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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5 저는 중증장애인을 선호합니다. 아비
2014/07/28 2014.08.23. 전국 활동보조인 노동조합 주최 토론회, 최저임금의 상승과 활동보조인의 임금의 상관관계, 발제문 아비
2014/06/30 저는 차등수가제를 반대합니다. 아비
2014/06/16 활동보조인의 풍경 - 장애등급제 폐지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아비
2013/10/30 고용 불안정, 수급 불안정, 인력 부족, 아비
2013/09/24 20130907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주최, 《장애인활동보조인 노동시간 제한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발문 아비
2013/08/07 폭행과 직접지급제도 아비
2013/03/21 현장인문학 ‘모두를 위한 장애학’ 마지막 쫑파티 발표문 아비
2013/02/12 봉사자, 특수 노동자, 일반 노동자 아비
2011/12/08 ## 2011.12.06. 에 있었던 일에 관한 활보일기 아비

저는 중증장애인을 선호합니다.

‘차등수가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음. 추적하자면 아마도 배성근씨의 사례를 소개하는 2015년 2월 6일 기사가 본격적 주장의 시작이었던 듯하다. 최중증장애인을 활동보조인이 기피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해결방안을 말하는 칼럼이 게시됨. 이는 급기야 KBS 뉴스에 나오기도 함. 중증장애인을 활동보조의 사각지대로 여기는 에이블뉴스 기사가 올라옴. 급기야 노동자의 도덕성을 언급하는 칼럼까지 게재. 연합회 컨퍼런스, 보건복지부에 차등수가제를 도입할 것을 압박하는 내용.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까지 이미 완료.

이에 대한 대응 기고를 에이블뉴스에 하였음. 하지만 글이 길다는 이유로 반려되었고, 에이블뉴스 측에서 요구하는 분량으로 줄여서 기고하였음. 에이블뉴스 측에서 편집까지 마치고 최종적으로 출판된 내용물은 이것. 지금부터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일종의 감독판.

제목
저는 중증장애인을 선호합니다.
작성일시
2015-03-05

들어가며

최근 활동보조인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주장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보조인 중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인언론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전파되는가 하더니 공중파 언론[1]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몇 가지 분리해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➀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인식이 있습니다. 다음에 ➁활동보조인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며 경증장애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원인판단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➂중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에게 경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책주장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인식에는 절반 동의하지만, 그것이 활동보조인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원인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에게 조금 더 많은 임금을 준다고 해서 이러한 사태가 해결되리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 글은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많은 활동보조인이 중증장애인을 활동보조 할 수 없기 때문에 활동보조하지 못하는 것이지 기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중증장애인을 활동보조 할 수 있는 인력들은 오히려 중증장애인을 선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2011년부터 활동보조인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장애등급 1급, 판정점수 1급의 장애인 이용자를 활동보조 하고 있습니다.

구급대원 3명과 활동보조인 1명

기사화된 배성근 씨의 경우를 우선 살펴봅시다. 배성근 씨는 목뼈를 다친 척수장애인입니다. 활동보조인인 저로서 전문적인 소견까지는 모르겠으나 척수손상 장애인의 경우 다른 유형의 장애인보다 낙상에 취약하며 그를 옮기는 데에는 보다 깊은 주의가 요구되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척수장애인을 활동보조 한 적이 있었는데, 이용자의 몸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편에 속했음에도 신체이동보조 등에 있어서 이용자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를 보조하는 데 많은 힘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격한 노동은 활동보조인 1인에게 온전히 맡겨집니다. 저는 그래서 방송 중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급대원 3명이 와서야 겨우 자세를 바꾸고 빵으로 끼니를 대신합니다.”

배성근 씨를 활동보조했던 활동보조인은 “구급대원 3명이 와서야” 가능했던 체위변경을 혼자서 해왔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구급대원들의 미숙함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강도 높은 노동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남성만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인식이 아니라 그들의 육체적 조건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성 활동보조인에게 배성근 씨를 맡아줄 수 있겠냐 물으면 대부분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해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육체적 조건이 배성근 씨를 감당하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제약됩니다. 배성근 씨는 건장한 남성 활동보조인을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성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남성 활동보조인과 여성 활동보조인의 비율이 1:9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이미 에이블뉴스 기사[2]에서도 다루어진 바가 있습니다. 그마저도 퇴직남성 혹은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남성 활동보조인을 구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의 문제가 남습니다. 비록 남성 활동보조라 하더라도 이러한 격무에 장시간 노출되면 활동보조인이 다칠 우려는 물론이고 장애인이용자가 다칠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 중증장애인이 남성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여성 중증장애인은 성적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중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들에게 조금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을 담당하는 여성 활동보조인이 임금을 조금 더 받는다고 해서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일은 현실에는 없습니다.

경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쉬운가?

