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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7

  • 등록일
    2010/11/07 05:10
  • 수정일
    2010/11/07 05:14

우리 엄마는 5년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는데,

그래도 길에서 주저앉으시면서

의식을 잃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에

일하고 있는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다행이었던 게 엄마가 주저앉으신 곳이 시계방 앞이었는데,

시계방 주인분이 바로 발견하셨기 때문에

(시계방 주인분하고 엄마는 원래 알던 사이다. 나랑도 아는 사이)

천만 다행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엄마는 잘만 돌아다니시고, 어떤 때 보면,

쓰러지시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신 것 같기도 하다.

 

이진원님의 사망소식에

내 머릿속에는 그 때 생각이 계속 반복된다.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 상처를 하나씩 하나씩 머리에 안고 살아가다가

어느 날 폭발하는 순간에 옆에 아무도 없으면

그렇게 허망하게 가는 구나...

 

그래도 젊은 분이라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곁에 누군가 필요할 때, 아무도 없었다는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여기 도시의 젊은이들의 불안정한 생활이 다 그렇지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슬프고, 안타깝고, 무섭다.

이런 일이 또 누구에게 닥칠 지 모르니까.

 

그저께 아빠한테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사촌 형이 병원에 입원한지 보름이 되었는데, 아직도 병명을 모른다고 하더라.

뭔가 희귀병인 것 같다고 하시는데, 또 먹먹하다.

수술을 해서 진단을 해야한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형수님이 병원비 빌려달라고 하면, 일단 돈 없다고 핑계를 대라고 하신다.

나중에 분쟁거리가 될까봐 걱정하시는 게다.

그래서 나는 빌려달라고 하면 안 빌려주겠는데,

그냥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한다고 말씀드렸다.

우리들의 일상은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원하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저께 수업 때, 내가 어린 시절에 우리집이 가난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가난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가난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죽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거야."

그 순간엔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너무나 냉정하고, 너무나 두려운 말이었지만, 또 부정하기 정말 어려운 이야기.

아무리 현실을 잘 반영한 말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그런 말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서운 이야기니까.

 

어쨌든 고 이진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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