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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1 [칼럼] 장애인이 하는 요리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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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4 A센터가 고지하는 내용 아비
2022/07/28 어제는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비

제멋대로 방치된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수교육

제멋대로 방치된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수교육

2024-12-31


활동지원기관으로부터 보수교육을 받았다. 매년 빠지지 않던 부정수급 예방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다. 모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대리(코디네이터, 전담인력)를 강사로 초청하여 부정수급 예방 교육을 했다.

교육 내용 중 두 부분 잘못된 내용이었다. 첫째, 이용자 두 사람에게 각각 연속으로 차례대로 서비스할 때는 30분 시간을 두고 결제하라고 교육했다. 둘째, 장애인이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경우 근로지원인을 일단 신청하고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활동지원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서 점검해야 할 사례들을 지침에서 나열하고 있는데, “한 수급자에게 급여 종료 후 다른 수급자에게 가는 이동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진 결제”를 연속결제라 명명하고 “사유의 정당성 확인”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왜 30분 시간을 두고 결제하라는 교육을 할까?

일선의 공무원들은 활동지원사가 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종료하고 30분 안에 다른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시작하면, 지침대로 사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를 소명할 것을 요구한다. 30분이 넘어가면 소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소명이 전담인력 입장에서는 업무가 된다는 점이다. 교육 강사가 예를 든 사례는 요양보호사를 겸직하는 활동지원사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 후 곧바로 활동지원을 제공한 사례였는데, 노인장기요양기관은 활동지원기관에 소명자료를 잘 제공해 주지 않으므로 30분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고 교육했다. 이런 경우 자신은 30분의 간격을 두고 결제를 하게 하고는 장애인이용자에게 양해를 구해 조금 더 결제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했다.

전담인력 입장에서야 30분 간격을 두고 근무기록을 남기고 소명절차를 밟지 않는 것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30분의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면서 활동지원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장애인이용자를 다치게 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혀도 보험 처리를 하지 못할 수 있다. 해당 시간에 노동자가 일하다 다쳐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전담인력이 이용자에게 양해를 구해 조금 더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은 한마디로 부정수급을 권하는 격이다. 정말 제대로 된 교육 내용이 되려면 서비스하는 동안 정직하게 근무기록을 남기고, 정부가 소명을 요구할 수 있으니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남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옳다.

생계지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 공공일자리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공공일자리를 통해 노동하고 급여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것은 최근에 논란이 된 활동지원 생계지원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스스로 업무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근로지원인 서비스 대상자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공일자리 업무는 장애인당사자 스스로가 수행해야 한다. 공단에서 장애인을 근로지원인 서비스 대상자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활동지원사가 근로지원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활동지원사는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장애인을 지원함에 있어서도, 장애인의 생계를 지원하는 내용이 아닌 그 외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수행해야 한다.

자립생활센터 직원인 강사 입장에서는 공공일자리 장애인의 업무를 비장애인이 지원해 주면 빠르고 속 시원하며 행정 처리도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편하다고 그릇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수교육은 “활동지원사 역량 강화와 급여 질 향상”을 위해 매년 실시한다. 하지만 그 중요도에 비해 사업장의 재량에만 내맡겨져 있다. 잘못된 교육의 피해는 온전히 잘못 교육받은 노동자와 장애인에게로 돌아간다. 강사의 수준과 교육의 내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2024/12/31 00:39 2024/12/3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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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생업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일까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생업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일까

2024-10-08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생업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일까?

- 2024년 국정감사 김예지 의원의 발언에 붙여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안마원 운영에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공무원의 부정수급 환수 경고로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현행 활동지원제도는 “수급자 또는 그 가족의 직장 등에서 생업을 지원하는 활동보조 행위”를 서비스로 요구하거나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 개정 이전에도 복지부의 지침으로 금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죽음은 애도해야 할 일이지만, 그 과정에 대해 짚어야 할 부분은 있다. 활동지원제도 부정수급 환수가 장애인이용자를 향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활동지원기관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제공 과정에서 정당하게 서비스가 이루어지는지를 관리감독 할 책임이 있고,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였다 하더라도 부정지급급여 징수는 “적법한 지급원인이 없음에도 잘못 지급된 금액의 사후적 반환이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징수는 활동지원기관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행정적으로 부당지급급여 징수 조치는 기관에게 통보되고 활동지원기관은 활동지원사 노동자에게 임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장애인이용자가 정당한 서비스 외 사례로 환수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활동지원기관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고, 부당한 서비스요구임을 장애인이용자에게 고지했으며, 활동지원사도 부당한 서비스요구임을 통지해도,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입증할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럴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장애인이 부정수급 환수대상이 되는 일은 정말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 엄연한 구조적 사실 앞에서 한 안마사의 자결은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다.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잘못된 고지를 했거나, 단순 주의 고지를 당사자가 오해를 했거나이다. 이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인의 자결을 생업지원을 제한하는 활동지원제도의 문제로 본다.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인 중증장애인을 위한 업무지원인 제도가 아직 시범사업 단계에 불과하므로 소규모 5인 미만 중증장애인 사업주에 한해 기존 활동지원제도를 생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활동지원제도에서 장애인의 생업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 이에 수반되는 쟁점과 문제가 많다.

먼저 장애인 사업주가 어떤 사업을 할지 정해져 있지가 않다. 안그래도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활동지원사더러 장애인의 사업에 따라 모든 일을 하라는 말 밖에 안된다. 활동지원사는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아무일이나 시켜도 된다는 의원의 인식이 반영된 발화라고 밖에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정말로 의원의 주문대로 제도가 바뀐다면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지원에 장애인사업주의 종업원으로서 업무를 가중해 수행해야한다. 장애인이 사업자로서 마땅히 인력를 고용해 써야할 부분에도 활동지원사가 투입될 것이다.

현재의 근로지원인 제도도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이 아니라, 장애인을 비장애인을 부려쓰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는 현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장애인은 꿔다놓은 보릿자루고 비장애인 지원인력이 모든 일을 다 한다. 이것은 지원이 아니라 장애인을 지우고 대체하는 일이다. 장애인은 임금을 받아 좋지만 이런식의 제도운영은 차라리 소득보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민간의 사장에게 공적 자금을 들여 인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내가 아는 한 카페는 장애인을 고용하고도 출근을 시키지 않는다. 출근을 시켜도 일을 시키지 않는다. 혹은 장애때문에 출근을 시켜도 일을 시킬수가 없다. 근로지원인이 모든 일을 다 한다. 근로지원인은 실질적으로 주된 카페업무를 모두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기 힘들다.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장애인고용을 통한 지원을 받고 근로지원인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받아 좋은 일이지만, 그곳에 장애인의 자리는 없다.

장애인이 사업주인 사업장이라고 다를까. 사업주는 심하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장애인의 사업은 사실상 지원인력의 노동력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많은 수익이 나든 적은 수익이 나든 그 수익은 지원인력의 노동력에서 기인할 것이다. 잘 착취당할 지원인력을 구하는 것으로 누군가의 소득이 변동된다면 이는 국가정책적으로 올바른 지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누군가 지원하는 인력을 붙이면 끝일까? 나는 이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존 제도도 정말 장애인의 자리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활용되고 있지 않다. 과거에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주지 않는 차별행위가 투쟁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장애인 인권을 위한다는 단체들이 일자리사업을 하다보니 정작 문제가 내부화 되어 만연해 있다.

우리사회는 장애인에게 무슨 문제만 생기면 활동지원제도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아주 문제다. 국회의원까지 아무 일이나 시키면 된다 생각하는 직업에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활동지원인력의 전문성을 문제삼는 담론이 팽배하다. 이런 인식으로는 전문성을 운운할수도 기대할수도 없다. 나는 김예지 의원의 발언에서 활동지원제도의 암담한 미래를 본다.

2024/10/08 00:36 2024/10/0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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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장애인의 금전 관리와 활동지원

탈시설 장애인의 금전 관리와 활동지원

2024-08-22


활동지원사가 도둑으로 몰리는 몇 사례

2024년 3월 활동지원사 김씨는 노조에 상담을 요청했다. 김씨는 N지원주택에서 장애인이용자 이씨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자립생활 지원주택 팀장이 일방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고, 장애인이용자에게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조차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팀장은 활동지원사가 속한 활동지원 기관에도 서비스 중단을 통보했다. 활동지원사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 직접 장애인이용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이용자는 계속 서비스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N지원주택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N지원주택 팀장은 이씨가 김씨로부터 활동지원을 받는 날이면 주문음식을 너무 많이 시켜 먹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주택 팀장은 장애인이용자가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 일이 활동지원사의 잘못이라고 보았다. 활동지원사는 순전히 이용자가 원해서 배달음식을 시켜 준 것이라고 항변했다. 심지어 이용자가 자기 손으로 스마트폰을 작동해 주문음식을 시켜 먹었다는 것이다. 간혹 함께 음식을 먹는 경우가 있어 서로 돌아가면서 주문하기도 하고, 일부 금액은 활동지원사가 부담했다고 한다. 면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해당 이용자가 발달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판단능력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김씨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지만, 팀장이 이미 장애인 이씨에게 김씨를 그만두게 하자고 한 상태였고 김씨는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없었다.

