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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10/11 11:43
  • 수정일
    2007/10/11 11:43
나는 요즘 들어서 잘때 꾼 꿈을 기억해내는 빈도가 잦아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던 것들이었는데, 요즘은 잘도 기억해내고, 또 꿈의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 포스팅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말았다. (얼마전까지 다른 사람들의 그런 포스팅을 부러워했다지.) 또 나의 꿈에서는 대체로 나는 과거의 공간으로 돌아가서 현재를 살고 있다. 이번에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다. 그리고 모처럼, 나의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선생들만이 조연으로 출연하였다. 평소에는 모 블로거들이 내 중,고등학교때 친구로 나온다거나, 내 대학 친구들이 초등학교 친구로 위장하여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늘은 그런 일이 없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물론이거니와 지금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기술들이 개발 되어 있었다. 공책에 검색어를 쓰고, 엔터키 같은 것을 누르면, 공책 전체에 그 검색어와 관련된 것들만 쓰여지는 것이었다. 꿈에서 내가 고등학교에 간 이유는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함이었다. 꿈에서도 내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하여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학에서 이번이 마지막 학기인데, 3학점이 모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체육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편법으로 3학점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실제 그런 제도가 어딨겠냐만은...) 고등학교에 왔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계속 수학 수업, 영어 수업만 있고, 체육 수업은 도통 없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우리반이었던 애들이 옆자리들을 채우고 있는데, 나는 그런 이유로 고등학교로 돌아왔다고 치더라도, 이 녀석들은 왜 여기에 앉아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교실에서 맥주 피쳐를 까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넋두리를 하다가 수학선생한테 걸렸는데, 수학선생은 예전 그대로 우리들한테 직접 뭐라 그러지는 않으면서 대신 한시간 내내 불편함을 은근히 드러낸다. 그러면 또 우리끼리 주섬주섬 정리한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밥에는 관심이 없다. 도대체 체육수업은 언제하는 것인지도 궁금하고, 여기서 편법으로 3학점을 올리려고 했는데, 그게 안되면 어찌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공책을 이용해서 부지런히 무언가를 검색한다. 이때, 대학때 내 친구 하나가 등장하여 나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나에게 제공해준다. 나의 주소지가 성남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성남은 분당빼고는 가본 적도 없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나는 3학점을 올리는 다른 방법을 알아냈다. 계절학기를 들으면 되는 것이었다. (꿈속의 나는 완전 바보...) 그것을 알아낸 이상, 내가 그 고등학교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는데, 이젠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고등학교에 한학기 등록을 한 것이었다. 뭐 고등학교야 퇴학만 당하지 않는다면, 적절히 배째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그러지도 못한다. 옆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은 밤 12시에 어떤 술집에서 보자고 한다. 그 술집은 안주로 치킨만 파는 곳이다. 나에 대한 그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은 상태다. 그것이 편법을 쓰려고 했던 나에게는 오히려 부담이다. 5교시는 또 수학시간이다. 선생은 나를 반갑지 않은 눈으로 본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고등학교 때, 풀이가 틀릴때마다 지적하던 나였는데.ㅋ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고 애썼고, 결국 점심시간에 마신 술병이 발각되고 말았다. 도대체 점심시간에 술은 왜 마시냐고... 또, 그 선생은 직접 뭐라고 하지 않고, 한시간 내내 눈치를 준다. 6교시는 드디어 체육시간이다. 그런데 비가 온다. 비가 오니까 다른 아이들은 우산을 쓰고 나갔다. 나는? 당연히 교실에 남아서 짱보고 있다.ㅋㅋ 그런데, 우산을 쓰고 나간 아이들은 그 우산을 이용하여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체육시간에 비도 오는데 저딴 걸 한단 말이지. 갑자기 중학교 2학년때 도민체전을 한다고 개막식에서의 매스게임을 위해 한달동안 연습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기억을 떠올린 건 꿈속의 나였다.) 그때 맨땅에서 앞구르기를 8박자 동안에 2번이나 해야했던 기억. 그걸 한달동안 연습했다는 거지. 비오는 체육시간에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것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야 함을 느꼈다. 차라리 대학졸업장 같은 건 필요없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리고 꿈에서 한꺼번에 벗어났고, 누워있던 나는 팔을 휘저어 손전화를 찾아서, 몇시인지 확인했다. 아직 아홉시였다. 나는 이 꿈을 이어서 꾸고 싶지 않아서 그냥 일어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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