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는 주장에는 활동보조인이 경증장애인을 선호한다는 상대적인 주장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가요? 활동보조인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하기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다면, 활동보조인들이 경증장애인을 선호하므로 경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쉽다는 결론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경증장애인 또한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만나는 활동보조인들은 대부분 40~50대 여성입니다. 간혹 중년 남성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활동보조인 외에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노동강도가 아닙니다. 자신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수입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이 같은 고려는 중개기관에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매칭할 때도 드러납니다. 활동보조인이 중개기관에 방문하면, 근무 가능한 시간과 한 달에 최소 몇 시간의 근무를 원하는지 묻습니다. 하지만 경증장애인 한 사람만 맡아서는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수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활동보조인은 여러 명의 이용자를 두기 위해 여러 센터에 등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 입장에서 이것은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경증장애인들이 자신이 정말로 필요한 시간에 활동보조인을 쓴다고 할 경우, 대개 그러한 시간은 특정 시간에 집중되어 있어 여러 명의 이용자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혹 시간을 맞추어 여러 명의 이용자와 매칭된다 하더라도 이용자와 이용자 사이에 이동하는 시간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동하는 시간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증 장애인을 기피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활동보조인 입장에서 부불노동인 이용자와 이용자 사이의 이동시간은 없어야만 하는 노동이지요. 한 명의 경증 이용자만으로는 생활하는데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없고, 여러 명의 경증 이용자를 활동보조하면 부불노동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활동보조인이라는 직업을 주업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여기는 인원들만 경증 장애인을 활동보조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일자리 자체의 일시적 성격은 그대로 경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데 불안정함을 초래합니다. 잠시 하다 떠날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책임감과 도덕성을 지닐 사람은 몇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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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 지금 활동보조인이 없어요. 130시간의 애매함에 오래 하는 사람이 없어서 지쳤어요.”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들다는 인식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경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쉽다는 말이라면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가며 돈을 버는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육체적 조건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중증장애인을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바우처를 적게 지급받는 경증장애인일수록 적은 시간 안에 자신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며, 다르게 말하면 노동강도가 높으며, 이용자와 이용자 간 이동하는 부불노동 시간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들다는 인식은 반쪽짜리 사실이며,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바우처가 많은 중증장애인이 오히려 선호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편에서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중증장애인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 사이에서도 중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들의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하니까요. 하지만 저로서는 이러한 주장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 차원에서는 차등수가제(중증장애인 담당 활동보조인에게 임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가 저에게 이익입니다. 왜냐하면, 저 또한 중증장애인을 담당하는 활동보조인이니까요. 하지만 중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 일부 개인의 이익이 증대된다는 사실과 활동보조인 인력수급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는 별도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일부 활동보조인들의 이러한 요구가 활동보조인 전반의 임금상승 요구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안들

만약 배성근 씨에게 체위변경 침대나 견인기구가 보장구로 지급된다면 어땠을까요? 보장구는 장애인 입장에서 활동을 도와주는 기구일 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동을 도와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중증장애인 여성의 경우 견인기를 대여하여 여성 활동보조인이 활동보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전 문제는 물론 성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입니다. 보장구가 제대로 지급된다면 활동보조인이 중증장애인을 맡을 수 없는 육체적 조건이라는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바우처 적은 경증장애인을 활동보조인들이 기피한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특히 보장구가 활동보조인의 노동도구라는 지점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현행 제도에서 보장하고 있는 2인 활동보조 제도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배성근 씨의 경우에 활동보조인 2명이 담당한다면 과연 그를 담당할 인력이 없기만 할지 궁금합니다. 활동보조인의 안전, 그리고 장애인 이용자의 안전을 생각하면, 중증장애인의 경우 보다 많은 인력이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 2인 활동보조인 제도는 유명무실합니다. 이용자에게는 보다 많은 바우처를 소모하도록 하며, 활동보조인에게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지급하기에 장애인 이용자는 물론 활동보조인 모두 기피하는 제도입니다.[3] 거기에다 하루 3시간으로 제한됩니다. 중개기관의 허락을 구해야 하며, 중개기관 입장에서는 서류처리가 더욱 많아져 번거롭기만 할 뿐이지요.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이용자가 2인 활동지원을 받더라도 바우처를 더 소모하지 말아야 하며, 2인 활보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인의 임금을 깎지 않아야 합니다.

총체적 노동조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때

저는 활동보조인의 수급 문제를 활동보조를 제공받는 장애인의 장애 정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활동보조인 수급 문제는 중증장애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활동보조인 전반의 노동조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노동 강도가 강해진다는 인식은 올바른 인과를 가지지 않습니다. 장애를 설명함에 있어 의학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이 제시됩니다. 의학적 모델은 장애를 하나의 질병으로 여기고 그것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뿐이고, 사회적 모델은 장애가 장애로 여겨지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변혁에 초점을 맞춥니다. 장애를 설명하는 이 두 모델 모두, 우리가 몸으로 직접 부대끼는 장애인의 구체적 욕구와 그에 따라 활동보조인이 제공해야하는 급부를 설명해내지는 못합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는 의학적, 사회적 모델로는 설명되지 못하며 그를 둘러싼 문화적 역사적 개인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인의 욕구를 판단한다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능적 차원에서만 판명되는 현재의 활동보조 판정 기준은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를 알 수 없습니다. 활동보조인의 노동 강도는 이용자의 장애에 영향을 받기보다 복잡하게 구성된 장애인의 욕구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장애는 그 욕구를 구성하는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시설에서 갓 나와 별다른 욕구를 갖지 않으며, 자신의 전동휠체어에 누워 먹고 자기만 하는 중증장애인과 매주 이불빨래를 요구하는 경증장애인 중, 누가 더 노동 강도가 강할지는 명백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장애인의 입장은 고려치 않으며 너무 활동보조인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말씀하실 법도 합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력 수급에 있어서의 진정한 문제이자 질문은 장애인을 향해 있지 않습니다. 활동보조를 하고 있지 않은 수많은 비장애인들, 활동보조를 그만두는 활동보조인들을 향해 있습니다. 왜 그들이 활동보조를 하지 않는지, 왜 활동보조를 그만두는지, 왜 활동보조인이 매력적인 직업이 되지 못하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에게 활동보조인이라는 직업은 열악한 직업이며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직업입니다. 장애인 이용자들로부터 성토되는 활동보조인의 무책임성과 비도덕성, 수급 불안정성은 활동보조인이라는 일자리의 열악함에서 기인합니다. 활동보조인 수급 문제는 장애인의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활동보조인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저는 활동보조인 수급 문제를 중증장애인만이 겪는 특별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활동보조인 노동조건은 더는 바닥을 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수해야만 하는 40시간의 교육, 10시간의 무급실습, 10만 원의 교육비, 절대 가볍지 않은 건강검진비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초기비용을 요구합니다.[4] 점차로 드물어지는 대학생 활동보조인은 이를 반영하듯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휴수당 연차수당은 물론이거니와 초과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은 주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휴일에 근무한다 하더라도 앞선 근무자가 8시간을 결제하면, 초과근무수당은 받지도 못합니다. 2015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중개기관들이 노무관리의 어려움에 골머리를 썩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는 중개기관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은 열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의 현실만을 두드러지게 문제화하는 것은 경증장애인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측면에서, 활동보조인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측면에서 반만 눈을 뜬 시선일 뿐입니다.