2019년 활동지원사 박씨는 도둑으로 몰려 일을 그만두게 된 사례였다. 장애인이용자 최씨는 탈시설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자립생활지원금 천만 원가량 최씨의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최씨는 글을 몰랐다. 하지만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었고 최씨는 스스로 통장에 있던 돈을 소비했다. 그런데 최씨의 지출은 다소 과했고 이에 주택 측은 박씨에게 최씨가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썼냐고 물었다. 돈은 최씨가 썼으니, 돈에 대한 기록을 박씨가 가지고 있을 리도 없었다. 24시간을 함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택 측의 계속된 추궁에 활동지원사 박씨는 일을 계속했다가 누명을 쓸 것 같아 그만뒀다. 최씨는 이후 다른 활동지원사에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최씨는 박씨에게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시로 연락한다. 박씨는 최씨에게 필요한 노동을 간혹 제공한다.

2017년 김씨를 처음 본 것은 다른 체험홈에서였다. 김씨의 이용자 정씨는 탈시설해 체험홈에 살았다. 언제부턴가 연애도 시작하면서 연애에 따른 소비도 많아졌다. 체험홈에서 제공하는 금전관리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정씨는 체험홈으로부터 지출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정씨가 자신의 체크카드로 돈을 쓰면 통장에 기록이 남아 체험홈에 지출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계속된 지적으로 이어졌다. 처음 맛보는 돈 쓰는 맛을 포기할 수 없었던 정씨는 자신의 지출을 은폐하기 위해 활동지원사 김씨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당시 초보 활동지원사였던 김씨는 별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줬다. 그리고 약속된 어느 날 정씨로부터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김씨가 정씨의 돈을 빼갔다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지출을 숨기고 싶었던 정씨는 모르겠다고만 했다. 김씨는 정씨로부터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체험홈 측은 김씨를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니 마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김씨는 일을 그만뒀다. 어찌 된 일인지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고민들

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이 안정적이라면 사실 도둑으로 의심받는 일 정도는 큰일이 아닐 수도 있다. 감사나 조사를 받고 진상이 규명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활동지원사는 노동자들이 괴로워하는 감사나 징계위 절차를 밟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의 서비스 제공 거부만으로 소득이 끊기고, 활동지원기관들은 일거리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용인되는 현실에서 우리의 일상적 노동조건은 ’무기한 무급 정직’이 기본값이다. 우리는 소문만으로도 생존권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 동시에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접촉하는 순간 돌봄권력이 생길 가능성 배제하지 말아야

장애인을 위한다는 각종 지원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지원이 강요될 수도 있고, 너무 필수적인 지원이라 거절이 힘들 수도 있다.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거나 강요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것을 ’돌봄권력’이라고 명명한다. 아마도 주택 측에서 활동지원사에게 휘둘려 재산을 탕진하는 장애인을 상상하는 일이 잦은 것 같다. 마찬가지로 활동지원사가 ’돌봄권력’을 장애인에게 행사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돌봄권력’을 갖는 존재는 활동지원사로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 탈시설운동가, 동료상담가, 교육자,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가 등 다양한 존재일 수 있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주거지원 서비스에 대한 여러 선택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거주하는 지원주택을 벗어나는 일도 쉽지 않을 터이다.

앞서 살펴본 사례는 자립생활지원주택이 장애인의 지출 욕구를 억압한 상태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활동지원사와 함께 있을 때 그 욕구가 분출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돈을 마음껏 쓰지 못하게 하는 주택 측이 이 돈을 누가 어떻게 어디서 썼냐고 물으면 장애인은 쉽게 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당사자가 경험하는 진정한 실패 가능성

장애인의 지출을 통제하게 되는 주택의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주택은 임시로 있는 곳이고 계속 거주할 수는 없다. 지원주택을 나가 진짜 자립생활을 시작하려면 거주자가 얼마간 자금이 있어야 한다. 장애인은 지출관리에서 실패하면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주택에서 장애인에 대한 갈취가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오명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탕진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시설에서는 차단됐을 각종 상품광고는 이 물건을 소비하라 꼬드긴다. 비장애인도 일상적으로 지출 충동과 싸운다. 지름신 밈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에게 재정건전성을 강요하는 일 또한 차별적 인식이다.

나는 이 점에서 장애인의 진정한 실패가능성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자기결정권을 방어하는 의미에서 장애인의 실패할 권리를 주장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에게 실패가 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누군가가 대신해 주고 누군가가 대신 실패하기만 한다면 장애인은 실패의 경험조차 차단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애인 당사자 자신이 지출을 결정했음에도 그 책임이 활동지원사에게 돌아간다면 장애인당사자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와 자신이 겪을 경험의 기회를 잃는다. 보호의 이름으로 장애인이 겪을 실패의 경험을 차단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재기 가능한 실패를 위해

여기서 또 중요한 지점은 장애인이 실패를 겪을 때 그것의 정도, 즉 재기 가능 여부일 것이다. 자립생활지원금을 온전히 탕진하고 시설로 돌아가는 것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장애인의 탕진 가능성을 상상하기엔 그 결과에 따르는 위험이 너무 큰 것이 문제일 수 있다. 주택 측 입장에서는 위험이 크니 위험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더욱 격렬히 반응한다. 장애인의 실패가 장애인 당사자에게 교훈이자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시도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비장애인은 사회와 접촉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미성년의 시기를 거친다. 미성년 시기의 재산은 용돈으로 한정된다. 용돈의 운용에 실패가 있어도 의식주를 비롯한 생존에 제약은 없다. 용돈을 다 쓰면 용돈을 쓸 수 없다는 제약에 용돈을 아껴 쓰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시설에서 금방 나온 장애인에게 이런 종류의 기회나 경험은 차단되어 왔으며, 시설만 나온다고 해서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새로이 제공되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자립생활지원 금액은 실패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고 그 대가는 크다. 자기결정권 및 결정에 따른 책임능력을 둘러싼 논의에서 외부의 개입에 대한 방어뿐 아니라, 실패를 통한 자립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2024/08/22 22:33 2024/08/2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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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운동의 물적 토대가 착취로 마련된다면

혁명적 운동의 물적 토대가 착취로 마련된다면

2024-05-20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권리다툼 자체를 막으려는 조직적 활동

A센터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와 관련된 5개의 재판이 걸려 있었다. 1개 재판은 확정되었고 4개의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1 취업규칙개정 무효 확인 소송과 퇴직자 1인, 재직자 3인의 체불임금과 관련한 민·형사 소송이다.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다.2 형사재판 두 건은 검사의 구형에 따라 법원이 판결을 내릴 사안이므로 노동자들은 피해자로서의 역할만 하면 된다. 그리고 취업규칙개정 무효 확인 소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팀의 변호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A센터와의 취업규칙개정 무효소송이 시작되고 약 두 달 뒤,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한 이유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의 활동가들이 공감에 찾아와 공감이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의 사건을 대리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전달받은 바에 의하면 그들의 주장은 ▲공감에서 사건을 대리하는 바람에 변호사 찾기가 어렵다 ▲이 사건은 공익소송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의도적으로 A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통해서 A센터가 망하면 장애인들에게 영향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공감이 사건을 계속 맡을 경우 항의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말도 비공식적으로 흘렸다고 했다.3 공감은 장애인권영역에서도 공익변론활동을 하므로 이 사안이 사무실 회의에서 재차 논의되어 검토하였으나, 공감은 사건을 계속 맡기로 결정하였고 장추련과 한자협의 항의방문 사안을 원고(우리)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공감이 사건을 계속 맡기로 판단한 이유는 ▲A센터와의 갈등 이전에도 우리 노조는 관공서공휴일 관련한 문제제기를 지속해서 하고 있었기에 A센터만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A센터와의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A센터가 응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관공서공휴일 수당이 정부 예산에 반영된 사실이 정부 문건으로 확인되었으며 ▲A센터의 총회자료상 순수익 발생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변호사들을 만났을 때, 장추련과 한자협이 해당사건을 공익소송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주더냐고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을 위한 제도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해주었다.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변호사들과 공감이라는 단체가 고마웠지만, 장추련과 한자협 활동가들의 인식과 행태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산업의 목적에 의해 노동자의 권리가 부정된다면, 산업의 성장을 위해 다치고 죽고 해고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생산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 배제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길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쉬이 연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위한 투쟁은 공익활동조차 아니었고, 공익변호사의 조력조차 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한자협의 탄원서 조직 업무협조 요청

