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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8
    간사이(關西) 여행기 #6 - 교토 난젠지(南禅寺)와 철학의 길(哲学の道)(2)
    레니

간사이(關西) 여행기 #6 - 교토 난젠지(南禅寺)와 철학의 길(哲学の道)

Notice : 본문의 내용은 정구미/김미정의 <오사카 고베 교토>를 상당부분 참조했음을 알립니다.

먼 길을 걸어 난젠지(南禅寺)에 도착했다.


난젠지의 산몬(三門)이다. 지온인의 그것만큼이나 거대하단 느낌은 들지 않지만 꽤 크다. 여기에 올라가면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보이는 절경이라 한다. 보수 공사 중이라 올라가진 못했다. (물론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어짜피 안올라갔겠지만;)

난젠지의 산몬은 가부키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대도 이시카와 고에몬(石川五右衛門)의 일화로 유명하다. 고에몬은 지금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혼노지의 변(本能寺の變)을 일으켜 전국시대를 통일할 뻔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를 자결케 하는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노부나가의 가신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토벌당한다-의 아들의 반란 세력에 참여했단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실존인물임을 틀림없는 것 같으나, 역사적인 자료가 거의 남지 않아 그의 모습은 후세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고에몬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기 위해 그의 거처에 침입했다가 향로가 소리를 내는 바람에 붙잡혀 불가마에 볶아-_- 죽이는 형별로 처형당했다고 한다. 도요토미를 암살하려 했던 이유는 아내와 자식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는 설과 독재자 타도-_-를 위해서...라는 설이 있는데, 어느 쪽이던 간에 고에몬의 이야기는 가부키에서 많이 그려지므로 아마 스토리 전개상 고에몬을 의적으로 미화시킨 경우가 아닐까 한다. 고에몬이 잡혔을 때 도요토미가 "도둑을 잡아라!"라고 외치자, "너야말로 천하를 훔친 도둑이 아니더냐"라고 호통치는 장면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에몬이 난젠지 산몬에 올라 절경에 감탄하는 대목이 있어서 난젠지의 산몬이 더욱 유명세를 탄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 한 분이 학생들을 인솔해 다니고 있다. 꽤 문제아처럼 보이는 학생들이었지만, 알고보니 선생님의 말씀에 경청하며 잘 따라다니는 착한 학생들이었다. 마침 난젠지의 산몬에 얽힌 고에몬의 이야기를 해 주는 중인 것 같았다.


난젠지의 본당인 핫토우(法堂)다. 1895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09년에 재건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씀이오나, 경내는 금연이다. 교토시 소방국에서 제작한 이 금연 표지판은 표준 제작된 것인지 어떤 곳에 가더라도 같은 모양이다. 간판 하나도 제법 고풍스럽게 만들어 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난젠지의 특이한 점은 경내에 수로각이 있다는 것이다. 교토의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메이지 유신 이후 건설되었다. 교토 근교의 비와코(琵琶湖)라는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공급한다. 신성한 사찰 내에 수로각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조금 어색한데, 이건 메이지 시대에 펼쳐진 불교배척운동(廃仏毁釈, 하이부츠키샤쿠)의 흔적이라 한다. 현재 남아있는 사찰의 규모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당시 불교는 너른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언제라도 승병으로 전환될 수 있는 승려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 권세가 상당했다 한다. 사찰의 강력한 힘을 경계한 것과 동시에 신도(神道)를 중심으로 국민을 통합하기룰 원했던 메이지 정부는 불교를 정책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하이부츠키샤쿠라 한다. 일본의 사찰엔 이러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난젠지의 이 수로각도 메이지 정부의 근대화 사업임과 동시에 하이부츠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난젠지의 별관격인 난젠인(南禅院)이다. 여기도 별도로 입장료를 받아서 평소 같음 안들어갔겠지만, 계속 걸어왔더니 너무 다리가 아파 좀 쉬어 가려고 들어갔다. 연못과 수목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이 펼쳐져 있다. 밖에는 꽤 더운 날씨였음으로 불구하고 수풀으로 둘러싸여 정원 안은 매우 시원했다.


난젠인은 손님을 맞는 장소인지 마치 회의실 분위기다. 하지만 여기 앉아 정원을 내다보면 연못과 연못을 둘러싼 수목들이 한 눈에 보인다. 이런 곳에서 회의를 한다면 아무리 재미없는 회의라도 할 만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젠인에서 나와 수로각 위로 올라가면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수로가 나온다. 비와코에서 출발한 물이 수로를 통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은 깨끗해 보였으나 수로 자체가 워낙 오래되어 여기 물을 마셔보라 하면 한사코 거절할 듯 싶다.