  1. KBS 뉴스9, 2015년 3월 2일 방송, 중증장애인 두 번 울리는 ‘활동지원제’ … 이유는?,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29026>
  2. 에이블 뉴스, 2013년 7월 19일 기사, 답답한 활동보조인 남녀 성비 ‘불균형’,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2&NewsCode=002220130718175723013106>
  3. 2015년 활동보조인이 1시간 근무할 경우 중개기관으로 8,810원이 지급됩니다.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 중 75%(6,608원)가 활동보조인의 임금으로 지급됩니다. 2인이 활동보조를 할 경우 이 임금의 75%(4,956원)가 임금으로 책정됩니다. 이는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에 못 미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2인 활동보조를 이용할 시 1.5배의 바우처(13,215원)를 소진하기 때문에 이용을 기피합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이용될 수 없는 제도이지요.
  4. 40시간의 교육과 10시간의 무급실습을 계산하면 50시간이 듭니다. 이를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279,000원입니다. 거기에 교육비용 10만 원과 건강검진비 대략 6만 원을 더하면, 43만 원의 초기비용이 듭니다. 제도시행 초기에는 교육비용을 활동보조인이 부담하지 않았으나, 점차로 부담하는 액수가 늘어나 현재는 10만 원 전액을 활동보조인이 부담합니다.
2015/03/05 20:56 2015/03/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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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3. 전국 활동보조인 노동조합 주최 토론회, 최저임금의 상승과 활동보조인의 임금의 상관관계, 발제문

20140823 by DeokKyu Jeon

2014-08-23 전국 활동보조인 노동조합 주최 토론회, 최저임금의 상승과 활동보조인 임금의 상관관계, 발제문

제목
그들이 170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는 이유
작성자
전덕규

예산과 서비스 확대에 밀려나는 노동자의 권리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게 된 데에 여러 요인이 있었겠으나, 크게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로 강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날로 심해지는 실업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가 주목한 것이다.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주요한 문제였고,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활동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가 주요한 문제였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중간적 역할을 하는 행위자들. 즉, 중개기관과 노동자가 직면하는 과제와 권리는 정부와 이용자가 각각 우선으로 생각하는 선결 과제로부터 밀려났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하 활보노조)과 보건복지부는 2014년 6월 26일 간담회를 가졌다.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수가가 언제 얼마나 인상되는지가 가장 관심 가는 문제이다. 보건복지부는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로[1] 수가 인상이 쉽지 않음을 피력했다. 이러한 태도는 활동지원제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속된 일관된 태도와 가치평가를 드러낸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여겨지는 가치이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난다.

이렇게 밀려난 노동자들의 권리가 가장 극적으로 표출되는 현상이 ‘노동시간제한’이다. 현행 활동지원제도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가 미비하다. 장애인이용자의 권리와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은 각기 다른 원칙과 가치에 근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장애인이용자가 사용하는 시간당 바우처로 일괄적으로 계산된다. 이렇게 미비한데도 중개기관은 노동관계 법령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의 노동권과 관련된 제반 법규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연유로 중개기관들은 법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활동보조인의 근로계약서는 매번 해가 바뀔 때마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맞추어 재작성 된다.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도 수당을 보전할 수 없기에 중개기관들은 20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현재 일부 중개기관은 208시간을 넘어 17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2] 활동보조인은 노동시간 제한의 결과로 자신의 월급이 내려가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다소 괴이한 결론이 도출된다.

활동보조인의 임금체계

각 중개기관이 노동시간을 208시간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활보노조에서 이미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중개기관과 정부부처에 문의한 결과 근로기준법 때문에 208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3] 중개기관이 노동시간을 208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현행 수가로는 208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의 수당을 보전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노동자의 권리와 포괄임금제, 활동보조인들이 받는 수당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활동보조인은 실질적으로 시급 노동자이다. 활동보조인의 월급은 일한 시간에 시간당 지급되는 바우처 8,550원의 75%(6,412.5원) 이상을 곱하여 결정된다. 중개기관은 바우처의 25% 미만을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중개기관들 또한 운영상의 문제로 대부분 25%를 취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으로 활동보조인의 시급은 6,412.5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중개기관에 지급하는 돈은 활동보조인이 일한 시간에 시간당 바우처 8,550원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므로 시간당 임금 외에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주휴수당[4]이나 초과근무수당[5], 연차수당[6], 퇴직금[7]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그래서 중개기관들은 활동보조인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기본급을 최저임금으로 정하고 수당을 활동보조 수가(중개기관 수수료를 제외한)와 최저임금 사이의 차액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퇴직금은 중개수수료 25% 내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연차수당은 대체로 지급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현행 활동보조인 제도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까닭이다. 단지 고려가 부족한 것을 넘어서 근로기준법조차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활동보조인 배씨의 월급을 찾아서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활동보조인 배씨의 월급을 추적해보자. 시기는 2014년 7월, 배씨는 그가 소속한 탁월한 중개기관의 적확한 조율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칼퇴근하며 주 5일 근무하는 안정된 노동을 하고 있다. 하루 9시간을 근무하기에 하루 중 1시간이 연장근로[8]에 해당하나 현행 활동보조인 제도는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와 휴일근로(일요일 및 공휴일)만을 고려하여 150% 수가를 지급하고 있는 고로, 배씨는 연장근로를 하였음에도 실질적으로 수당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배씨의 임금은 자신이 일한 시간에 6,412.5원을 일률적으로 곱한 금액이 그의 월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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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2014년 7월 달력

배씨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31일) 중 토요일과 일요일(8일)을 제한 날수가 그가 근무한 날수(23일)가 된다.