얼마 전, 노동자 3인의 체불임금에 대한 민사1심 선고를 앞둔 시기였다. 모든 변론은 종결되었고, 판사는 선고 시기를 추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법원은 3월 28일에 선고하겠다고 알려왔다. 선고일을 받고 기다리는데, 한 조합원이 한자협의 공문을 보내오며 “이거 선생님 사건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한자협은 3월 18일 회원단체 전체에 업무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협조요청 공문 내용의 골자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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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협 업무연락 2024년 10호 공문 부분

  • 현재 A센터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 지급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피고 신분으로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긴급하게 피고 A센터를 위해 탄원서를 조직하고자 한다.
  • 이번 판결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 산정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해당되어 A센터뿐만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다.
  •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활동지원사가 근무 후 결제하는 바우처 정보에 따라 사업비가 지급되며 여기에는 활동지원사의 ‘연장수당’ 등 법정수당이 모두 반영되어 지급되지 않는다. 장애인활동지원의 비현실적 시간당 단가, 운영비 미지원 등의 문제가 활동지원사와 중개기관의 열악한 조건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해 많은 활동지원기관이 활동지원사의 연장수당 책정을 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소정근로일을 특정할 수 없는 활동지원사의 근무 형태를 고려하여 연차수당을 급여 안에 포함해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임금산정 및 급여 지급 방식은 근무조건이 유동적이고 소정근로일을 특정할 수 없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근무 형태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 하지만 원고들은 임금산정에 있어 연장수당은 일 8시간을 기준으로, 연차수당은 연 단위 미사용 연차에 대한 총액으로 계산해야 함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기관은 임금을 사업비에서 충당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근로자와 같이 일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철저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활동지원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이용자의 권리가 축소되고 기관의 운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 활동지원제도의 특수성이 조명될 수 있도록, 무책임한 정부가 가려지지 않을 수 있도록 긴급하게 탄원서 요청한다.

A센터가 법원에 제출한 한자협의 자료들

A센터는 한자협의 자료를 공판 과정에서 이미 제출한 바가 있다. 사실 A센터가 법원에 한자협의 자료를 근거로 주장한 내용마저도 문제가 많았다. 한자협은 파스페이4라는 임금 정산 전산시스템을 제공하면서 회원기관들로부터 이용료를 징수해 왔다. 그리고 이 이용료도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에서 지출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A센터도 이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A센터는 공판 과정에서 한자협 회원기관들의 임금대장을 익명처리하여 제출하였다. A센터가 법원에서 주장한 바는, 한자협의 탄원협조 공문에서 드러난 논지와 동일했는데, 자신들의 임금체계는 활동지원기관들이 취하는 업계 일반적인 임금산정 방식이고 이는 활동지원사업의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그것을 사업전체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연합단체의 경우나 복지관, 사회적협동조합 등 다른 여타 유형의 활동지원기관의 임금산정 방식에 대한 검토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일반화가 있다 하더라도 법률위반이 만연한 것이 법률위반에 대한 정당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한자협 회원기관 중에서도 파스페이를 사용하지 않는 기관들이 종종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자협 회원기관 몇 군데의 임금대장 만으로는 “연장수당 책정을 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소정근로일을 특정할 수 없는 활동지원사의 근무 형태를 고려하여 연차수당을 급여 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지급 방식을 모든 활동지원기관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자협이 주장하는 임금산정 방식은 ’파스페이’를 사용하는 활동지원기관들에게만 확인되었다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이미 A센터와 한자협이 법원에서 그리고 협조요청 공문으로 자인한 바대로, 연장수당 책정을 월근무시간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장근무수당 산정 방식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A센터와 한자협의 주장 섞인 진술은 한자협 회원기관 중에서도 ’파스페이’를 사용하는 활동지원기관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무수당 산정방식은 1일 법정근무시간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해당하는 근무시간은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야만 한다.

법원의 판결은 이미 많이 있었다

나는 탄원서 조직협조 공문이 목적하는 바가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쟁점에 관한 주장 및 입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법정에서 다투는 쟁점에 관한 사항이라면 A센터가 한자협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삼으면 될 일이다. 당사자인 A센터가 아니라 한자협이 적극적으로 탄원서를 조직했다. 나는 탄원서 조직의 진짜 목적은 법원을 설득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탄원서 조직은 한자협 내부 회원들을 조직하고 한자협의 입장을 전파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전파되는 내용은 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악의적이고 거짓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탄원 조직 공문은 이번 판결이 임금 산정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므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 서술한다. 이러한 서술은 해당 판결을 강조함으로써 이전의 판결들을 흐리게 만든다. 한자협이 말하는 것 같은 중요한 판결은 이번 판결만이 아니었다. 우리 노조는 활동지원사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투쟁해 왔고 그 나름의 역사가 있다. 우리 노조가 활동지원사업을 수탁받은 사회복지법인들과 노동자 권리를 두고 법정에서 싸운 것만 수차례다. 그리고 그 투쟁 속에서 노동청 검찰청 법원은 물론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았다. 활동지원사의 임금과 관련한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첫 번째 판결이 아니다. 그리고 법원은 활동지원사의 임금과 관련해서 근로기준법상의 기준을 지키라고 지속해서 판결해 왔다. 한자협은 이번 법정분쟁의 의미만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법원 판결에 대한 의미축소와 삭제를 노린다. 동시에 자신들의 임금산정 및 급여 지급 방식이 법률 위반이 아닌 적절한 방법이라는 억지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도 행정부도 한자협이 설정한 임금지급방식을 지시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표한 적도 없고, 문건을 생산한 적도 없다. 3월 28일의 선고도 원고들의 승소로 판결되었다. 법원은 체불임금 산정에 있어 A센터와 한자협의 주장 어느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A센터 소장은 다시 항소했다.

근로기준법과 75%

보건복지부에서는 매년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라는 책자를 발간한다. 현장에서는 보통 지침이라고 불린다. 지침에는 정부가 기관에 지급하는 ’사업비 중 종사자 인건비 지출’을 규정하는 부분이 있다. “급여비용 중 75% 이상을 활동지원인력 임금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 그 부분이다. 본래는 “사용해야 함”이라고 명시하여 의무로 하던 것이 2019년 7월부터 ’권장’으로 바뀌었다.

우리 노조는 다시 의무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의 기준만 충족하면 기관은 더욱 수익을 낼 수 있고, 이는 근로기준법의 각종 규정에서 제외되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활동지원사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들의 태도가 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 75% 기준에 대한 한자협의 입장은 노조와 다르다. 한자협은 권고기준마저 삭제하고자 한다. 한자협 2024년 총회자료에 따르면, 75% 권장사항마저 삭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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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협 2024년 총회자료 일부 발췌 및 편집 : 한자협이 보건복지부에 지침개정을 요구한 내용 중 일부

현재 활동지원기관들은 75% 이상 지급하라는 권장사항을 대부분 준수한다. 복지부 지침상으로는 ’권고’수준이나,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평가에서 평가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동관계법령을 관할하는 노동부와는 별도로 행정상에서 지침이 작동하는 사례이다. 이 권장사항이 사라지게 되면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은 인건비 비율 관련 평가조차 하지 않게 된다.

A센터는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로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평가를 댄다. 평가상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평가 및 감사는 활동지원기관에게 활동지원사의 실제 근무시간 자료를 요구하지 아니하고, 바우처 단가 중 75%만을 인건비로 썼는지 판단하기 때문에 이 평가만으로는 기관의 근로기준법 준수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A센터의 수익방법

A센터는 어떻게 수익을 내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진정한 질문이다. A센터와 한자협의 주장은 짐짓 제도상의 구조적 피해를 호소하는 듯하지만, 정작 활동지원기관의 중간착취를 돕고 중간착취를 확대하는 기재로 작동한다. 임금의 세계는 선악의 세계가 아니라 수치의 세계이다. 충분과 부족의 일도양단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A센터 2022년 정기총회 자료에서 회계감사는 단식부기로 1억 4천의 이익이 발생했고, “활동보조인 중개사업의 수익금액 증가에 기인”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수익에 대해서 A센터와 한자협은 설명하지 않는다. A센터의 수익에 75%와 연장근무수당의 비밀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체계상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등은 법정근무시간인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연장근무수당 미지급이 정당화되면 노동자는 일을 할수록 시간당 임금이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 그리고 A센터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월 근무시간 구간별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구성요소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면 된다.5

A센터는 법정에서 월근무 174시간 기준으로 209시간까지는 연장근무수당을 책정하고, 그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연장근무수당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209시간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75%의 임금을 보장했다고 설명했다.6 시간당 임금 구간을 나누어 서술하면 이렇다.

  • 월 근무시간이 1시간부터 174시간 구간까지는7 최저임금, 주휴수당, 연차수당이 지급된다.
  • 월 근무시간이 174시간부터 209시간 구간까지는 최저임금과 연장근무수당이 지급된다.
  • 월 근무시간이 209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은 바우처 수가 75%의 임금만을 지급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숫자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연차수당, 연장근무수당, 바우처 75%의 금액이다.

