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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보지 않을 권리

  • 등록일
    2008/12/24 10:49
  • 수정일
    2008/12/24 10:49
학원에서 강의 중에 잠깐 가졌던 쉬는 시간 다른 선생님이 가르치는 어떤 학생이 내 컴터(노트북)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일제고사와 관련해서 학교선생님들이 집회인지 기자회견인지 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나온 기사였다. 나는 그냥 뒤에서 뭐하나 보고 있었는데, 이 학생이 "선생님, 이 분이 우리반 담임선생님이에요." 헉... 그분은 체험학습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는 분들 중에 하나였다. 요즘 얘네 반 애들은 학교에서 이것저것 하고 있단다.


새삼스럽게 이번 일로 인해서 늘 당연하게 생각했을 법한, "시험을 보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예를 들면, 대학교 입시에서 논술고사나, 면접고사 같은 경우도 결시율이 몇%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대학 들어갈 때에도 우리과에서 결시율이 3% 정도 되었던 것으로 아는데... 물론 결시한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 학생의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욕을 먹거나, 징계를 받을 이유같은 것은 전혀 없다. 시험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보기 싫으면, 안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시교육청에서 하는 짓을 보면,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씁쓸하다. 또 예전에 일제고사에서 백지를 낸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했다는데, 백지를 내는 것은 응시자들 마음이다. 시험 문제를 보고, 0점을 맞든 99점을 맞든, 시험을 볼 때 답안을 자유롭게 작성할 권리 정도는 부여해야 되는 것 아닌가? 100%를 바라는 사회는 반공을 가르치던 시대에 북한에서 선거를 하면 100% 노동당 표만 나오게 된다는 그래서 자유가 없어서 안 좋다고 뻥치던 바로 그 모델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일제고사는 100% 응시율을 기록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못 배기는 시험인가보다. 우리에겐 이제 반공(반공정택)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한 듯. 나는 북한의 체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체제와 똑같아지길 바라는 일제고사에 반대한다. 그리고 제발 공정택은 알아서 물러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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