수로를 처음 봤을 땐 비와코와 교토의 해발 차이를 이용해서 무동력으로 물을 흐르게 하는 건 줄 알고 감탄했었는데, 역시나 펌프장이 있었다-_- 기계를 보면 생기는 본능적인 호기심에 의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보니, 삐-삐- 하는 경보음과 함께 뭔가 엄청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오호~ 이거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인가! 하는 마음에 들떠 있었는데...


펌프장 바닥에 고여있는 부유물이나 쓰레기를 치우는 레일이 돌아가는 소리였다-_-


펌프장을 지나 더 내려가면 수로의 건설책임자인 다나베 사쿠로(田邊朔郞)의 동상이 있다. 메이지 유신에 의해 일본의 수도가 도쿄로 바뀌게 되면서, 헤이안(平安) 시대 이후 약 1000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그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렇게 활력이 떨어진 교토의 분위기 쇄신과 근대화를 위해 수로 건설이라는 대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 수로 건설의 책임자로 약관 21세의 막 대학을 졸업한 다나베 사쿠로가 임명된다. 현장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교토의 수로에 대한 그의 졸업 논문을 높이 샀고, 무엇보다 그의 열정이 대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데, 결국 다나베는 1890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공돌이의 성공담을 듣는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_-;;;


지금은 쓰이지 않는 철로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왠지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철로였으나,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옆에 나 있는 도로로 내려갔다.


철학의 길(哲学の道, 데츠카쿠노미치)로 접어들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한 카페인 후제(ふうじ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무진장 고생했다. 난젠지의 뒷길로 해서 철학의 길로 들어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펌프장을 통과하는 길이 제대로 된 게 아니었나 보다-_- 골목길을 엄청 헤메다가 이 카페를 발견하고 겨우 안심했다.


잼 토스트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꽤 맛있다. 난 한국의 카페에선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는데, 너무 쓰거나 너무 달아서 먹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본의 유후인(湯布院)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셔본 다음부턴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잘 마시게 되었다.




참의원 선거 기간인지, 정당의 후보들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성 후보가 제법 보인다.




철학의 길 입구이다. 철학의 길은 총 2km정도 되는 산책 코스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가 즐겨 찾았다 해서 철학의 길이라 불리운다. 비와코에서 수로를 통해 흘러온 물이 개울을 이루어 산책로 옆으로 흐르는 조용하고 시원한 길이다.


냥이 한 마리가 사색하듯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벤치에 앉은 사람이 먹이 주는 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_- 철학의 길 주변엔 거리의 고양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철학의 길은 유후인의 산책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뭔가 상점들로 가득차 장사속이 보이는 듯한 유후인보다 산책로 본연에 가까와 보이는 철학의 길이 더 맘에 든다. 철학의 길 주변에도 상점들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소박하고 손님들도 많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돈달라고 손내밀며 웃는 인형이 왠지 얄미워 보인다.


길 옆으로는 골목이 나 있어서 큰 길로 나갈 수 있다. 철학의 길 주변으로는 상점들도 있지만 민가도 꽤 보인다. 관광객들로 인해 조금 소란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든다.


오호 대형 잉어(인지 붕어인지) 발견! 책에서 가끔 놀랄 정도로 큰 붕어를 발견할 때가 있다고 했는데, 수심이 얕아 물고기가 살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큰 놈들을 볼 수 있다. 뭐 별로 놀라진 않았다;;;




한국에선 생소한 일본공산당의 포스터다.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금지시킨 헌법 제9조(평화헌법)를 지키자는 내용과, 서민에게는 세금을 늘리고 대기업엔 감세를 해 주는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도 요지야가 있다. 정원처럼 잘 꾸며놓은 앞마당이 인상적이다.


각종 고양이 캐릭터 상품을 파는 노비공방(のび工房, 노비코보)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면 아마 맘에 드는 물건이 많을 것이다. 엽서 두 장을 골라 안으로 들었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냥이 한 마리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_- 이 냥이가 엽서의 모델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찍게 해 달라고 하자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모습이 투철한 직업의식을 느끼게 한다-_-


노비코보 옆에 있는 포무(ポム)라는 카페다. 여기 애플 케이크가 맛있다. 포장해서 판매하길래 하나 사서 걸어가며 먹었다.




점집도 보이고 치과까지 있는데, 뭔가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철학의 길은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 앞 도로에서 끝난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지난 번에 한 번 가 본 적 있어서 긴카쿠지까지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이 코스는 매우 괜찮다고 생각한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면 긴카쿠지까지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긴카쿠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와라마치로 다시 돌아간다. 이로써 2일째도 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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