2021년 기준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주휴수당은 5일 근무 시 1일 유급휴일이므로 시간급으로 나누면 1/5에 해당한다. 계산하면 1,744원이다. 연차수당은 연차일수 17일을 가정할 경우8 시간급으로 나누면 약 569원이 된다. 연장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의 50%이므로 4,360원이다. 2021년 바우처 수가는 주간기준 14,020원이고 75%는 10,515원이다. 이 값들을 각 식에 대입해 보자.

  • 근무시간 1 ~ 174 구간의 시간당 임금: 8,720(최저임금) + 1,744(주휴수당) + 569(연차수당) = 11,033
  • 근무시간 174 ~ 209 구간의 시간당 임금 : 8,720(최저임금) + 4,360(연장근무수당) = 13,080
  • 근무시간 209 ~ 구간의 시간당 임금 : 14,020(바우처 단가) * 0.75 (75%) = 10,515

사업장에서 시간당 수입이 일정한 조건에서 노동력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시간당 임금 비율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근무시간 1 ~ 174 구간의 시간당 수익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11,033(임금) = 2,987
  • 근무시간 174 ~ 209 구간의 시간당 수익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13,080(임금) = 940
  • 근무시간 209 ~ 구간의 시간당 수익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10,515(임금) = 3,505
  • 근무시간 209 ~ 구간의 시간당 수익 (한자협의 주장대로 75% 권장사항이 삭제될 경우) : 14,020(바우처 주간수가) - 8,720(최저임금) = 5,300

1 ~ 174 구간에서 주간바우처 단가 기준 운영비 수익은 2,987원이고, 174 ~ 209 구간에서 운영비 수익은 940원이 된다. 209시간을 넘어가면 운영비 수익은 3,505원으로 뛴다. 한자협의 주장대로 75% 권장사항이 삭제될 경우에는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되므로 운영수익이 시간당 5,300원으로 폭증하게 된다. A센터는 활동지원사의 노동시간을 통제하지 않으면서(소극적 권장) 시간당 운영비 수익을 더욱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사업장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을 통해 인건비를 아끼는 것과 동일하게(사용자가 초단시간 노동자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이유도 시간당 지급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A센터는 반대의 방향으로 근무시간은 늘리고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 시간당 수익을 넓히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사용자의 예상되는 대응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아니라면, 도대체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법이 항상 약자의 편은 아니고 자본가는 더 빼앗기 위해 법률을 검토하고 이용할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자신의 행보에 따른 사용자의 대응전략을 예상해 본다. 그런데 그 대응이 노동자계급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자협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이제는 1일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처가 불가피하고 이는 장애인이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대로 노동자의 임금을 셈한다 하더라도, 연장근무수당을 부정하는 현재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노동시간 통제가 유리하다. 사용자가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입장에서도 결국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간당 임금이 중요한데, 일하면 일할수록 시간당 임금이 줄어드는 A센터와 한자협의 임금체계는 노동자 입장에서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게 만든다. 특히나 그렇게 수익을 남기면서도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수당 지급을 회피하고, 노동자를 속여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A센터와 같은 악덕 사업주에게는 더더욱 싸움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이제야 1일 근무시간을 통제하겠다는 한자협의 주장은 기만이다. 한자협 회원기관들은 활동지원제도가 법률로 시행된 2011년부터 회원기관끼리 연계하여 활동지원사의 권리를 찢어 지우기 급급했다. 그 제한이 월 174시간이거나, 1일 8시간이거나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개별 사업장들은 이런 통제를 계속해왔다. 그래서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저들의 대응이 하나도 새삼스럽지가 않다.

또한 민간의 활동지원기관이 자신들의 수익성 때문에 장애인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이고, 한자협과 같은 활동지원사업 민간수탁기관들이 사라져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혁명을 위한 착취가 정당화된다면 그것이 혁명일까

이제 정리해 보자. 한자협의 활동지원사업을 둘러싼 주요 행보는 활동지원사노동자의 중간착취를 정당화 또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서울시의 활동지원기관 재지정을 둘러싼 한자협의 반발9도 필자가 보기에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자협 회원기관 다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활동지원사 노동자를 착취해 가며 센터 규모를 키워왔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명백한 상황에서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하는 기관이 다수 생기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 가능하다. 그런데 한자협은 자신들의 노동착취와 위반행위는 인정하지 않은 채 보수정당의 장애인인권운동 탄압으로 프레이밍 한다.

자신들이 성명서 말미에서 요구하는 “단가현실화”와 “공공성 보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활동지원사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고 활동지원기관과 싸우는 투쟁이 없었더라도 수가인상이 이루어졌을까? 한자협이 주장하는 대로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서 지불할 수 없다는 정당화가 용인되어도 수가 인상이 이루어졌을까?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환경에서 민간기관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묵인하는 것으로 공공성이 보장될까?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의 이름으로 발화되는 이런 시답잖은 주장을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는가.

한자협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운동단체로 규정짓는다. 하지만 그 회원사업장 밑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운동을 핑계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또 다른 방식의 자본가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은 언제부턴가 운동의 요구를 한계 짓기 시작했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보다는 국가예산을 일부 획득하고 국가의 하청이 되기를 자임했다. 바뀌어버린 풍경은 의식도 변화하게 만들고, 중간착취자로서 자신의 사유를 규정하게 된다. 이제 이쯤 되었으면 운동단체의 국가사업 수탁에 대해서 다시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운동의 몰락은 외부의 탄압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1. 취업규칙 무효소송은 원고의 일부승소로 판결났다.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선고가 확정되었다.↩︎

  2.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체불피해근로자들에게 민사 소송대리 등의 무료법률구조를 실시하고 있다.↩︎

  3. 이후에 한자협은 기자회견을 하기는 했다. 다만 공감에 대한 규탄 내용은 빠졌다. 해당 기자회견에 대한 글은 이전 칼럼 [장애인 인권은 외치지만 차별주의자입니다] 에서 다루고 있다.↩︎

  4. 파스페이, < https://kcil.org/ >, 한자협에서 구축하고 한자협 회원기관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시스템이다. 놀랍게도 해당 서비스는 ’근로기준법, 세법준수’를 서비스 장점으로 내세운다.↩︎

  5. 야간근무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또한 같은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자. 퇴직금은 운영수익에서 비례하여 지급되므로 분석하지 않는다.↩︎

  6. 2022년 부터는 226시간까지 연장근무수당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7. 1년은 365일이고, 12개월, 1주일은 7일이다. 365/12/7=4.3452… 1년 중 1달의 평균 주수이다. 1주 40시간이 법정근무시간으로 가정할 경우 40시간 * 1달 평균 주수 = 1달 근무시간이 된다. 이 수치가 약 173.8… 이 된다. 1달 기준 대략적인 법정근무시간이다.↩︎

  8. 연차수당은 근속년수에 따라 다르다. 근로기준법 제60조 4항.↩︎

  9.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성명, [성명] 서울시 ‘활동지원기관 (재)지정 심사’는 법도 원칙도 없는 ‘장애인 단체 길들이기’, ’적반하장’의 전형이다. 서울시의 부적절 관행과 정부의 무책임에 칼을 빼겠다. , < https://www.kcil.or.kr/post/618 >, 2024-04-26.↩︎

2024/05/20 22:29 2024/05/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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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제도 부정수급과 장애인을 지배하는 자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부정수급과 장애인을 지배하는 자들

2024-03-23


“무급으로 함께 일하기엔 너무 좋고 고마운 존재지만, 막상 임금을 지불하기엔 뭔지 모르게 찝찝하고 아깝다”라는 동료의 속마음을 들어야 했다. 1년을 근무한 단체에서는 임금을 지불할 여유가 도저히 없다며 나의 활동보조시간 일부를 동료에게 명의를 돌려서 가사보조를 얼마만큼 포기하게 하는 대신 나의 임금으로 주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가고, 급기야 몸담고 있던 단체의 안 좋은 실상들을 깨닫게 될 때 쯤 난 동료들과 자주 부딪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일터를 떠났다. - 출처: ‘생산성’ 묻는 사회, 장애여성의 노동은? - 일다 - < https://www.ildaro.com/6188 >

불법으로 규정된 부정수급과 편중된 교육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에게 바우처를 지급하고 그 바우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만 사용하도록 용처를 제한하고 있다. 활동지원 서비스 외의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받고 활동지원급여비용을 청구하는 행위 일체는 부정수급으로 판단된다. 활동지원급여비용 청구 주체는 활동지원기관이고, 이 급여비용 중 일부를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으로 지급한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얼마나 제공되었는지는 사회보장정보원 전산시스템을 통해서 기록된다. 활동지원사는 활동지원기관이 지급한 단말기를 가지고 출근한다. 장애인이용자를 만나면 단말기에 장애인이용자의 카드를 태그하고, 전자바우처시스템을 통해 받은 활동지원인력 자신의 카드를 태그한다. 태그가 있어야 사회보장정보원 전산시스템에 출근과 퇴근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면 서비스를 제공한 시간만큼 장애인이용자의 바우처가 차감된다.

