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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 등록일
    2008/12/13 05:41
  • 수정일
    2008/12/13 05:41
오후 11시 학원에서 빈둥대면서 애인과 전화를 하면서 잠시 쉬면서 다른 선생님 수업이 끝나는 대로 오늘의 일에 대해서 회포를 풀고자 오늘도 당구장에나 가겠지. 오늘은 저번에 원장이 마지막에 뽀록을 쳐서 진 것 복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슬슬 하게 될때쯤에 갑자기 바깥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학원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는데, 원장이 쓰러져 있었다. 오늘은 이 학원 건물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층의 복도 청소가 있는 날이고, 우리 학원 수업이 11시에 끝난다고 미리 알려줬는데, 11시가 되기도 전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작업을 시작했고, 바닥에는 비눗물인지, 세제를 푼 물인지, 그런 것들이 뿌려진게다 그것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지 못하고서 퇴근 준비를 하려던 원장이 그 물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리고나서 일어서지 못했다. 내가 나갔을 때, 누군가가 119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른쪽 발목이 다친 모양인데, 발목 모양이 이미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뼈가 어긋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전화를 했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넘어진 사람을 도저히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갖고 있는 구급차가 모두 출동해서 없으니, 가급적 그냥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면, 쓸데없는 전화를 하지 말란다. (이건 물론 내가 10%정도 과장해서 적고 있는 것이겠지. 어쨌든 내용은 이런 거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다. 그냥 "구급차가 당장 없어서 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조금 기다리겠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전화를 끊었다. 그 다음에는 우리학원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3차병원의 응급실에 전화를 했다. (3차병원을 택한 것은, 2차병원들보다도 더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돌아온 대답은 구급차는 119에 문의하시라는 것이었다. 다시 119에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오겠단다. 발목상태가 이상하게 보인다고 했더니, 딱 발목만 보호할 수 있는 보호대를 들고 왔다. 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의사도 아닌데, 함부로 건드리면 안될 것 같아서 119에 요청한 건데, 분명히 넘어졌는데 못 일어난다고 했는데, 내 말만 듣고 달랑 그거 하나 들고 오다니... 그 분들은 다시 내려가서 구급차에서 종아리정도까지 보호할 수 있는 보호대를 들고 왔다. 119대원들과 함께 환자를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태웠고, 구급차까지 옮기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내 걸음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까 전화했던 3차병원의 응급실까지 가는데 이 차가 과속방지턱에서 속도를 안 줄여서 한번 크게 날아버린 것이다. 그 순간 환자는 엄청난 통증을 느꼈지. 응급실에 도착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에 이곳저곳이 금이가고 어긋나고, 인대도 끊어진 듯하고, 어쨌든 상태가 심각하단다. 한밤에 응급실에 도착했고, 어차피 입원을 해야할텐데, 병실이 없어서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다가 결국 내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한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그 어머니께서 병실을 잡아주셨다. 그 학생의 아버지께서 정형외과 병원장이라서... 어쨌든 환자를 다시 그 병원으로 옮기고, 입원을 시키고, 환자들이 자야한다고 보호자들은 병실에서 나가달라는 말에 나를 포함한 선생들 세명은 그제서야 병원을 나섰다. 새벽 2시였다. 다친 사람에게는 정말 잠이 오지 않을 날이 되겠다. 이미 잡혀있는 강의들을 다 어떻게 할 것이며, 학원장으로서 할 일들은 다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겠다. 어쨌든 빠른 쾌유를 바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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