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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육정책 랭킹

  • 등록일
    2007/12/18 16:35
  • 수정일
    2007/12/18 16:35
나름대로 꽤 오랜 시간동안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샅샅이 뒤져보면서, 각 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을 작성해왔다. 그런데, 정말 맘에 드는 후보는 하나도 없다. 나는 어차피 내일 투표하러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투표하려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비판지점을 정리해본다. 여기서는 가급적 공약이나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지기 이전에, 일단 되든 안되든, 교육제도가 뭐가 어떻게 바뀌어야 옳은 건지에 대해서조차도 전반적으로 무개념한 상황인 듯 하다. 일단은 원칙을 세워야겠다는 판단이 생겼다. 나는 이 포스트에서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등수를 매기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판단기준에 의한 것이다. 등수에 대해서는 딱 그 수준으로만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1등이 좋다는 건 아니다. 여기서 1등을 한 후보 역시 그나마 다른 후보들의 정책이 1등을 한 후보보다 더 구리다는 의미다. 그리고 후보들 간의 등수의 차이는 그만큼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 교육정책에 대한 총론은 결국 선거 전에 못 쓰고, 이 포스팅을 올리게 되는구나 -_- 너무 정신없다.


124위 : 기호 9번 전 관 제 2조 참사람 전인교육 전국민이 정신과 육체적으로 일당백의 능력을 갖추라니... 전쟁하나? 어른들에게 약간의 보수와 최고의 명예를 부여토록 하여, 부려먹다니... 결국 돈 조금 주고 부려먹겠다는 발상.ㅋ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교육정책이 겨우 이렇게 다섯줄로 요약되다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94위 : 기호 8번 허경영 교육혁명 허경영의 교육정책의 핵심은 학생들의 좀 더 빠른 진로 선택을 통한 전문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중3때 종합적성검사를 하여서 진로를 결정하고, 고등학교때는 그 분야를 중점적으로 배우라는 것이다. 영문과에 갈라면 영어만 배우면 되고, 수학과에 갈라면 수학만 배우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공부하면, 대학에서 학문간의 연계과정들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공대를 가는 학생들은 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되는 건가? 미술을 배우는 학생들은 역사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되는 건가? 그림만 그리는 손재주만 키우면 되는 건가? 각각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문간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다. 그나마,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건, 뭔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91위 : 기호 7번 정근모 초,중,고 학제개편으로 만 20세이내 대학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확대 및 공교육 혁신을 통한 학부모 부담을 경감시키겠습니다 초중고 12년학제는 10년으로 단축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12년동안 공부할 걸 10년만에 배워야 하는 거네. 가뜩이나 학생들은 공부할 게 많아서 머리에 쥐가날 지경인데, 양질의 압축교육을 하겠다니... 가르치는 선생들 입장에서도 짜증이 날 지경이지. 이건 어차피 불가능해. 지금도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해서,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고 이런 제도를 실시하면, 사교육시장이 정말 커질 게다. 학교에서 진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드니까. '일인일외국어'라니. 요즘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까지 배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지... 73위 : 기호 4번 이인제 7대 교육정책 공약 일단 "소수정예의 세계적 인재"를 기르는 수월성 교육을 보고, 뭘 어쩌자는 건가 싶다. 내신위주로 입학생을 선발하면, 고액과외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 지금도 특목고를 가기위해서 자격조건을 채우기 위해, 내신성적을 끌어올리는 과외를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가에서 영어교육 시켜주겠다고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 같나? 사교육의 본질은 "그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영어를 잘해야 하는 나라에서 영어 사교육은 결코 줄어들 수가 없다. 영어교육특구를 선정하면, 영어잘하기 위해서, 그 도시로 이사가야하는 게 될 것이다. 강남같은 사교육특구와 본질은 같지 않은가? 입시제도를 보통시험과 특별시험으로 나누면, 그냥 상위권은 특별시험을 보고, 하위권은 보통시험을 보는 거 아닌가? 이번에도 수능을 9등급제로 단순화하려다가 완전 꼬였는데, 뭘 어떻게 단순화하겠다는 건지. 사립대를 운영하는 재단은 대체로 대기업이 맡고 있는데, 사립대에서는 엄청나게 비싼 등록금을 받고, 그 돈으로 이윤을 남겨서 대학의 자금으로 모으고 있다. 이게 최근 10년간의 대학의 운영이었는데, 이제와서 그들에게 장학금을 늘리라고 하니, 뭐 할말이 없다. 뭔가 거꾸로 되었지 않나? 간단히 말해서 등록금을 낮추면 되는 것을 장학금이네, 학자금융자네... 또 등록금을 국가가 부담한다네... 낮추자는 말만 피해가는 공약들이다. 69위 : 기호 2번 이명박 공약브리핑 : 3. 교육정책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교육정책 공약] (이명박 후보 교육관련 Q&A) 이명박의 교육공약은 거의 현행입시제도의 학생 서열화를 강화하는 정책들이다. 특목고를 늘리고, 학교를 다양하게 키워서,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길로 가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먹고 살기 위해서 다들 대학입시에 매달리고 있는 거 아닌가? 