이렇게 기록된 전산기록을 근거로 급여비용이 청구된다. 급여비용은 활동지원기관이 활동지원사를 보내어 장애인에게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전제로 지급되고, 또 그 전제로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이 지급된다. 전제가 되는 정당한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었다면 지급된 비용은 이자가 가산되어 환수1되고, 부정한 청구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2 행정 차원에서 지정취소 혹은 자격정지를 당하거나3 가담한 장애인수급자는 일정한 기간 활동지원급여가 중단될 수도 있다.4

법률이 엄중히 처벌하는 만큼 부정수급 금지는 강조하고 반복해서 교육된다. 부정수급에 가담할 수 있는 주체는 활동지원기관, 장애인활동지원사, 장애인이용자 세 주체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지배적 지위에 있는 자들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은 거의 활동지원사에게만 이루어진다. 활동지원기관은 부정수급을 단속하고 교육해야 할 책임기관 중 한 곳이다. 장애인이용자교육은 대체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애인이용자 교육도 활동지원기관이 담당하는데, 활동지원기관 입장에서 장애인이용자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바우처를 지급하는 고객에 해당한다. 장애인이용자를 교육한다는 것은 고객을 교육하는 꼴이다. 기관에서 교육을 소집해도 장애를 이유로 참가하는 사람 수가 적다. 결국 장애인 고객들에게는 서면이 전달되고 서명만 이루어진다.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부정수급을 주도하는 자는 누구일까

정작 부정수급은 활동지원사의 주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통념은 부정수급이 장애인을 등쳐먹는 활동지원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상상하는 듯하다. 제대로 서비스는 제공하지도 않고 임금만 받아 가는 활동지원사. 하지만 여기서 가정되는 장애인은 멍청하고 속기만 하고 빼앗기기만 하는 무력한 장애인이다. 오히려 우리는 장애인이 그런 존재이기만 한지 질문해야 한다. 장애인을 무능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장애혐오 시선의 일부다. 장애혐오적 시선은 노동자에 대한 혐오적 시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활동지원사만 교육하고 닦달하는 현재의 제도는 어쩌면 그 인식의 결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보장정보원에 근무기록을 남기는 방법은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태그를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의사일치가 필요하다. 활동지원시간을 장애인들은 생명 같은 시간으로 묘사한다.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몰래 카드를 찍는다는 것은 그 생명 같은 시간을 무단으로 탈취하는 행위다. 특히 활동지원 시간을 금액으로 환산하여 표기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장애인이용자들은 바우처 금액을 자신에게 주어진 돈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 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근무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누군가가 몰래 돈을 훔쳐 가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정말로 활동지원사 단독으로 기망에 의해 그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장애인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바우처뿐만 아니라 모든 재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문제상황이다. 이런 문제상황은 오히려 활동지원서비스 외에 다른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고 장애인은 자신의 욕구에 따라 바우처라는 자원을 잘 분배하여 사용한다.

역으로 질문해 보자. 활동지원사가 부정수급을 제안할 수 있을까? 활동지원사가 부정수급을 제안한다면 장애인 이용자는 즉시 활동지원기관에 알릴 수 있다. 장애인이용자는 응하지 않고 바로 활동지원사를 교체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지원사가 부정수급을 최초로 제안한다는 것은 이미 어떤 특별한 관계 속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거절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지만 책임은 져야 한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이용자의 부정수급 제안을 거절하기가 힘들다. 이유를 불문하고 서비스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장애인이용자에게 있는 현재 상황에서 부정수급을 거절한다는 것은 실질적 해고에 노출되는 것을 각오하는 행위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뉴스보도에 따르면 한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이용자의 부정수급 권유를 거절하여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잘리게 됐다.5 코로나 시기에만 있었던 일일까. 해당 보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장애인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들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끝난 지금에도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상시근로자 수는 거의 변동이 없다.6 단지 감염병 유행으로 필수 돌봄노동자로서 활동지원사의 실태가 언론에 조금 주목받았을 뿐이지, 정말로 장애인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볼 수는 없다. 보도의 활동지원사는 4월에 근무를 시작하여 9월에 처음으로 부정수급 제안을 받고 교체되는데, 해당 이용자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부정수급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활동지원사는 부정수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신고하기가 힘들다. 부정수급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져 활동지원사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다.

한편 단속에 적발된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활동지원사만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입증할 수 없는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부정수급은 그 불법성이 강조되는 만큼이나 공모자들도 부정수급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공모자들은 그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야만 한다. 부정수급은 장애인과 장애인의 주변 사람에 의해 주도되지만, 부정수급과 관련된 증거는 활동지원사를 향하고 있다. 활동지원사와 장애인이용자가 같이 있지 않았다는 증거는 대개 명백하고,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이 지급된 사실도 명백하다. 하지만 장애인이용자와 주변 사람이 취한 이득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임금은 활동지원사의 계좌를 스쳐 흔적이 남지 않는 현금으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장애인을 지배하는 자 바우처를 지배하리니

인용한 본문을 다시 살펴보자. 장애여성은 자신이 기존에 받던 “활동보조시간 일부”를 “동료”에게 명의를 돌려 “임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본문의 장애여성이 일한 곳은 “장애인을 위한 시민단체”이다. 동시에 활동지원사업을 수탁받은 단체이다. 장애여성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마도 비장애인)동료를 활동지원사로 등록시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제공한 듯 활동지원급여비용을 청구했을 테고, 또 동료의 계좌로 활동지원사 임금명목의 금전을 지급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금전을 현금으로 받아 장애여성에게 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애여성의 노동시장에서의 취약한 지위가 이중적 착취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임금은 단체가 지급한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이 제공받았어야 할 서비스를 단순히 돈으로 돌려받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장애여성은 노동력까지 제공했다. 바우처 금액도 온전히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동료는 자신의 명의를 공짜로 제공했을까. 동료의 인건비 일부로 지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활동지원기관은 25%까지 징수할 수 있는 중개수수료를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활동지원사는 어떻게 됐을까? 서비스 중단을 통보받고 실질적 해고 상태에 돌입하거나, 일을 지속할 수 있었다면 일거리가 줄어 임금이 줄었을 것이다. 장애인이용자의 서비스중단 요구권이 절대적인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장애인이용자의 취약성은 활동지원사의 취약성으로 연결된다.

이후에 부정수급이 발각된다면 장애여성은 자신이 지급받은 ’임금’을 반환할까? 삼자 간의 관계가 어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증거는 활동지원사 명의를 달아둔 ’동료’를 향해있다.

부정수급이 불가능한 제도가 힘들다면 신고라도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부정수급과 관련한 신문기사는 주기적으로 나온다. 정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속강화만을 말한다. 하지만 단속만으로 부정수급이 근절될까. 우리는 부정수급을 금지하는 제도가 아니라 부정수급이 불가능한 제도를 구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의 서비스 시간과 활동지원사의 임금이 연계된 현재의 체계로는 부정수급 가능성이 언제나 잔존한다. 부정수급을 할 이유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제도로 변화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자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장애인이 받아야 할 활동지원의 권리가 분리되어 각각 보장되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끔 부정수급과 관련한 문의가 온다. 처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뭔가가 이상하다며 문의하는 활동지원사도 있고, 다른 사람이 부정수급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 활동지원사도 있다. 미처 모르고 부정수급에 동참한 노동자 대다수의 경우는 장애인이용자나 활동지원기관, 주변 사람들이 부정수급을 주도한 사실에 관한 증거는 없다. 부정수급 관련 상담을 할 때 더 이상 신고하라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다. 정말로 신고했다가 크게 고생하는 활동지원사를 봤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사는 정직하게 신고했지만, 임금을 환수당하고 벌금을 내고 자격을 정지당했다. 반면 장애인이용자는 수급권이 잠시 정지되었을 뿐이다. 활동지원사가 부정수급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는 없다. 일을 그만두는 이유를 밝히기도 힘들다. 자발적 퇴사로 인한 불이익은 노동자 부담이다.

다른 활동지원사가 이용자와 부정수급을 하는 것을 알게 된 활동지원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 노동자는 클린센터에 신고하자 신고를 취소하라는 활동지원기관의 전화를 받았다. 신고자를 보호한다는 클린센터를 믿지 마시라. 그저 모른 척 일하면서, 조용히 다른 일거리를 찾는 게 최선이다.

부정수급이 불가능한 제도로의 혁신이 안 된다면, 활동지원사가 부당한 일을 보면 신고라도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은 확보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부정수급 프로세스의 핵심은 부정수급에 대한 주도권이 장애인과 장애인을 지배하는 자에게 있음에도 증거는 활동지원사를 향해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부정수급을 끊어낼 수도 없고, 이를 통해 피해를 보는 활동지원사가 현장을 이탈하는 일만 늘어날 것이다.


