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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9

구름에 쫓기는 트럭

 

 

김성규

 

 

구름이 낮게 가라앉아 도로를 덮는다 차를 세우고 운전사는 덮개를 꺼낸다 대기를 가늘게 쪼개며 비가 쏟아진다 일제히 속도를 늦추는 차량들, 덮개를 펴기도 전에 짐칸에 누워 있던 종이상자가 눈을 감는다 사방을 둘러본다 빗방울이 수직으로 튀어오른다 도로를 점거하던 빗물이 배수구를 찾아다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소리지른다 방패같이 잘 짜여진 방음벽, 달아날 곳 없는 사람들이 바닥에 뒤엉킨다

 

모 두 안 전 하 게 살 수 있 어 군인들이 비명을 쓸어담으며 대열을 맞춘다 모 두 안 전 하 게 살 수  있 어 골목길을 찾아 사람들이 뛰어간다

 

너풀거리는 덮개를 밧줄로 묶는다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떨어진다 이불을 덮은 듯 말없는 상자들, 운전석으로 돌아간 사내는 머리를 닦는다 물기의 일부분이 수건으로 옮겨갈 뿐 머리는 쉽게 마르지 않는다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라디오를 틀고 가속기를 밟는다 수건의 결이 넘어지듯 음악소리가 여러번 구부러지다 창밖으로 흘러내린다 갓길에서 벗어나며 백미러를 본다

 

모 두 안 전 하 게 살 수 있 어 빗방울이 공중에 호외를 뿌린다 모 두 안 전 하 게 살 수 있 어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무릎을 꿇은 청년들의 어깨를 밟는다

 

불빛이 눈을 번뜩이며 사내를 노려본다 오래전 꾸었던 꿈을 따라가듯 사내는 무언가 떠오를 듯해 음량을 줄인다 빗물을 쓸어내며 와이퍼가 유리창을 뛰어다닌다 아스팔트에 넘어져 뒤엉킨 사람들 앞질러가는 차량의 바퀴처럼 얼굴이 일그러진다 유리창 밖으로 빗물이 흘러내린다 두툼한 구름이 음악소리를 추적하며 도로 끝으로 트럭을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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