배씨의 세전 월급 : 6,412.5원 × 9시간 × 23일 = 1,327,387.5원

하지만 중개기관들은 배씨의 기본급을 6,412.5원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우리의 근로 계약서상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맞추어져 5,210원(2014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여기에 초과근무수당과 주휴수당을 더해보자.

배씨의 기본급[9] ₩5,210 8시간 23일 ₩958,640
연장근로수당(150%) ₩7,815 1시간 23일 ₩179,745
주휴수당[10]
(1일 소정임금*4주)
₩41,680 4일 ₩166,720
기본급 + 연장, 주휴수당 ₩1,305,105
참고 2 배씨가 일한 부분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최저임금과 연장근로, 주휴수당을 반영한 월급

배씨가 일한 만큼을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최저기준에 맞추어 임금을 지급할 경우 1,305,105원이 된다. 우리가 실제로 받는 세전의 금액은 1,327,387.5원이다. 최저임금에서 22,282.5원을 더 받는다.

1,327,387.5원– 1,305,105원 = 22,282.5원
실 월급(세전) - 최저임금에 연장, 주휴수당을 더한 금액 = 차액
참고 3 2014년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월급과 배씨 월급의 차액

수당이 적용되는 시간은 일한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중개기관에서는 활동보조인의 근무시간을 제한하게 된다. 5,210원의 1.5배는 7,815원이므로 활동보조인이 받는 6,412.5원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배씨가 7월 한 달 동안 일한 시간은 23일 × 9시간 = 207시간으로, 중개기관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208시간 노동시간제한에 근접한다. 이를 그래프로 보면 아래와 같다.[11]

그림 1 배씨의 1일 근무시간별 실 월급과 최저임금의 차액
그림 1 배씨의 1일 근무시간별 실 월급과 최저임금의 차액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활동보조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2015년 최저임금이 370원 인상된 5,580원으로 확정되었다. 많은 아르바이트 종사자들이 최저임금이 올랐다며 좋아할 때에도 활동보조인들은 그것을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보건복지부가 현실적으로 수가 인상이 어려움을 밝힌 현실에서 활동보조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더 강화된 노동시간 제한과 낮아지는 월급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2015년이 되면 배씨는 2014년과 같이 일할 수가 없다. 2014년의 수가가 2015년에도 동결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배씨에게 최저임금과 연장, 주휴수당을 적용시켜 보자.

배씨의 기본급 ₩5,580 8시간 23일 ₩1,026,720
연장근로수당(150%) ₩8,370 1시간 23일 ₩192,510
주휴수당
(1일 소정임금*4주)
₩44,640 4일 ₩178,560
기본급 + 연장, 주휴수당 ₩1,397,790
참고 4 배씨에게 2015년 최저임금을 적용시켰을 경우

2015년 최저임금을 적용한 기본급과 연장, 주휴수당을 합하면 1,397,790원이 된다. 2014년 1,305,105원에 비하면 92,685원이 올랐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의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수가는 동결되었다.

1,327,387.5원 – 1,397,790원 = - 70,402.5원
실 월급(세전) - 최저임금에 연장, 주휴수당을 더한 금액 = 차액
참고 5 2015년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월급과 배씨 월급의 차액

차액이 마이너스가 되었다. 결국, 중개기관들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 더욱 강화된 노동시간 제한을 시행하게 된다. 중개기관은 배씨에게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압박한다. 계속해서 압박하여 배씨는 결국 하루에 3시간 활동보조를 하게 되었다. 하루에 8시간을 넘지 않는 노동시간이기 때문에 연장수당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1주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이 되기 때문에 주휴수당 지급 대상이다. 결국, 배씨는 4주의 근무기간 중 하루는 2시간을 활동보조 함으로써 주 소정근로시간을 15시간미만으로 맞추었다. 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에 해당되어 주휴수당 적용이 제외된다. 중개기관들은 수당을 보전할 수 없자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근로시간을 제한하기에 이른 것이다. 주휴수당이 발생하는 1일 3시간의 근로를 가정하고 계산할 경우, 최저임금보다 적은 활동보조인의 임금을 확인할 수 있다.

수가 기준 ₩6,412.50 3시간 23일 ₩442,462.50
배씨의 기본급 ₩5,580 3시간 23일 ₩385,020.00
연장근로수당(150%) ₩8,370 0시간 0일 ₩0.00
주휴수당(1일 소정임금*4주) ₩16,740 4일 ₩66,960.00
기본급 + 연장, 주휴수당 ₩451,980.00
참고 6 2015년에 하루 세 시간 근무를 가정할 경우
442,462.5원 – 451,980원 = -₩9,517.5
실월급(세전) -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더한 금액 = 차액
참고 7 2015년 하루 세 시간 근무를 가정할 경우 차액
그림 2 2015년 최저임금을 적용시켰을 경우 1일 근무시간별 실 월급과 최저임금의 차액
그림 2 2015년 최저임금을 적용시켰을 경우 1일 근무시간별 실 월급과 최저임금의 차액

이제 활동보조인 배씨는 생계가 막막하다. 45만원도 안 되는 임금으로는[12] 혼자 살기도 빠듯하다. 결국, 배씨는 중개기관에 이중 삼중으로 등록하여 여러 이용자를 맡으며 일을 하지만, 이용자와 이용자 사이를 오가는 교통비는 물론이거니와 오가는 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도 않아 곤란함을 겪는다. 실질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수당을 받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소속 중개기관을 여러 곳으로 찢어놓은 까닭에 이를 받지 못한다. 결국, 배씨는 활동보조를 그만두게 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근로조건이 이보다는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예산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