대학은 또 대학 마음대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하고, (그럼 다 본고사 치자고 할텐데...) 국공립대는 법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목고는 대학입시의 또하나의 부산물이 된 지가 이미 오래전 일인데, 이명박후보는 특목고가 중학생 사교육을 크게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성취도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시험치겠다고 한다. 기초학력미달인 학생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이 제발 부탁인데 학생들을 향한 체벌만은 아니길 희망해본다. 누구나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 대학이 찾아가서 뽑도록 하겠다고? 컴퓨터게임이 너무너무 좋아서 밤새도록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면, 대학이 그걸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뽑아주나? 또 설령 안다고 해도, 대학에서 그 학생을 뽑아주겠나? 결국 다, 국어, 영어, 수학을 좋아해서 열심히 하면 대학에서 뽑아주는 것 뿐이지. 대학에서 본고사는 없어야 하는데, 대학자체 학생선발능력을 갖추면, 대학입시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대학자체가 학생선발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입시문제를 출제하는 게 바로 본고사잖아. 종이주고, 문제풀라고해야 본고사인가? 결국 본고사 부활하여, 또 그에 맞춰서 사교육계가 바빠질 일이지. 지역간 학교간 교육격차를 해소한다고 하는데, 특목고 300개를 세워놓고, 그것과의 교육격차는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건지. 누구나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를 할 수 있게 된다고? 그러기 위해서 영어 잘하는 대학생들에게 봉사점수를 주면서, 과외하라는 게다. 그럴라면 웬만하면, 봉사점수 말고, 노동의 댓가로 현금을 줘야지. 봉사점수라니. 대학생들이 봉인가? 봉사점수를 무기로 막 부려먹게. 중,고등학교의 봉사점수도 그런 것이지. 봉사점수를 명분으로 임금지급없이 일을 시킬 수 있는 제도. 여태까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그렇게 잘 부려먹어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 대학생에게까지 확대된다는 이야기다. 자율형 사립고 예상 분포를 보면, 수도권과 경상도에 집중되어 있고, 강원도는 딱 한개밖에 없네. 저거 민족사관고잖아. 지역불균형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게 100개를 만들어도 거기 들어가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우월하다. 그리고 대학입시에 훨씬 유리하다. 왜냐면 교과과정이 자율이니까, 국영수를 기준으로 열심히 가르치겠지. 고교등급제를 연좌제의 성격때문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자율형 사립고를 통하여 고교의 등급을 그냥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면 우리말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더 깊게 깨닫게 되던가? 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를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지? 영어 잘하는 사회가 아니라, 영어 몰라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65위 : 기호 12번 이회창 희망교육을 만드는 12가지 약속 교원평가제를 하겠다는 데, 무엇으로 교원을 평가할텐가? 국영수를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 또는 가르쳐서 학생들의 성적을 얼마나 향상시키느냐? 아니면, 시사문제에 대한 토론수업을 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텐가? 교원부적격자로 판명한다는 건, 그런 사람들을 학교에서 좇아내겠다는 의미 아닌가?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다는데, 이거 또 결국 시험을 보겠다는 의미. 학생들에게 시험이라는 것은 그 시험이 중요하면, 사교육을 받으면서까지 준비하게 되는 것이고, 중요하지 않으면,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인데... 영어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수학이나 과학 등의 과목을 영어 수업으로 해보겠다는 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한글로 해도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과목들을 영어로 수업하면 어쩌겠다는 건가? 시험문제도 영어로 낼 건가? 교육자치를 말하길래, 학생인권이나 학생회제도 등등을 말하는 건가 했더니, 교육의 지방자치를 말하는 것이네. 특성화된 사립학교를 많이 만드는 것 자체가 사교육을 조장하게 될 거라는 예상을 왜 못하는 건지...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겠다는데, 내신, 수능, 논술의 반영비율을 자율화하면, 학생들의 3중고는 완화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지. 이번에도 수능 9등급제로 수능을 무력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무력화된 건 내신이었지. 학생들은 거기에 갈팡질팡. 대학의 재정운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등록금이 또 오를텐데... 한 해 몇천억의 흑자운영을 하고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생활은 그리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라고? 그래서 내놓은 정책이 장학금과 등록금 대출제도라는군.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나올 수가 없는 공약. 대학의 재정운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등록금 자체를 건드릴 수가 있겠나? 43위 : 기호 6번 문국현 정책공약집 [교육공약]문국현의 교육공약[1] 4지선다형은 언제적 이야기인데... 80년대 교육정책을 보는 듯 하다. 요즘은 내신에서 5지선다형에 주관식 50%(서술형포함)가 대세다. 입시제도의 문제를 협의 기구를 만든다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해서 될 거였으면 진작에 좋은 모양새가 나왔을 거라고 본다. "출신배경에 관계없이 골고루 선발"이라는 한 줄로 기회균등선발제를 정리하다니.