretapping on our networks, to monitor criminal acts.

 

We are aware of your illegal activities on the internet wich were originating from

 

You can check the report of your activities in the past 6 month that we have attached. We strongly advise you to stop your activities regarding the illegal downloading of copyrighted material of your internet access will be suspended.

 

Sincerely
ICS Monitoring Team

요약하면, "우린 ISP(인터넷서비스공급자-KT, SK브로드밴드 같은 녀석들이죠) 컨소시움인데, 니가 불법다운로드 받은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런 불법행위를 중단하기를 요청한다. 너의 6개월간의 인터넷 활동 보고서를 첨부했다." 정도 되겠다.

당연한 얘기지만, ISP는 인터넷 활동을 모니터링할 근거도 없으며 친절하게도 이런 이메일 따윈 보내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내 이메일 주소를 이 친구들이 알 수도 없거니와 알아서도 안되는 일이다. 적당히 겁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해서 첨부파일을 열어보게 하는 것이 이 메일이 목적이 아닌가 한다...

여튼 이런 메일은 바로 휴지통으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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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새 브라우저, 크롬 (Chrome)

전에 어디선가 쓴 것 같은데, 구글의 진정한 목적은 세계 정복-_-이다.
구글의 세계 정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브라우저의 베타 버전이 오픈되었다.


크롬의 첫 인상은 일단 깔끔하고 가볍다는 것이다.
솔직히 IE나 파이어폭스가 많은 기능을 제공해 주고 있긴 하지만,
평소 그 기능들을 다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크롬은 무겁지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기능만을 제공하는 편을 선택한 듯 하다.
크롬의 가벼움은 환경설정 메뉴만 봐도 알 수 있다.


탭이 기본 6개 이상인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썰렁할 정도로 단순하다.
이것은 다양한 설정과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살 지도 모르겠지만,
가볍고 빠른 브라우저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더 편리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크롬은 여타 브라우저와 사용성에 있어서 몇 가지 차별된 지점이 있다.
크롬은 브라우저 세계의 대세인 탭브라우징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좀 다르다.


위에서 보다시피, 주소창 하나를 여러 탭이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탭마다 다른 주소창을 지닌다.
이것은 탭이 마치 하나의 윈도처럼 독립성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크롬에서 여러 탭을 띄웠을 때 실행되는 프로세스를 보면 이 사실이 잘 드러난다.


이것은 하나의 크롬 창에 여러 탭을 띄웠을 때의 모습이다.
크롬에선 하나의 탭이 곧 하나의 프로세스를 의미하며,
이 말은 곧 하나의 탭이 돌다가 죽어도 다른 탭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기존엔 잘못 실행된 하나의 탭 때문에 창 자체를 닫아야 했지만, 크롬에서는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크롬에서 새 탭을 띄우면 기본으로 위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일종의 방문 히스토리인데, 방문했던 사이트의 스크린샷을 떠 놨다가 다시 방문하기 쉽도록 표시해 준다.
북마크 역시 같이 보여줌으로서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를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그 외에도 주소창에서 도메인만 짙은 글씨로 표시한다던지,

파일을 다운로드할 경우 별도의 창이 아니라 브라우저 아래에 탭처럼 표시한다던지 하는
소소하지만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쓴 흔적들이 보인다.

하지만, 크롬이 가장 맘에 드는 점은 매우 빠른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파이어폭스도 매우 훌륭한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크롬의 엔진은 그에 못지않게 빠른 것 같고 더 나은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바스크립트 loop 테스트를 통해 크롬의 빠른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테스트할 수 있다.

IE는...안습이다.)

크롬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DIV 10000개를 생성하고 HTML에 렌더링하는

간단한 스크립트를 짜서 돌려봤다.

(Internet Explorer 7)

 

(Firefox 3)

 

(Chrome)

 

크롬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며, 심지어는 파이어폭스보다 나은 성능이 나온다.

IE는 물론 안습이다.
하지만 DIV에 border와 margin을 주고 루프를 돌려보면 약간 다른 결과가 나온다.

