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운동의 물적 토대가 착취로 마련된다면
2024-05-20
- 혁명적 운동의 물적 토대가 착취로 마련된다면
- https://www.newspoole.kr/news/articleView.html?idxno=10743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권리다툼 자체를 막으려는 조직적 활동
A센터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와 관련된 5개의 재판이 걸려 있었다. 1개 재판은 확정되었고 4개의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1 취업규칙개정 무효 확인 소송과 퇴직자 1인, 재직자 3인의 체불임금과 관련한 민·형사 소송이다.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다.2 형사재판 두 건은 검사의 구형에 따라 법원이 판결을 내릴 사안이므로 노동자들은 피해자로서의 역할만 하면 된다. 그리고 취업규칙개정 무효 확인 소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팀의 변호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A센터와의 취업규칙개정 무효소송이 시작되고 약 두 달 뒤,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한 이유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의 활동가들이 공감에 찾아와 공감이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의 사건을 대리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전달받은 바에 의하면 그들의 주장은 ▲공감에서 사건을 대리하는 바람에 변호사 찾기가 어렵다 ▲이 사건은 공익소송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의도적으로 A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통해서 A센터가 망하면 장애인들에게 영향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공감이 사건을 계속 맡을 경우 항의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말도 비공식적으로 흘렸다고 했다.3 공감은 장애인권영역에서도 공익변론활동을 하므로 이 사안이 사무실 회의에서 재차 논의되어 검토하였으나, 공감은 사건을 계속 맡기로 결정하였고 장추련과 한자협의 항의방문 사안을 원고(우리)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공감이 사건을 계속 맡기로 판단한 이유는 ▲A센터와의 갈등 이전에도 우리 노조는 관공서공휴일 관련한 문제제기를 지속해서 하고 있었기에 A센터만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A센터와의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A센터가 응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관공서공휴일 수당이 정부 예산에 반영된 사실이 정부 문건으로 확인되었으며 ▲A센터의 총회자료상 순수익 발생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변호사들을 만났을 때, 장추련과 한자협이 해당사건을 공익소송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주더냐고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을 위한 제도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해주었다.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변호사들과 공감이라는 단체가 고마웠지만, 장추련과 한자협 활동가들의 인식과 행태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산업의 목적에 의해 노동자의 권리가 부정된다면, 산업의 성장을 위해 다치고 죽고 해고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생산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 배제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길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쉬이 연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위한 투쟁은 공익활동조차 아니었고, 공익변호사의 조력조차 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한자협의 탄원서 조직 업무협조 요청
얼마 전, 노동자 3인의 체불임금에 대한 민사1심 선고를 앞둔 시기였다. 모든 변론은 종결되었고, 판사는 선고 시기를 추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법원은 3월 28일에 선고하겠다고 알려왔다. 선고일을 받고 기다리는데, 한 조합원이 한자협의 공문을 보내오며 “이거 선생님 사건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한자협은 3월 18일 회원단체 전체에 업무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협조요청 공문 내용의 골자는 이러했다.
▲한자협 업무연락 2024년 10호 공문 부분
- 현재 A센터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 지급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피고 신분으로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긴급하게 피고 A센터를 위해 탄원서를 조직하고자 한다.
- 이번 판결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 산정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해당되어 A센터뿐만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다.
-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활동지원사가 근무 후 결제하는 바우처 정보에 따라 사업비가 지급되며 여기에는 활동지원사의 ‘연장수당’ 등 법정수당이 모두 반영되어 지급되지 않는다. 장애인활동지원의 비현실적 시간당 단가, 운영비 미지원 등의 문제가 활동지원사와 중개기관의 열악한 조건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해 많은 활동지원기관이 활동지원사의 연장수당 책정을 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소정근로일을 특정할 수 없는 활동지원사의 근무 형태를 고려하여 연차수당을 급여 안에 포함해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임금산정 및 급여 지급 방식은 근무조건이 유동적이고 소정근로일을 특정할 수 없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근무 형태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 하지만 원고들은 임금산정에 있어 연장수당은 일 8시간을 기준으로, 연차수당은 연 단위 미사용 연차에 대한 총액으로 계산해야 함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기관은 임금을 사업비에서 충당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근로자와 같이 일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철저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활동지원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이용자의 권리가 축소되고 기관의 운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 활동지원제도의 특수성이 조명될 수 있도록, 무책임한 정부가 가려지지 않을 수 있도록 긴급하게 탄원서 요청한다.