  1.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35조(부당지급급여의 징수)↩︎

  2. 동법 제47조(벌칙) 제1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동법 제24조(활동지원기관 지정의 취소 등), 제30조(활동지원인력의 자격 취소 및 자격 정지 등)↩︎

  4. 동법 제19조(활동지원급여의 중단 또는 제한) 제1항 “1년의 범위에서 활동지원급여의 수령이나 제공 기간 등을 제한하여야 한다.”↩︎

  5. 황 씨는 한 시각 장애인을 주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각장애인이 황 씨에게 ‘거래’를 제안한 겁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자신을 돌봐주지 않아도 되고, 다른 요일에도 오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편의를 봐줄 테니 6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황 씨는 “60만 원을 주고는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고 (돌봄 대상자에게) 얘기했더니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잘리게 됐다”고 합니다. _ KBS뉴스, 2020년 12월 8일자 보도, “우리도 돌봄이 필요해요”…장애인 돌보는 ‘돌봄 노동자’,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065927 >↩︎

  6.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매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를 발표한다. 2018년부터 2023년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상시근로자 수를 살펴보면 22만 명 언저리에서 큰 변동이 없다.↩︎

2024/03/24 22:27 2024/03/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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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와 명절선물

활동지원사와 명절선물

2024-01-24


나는 소속 활동지원기관에서 지급하는 추석 선물을 며칠 전에 받아왔다. 2023년 추석의 선물을 2024년 1월이 되어서야 받아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서비스하는 장애인이용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또한 받아 전달하였다. 이것은 짐짓 간단한 사실 같지만,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누군가는 선물을 주면 감사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임금으로 받아야 할 것을 돌려서 받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상의 법정수당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명절 선물은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임금-권리로 받아야 할 돈을 돌려 시혜적 선물로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물이라면 상여금이 좋은가 상품이 좋은가? 상품이라면 어떤 상품이 좋은가? 장애인이용자에게도 선물을 준다면 그 선물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하는가? 수년째 명절 선물을 받으면서도 나는 이런 질문들을 해왔다.

활동지원사 중에는 기관에서 명절 선물도 안 준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명절 선물보다는 돈으로 줬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다. 선물에는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마음을 느끼는 것을 중히 여기는 노동자들도 있어 ’돈’으로 받는 것 보다 ’선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 중 한 분에 의하면 ’선물’로 받아야만 기관에 소속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감정은 정말 사람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달라서 ’정서’의 차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것은 결국 당사자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달리 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또 아무리 선물이 좋아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비교도 한다. 기관마다 선물이 다르면 선물을 비교하기도 한다. 선물의 시장가가 얼마이고, 어디에서 구매했으며, 자신에게 어떤 제품이 얼마나 효용이 좋은지 따지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더욱 선호하는 상품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그것은 때론 노사협의회 안건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기관에 따라 이 선물을 신념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내가 속한 센터도 그런 센터 중의 하나이다. 매번 명절선물을 진보적 장애인운동 기금 마련을 위한 명절특판에서 구매한다. 이번에 내가 받아온 선물은 2023년 전장연 추석특판 상품번호 27 델리팜잡곡 2호다. 가격은 3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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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2023 추석선물 특판 웹자보. ‘품절’ 표시된 상품이 〈2023년 전장연 추석특판 상품번호 27 델리팜잡곡 2호〉. 이미지 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 운동단체들은 운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후원주점을 열거나 수익사업을 한다. 이런 사업에 참여하는 후원자들은 질과 양을 따지지 않는다. 후원주점이나 단체 수익사업의 취지는 개최하는 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고, 참여자들은 후원하고자 하는 단체가 최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도록 최대한 호구가 될 마음으로 참여한다. 지불은 하지만 물질적 향유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 참여자의 기본 덕목이다.

그런데 그런 상품을 노동자 복지에 사용한다면 어떨까? 노동자 복지를 깎아 먹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독단에 의해 결정된다면 더욱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도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다. 나는 지난 칼럼에서도 제세공과금 명목으로 관련 단체로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이 흘러 들어감을 지적했다. 선물 구매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기관 회계상으로는 선물구매와 금액으로만 기록이 남겠지만, 특판 목적 자체가 진보적 장애인 운동 기금 마련이므로,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은 관련 단체 기금 마련에 기여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명절 선물 구매는 특정 단체 수익을 위해 수단화된 과정이고, 선물 수여는 노동자들에게 빼앗은 권리를 은폐하기 위한 은혜가 된다. 이런 사례가 모든 활동지원기관에 적용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노동자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면서도 노동자 복지를 위해서 선물을 추가로 지급하는 기관이 있다면 아주 훌륭한 기관일 것이다. 하지만 기관의 집행 세부내역에까지 공적 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이미 어떤 변주이기도 하다. 기존에 종교단체가 노동자에게 십일조를 강요해 문제가 됐다면, 이제 운동단체는 권리삭제를 은폐하고 시혜로 가장하여 신념에 기여할 것을 강제했을 뿐이다.

선물은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물을 사는 이유는 주기 위해서다. 우리 노동자들은 선물을 받으러 활동지원기관에 방문해야만 한다.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므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기관에 따라서는 장애인이용자에게도 명절선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장애인이용자가 기관에까지 방문하는 것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배달 노동은 활동지원사에게 무급노동으로 떠맡겨진다.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장보기를 시키는 사례는 너무 흔한 장애인이용자 갑질사례다. “오는 길에 XX 좀 사다 주세요.”라는 장애인이용자의 출근길 요청은 꽤 곤란하다. 사실상 이용자를 위한 장보기 노동을 수행하는데 무급으로 수행된다. 이런 요청이 잦아지면 이용자들도 미안해서 활동지원사에게 바우처 카드를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활동지원사가 이용자를 위해 마트에 들어가는 순간에 근무시작을 기록해도 정부는 ’부정수급’으로 판단하고 노동자는 범죄자가 된다. 이용자의 카드를 소지하는 것은 부정수급의 소지가 있기에 금지되고, 장애인이용자와 함께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근무기록을 하는 것은 부정수급이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기준이다.

정부가 말하는 기준은, 이용자를 만나 출근한 후에 장보기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장애인이용자와 함께 장 보기가 어렵다면 활동지원기관에 보고하고 장보기를 수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도 출근길에 무언가를 사 오라며 부탁하는 장애인이용자들은 흔하다. 출근길에 소모되는 시간은 너무 쉽게 판단되고 오는 길에 무언가를 사 오는 무급노동은 장애인이용자들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문제다.

그런데 활동지원사의 무급노동을 당연시하는 태도가 명절선물을 대하는 활동지원기관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오는 길에 XX 좀 사다 주세요” 와 “가는 길에 선물 좀 갖다주세요”는 너무 완벽하게 대칭되는 한 쌍이다. 활동지원기관의 선물전달이 활동지원사의 업무에 해당하기는 하는가? 선물 배달시간은 근무시간에 왜 해당하지 않는가? 활동지원기관들은 활동지원사에게 왜 이런 업무를 어떻게 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기관의 선물은 장애인이용자의 집으로 택배 배달을 시키는 것이 상식적이고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추석선물을 뒤늦게 받아 들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진다. 적어도 나에게 활동지원사의 명절 선물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다. 내가 이 추석선물을 3달이 지나 받아 들게 된 것도, 서류 업무와 기관 방문이 무급으로 상정된 제도적 문제, 해당 시간에 대한 유급화를 회피하는 활동지원기관의 자체 정책 결과다. 노동자로서 방문의 의무가 없으니 3달이 지나서야 물품을 수령한다. 마침 단말기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더 늦게 수령했을 수도 있다. 활동지원제도의 근간 자체가 돌봄노동자의 무급노동 위에 서 있다. 정부도 활동지원기관도 이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을까? 저항하지 않는 존재는 존중받지 못한다.

2024/01/24 22:26 2024/01/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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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 의무의 범주


활동지원사 호텔비도 지출해야 해요?