(Internet Explorer 7)


(Firefox 3)


(Chrome)


크롬은 아까와 같은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며 파이어폭스보다 느린 결과를 나타낸다.
이것은 아마 HTML 렌더링 엔진이 파이어폭스가 더 우수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IE에 비해 크롬은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크롬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긴장해야 할 브라우저는 IE보단 파이어폭스와 사파리라고 생각한다.
어짜피 IE는 한국에서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는 Active-X 같은 비표준 기능을 단독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표준을 준수하고 강력한 사용성을 지닌 파이어폭스와 사파리가 타격을 받을 것 같다.
물론 크롬은 아직 베타일 뿐이고 어떻게 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이르지만.

 

또한 아마도 구글은 모바일 브라우저를 염두에 두고 크롬을 만든 것 같단 느낌이다.

가볍고 빠르고 심플하지만 안되는 거 없는 브라우저라는 점에서

크롬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탑재될 브라우저로 꽤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그럼 오페라도 긴장해야 되겠군 흠흠.

이 브라우저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브라우저 시장은 예전의 넷스케이프 시대와 같이 한 차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듯 하다.
그 때를 대비하여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다운받아 사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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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다크 나이트>...
개봉하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키더니 아니나다를까 미쿡에서 흥행 돌풍을 몰고 왔는데.
(흥행 수입 역대 2위 - 1위는 <타이타닉>)
한국에선 음습한 분위기 때문인지 배트맨 브랜드가 별로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쿡보다는 그 열기가 좀 덜한 감이 있긴 하다.

개인적으로도 "배트맨? 훗-_-" 하는 생각도 있었고
미쿡애들이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기도 해서
(얘들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같은 영화도 흥행작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가)
<다크 나이트>를 그다지 기대하고 본 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다크 나이트>는 DC코믹스의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퍼히어로 영화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다. (기존엔 <스파이더맨 2>)

<괴물>의 경우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일단 단상만 몇 개 적어본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이므로 알아서 봐 주시길)

1. <다크 나이트>를 보기 전에 들은 얘기로는,
수퍼히어로물의 특징인 히어로(선) vs 악당(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요즘엔 선악의 모호한 경계 같은 주제마저도 진부해 진 경향이 있어 이런 내용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실제로 <다크 나이트>를 보면 배트맨이 착한 놈 맞고, 조커가 나쁜 놈 맞다.
특히 (이미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단지 "나쁜 놈"이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혼돈Chaos" 그 자체이며 아무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해 불가능한 악당이다.
여기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히스 레저에 대해 첨언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2. 선 vs 악이라는 구도를 진부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하비 덴트, 즉 투페이스다.
히스 레저에 의해 투페이스라는 캐릭터가 좀 죽는 듯 해서 아쉽지만,
<다크 나이트>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바로 투페이스다.
배트맨-투페이스-조커는 각자 다른 캐릭터에게 영향을 주면서 영향을 받는다.
하비 덴트는 조커의 등장으로 인해 고담 시티를 지키는 백기사로 부상했지만,
조커의 계략과 배트맨이 자신의 정의를 행한 결과로 인해 투페이스라는 악당으로 변모한다.
조커는 "넌 나를 완전케 한다You complete me"라는 자신의 말처럼 배트맨이 존재로 인해 더욱 완전한 악당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배트맨은 이들과의 싸움을 통해 스스로의 사명을 규정하게 되고,
결말부의 자신의 말처럼 영웅으로 죽는 것보다 악당으로 살아남기를 선택하게 된다.
투페이스를 만든 것이 조커와 배트맨이고, 조커를 완전체로 만든 것이 배트맨이라면,
이들로 인해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아닌 배트맨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3.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조커가 실험한 "죄수의 딜레마"다.
시민들이 타고 있는 배(A)와 죄수들이 타고 있는 배(B)에 각각 폭탄을 실어놓고 서로 상대방의 폭탄을 터뜨릴 스위치를 준다.
지정된 시간까지 어느쪽에서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면 조커는 두 배 모두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한다.
이것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것이다.