우리는 배씨의 사례에서 활동보조인에게 주어지는 수가와 최저임금, 연장수당, 주휴수당만을 분석하였다.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이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배씨의 임금을 분석하면서 빠트린 것은 대표적으로 연차수당이다. 현행 활동보조인제도의 특수성을 이유로 모든 중개기관은 활동보조인에게 휴가를 보장하지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도 못하고 있다.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활동지원제도의 운용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 정부가 있으며, 제도적으로는 행위자들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시간당 금액으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바우처 제도가 있다. 예산을 짜는 정부 입장에서는 편리한 제도이지만, 중개기관이 운영상에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활동지원을 직접 행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무시된다. 동결되는 수가는 이제 그 정도가 심하여 자원봉사자가 아니고서는 활동보조를 할 인력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질의 일자리로 변모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 이용자도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낮은 질의 서비스를 감수하고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방편으로는 활동보조인의 수가를 올리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수준으로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하루빨리 지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가를 올려 주는 것만으로 정부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바우처만 지급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정부의 사고방식이 문제다. 이러한 예산 중심적 사고방식은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에게까지 스며들어 예산확보투쟁이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공통 과제로 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산이 확보된다고 해서 전부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활동보조인으로 일할 사람이 없으면 활동지원과 관련된 예산을 집행할 수 없을 것이며, 복지부나 장애인단체가 확보한 예산은 다시 국고로 환수될 것이다. 매년 몇백억 많게는 천억 가까이 불용 되는 예산은 오히려 예산의 확보 문제보다 예산의 집행 문제가 중요함을 보여준다.[13] 예산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이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예산 확보도 확보지만 활동보조인의 수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은 예산 집행을 담보하기 위해 먼저 시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수가 인상이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정부는 바우처를 지급한 것만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중개기관이 마주하는 운영상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는 장애인이용자의 권리와 분리되어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이용자에게 있어 그가 살아가는 매시간은 매 시간 시간이 동등하게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회복하는데 더 큰 비용이 들어가며,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의 노동은 더욱더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이 불일치를 획일화된 예산논리, 돈의 논리로 눌러 맞추는 것이 현행 바우처 제도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중개기관을 직접 운영해야 할 것이며, 활동보조인에게 안정적 일자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직접 고용 월급제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활동보조인 또한 제도를 운용하는데 중요한 주체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 인정은 활동보조인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위원회’에 활동보조인을 포함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제도적 창구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1. 보건복지부는 3급 장애인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 jslee, 활동보조인연대 카페, 「근로시간에관한건」, <http://cafe.daum.net/paspower/SgxA/214>, 2014.06.20.
  3.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제3항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
  4. 근로기준법 제55조(휴일)
  5.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6.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7. 근로기준법 제34조(퇴직급여 제도)
  8. 근로기준법의 제50조(근로시간) 제2항과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를 참고하면 하루 중 8시간 넘어서 노동하는 경우 해당 시간은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9.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제1항 7호 “소정(所定)근로시간”이란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6조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대법원 1991.6.28, 선고,, 90다카14758, 판결]통상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1일의 소정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 제43조 본문 또는 제55조 본문의 규정에 의한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안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간에 정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근로기준법시행령 제31조 제3항), 기준근로시간의 제한범위 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시간에 관하여 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 약정의 근로시간이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 등의 기준근로시간에 우선하여 시간급 통상임금산정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10. 근기 01254-5392 사용자는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하는 바, 이때 지급하는 임금은 당해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보다 적은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지급하여야 함.
  11. 근로기준법 제18조(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제3항에서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일 경우,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의 적용을 제외하기 때문에 하루 3시간 근무 바로 직전까지 그래프가 비교적 가파르게 상승한다.
  12. 2014년 7월 기준으로 배씨가 보통 하루 3시간 근무를 하고, 4주 중 하루를 2시간 근무하여 주휴수당 적용이 제외될 경우, 배씨의 근무시간은 68시간(=3×22+2)이 된다. 임금은 6,412.5원 × 68시간 = 436,050원 이 된다.
  13. “활동보조 관련 예산이 국고로 전환된 2007년 당시는 296억 원이었는데 비해 지난 해 1,928억 원, 올해는 3,099억 원으로 늘어났다.” _에이블뉴스, 활동보조 예산 천억원이상 불용될 듯, <http://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20716133645873081>, 2012.07.18.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지우, 지훈 남매와 김주영 열사, 세 사람의 죽음으로 올해 활동보조 예산이 500억이 늘었지만, 지금까지 1/3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라면서...” _ 비마이너, “복지부,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 개선하라”, <http://beminor.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5&no=6096>, 2013.11.08.
    불용예산의 경우 지자체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 커진다.
2014/07/28 13:09 2014/07/28 13:09

저는 차등수가제를 반대합니다.

@ 최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차등수가제를 지지할 것입니다.

한명의 활동보조인으로서 다른 활동보조인이 더 붙는 것은 썩 반길만한 일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활동보조인들이 모이면 싸우기만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한명의 이용자를 같이 맡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활동보조인이 이용자와 친해지고 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자신의 월급이 깍이는 구조인데, 어느 누가 자신의 이용자에게 활동보조하는 다른 활동보조인을 흔쾌히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미 다른 활동보조인이 있는 장애인 이용자를 활동보조하기 시작할 때, 이미 있던 활동보조인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활동보조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 경험 아닌가요? 자신의 월급을 깎는 불안 요인은 다른 활동보조인의 존재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바우처를 깎아먹는 목욕서비스나 간병서비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너무나 바우처를 많이 깎아먹기에 실질적으로 잘 쓰이지도 않는 서비스이긴 합니다만, 저로서는 이용자가 목욕서비스나 간병서비스 받아 버리면, 다음 달 생활이 더욱 걱정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인활보 우선이냐 차등수가제 우선이냐 물으면, 최중증장애인을 맡고 있는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차등수가제를 우선해 달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2인활보는 다른 활동보조인이 붙어 자신의 월급이 깎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차등수가제는 최중증장애인만이라도 차별적으로 수가를 높여 자신의 월급이 오르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로서는 최중증장애인을 활동보조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차등수가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저는 차등수가제를 반대합니다. 최중증장애인을 맡고 있는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만 정책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제도 전반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동강도가 강한 경우라면 2인활보가 적절한 해법입니다.