나의 이용자와 함께 타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지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런지 이용자는 나에게 숙박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하던 중에, 활동지원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초대자가 여러 가지를 물었다. 어쩌면 노동자보다 장애인이 더 친근한 초대자는 장애인이 여행하는 데 직면하는 무수한 문제에 더욱 공감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여행을 갈 때, 같이 가는 활동지원사의 호텔비까지 장애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누구나 그렇듯 장애인도 때로는 여행을 가고 싶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장애인의 여행에는 단순히 이동권 보장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8월 28일자 KBS보도에서는 장애인이 제주도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파리를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사실 조금 더 따져보자면 여기에는 몇몇 비용이 누락되어 있다. 장애인이 이동할 때 장애인만 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지원할 누군가가 동행해야 한다. 이는 활동지원사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반려인이 될 수도 있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활동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한다. 활동지원사는 자신이 먹는 식사와 관련하여 장애인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고 양성 교육에서부터 교육받는다. 그 외에  "외출동행에 소요되는 서비스 제공자의 경비 부분(공연 관람 등)은 이용자가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장애인당사자들이 재정적으로 넉넉한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활동지원사에 해당하는 비용은 활동지원사가 지불하길 요구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흔하게는 영화관람부터 동물원, 놀이동산, 드물게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족이나 반려인, 지인은 자신이 동행하는 비용을 함께 여행가는 비용으로 여길 테지만 노동자인 활동지원사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까지 멀리 일하러 가는 것인데, 일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임금이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여행지에서의 식비는 대게 물가가 비싼 경우가 많은데,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부담한다는 것은 임금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곤란한 일이다. 장애인이 여행을 결심한다는 것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옆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여행을 앞두고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환경에서의 업무강도 가중, 피로는 덤이다. 더욱 부담되는 것은 대개 활동지원사가 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여행계획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활동지원사의 책임은 아니지만, 이용자의 원망은 이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는 누군가로 대체되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에 여행을 다녀왔다는 장애인을 보면 내심 "그래서 활동지원사에게 숙박비와 교통비를 얼마만큼 부담시켰나요?"라고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도 일상적으로 장애인이용자와 영화관람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영화관람을 할 때 내가 영화를 온전히 한편을 다 관람하기는 힘들다. 장애인이용자도 활동지원사를 영화관에 동행시킬 정도면, 자신이 서비스받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눈물 콧물을 사소하게 닦아주는 것부터, 갑작스레 화장실에 같이 갈 경우까지, 아니면 정말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 갑자기 나오는 경우까지. 해당 영화관람은 나의 의사로 자유롭게 온전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 나는 장애인의 편안한 영화관람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일 뿐이지,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자는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면 나는 나중에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영화를 봐야 한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영화관에서 나에 대한 비용을 받는다는 것과 이 비용을 장애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다소 불합리하게 여겨진다.

이런 불합리함을 느끼며 나는 종종 차라리 활동지원사를 인간으로 취급해 주지 않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차라리 개 취급을 해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들은 장애인을 위한 안내 업무를 하면서 문화시설에 대한 출입료가 징수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출입금지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인 것이 인정된다면, 활동지원사에 대한 출입금지 혹은 비용에 대한 부과는 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

나는 이 글에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이 모든 차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사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장애인이용자들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하고 금지되어야 한다. 서비스제공자가 장애인과 동행하는 사람에 대한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큰 범주에서 장애인차별로 인정되고 금지되어야 한다.

2023/11/23 22:23 2023/11/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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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화폐중심적 사유와 차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화폐중심적 사유와 차별

2023-10-08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이 연휴 후유증을 겪는다. 총 6일간의 연휴가 있다 보니 다시 업무에 돌입하기가 힘든가 보다. 2023년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은 벌써 내후년 명절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2025년 추석은 7일의 연휴라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 직장인들이 그토록 환호하는 연휴에도 장애인은 고통스러워한다. 일단 활동지원사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절을 가족과 보내야 해서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들은 명절에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들고, 다행스럽게도 구한다 하더라도 바우처 소비가 더욱 많아져 고통스러워한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활동지원 바우처 소비가 많아져 명절을 싫어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일견 낯설어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2011년부터 법제화되어 시행되었고, 2011년 이전까지 ’월 단위 시간’으로 보장되던 활동지원이 ’월 단위 금액’으로 환산되어 표시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야간과 휴일에 소비되는 바우처 수가가 주간보다 1천 원 많이 소모되도록 변화되었고,1 2013년 8월 1일부터는 휴일/야간의 경우 주간 대비 150%의 수가가 소비되도록 변경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시간’에서 ’돈’처럼 금액 단위로 표기하고 야간이나 휴일 시기에 따라 소모되는 양을 변화시키는 방식이 장애인들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다가오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10월 2일처럼 대통령이 갑자기 임시공휴일을 지정이라도 하는 일이 생기면, 그날의 바우처 소비는 150%로 증가하게 된다. 관공서 공휴일을 많은 사람이 유급휴일로 누리지만, 이를 누릴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차별을 겪는 것처럼, 장애인이 쓸 수 있는 활동지원 시간은 줄어들게 되어 실질적 손해로 이어지게 되니, 나로서는 이러한 것도 차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사실 꼭 명절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주간에 활동지원을 쓰는지 야간에 활동지원을 쓰는지에 따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변동된다. 장애인 중에는 야간에 특히 활동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체위 변경이 필수적인 사람들, 수면 중 호흡기 상태를 옆에서 누군가가 관찰해야 하는 장애인들 등. 오히려 야간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야간에 서비스를 쓸수록, 지원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의 총량이 줄어들게 된다.

‘시간’에서 ‘금액’으로의 변화는 전 국가적으로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중앙정부는 사회보장정보원을 통한 사회서비스 바우처 전산관리를 점차로 확대하기 시작했고, 기초단위에서 추가로 지원되던 활동지원시간도 ‘시간’ 보장에서 ‘금액’ 보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 확대 과정에서도 얼마간의 갈등은 있었다. 적어도 기초추가지원의 경우 밤에 쓰건 낮에 쓰건 휴일에 쓰건, 일정 ’시간’을 보장받던 장애인들은 자신의 시간이 줄어든 것을 체감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투쟁한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지원 시간을 늘려줌으로써 변화에 대한 완충을 기했지만, 당사자들이 투쟁하지 않거나 못했던 지역의 경우 주간수가를 기준으로 ’금액’을 보장받았다.

시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되돌려도 ‘월 단위’ 시간이라는 점이 장애인의 삶을 불안하게 한다. 2월처럼 한 달이 28일인 경우 보장받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만, 한 달이 31일인 경우는 또 다르다.

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가장 심각한 모순점 중 하나가 장애인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정부의 예산중심적 시각으로 획일화하는 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공공재 성격을 가진다면, 주간이건 야간이건 공휴일이건 월간이건 일정한 수준이 꾸준하게 공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장애인에게 현재처럼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적어도 일정 일수를 주기로) 활동지원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하고, 금액이 아니라 시간으로 활동지원 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활동지원사 노동자 권리 보장 기준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준과는 별도로 구분되어 예산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2011년까지는 주간-휴일-야간의 경우 서비스 제공 수가가 일괄 6,000원이었다. 활동지원사에게도 야간-휴일 수당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자 정부는 2012년부터 주간수가는 8,300원, 야간-휴일의 경우 9,300원으로 변경하였다. 그마저도 4시간까지만 적용되었다.↩︎

2023/10/08 22:21 2023/10/0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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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가된 돌봄과 엄벌주의


공격성향의 돌봄 대상 - 교육도 지원도 없이

나는 A를 B와 함께 만났다. A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B는 A의 보호자다. B는 A에게 필요한 일을 나에게 지시했다. 내가 밥과 물을 차려주면 A는 알아서 먹었다. 때로는 A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A는 보조기기 없이도 잘 다녔고, 집 바깥 화장실을 좋아했다. 우리는 종종 집 인근 공원의 화장실에 오갔다. A는 대소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해 줄 필요가 없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을 깨물기도 해 문제였다. A에게는 손발톱 깎기, 목욕이 필요했고, A는 그 과정에서 나에게 공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서비스를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B는 A를 목욕시키라고 했다. A는 목욕을 싫어하는 듯했고, 목욕을 거부하며 나를 깨물려 했다. 자칫했다간 내가 물릴 판이었다. 결국, 나는 A의 머리를 밀치고 목덜미를 잡은 채 몇 대 쥐어박았다. A는 공포에 떨며 몸 씻김을 당했다. 깔끔해진 A를 보며 B는 만족했다. B는 다소 폭력이 있었음을 알았지만, 같이 살려면 어쩔 수 없다며 묵인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A는 장애인 B씨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나는 개를 키워본 적이 없고, 개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받아본 적이 없다. 반려동물이 대중화된 만큼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장애인도 많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도 현실적 업무로 활동지원사에게 떠넘겨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침은 물론이고 교육은 전무하다. 돌이켜보면, 반려견이 조금은 더 편안해할 목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먼저 반려견과 내가 친해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누군가가 반려견의 행동을 살피고 헤아리는 방법, 반려견의 공격행동을 대처하는 방법, 이러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반려견의 개별적 특성도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개 전문가를 붙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그저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갈 뿐이고, 장애인 이용자가 요구하면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체장애인과 구분되는 발달장애인 지원 방법

이는 반려동물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활동지원사들은 종종 발달장애인의 지원에 관해 어려움을 토로한다. 활동지원사들은 실질적인 매뉴얼이 없다고 호소한다. 신체장애인은 그들의 지시대로 업무를 수행하면 되지만 발달장애인은 같지 않다.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방법은 애초부터 장애인의 의사에 따르지 않는다. 활동지원사는 발달장애인을 부모 혹은 그에 준하는 주변 사람과 함께 만난다. 활동지원사의 서비스 내용은 장애인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에 의해 결정된다. 활동지원사는 첫 만남에서 발달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실질적인 업무지시는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해당 활동지원사에게 서비스를 받을지 중단할지에 대한 결정도 보호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보호자가 요청하는 서비스 내용에는 당사자에게 통제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보호자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소위 인권적이라 할 만한 서비스를 요구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사실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발달장애인의 모든 행위에 대해 보호자가 책임을 져 준다면, 활동지원사는 발달장애인을 통제할 이유가 없다.