A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 가능성이 발생한다.
 - B에서 먼저 스위치를 누르고 A에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다. - A 사망, B 생존
 - B에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A에서 먼저 스위치를 누른다. - A 생존, B 사망
 - B에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A에서도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다. - A, B 모두 사망 (조커에 의해)

A의 입장에선 B가 스위치를 누르건 누르지 않건 관계없이 스위치를 눌러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은 B도 마찬가지여서 A의 선택과 관계없이 먼저 스위치를 눌러야만 생존 가능하다.
결국 둘 다 스위치를 누르게 되면 양 쪽 모두 파멸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핵무기 폐기 협상이 잘 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동일한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두 배 모두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고
배트맨이 그 전에 조커를 찾아내 스위치를 무력화시켜 승객들을 구하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스위치를 누르지 않게 된 과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탄 배에서는 투표까지 한 끝에 죄수들의 배를 폭파시키도록 결과가 나왔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면서 결국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다.
이는 투표라는 익명성의 행위와 스위치를 누른다는 공개된 행위의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인 듯 하다.
하지만 죄수들의 배에서는 간수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죄수의 리더가 나서서
"당신들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해 주겠다"며 스위치를 뺏아 바다에 던져버린다.
자신이 살기 위해 (범법자들이 탄 배이긴 하지만) 상대를 죽이려고 한 시민들의 투표 결과와 (민주주의적 방식)
리더의 독단적이지만 생명을 건 인간적인 결정이 (권위주의적 방식)
일종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 하다.

4. 여하튼 <다크 나이트>는 수퍼히어로 영화지만 묘하게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것이 <스파이더맨> 같이 수퍼히어로의 고뇌가 아니라,
수퍼히어로와 악당들의 싸움에 말려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뇌라는 점에 있어서 더욱 특이하다.
당분간은 <다크 나이트>가 최고의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데 있어 이견이 없을 듯 하다.

PS 1.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데 성공한 듯 하다.
그렇다면 나이트샤말란에게도 희망이 있단 말인가? ㅎㅎ

PS 2. 신혼여행으로 홍콩에 갔을 때, 길거리에 웬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있고 교통 통제하는 장면을 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다음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크리스찬 베일과 모건 프리만이 <배트맨> 시리즈 촬영을 했다는 기사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 1면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젠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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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프로그램과 그 친구들

...이란 글을 웹진에 써 놨습니다.

...

...

그래요, 4개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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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미덕 - 공유기

...라는 글을 액트온에 써 놨습니다...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3개째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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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작에 대한 사소한 오해 - 멀티서버 카운터

...라는 글을 액트온에 써 놨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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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KT는 어떻게 공유기를 검출하는가

...라는 글을 진보넷 위키에 써 놨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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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학을 말하지 말고 안전을 말하라

광우병과 관련한 논란 속에서 "괴담"이 주목받는 건 의외의 일이다. 정부는 조중동을 선봉으로 삼아 비과학적인 광우병 괴담을 가라앉히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논란의 핵심을 잘못알고 있거나 피해가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광우병에 대한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매우 비과학적인 얘기가 떠도는 것도 사실이다. 광우병이 공기로 전염된다던지 하는 괴담은 분명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 얼마전 중앙일보 등의 언론은 한국인의 유전형질인 MM 타입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PD 수첩의 보도를 해당 연구자를 취재하여 "밝혀진 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런 반박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최종 명제를 증명해 주지 못한다. 광우병은 프리온prion 변형 단백질이 원인이 되고 있고, 이는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정도까지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왜 변형 단백질이 생겨나는지, 발병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지, 전염 경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등의 의학적인 규명은 아직 추론 단계에 있을 뿐이다. 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이 100% MM 형질의 유전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M 타입의 유전형질이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도 부족하거니와 광우병이 왜 MM 타입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 말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는 말이 된다. 결국 확률 게임이다. 95% 이상 광우병 발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신뢰도 95%의 표본 조사를 통해 안전하다고 통과 시킨 후, 알 수 없는 발병 메커니즘에 의해 광우병에 걸릴 확률 x%를 곱해 재수없게 걸리는 것이 현재의 광우병이다. 혹자는 이를 교통사고 난 확률보다 적다, 또는 벼락 맞을 확률 보다 적다, 더 심하게는 49억 분의 1이다, 라고 주장하며 미국산 쇠고기 먹겠다고 하지만, 그 확률 역시 비과학적일 수밖에 없으며 일종의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괴담이다. (처벌 대상?)

우리는 앞으로 쇠고기에 대한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미 우리는 교통사고 날 확률을 안고 버스에 타고 있으며, 마른 하늘에 벼락맞을 확률을 안고 걸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를 먹으며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테스트해야 되는 상황, 게다가 그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을 굳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인간 광우병의 치사율은 100%라는 사실이다. 제발 괴담이 비과학적이라는 근거를 찾아내는 정성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100%, 하다못해 모 장관의 말 처럼 99.99% 안전하다는 근거를 찾아내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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