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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려는데 마침 갖고 있던 책을 다 읽어버린 경우는 MP3 플레이어의 배터리가 나간 경우보다 난감하다. 이런 경우 가장 만만한 해결책은 영화 잡지를 사는 것이다-물론 운 좋게도 눈길을 끄는 기사가 타이틀로 나왔을 때의 얘기지만. 결국 <원스>를 보게 된 것은 이렇게 산 <씨네21>에서 강렬한 낚시 기사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스>는 뮤지컬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음악과 음악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노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군무가 시작되며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뮤지컬 영화들과는 달리 <원스>는 매우 사실적인 뮤지컬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은 단 1곡을 제외하고 현장에서 녹음된 버전이며, 주인공 남녀인 글렌 한사드Glen Hansard와 마르게타 이글로바Markéta Irglová는 실제 뮤지션들이다. 글렌 한사드는 "더 프레임스The Frames"라는 밴드의 리더이며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한사드와 같이 앨범을 냈었다. 또한 <원스>의 감독인 존 카니John Carney 역시 "더 프레임스"의 베이시스트였던 경력이 있다.
<원스>에서 대단한 드라마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한사드와 이글로바, 그리고 데모 앨범 작업을 같이 하는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환상적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로 활기넘치지만 뭔가 우충충해 보이는 더블린의 거리와 대대로 내려온 듯한 오래된 가게들, 다들 한 음악하는 파티 참가자들, 가난한 이민자들, 그리고 마치 한국의 동해안 같은 바다는, 음악으로 교감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질 듯 전해지지 않는 주인공 남녀와 매우 잘 어울린다.
사실 <원스>는 글로 설명하려면 그닥 할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어쨌든 한 번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한 번 "들어야"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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