A센터가 법원에 제출한 한자협의 자료들
A센터는 한자협의 자료를 공판 과정에서 이미 제출한 바가 있다. 사실 A센터가 법원에 한자협의 자료를 근거로 주장한 내용마저도 문제가 많았다. 한자협은 파스페이4라는 임금 정산 전산시스템을 제공하면서 회원기관들로부터 이용료를 징수해 왔다. 그리고 이 이용료도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에서 지출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A센터도 이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A센터는 공판 과정에서 한자협 회원기관들의 임금대장을 익명처리하여 제출하였다. A센터가 법원에서 주장한 바는, 한자협의 탄원협조 공문에서 드러난 논지와 동일했는데, 자신들의 임금체계는 활동지원기관들이 취하는 업계 일반적인 임금산정 방식이고 이는 활동지원사업의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그것을 사업전체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연합단체의 경우나 복지관, 사회적협동조합 등 다른 여타 유형의 활동지원기관의 임금산정 방식에 대한 검토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일반화가 있다 하더라도 법률위반이 만연한 것이 법률위반에 대한 정당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한자협 회원기관 중에서도 파스페이를 사용하지 않는 기관들이 종종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자협 회원기관 몇 군데의 임금대장 만으로는 “연장수당 책정을 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소정근로일을 특정할 수 없는 활동지원사의 근무 형태를 고려하여 연차수당을 급여 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지급 방식을 모든 활동지원기관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자협이 주장하는 임금산정 방식은 ’파스페이’를 사용하는 활동지원기관들에게만 확인되었다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이미 A센터와 한자협이 법원에서 그리고 협조요청 공문으로 자인한 바대로, 연장수당 책정을 월근무시간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장근무수당 산정 방식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A센터와 한자협의 주장 섞인 진술은 한자협 회원기관 중에서도 ’파스페이’를 사용하는 활동지원기관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무수당 산정방식은 1일 법정근무시간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해당하는 근무시간은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야만 한다.
법원의 판결은 이미 많이 있었다
나는 탄원서 조직협조 공문이 목적하는 바가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쟁점에 관한 주장 및 입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법정에서 다투는 쟁점에 관한 사항이라면 A센터가 한자협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삼으면 될 일이다. 당사자인 A센터가 아니라 한자협이 적극적으로 탄원서를 조직했다. 나는 탄원서 조직의 진짜 목적은 법원을 설득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탄원서 조직은 한자협 내부 회원들을 조직하고 한자협의 입장을 전파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전파되는 내용은 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악의적이고 거짓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탄원 조직 공문은 이번 판결이 임금 산정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므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 서술한다. 이러한 서술은 해당 판결을 강조함으로써 이전의 판결들을 흐리게 만든다. 한자협이 말하는 것 같은 중요한 판결은 이번 판결만이 아니었다. 우리 노조는 활동지원사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투쟁해 왔고 그 나름의 역사가 있다. 우리 노조가 활동지원사업을 수탁받은 사회복지법인들과 노동자 권리를 두고 법정에서 싸운 것만 수차례다. 그리고 그 투쟁 속에서 노동청 검찰청 법원은 물론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았다. 활동지원사의 임금과 관련한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첫 번째 판결이 아니다. 그리고 법원은 활동지원사의 임금과 관련해서 근로기준법상의 기준을 지키라고 지속해서 판결해 왔다. 한자협은 이번 법정분쟁의 의미만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법원 판결에 대한 의미축소와 삭제를 노린다. 동시에 자신들의 임금산정 및 급여 지급 방식이 법률 위반이 아닌 적절한 방법이라는 억지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도 행정부도 한자협이 설정한 임금지급방식을 지시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표한 적도 없고, 문건을 생산한 적도 없다. 3월 28일의 선고도 원고들의 승소로 판결되었다. 법원은 체불임금 산정에 있어 A센터와 한자협의 주장 어느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A센터 소장은 다시 항소했다.
근로기준법과 75%
보건복지부에서는 매년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라는 책자를 발간한다. 현장에서는 보통 지침이라고 불린다. 지침에는 정부가 기관에 지급하는 ’사업비 중 종사자 인건비 지출’을 규정하는 부분이 있다. “급여비용 중 75% 이상을 활동지원인력 임금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 그 부분이다. 본래는 “사용해야 함”이라고 명시하여 의무로 하던 것이 2019년 7월부터 ’권장’으로 바뀌었다.
우리 노조는 다시 의무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의 기준만 충족하면 기관은 더욱 수익을 낼 수 있고, 이는 근로기준법의 각종 규정에서 제외되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활동지원사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들의 태도가 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 75% 기준에 대한 한자협의 입장은 노조와 다르다. 한자협은 권고기준마저 삭제하고자 한다. 한자협 2024년 총회자료에 따르면, 75% 권장사항마저 삭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자협 2024년 총회자료 일부 발췌 및 편집 : 한자협이 보건복지부에 지침개정을 요구한 내용 중 일부
현재 활동지원기관들은 75% 이상 지급하라는 권장사항을 대부분 준수한다. 복지부 지침상으로는 ’권고’수준이나,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평가에서 평가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동관계법령을 관할하는 노동부와는 별도로 행정상에서 지침이 작동하는 사례이다. 이 권장사항이 사라지게 되면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은 인건비 비율 관련 평가조차 하지 않게 된다.