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제도상으로는 골고루 선발한다고 해도, 실제로 기회가 균등한 것이 아닌게, 이놈의 교육제도 아닌가? 콩세르바투아체제는 간단히 말하자면, 예술고등학교를 늘리자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주장이다. 그런 방식으로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하자는 건데, 이렇게 하면, 콩세르바투아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입시전쟁이 벌어질 거라는 점. 전문화된 학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학교에서 예술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리더십, 협동심을 고양하는 사회성 체육교육을 강화하겠다는데, 이거 뭐, 매스게임 같은 거 주구장창 시키겠다는 의미로밖에 안보인단 말이지. 그런 가치관 같은 거 안 길러도 되니, 학생들이 자유롭고 재밌게 몸을 움직이면서 놀 수 있는 체육수업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체육교과과정은 육상, 체조, 공놀이 등등... 판에박힌 거 반복하면서 실기시험 같은 걸로 100m 몇초에 끊으면 A 받거나, 높이뛰기 몇m 뛰면 A받거나, 이런 식이잖아. 무슨 육상대회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재미가 없지. 체육수업에서 성적을 평가하는 건 필요하지 않아. 사범대, 교대를 교육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학교 선생할라면 대학원까지 나오라는 거네. 역시 선생의 자격조차도 학벌중심으로 사고하는 발상이다. 이렇게 생각할라면, 교육전문대학원으로 만들어서 예비 선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말해야 한다고. 게다가 교원평가제를 하자고 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데, 교원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다양성을 지닌 공교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7위 : 기호 1번 정동영 교육대협약을 통해 대입수능을 폐지하고, 내신위주 신입생 선발과 영어인증제 도입 등으로 사교육부담을 대폭 덜어드리겠습니다. 고등교육 예산을 두 배로 늘려 세계 200위권 대학 15개 육성 등 대학경쟁력을 강화하고 평생학습 사회를 열겠습니다. 대입수능을 폐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대안이 내신위주 신입생 선발, 영어인증제? 입시를 폐지할 생각이 없으면서, 수능은 한번의 시험으로 모든게 정해지니까 충격이 크므로, 매 시험때마다의 충격이 작은 (즉, 커다란 충격이 분산되는 효과) 내신위주로 신입생을 뽑으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교육이 수능을 겨냥해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가본데, 사교육은 바로 대입사정이 이루어지는 그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그러므로, 이렇게 한다고 입시고통이 없어지지는 않음. 내신성적 100%로 선발한다고 가정하면, 매번 중간고사, 기말고사 볼때마다, 학원들은 특수를 누릴 것임. 어차피 그게 그거다. 국제기준에 맞게 다양한 전형, 그 어떤 것을 시도한다고 해도 사교육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다. 올해 수능9등급제 이후로 논술학원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이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고, 어디서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영어인증제는 더 어이없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양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영어사교육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절반이 영어사교육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질적수준이 취약한 가장 큰 이유는 등록금은 많이 받으면서, 그걸 학교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생식당은 외주업체들을 받아서 밥값이 계속 오르고, 학교마다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속의 공간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위한 매장들이 차지하고 있고, 이것들도 학교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왔을 것이므로, 또 가격이 비싸고. 학생들은 점점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먹으러 가기도 힘들어지고, 학교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되는 구조. 이것이 현재의 대학이다. 대학에 경영의 논리, 이윤의 논리가 개입된 것이, 바로 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렇게 된 것은 IMF이후 부실경영, 적자경영을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대학구조조정을 한 결과이지 않은가? 그런데, 또다시 대학경쟁력을 위해서 대학에 돈을 퍼주겠다고 한다. 등록금은 올리긴 해도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으면 안된단다. 이미 충분히 비싸서 감당하기 정말 어려운 등록금을 어쨌든 올리긴 올리라는 게다. 세계 몇위의 대학을 몇개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이 학생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의 관심사일지라도 정동영의 관심에는 없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12위 : 기호 10번 금 민 정책공약집 나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공립대학교를 단일한 국립대학교/대학원으로 통합한다는 데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그 세부 내용에, 학사과정을 재편한다는 대목에서 학부과정을 기본교양 1년, 계열 기초교양 1년, 전공 2년. 이렇게 정해놓았다. 