차등수가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력들이 기피하여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돈을 조금 더 많이 줌으로써 인력을 구해보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노동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활동보조인력들이 기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최중증장애인들의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칭해지는 경우는 오히려 2인활보가 더욱 적절합니다.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말해지는 경우들 (예를 들어, 휠체어나 침대를 오갈 때, 목욕을 할 때)은 한사람이 활동보조할 경우 장애인 이용자도 위험하고 활동보조인의 건강도 위험합니다. 혼자서 최중증장애인을 번쩍번쩍 들다 보면 다칠 위험도 많고 다친다고 해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일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100kg이 넘는 최중증장애인 이용자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시키지 않다가 30분 목욕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그 30분의 요구를 견딜 수 없어 못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종일 쉰다고 하더라도 100kg의 이용자를 혼자 번쩍 들다가 허리를 다치면 누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여차하다가 이용자를 떨어뜨려 이용자도 함께 다치면 그 책임 여부와 죄책감 때문에 활동보조를 지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강도가 강한 상황은 수가를 높이 책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하더라도 활동보조인이 갑자기 슈퍼맨이 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현행 2인활보는 장애인 이용자에게는 더 많은 바우처를 지급하게 하고, 활동보조인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며, 중개기관에는 서류업무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센터, 이용자, 활동보조인이 부담없이 2인활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안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 차등수가제가 시행될 경우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강도가 강한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차등수가제가 적절한 해법이 아닌 것을 넘어서, 저는 차등수가제가 시행될 경우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경증장애인들에 대한 활동보조인의 기피가 예상됩니다. 지금 광화문에서는 장애인들이 당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에 대한 비판 내용에는 장애인들의 필요가 섬세하게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정부의 편의대로 등급을 매기고 예산에 짜맞추는 장애인 복지 전반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장애등급제의 폐단 중 하나가 1급 장애인에게만 사회복지 서비스가 집중되는 문제지요. 안그래도 1급에게만 집중되는 서비스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활동보조인들이 바우처도 적으면서 거기에다 시간당 시급도 낮은 경증장애인을 활동보조 하려고 할까요?

거기에 더해 활동보조인들의 마음 속에 다른 형태의 장애인등급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요즘이야 노동시간 제한 덕분에 그런 대화가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활동보조인들 사이에서는 몇시간 활동보조하느냐는 질문이 가장 쉬운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차등수가제가 적용되면 활동보조인들은 서로서로에게 당신은 시급 얼마짜리 장애인 이용자를 활동보조 하고 있느냐고 쉽게 물어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정부의 노동감시가 더욱 심해지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미 많은 활동보조인들은 야간에 활동보조를 할 경우 전화를 받거나 사유서를 쓰는 등 필요 이상의 노동감시를 받고 있는데요. 차등수가제가 어떻게 현실화 될지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나, 그만큼 많은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그에 수반하는 감시와 서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4/06/30 22:03 2014/06/30 22:03

활동보조인의 풍경 - 장애등급제 폐지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오전. 장애인 이용자가 저녁에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했다. 요즘 바우처가 부족하니 저녁을 먹게 해주는 조건으로 퇴근기록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특별히 고기를 먹게 해주겠노라 한다. 고기는 좋지만, 돈도 안 받고 일하게 되는 이러한 상태. 과히 흔쾌하지 않다. 회식메뉴가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너와 얼굴 마주한 것 자체가 노동인 것을. 찝찝하나 저항하지는 않는 상태로 승낙한다.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은 모두 끝났다. 저녁 6시가 되어 단말기에 퇴근으로 기록하고, 이용자의 차를 타고 약속장소로 간다. 예전에도 한번 와봤다는 고깃집에서 친구를 기다린다. 이 집을 택한 이유는 별거 없다. 단지 아주머니들이 고기를 굽고 자르는 것까지 다 해주기 때문이다.

도착한 친구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휠체어를 쓰기는 하나 양손을 잘 쓰고 근육량도 제법이다. 한마디로 몸짱. 장애인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간 적도 있다고 하니 그 활동량을 짐작할 수 있다. 나의 지금 이용자는 교통사고로 3번 경추를 다쳐 가슴 아래로는 감각이 없는 중도장애인이다. 손가락도 잘 움직이지 못하고 팔을 그저 움직이는 정도다. 이용자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둘은 만났다고 한다. 친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했단다. 친구는 자신을 도와주던 이용자가 자기보다 더한 장애를 입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끼 부리는 폭주족들을 보면 이용자 꼴 나겠다며 속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친구는 활동보조인을 둔 이용자가 내심 부러운 모양이다.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좀 다니면서 즐기라고 말한다. 옆에 활동보조인도 있는데 좀 다니라고 말한다. 활동보조인이 절박한 일부 장애인들은 가끔 활동보조인만 있으면 뭐든 다 해결될 수 있는 듯이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이 활동하기 위한 조건 중의 일부일 뿐. 이용자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며 말끝을 흐린다.

그러고 보니 친구는 혼자 왔다. 활동보조인은 어디 갔느냐 물으니 없다고 한다. 왜 활동보조인이 없느냐고 물으니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옆에서 이용자가 한마디 톡 쏜다.

“처음 활동보조인 제도 생겼을 때, 제도 생겼다고 알려줬는데도 자기가 혼자 다니겠다고 신청 안 하고 뻐기다가 지금까지 왔지 뭐.”

말 마치기가 무섭게 친구는 국고를 축내는 ‘가짜 장애인’들을 흉보기 시작했다. 자기가 아는 사람은 할 일도 없으면서 활동보조인을 쓴단다. 남성 장애인이 일도 없으면서 젊은 여성 활동보조인을 데리고 매일 춘천에 꽃놀이를 간다고 흉본다.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장애가 심해도 활동보조인 신청하지 말아야 한단다. 그러고는 갑자기 자기는 누가 같이 다니면 귀찮단다. 국고를 생각하는 애국심,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다는 자존심이 섞여 그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제는 신청하려 해도 못 해.”