A센터는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로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평가를 댄다. 평가상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평가 및 감사는 활동지원기관에게 활동지원사의 실제 근무시간 자료를 요구하지 아니하고, 바우처 단가 중 75%만을 인건비로 썼는지 판단하기 때문에 이 평가만으로는 기관의 근로기준법 준수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A센터의 수익방법
A센터는 어떻게 수익을 내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진정한 질문이다. A센터와 한자협의 주장은 짐짓 제도상의 구조적 피해를 호소하는 듯하지만, 정작 활동지원기관의 중간착취를 돕고 중간착취를 확대하는 기재로 작동한다. 임금의 세계는 선악의 세계가 아니라 수치의 세계이다. 충분과 부족의 일도양단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A센터 2022년 정기총회 자료에서 회계감사는 단식부기로 1억 4천의 이익이 발생했고, “활동보조인 중개사업의 수익금액 증가에 기인”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수익에 대해서 A센터와 한자협은 설명하지 않는다. A센터의 수익에 75%와 연장근무수당의 비밀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체계상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등은 법정근무시간인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연장근무수당 미지급이 정당화되면 노동자는 일을 할수록 시간당 임금이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 그리고 A센터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월 근무시간 구간별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구성요소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면 된다.5
A센터는 법정에서 월근무 174시간 기준으로 209시간까지는 연장근무수당을 책정하고, 그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연장근무수당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209시간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75%의 임금을 보장했다고 설명했다.6 시간당 임금 구간을 나누어 서술하면 이렇다.
- 월 근무시간이 1시간부터 174시간 구간까지는7 최저임금, 주휴수당, 연차수당이 지급된다.
- 월 근무시간이 174시간부터 209시간 구간까지는 최저임금과 연장근무수당이 지급된다.
- 월 근무시간이 209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은 바우처 수가 75%의 임금만을 지급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숫자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연차수당, 연장근무수당, 바우처 75%의 금액이다.
2021년 기준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주휴수당은 5일 근무 시 1일 유급휴일이므로 시간급으로 나누면 1/5에 해당한다. 계산하면 1,744원이다. 연차수당은 연차일수 17일을 가정할 경우8 시간급으로 나누면 약 569원이 된다. 연장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의 50%이므로 4,360원이다. 2021년 바우처 수가는 주간기준 14,020원이고 75%는 10,515원이다. 이 값들을 각 식에 대입해 보자.
- 근무시간 1 ~ 174 구간의 시간당 임금: 8,720(최저임금) + 1,744(주휴수당) + 569(연차수당) = 11,033
- 근무시간 174 ~ 209 구간의 시간당 임금 : 8,720(최저임금) + 4,360(연장근무수당) = 13,080
- 근무시간 209 ~ 구간의 시간당 임금 : 14,020(바우처 단가) * 0.75 (75%) = 10,515
사업장에서 시간당 수입이 일정한 조건에서 노동력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시간당 임금 비율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근무시간 1 ~ 174 구간의 시간당 수익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11,033(임금) = 2,987
- 근무시간 174 ~ 209 구간의 시간당 수익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13,080(임금) = 940
- 근무시간 209 ~ 구간의 시간당 수익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10,515(임금) = 3,505
- 근무시간 209 ~ 구간의 시간당 수익 (한자협의 주장대로 75% 권장사항이 삭제될 경우)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8,720(최저임금) = 5,300
1 ~ 174 구간에서 주간바우처 단가 기준 운영비 수익은 2,987원이고, 174 ~ 209 구간에서 운영비 수익은 940원이 된다. 209시간을 넘어가면 운영비 수익은 3,505원으로 뛴다. 한자협의 주장대로 75% 권장사항이 삭제될 경우에는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되므로 운영수익이 시간당 5,300원으로 폭증하게 된다. A센터는 활동지원사의 노동시간을 통제하지 않으면서(소극적 권장) 시간당 운영비 수익을 더욱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사업장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을 통해 인건비를 아끼는 것과 동일하게(사용자가 초단시간 노동자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이유도 시간당 지급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A센터는 반대의 방향으로 근무시간은 늘리고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 시간당 수익을 넓히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사용자의 예상되는 대응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아니라면, 도대체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법이 항상 약자의 편은 아니고 자본가는 더 빼앗기 위해 법률을 검토하고 이용할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자신의 행보에 따른 사용자의 대응전략을 예상해 본다. 그런데 그 대응이 노동자계급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자협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이제는 1일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처가 불가피하고 이는 장애인이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대로 노동자의 임금을 셈한다 하더라도, 연장근무수당을 부정하는 현재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노동시간 통제가 유리하다. 사용자가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입장에서도 결국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간당 임금이 중요한데, 일하면 일할수록 시간당 임금이 줄어드는 A센터와 한자협의 임금체계는 노동자 입장에서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게 만든다. 특히나 그렇게 수익을 남기면서도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수당 지급을 회피하고, 노동자를 속여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A센터와 같은 악덕 사업주에게는 더더욱 싸움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이제야 1일 근무시간을 통제하겠다는 한자협의 주장은 기만이다. 한자협 회원기관들은 활동지원제도가 법률로 시행된 2011년부터 회원기관끼리 연계하여 활동지원사의 권리를 찢어 지우기 급급했다. 그 제한이 월 174시간이거나, 1일 8시간이거나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개별 사업장들은 이런 통제를 계속해왔다. 그래서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저들의 대응이 하나도 새삼스럽지가 않다.