이것은 사실상 이미 많은 대학에서 도입한 '학부제'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에서의 학부제가 전공진입을 위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 대학생들에게 커다란 문제인데, (그래서 심지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도 생겨나고 있는 요즘) 이런 식의 학부제 모델을 그대로 차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금민후보측에서 학생사회에서의 경쟁이 대학입시만 지나면 끝나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학사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졸업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는 학칙으로 졸업학점기준을 설정해놓고 있다. 그런 제도로는 이수학력의 질을 보장할 수 없어서 굳이 졸업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수학력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면, 졸업학점기준을 재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한다는데, 이것이 대학의 부실과 질적저하를 막기 위한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대학은 경영이 부실해야 한다. 지금처럼 부실하지 않은 경영을 통하여, 한 해 동안 몇천억씩 흑자를 남기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생활의 질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치솟는 등록금, 치솟는 학내 생활비, 심지어 주차료까지 받아먹는 대학교의 경영은 이미 부실의 단계를 벗어난지 오래다. IMF이후에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건 대학구조조정이 이렇게 만들어놨을 뿐이다. 이에 대한 비판 없이 대학의 부실을 막기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니. 그대 지금 누구의 배를 불리려 하는가? 중학교 1년~고등학교 1년까지는 기본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고등학교 2,3학년은 특성과목을 중심으로 이수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고3때 취업나가는 게 보통이고, 인문계고등학교에서도 문과, 이과 나누는 게 고2 올라갈 때이지 않은가? 뭐 새삼스러운 정책이라고... 그리고 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사가 되려면 전문대학원을 나와야 한다는데. 대학원을 나온다고 더 잘 가르치는 게 아니잖아. 대학교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닌데, 뭣하러 대학원까지 나오라는 건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라는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에 대표적인 것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아닌가?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생들이 이런 제도로 인하여 학교에 붙잡혀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대학등록금에 대하여 '무이자후납대출제도'를 도입한다는데, 이런 제도는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런 것보다 근본적인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등록금을 인하한다는 것도 등록금을 전국가구 월평균 가구소득으로 한다는데, 이것 역시 절대로 적은 금액은 아니지 않은가? 1인당 소득도 아니고, 가구소득이라니. 대학의 농어촌특별전형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강남의 학생들이 농어촌으로 집단적으로 이주해서 몇몇 지역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과정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지 모르겠네. 직업교육정책은 너무너무 어이가 없다. 이게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다. 교원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대학을 노동시장유연화에 따른 노동자의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으로 재규정한단다. 이거 뭐 노동시장유연화를 받아안기 위한 교육정책이네. 한국사회당이 이런 걸 할 줄은 난 또 미처 몰랐다. 3위 : 기호 3번 권영길 정책공약집 [정책공약] 일하는 사람들의 '무상교육' 공화국 [교육]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의 뿌리 위에서 교육의 꽃을 피우겠다" [교육] 권영길 후보 교육공약 전문 [교육] 교육관련 333(삼삼삼) 해법 발표해 전반적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진다. 노골적으로 절대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써 놓은 것. 교육과정의 결정권을 교사에게 주겠다는 것. 학교 자치의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 학생의 인권에 대해서 언급한 것 (학생의 인권에 대해서 그나마 말이라도 저정도로 언급한 게 어디냐는 생각이 살짝) 등이 다른 후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다는 점에 주목)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은 대학의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에 있어서, 이것을 예산편성문제로만 바라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공립대부터의 평준화대학을 지원하는 형태로 정책의 각을 잡았는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IMF이후로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시장형 대학구조조정에 있다. 적자경영을 거부하는 대학구조조정의 결과로 등록금이 계속 치솟았고, 대학내의 모든 시설, 제도가 대학측의 이윤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계로 국공립대를 법인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즉, 대학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원하면 되는 게 아니라, 지원한 돈, 그리고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등록금의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가계부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고, 동시에 대학에게는 무엇에 돈이 필요한 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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