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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답변 - 뭐 반박 같은 것은 아닙니다.ㅋ

  • 등록일
    2010/10/24 01:33
  • 수정일
    2010/10/24 01:33

곰탱이님의 [스캔 플리즈 님 글에 대한 이야기^^...] 에 관련된 글.

 

제 입장에서는 몇 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 대학을 벗어나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1년에 아무런 대학교 안에 한 번 들어가볼까 말까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학 내의 운동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부담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여태까지 생각해 놓았던 것들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계속 씁니다.

 

제가 의도한 것은 대학이 입시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을 바꾸는데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등록금 투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근거로, 대학들이 신입생들의 등록금만 올리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죠. 저는 제가 제시한 방향이 사교육비를 감소시킬 거라고 말씀드린 적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사교육비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이걸 하면 사교육비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잘 안되거든요. 다만 입시에서 대학이 쥐고 있는 칼자루를 놓게 하려면, 상대적으로 입학하기 쉽고, 졸업을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 형태로 대학의 체질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입시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입시문제를 함께 건드려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었죠.

 

그리고 졸업을 어렵게 한다는 의미는 토익이나 텝스 같은 이상한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은 저도 반대합니다. 아우, 생각만해도 짜증이 밀려오는 영어시험.ㅋ 졸업을 어렵게 한다는 것은 깊이 있는 공부가 되지 못하는 대학교 공부에 대한 판단때문에 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학점따는 데에만 바쁘니까요.

 

대학입시 전형이 다양화 된 것은 입시가 쉬워진게 아니라, 더욱 어려워진 것입니다. 수능, 논술, 내신, 입학사정관제. 제도가 많아져서 좋아보이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현재 많은 대학들의 수시모집의 선발비율이 정시모집보다 높다는 것은 수능을 제외한 다른 전형요소를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제도의 대부분이 국어, 영어, 수학 잘하는 학생들을 뽑을 제도면서, 괜히 방식만 여러가지로 만든 것 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사교육업체들만 살판났죠. 제가 졸업하기 쉽다는 말은 졸업 기준이 되는 평점을 두고 한 말입니다. 기준이수학점을 대폭 줄이고, 기준평점을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거죠. 물론 이렇게 할 때에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적은 과목을 듣더라도 깊이 있는 공부를 해서 학점을 따서 졸업했으면 하는 겁니다.

<졸업정원제>에 대해서는 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졸업정원제>가 가졌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 중에 일정한 비율을 탈락시켰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실상 또다른 입시에 불과하죠. 2000년대 들어서 학부제의 형식으로 모집단위 광역화를 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도 있었는데, (요즘은 조금 주춤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미명하에, 결국 성적순으로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게끔 한 제도에 불과했고요. 사실 모집단위의 광역화 이후에, 그것에 의하여 발생한 1+3제, 또는 2+2제의 전공선택 형식이 대학생들에게 1학년때부터 학점에만 매달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곰탱이님 말씀대로 지금 대학에서 가장 큰 문제는 취업에 대한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경쟁을 위해서 지금의 대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대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왔길래, 지금의 경쟁체제에 순응하면서, 남들한테 이기기 위해서는 돈이 들더라도 어학연수도, 여러개의 학원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는지 따져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학입시에서 내신도 등급제 상대평가, 수능도 표준점수제와 등급제에 의한 상대평가를 진행하고 있죠. 자신이 몇점을 받았느냐보다 자신이 몇등급이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훈련을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고 있었던 거죠. 아이들은 경쟁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지만, 또 그 스트레스를 그냥 안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상대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상대평가 체제는 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되어서,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죠.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그 강좌에 70%가 넘으면, 나는 C등급 이하의 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죠. 상대평가의 경우도 그렇게 했을 때 이익을 보는 것은, 훗날 상대평가가 이루어진 성적표를 보면서 이 사람을 채용할지 말지 결정할 자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A라는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가?"보다 "A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얼마나 우수한가?"일테니까요. 이와같이 오랜시간동안 상대평가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취업 전선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어학연수를 가는 것을 보면, 어찌보면 그렇게 돌아가는 게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곰탱이님께서 <자유시간 확보투쟁>이 한 학교 차원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투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등록금 인상을 비롯한 온갖 학제개편에 대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고, 토론하고, 선전을 하고, 개입을 하는 행위들이 왜 각 학교별로는 진행될 수 없는 일일까요? 오히려 각 학교별로 진행할 부분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 사이에서 같은 형태의 운동이 벌어질 때, 그 흐름을 서로 공유해 나가야 전국적인 운동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저 한 학교 내에서는 현재 무기력하기 때문에, 전국적인 전술을 채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면,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했을때야말로 정말로 무기력했던 경우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경험한 것들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만요.)

 

<자유시간 확보투쟁>은 상대평가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곰탱이님께서 말씀하신 의의에도 나름 부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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