또한 민간의 활동지원기관이 자신들의 수익성 때문에 장애인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이고, 한자협과 같은 활동지원사업 민간수탁기관들이 사라져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혁명을 위한 착취가 정당화된다면 그것이 혁명일까
이제 정리해 보자. 한자협의 활동지원사업을 둘러싼 주요 행보는 활동지원사노동자의 중간착취를 정당화 또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서울시의 활동지원기관 재지정을 둘러싼 한자협의 반발9도 필자가 보기에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자협 회원기관 다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활동지원사 노동자를 착취해 가며 센터 규모를 키워왔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명백한 상황에서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하는 기관이 다수 생기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 가능하다. 그런데 한자협은 자신들의 노동착취와 위반행위는 인정하지 않은 채 보수정당의 장애인인권운동 탄압으로 프레이밍 한다.
자신들이 성명서 말미에서 요구하는 “단가현실화”와 “공공성 보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활동지원사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고 활동지원기관과 싸우는 투쟁이 없었더라도 수가인상이 이루어졌을까? 한자협이 주장하는 대로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서 지불할 수 없다는 정당화가 용인되어도 수가 인상이 이루어졌을까?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환경에서 민간기관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묵인하는 것으로 공공성이 보장될까?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의 이름으로 발화되는 이런 시답잖은 주장을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는가.
한자협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운동단체로 규정짓는다. 하지만 그 회원사업장 밑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운동을 핑계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또 다른 방식의 자본가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은 언제부턴가 운동의 요구를 한계 짓기 시작했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보다는 국가예산을 일부 획득하고 국가의 하청이 되기를 자임했다. 바뀌어버린 풍경은 의식도 변화하게 만들고, 중간착취자로서 자신의 사유를 규정하게 된다. 이제 이쯤 되었으면 운동단체의 국가사업 수탁에 대해서 다시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운동의 몰락은 외부의 탄압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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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 무효소송은 원고의 일부승소로 판결났다.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선고가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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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은 체불피해근로자들에게 민사 소송대리 등의 무료법률구조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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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한자협은 기자회견을 하기는 했다. 다만 공감에 대한 규탄 내용은 빠졌다. 해당 기자회견에 대한 글은 이전 칼럼 [장애인 인권은 외치지만 차별주의자입니다] 에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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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페이, < https://kcil.org/ >, 한자협에서 구축하고 한자협 회원기관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시스템이다. 놀랍게도 해당 서비스는 ’근로기준법, 세법준수’를 서비스 장점으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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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또한 같은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자. 퇴직금은 운영수익에서 비례하여 지급되므로 분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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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터는 226시간까지 연장근무수당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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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은 365일이고, 12개월, 1주일은 7일이다. 365/12/7=4.3452… 1년 중 1달의 평균 주수이다. 1주 40시간이 법정근무시간으로 가정할 경우 40시간 * 1달 평균 주수 = 1달 근무시간이 된다. 이 수치가 약 173.8… 이 된다. 1달 기준 대략적인 법정근무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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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수당은 근속년수에 따라 다르다. 근로기준법 제60조 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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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성명, [성명] 서울시 ‘활동지원기관 (재)지정 심사’는 법도 원칙도 없는 ‘장애인 단체 길들이기’, ’적반하장’의 전형이다. 서울시의 부적절 관행과 정부의 무책임에 칼을 빼겠다. , < https://www.kcil.or.kr/post/618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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