발달장애인과 활동지원사는 관계를 미리 형성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특별한 교육이나 지침도 없고, 개별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보호자들은 개별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정리하여 활동지원사에게 전달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고, 활동지원인력이 서비스 제공을 꺼릴 사유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발달장애인에게 공격당한 활동지원사가 산재보험을 신청하려 해도 혹여나 자신의 자녀가 어려운 이용자로 소문날까 두려워한 부모의 만류로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환상

국가는 장애를 통제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장애라 규정하고 줄 세우지만, 장애 내부의 차이는 비장애와 장애의 차이보다 크다. 나는 솔직히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할 때, 비장애인과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형성된 자기결정권 패러다임을 발달장애인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겉으로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도 않고, 활동지원사에게 그렇게 가르치지도 않고, 그렇게 지시하지도 않는다.

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는 신체장애인을 지원할 때에는 강조되지 않는 보호, 그리고 그 보호와 구분되지 않는 통제가 요청되기도 한다. 언어장애인과의 소통에는 언어장애를 고려하여 천천히 반복적으로 신중하게 인내심을 갖고 듣는 것이 강조되지만,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에는 장애인이 말을 잘 듣도록 위한 스킬이 강조된다.

활동지원사 양성교육 교재를 보자. 활동지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해당 교재로 교육을 받는다. 발달장애인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자기결정권 부여”하라면서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인정은 바람직하지 않다”[1]고 말한다. 존중받을 사안과 존중받지 않아야 할 사안을 타인이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존중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한편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문제가 제기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해서는 신체적 개입, 공간적 분리 조치가 가능한 것으로 언급한다.

③ 위기단계

이 단계에서는 이용자의 감정 상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도전적 행동이 발생한다. 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의 도전적 행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고, 도전적 행동의 발생 상황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모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이용자나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신체적 개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손목잡기 등의 직접적 신체 접촉을 통한 개입이나 격리·문 잠그기 등의 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공간적 개입과 같은 유형이 있다. 다만 신체적 개입에 대해 이용자의 인권을 보호 및 존중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 시간이 소요되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발간,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교재, 2021년 12월 발행판, 139쪽. 강조 필자.

이러한 조치 이전에 제시하고 있는 절차는 관련된 사람들과의 논의가 전부다.

발생 전과 후에 이르기까지 활동지원사의 역할을 확인하고, 특히 신체적 개입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당사자, 활동지원사, 보호자와 가족, 활동지원 제공기관의 소통 과정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지원 과정에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이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발간,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교재, 2021년 12월 발행판, 137쪽. 강조 필자.

보호자로부터 허락받은 신체 구속과 감금은 정당할까

활동지원사 양성교육 교재에서는 “당사자, 활동지원사, 보호자와 가족, 활동지원 제공기관”이 소통하여 사전에 정하고 소통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되어 있다. 당사자는 동의·부동의 여부를 표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가 활동지원기관을 선택하므로 활동지원기관의 영향력이란 크지 않다. 활동지원기관은 기관대로 사례별로 촘촘히 지원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결국, 앞서 말한 대로 서비스 내용은 보호자에 의해 결정되고, 앞서 언급된 “신체 접촉을 통한 개입”과 “공간적 개입”은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아니면 보호자마저 방임하여 활동지원사가 전적으로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보호자도 장애인을 학대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2019년 7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양성교육 교재에서는 도전행동에 대한 명시 자체가 없었다. 2019년 12월 대전에서는 친모와 활동지원사가 지적장애인을 수시로 화장실에 가두고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2] 장애인 구속을 위해 개 목걸이가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있은 얼마 후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한 신체적·공간적 개입을 새로이 명시하는 양성교육 교재가 2021년 12월에 발행되었다. 정부는 개별 사건을 일탈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데에 급급하다.

피할 수 없는 구체적 돌봄, 국가의 역할

신체장애인에게 신체 구속과 감금이 이루어졌다면, 장애인 학대로 판단될 것이다. 비장애인에게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형법상 범죄로 판단될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신체장애인 또는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된다면, 마찬가지로 판단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공적 지원체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 돌발행동에 대한 통제도 공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체 통제가 사인의 판단에 의해, 사인의 물리력 행사에 의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학대 등 여러 사건의 싹은 아닐까 생각한다. 차별적 교육을 받은 종사자가 학대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적은 아닐까. 교재에서 말하는 ‘최후의 수단’, ‘최소한의 시간’은 정말 최후이고 최소한일까. 그 판단에 대한 보증은 누가 하는가? 이러한 판단을 사인에게만, 그것도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의 활동지원사에게 맡겨두는 것은 옳은가.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대함에 있어 국가 공권의 사용마저 아까워하는 사회는 아닐까.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체 통제가 정말로 ‘최후의 수단’, ‘최소한의 시간’ 만큼 필요하다면 비장애인에게 그러한 것처럼 사법절차와 공권력에 의해서만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국가가 행할 판단을 어정쩡하게 돌봄노동자에게 전가하고, 학대라며 비난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매뉴얼과 지원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1.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발간,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교재〉, 2021년 12월 발행판, 132쪽.
  2. 연합뉴스, 지적장애인 빨랫방망이로 때려 숨지게 한 활동지원사 징역 17년, <https://www.yna.co.kr/view/AKR20200618115100063>, 2020-06-18
2023/08/25 01:52 2023/08/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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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이 하는 요리

어느 날 일요일 아침이다. 출근하니 장애인 이용자가 친구의 집들이를 간다고 했다. 각자가 요리를 조금씩 준비하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를 하기로 했다며, 오늘은 자신이 궁중떡볶이를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용자는 양손을 쓸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나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궁중 떡볶이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궁중 떡볶이를 하게 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러자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이 다닌 야학에서는 활동지원사가 한 것도 자기가 한 거라고 배웠다고 한다. 아니 활동지원사가 한 게 어떻게 자기가 한 게 되는가? 이제 이용자가 나를 냉장고로 이끈다. 냉장고에는 양념 된 고기와 썰어진 야채들이 준비되어 있다. “오~ 많이 준비해 뒀네요?”라고, 감탄하니, “내가 준비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또 한 번 웃는다. 그럴 리가.

이제 재료를 조리 판 위에 놓는다. 재료 투입에도 순서가 있다. 이용자는 이것저것 지시한다. 불을 강하게 하랬다가 약하게 하랬다가, 식재료를 저기로 치워 두랬다가 이제는 넣으라 했다가.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 다년간의 활동지원 경력으로 나의 판단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이 요리는 내가 한 것이 아니고, 내 책임도 아니다. 요리 과정에 의견을 내는 것이 장애인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망친 요리는 더러운 맛으로 이용자의 혀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장애인은 실패할 권리가 있고, 실패 또한 자립생활의 한 부분이다.

미리 식재료를 준비해 둔 탓일까? 장보기와 밑손질 시간이 들지 않으니 비교적 빠르게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집들이에 참석할 다수의 인원을 생각해 양이 아주 푸짐하다. 요리를 마치자 때마침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난다. 비보다. 집들이 참석 인원 중 한 명이 아파 다른 날로 집들이 일정을 수정하겠다는 소식이다.

이용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 많은 음식을 어떡할지 고민이다. 잠시간 고민을 하더니 어머니에게 가자고 한다. 어차피 떡볶이 양이 많아 버리게 될 것이 뻔하니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자고 한다. 장콜을 부르고, 기다리고, 차가 오고, 짐을 싣고, 어머니 집으로 간다.

어머니 집에 가니 이용자의 동생도 있다. 이 궁중 떡볶이는 누가 했냐고 묻는다. 이용자가 옆에서 “내가 했다.”고 말한다. 동생이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몇 개 집어 먹더니 맛이 없다고 말한다.

이용자와 나는 다시 이용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남아있는 궁중떡볶이를 같이 먹는다. 양념이 조금 밍밍한 편이나 썩 나쁘지는 않다. 떡볶이를 먹으며 하루를 돌아본다. 장애인이용자는 요리를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요리의 절차를 고민하고 숙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온전히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인지 노동의 배분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전체 과정을 여럿의 활동지원사에게 분배했다. 과정이 세분화 될 수록 활동지원사는 전체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아이폰 뒷면의 문구를 변용하자면 궁중떡볶이 뒷면에는 이렇게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Designed by 장애인 김모씨 in Korea, Processed by 김모씨의 활동지원사들. 동생이 맛이 없다 하던 그 말도 떠오른다. 나는 이 평가로부터 자유로운가. 자유로우면 좋은 것인가. 그 자유는 자유인가 소외인가.

2023/06/21 01:41 2023/06/2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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