혼자의 힘으로도 자립을 해보려고 했던 그의 노력이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족쇄가 될 줄은 몰랐단다. 활동지원제도가 생긴 지도 몇 년, 그 사이 제도가 변하기도 여러 번. 장애등급에 대한 심사의 엄격함은 아주 강해졌다. 활동지원제도가 생길 초기, 이용자와 이용자의 친구는 장애 1급을 아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심사를 하면 활동보조인 지원을 못 받을 게 분명하다고 한다. 비싼 사진을 찍어 신경이 살아있는 것이 보이면 그 신체 부위는 그냥 움직이는 부위로 간주한단다. 예전에는 휠체어만 타면 1급이었는데, 팔 한쪽만 움직여도 비장애인 취급 할 정도로 심사가 엄격해졌단다. 이제 이용자의 친구는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 이제 활동지원을 받으려면 재심사를 해야 하는데, 장애등급이 내려가 활동지원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받고 있던 다른 혜택들도 못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나의 이용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팔을 조금 움직일 수 있는데 재심사를 받으면 분명 1급에서 떨어질 것이란다. 그래서 부족한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더 요청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간을 더 받기 위해서는 분명 재심사받아야 할 텐데, 재심사를 받으면 기존의 혜택들이 사라질 것이 분명하니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자신은 장애등급제 폐지가 두렵다고 말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새로운 기준으로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책정될 것이고, 그렇게 제도가 변화되면 자신은 재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재심사를 피해 이미 받고 있는 서비스를 유지하며 받을 수 있지만,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재심사는 불가피한 것이 된다. 이제는 조금 흥분한 듯 오히려 나에게 등급제가 왜 나쁘냐고 되묻는다. 1등급이라고 붙여놓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누가 알아보느냐며, 그게 그렇게 나쁜 거냐고 되묻는다.

“1등급 한우 취급이어도 좋아. 나한테 실질적으로 뭘 해주느냐가 중요하지.”

그에게 장애등급제 폐지는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도 어떤 점수표로든 공무원들이 장애인을 평가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활동보조 서비스를 얼마나 줄지에 대한 기준이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공무원들은 예산에 맞추어 서비스를 받을 인원을 정한다. 예산에 넉넉하면 점수도 넉넉하게, 예산이 부족하면 점수도 짜게 줄 것이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는 주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넘어 국가가 권리를 받을 자격을 심사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해야 할 것은 아닐까? 권리를 구걸해야 하는 현실이 문제시되어야 할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이용자에게 더 많이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는 못했다. 싸우러 광장에 나가기에 그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다.

시간은 흘러 집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이용자는 술을 마셨고, 나는 이용자의 차를 운전한다. 이용자를 집에 데려다 주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 가까이 되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 내 머릿속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4시간 해당하는 급여를 계산해본다. 내가 먹은 고깃값을 계산해본다. 대리운전 한 번 부를 때, 얼마를 써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밑지는 장사다. 이용자와 다시는 밥 먹으러 가지 않겠노라 결심해 보지만, 이 또한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을 안다.

2014/06/16 02:07 2014/06/1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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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정, 수급 불안정, 인력 부족,

한성대학교에서 2013년11월16일에 활동보조인과 이용자간에 갈등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다. 그곳에서 쓸 발제문.

노들야학으로 장소가 변경되었다. 오후2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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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정, 수급 불안정, 인력 부족,

1. 문제인식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 사이에는 해당 사회서비스를 중개하는 중개기관이 있다. 중개기관은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중개기관을 찾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중개기관을 찾는 일은 드물다. 일을 오래 한 활동보조인일수록 그러하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은 많지만,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는 중개기관의 대처는 미흡하다. 문제를 드러내도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없기에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는 문제를 드러내지는 않고, 사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적인 자리에서 서로 욕할 뿐이다. 그래서 활동보조인에 대한 악담과 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악담은 더욱더 풍성해져 간다.

2. 활동보조인이 약자인 경우

장애인운동에서 말하는 장애인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 존중할수록, 그것의 실현수단으로서의 활동보조인은 노예에 가까운 무엇이 되어 간다. 딱히 활동보조인의 업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은 장애인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야 한다. 문제의 소지가 많은 활동보조라 하더라도 혹은 거부할 수 있는 활동보조라 하더라도 활동보조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게 되면 장애인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활동보조를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찾는다.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을 거부할 경우, 중개기관은 억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신앙, 취미에 이르러 정치적 성향까지, 장애인 이용자가 요구하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 결국, 중개기관은 서로의 욕구가 일치하는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매칭시켜줄 수밖에 없다. 중개기관이 구하지 못하면 장애인 이용자가 직접 구한다. 이런 장애인은 자기결정능력이 있는 장애인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일례로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활동보조인력의 요건으로 운전 가능자, 자동차 소지자를 찾는 장애인 이용자 개인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결과 유류비를 처리하기 위한 부정수급의 문제, 사고 시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문제 등등 잇따르는 문제는 많지만, 장애인 이용자들의 욕구는 여전하고, 이는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잘 모르는 초보 활동보조인에게로 부담이 돌아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활동보조인은 문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고용불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3. 장애인당사자가 약자인 경우

활동보조인이 중개기관의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불만을 느낀다면, 장애인 이용자들은 또 다른 이유로 불만을 가진다. 그들이 불만의 근거를 구성하는 방법은 활동보조인과는 다르다. 활동보조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개기관이 활동보조인의 편만 든다는 논지이다. 자신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자기결정능력이 높은 뛰어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없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장애인 이용자는 같은 장애인 이용자가 아니다. 후자의 경우 활동보조인들이 꺼리는 최중증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혹은 아무런 관계자본이 없는 상태로 고립되어 사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고 신변처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은 활동보조인에게 몇 대 쥐어박히는 것보다 더한 폭력적 상황이다. 문제를 드러내도 기존의 활동보조인이 그만두고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할 때까지 공백 기간이 생긴다.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활동보조인들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4. 중개기관의 대처

중개기관 입장에서는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는 중개기관의 수입요건이기 때문에 양자 모두 중요하다. 활동보조인이 장애인 이용자를 만나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바우처가 결제되어야 중개기관의 수입이 생긴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수입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개기관의 역할은 미미하다. 활동보조인은 자신의 근무처도 중개기관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애인 이용자의 전화나 다른 보조자들을 통해 활동보조인이 자신의 근무처를 찾아간다. 중개기관이 근무처에 오는 일이 없으니, 활동보조인력이 행할 업무의 경계를 정하는 일도 없다. 중개기관은 장애인 이용자의 삶을 파악할 수도 없고, 활동보조인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파악하지도 못한다. 갈등이 드러났을 때 양자의 주장만을 들으니 무엇을 어떻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 지금의 중개기관은 갈등해결기관을 자임하고 있으나, 그 능력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무능력하다.

5. 대안검토

가.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 집체교육에 관한 의견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이용자교육에 관한 의견들이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대구대 조한진 교수는 자립생활의 철학이 장애인의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며 활동보조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장애인이 어떤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가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적절하지 않다고 반론한다.1) 하지만 자립생활의 패러다임이 장애인 이용자의 선택과 결정이 도덕과 법을 넘어 무제한적으로 용인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 또한 활동보조인이라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그 관계에서도 지켜야 할 윤리나 규범이 있게 마련이다.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의 결정이 존중받는 것과 동시에 사회구성원들과 어울려 관계 맺는 능력을 향상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당사자만이 특별한 취급을 받는 것은 그것 자체가 고립이며, 그 특별취급에는 오히려 시혜와 보호의 시선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활동보조인이 의견 없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용자 교육은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그들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 현장을 지속해서 돌보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교육 또한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대안이라고 본다. 자기결정능력은 키워져야 할 능력이지만,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장애인들을 보호할 장치 또한 필요하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간의 갈등은 그들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폐쇄적 상황에 있다면 활동보조인과 갈등 상황에서 장애인 이용자를 지켜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공간을 지속해서 찾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중개기관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력충원을 하거나, 안 된다면 지방자치단체를 통하거나 다른 기관을 통해서라도 장애인의 자립생활 현장을 지속해서 찾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활동보조인에게 있어서도 업무를 명확하게 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갈등의 소지는 훨씬 줄어드리라 생각한다.

다. 시시비비를 가릴 기준이 필요하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대하는 중개기관들의 태도는 중개기관의 성격에 따라 그 태도가 천차만별이다. 복지관은 비교적 서비스제공자 중심으로 관리하는가 하면, 자립생활센터들은 장애인당사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의 공공성과 활동보조인의 노동권, 장애인 이용자의 권리가 조화된 갈등해결 기준이 필요하다.

라. 활동보조인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고용안정을 실현해야 한다.

활동보조인의 정당한 문제제기가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활동보조인이 정당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일을 쉬게 될 경우, 근로기준법 46조를 참고하여 이를 사용자(중개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으로 간주하고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는 휴업수당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활동보조인의 월급제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마. 장애인 이용자가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활동보조인 수급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

장애인 이용자가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기간 동안의 공백기를 염려하여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 활동보조인력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활동보조인력의 근로조건을 향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긴급하게 임시로라도 활동보조를 해줄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에서 긴급하게 투입할 활동보조인력을 고용하여 상시 대비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1) 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이용자 간 갈등 해결 단계적 방안’, <http://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9&newscode=000920131015093849836942>, 2013.10.15.

2013/10/30 21:23 2013/10/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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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7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주최, 《장애인활동보조인 노동시간 제한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발문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

1. 들어가며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많은 싸움이 있었고, 그를 통해 쟁취한 것 중 하나가 활동지원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올바르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 외에도 서비스 전달자라고 할 수 있는 활동보조인과 중개기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전달자에 대한 고려는 미비하다.

이미 정치적 주체로 성장한 장애인의 적극적 요구로 인해 장애인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바우처는 비교적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한참이나 모자란 활동보조 시간에 대해 비장애인인 내가 이런 말 할 처지가 아님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장애인의 투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에서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약속한 사례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1)

하지만 동시에 곳곳에서 활동보조인이 부족해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 언론에 따르면 한 지역의 남성 활동보조인의 비율이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큰 문제를 겪고 있다.2) 더불어 최근 중개기관이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208시간으로 제한하기 시작하여, 많은 활동보조인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3)

이런 현실에서 지자체가 약속한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라는 것은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 아니라, ‘24시간에 해당하는 활동보조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 이용자에게 바우처는 전달되지만, 활동보조 서비스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전달되지 않은 서비스는 집행되지 않은 예산으로 남는다. 활동지원 관련 예산이 800억이나 불용 되었다는 사실은 정부기관이 활동지원제도에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방증하고 있다.4) 나날이 심해지는 감시와 단속 속에서 예산집행을 더더욱 줄이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5) 장애인 입장에서는 정작 필요한 활동보조 서비스는 받지도 못하고, 늘어난 바우처 만큼이나 자부담에 대한 부담만 높아졌다.

2. 통일되지 않은 요식적 요구들

근로시간 제한과 관련하여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지자체에 내린 하나의 공문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의 공문 내용은 법정 근로시간보다 많은 시간 활동보조하는 사람은 부정수급의 가능성이 높으니 지자체에서 잘 감시하라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이를 오해하여 중개기관에 활동보조인에게 208시간 이상 활동보조를 못 하도록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노조에서는 복지부에 문의하여 지자체가 오독한 것임을 확인했으며, 이를 수정하는 공문을 내려 줄 것임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지자체의 활동지원제도에 관한 독자적 운영지침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며, 보건복지부도 노동시간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이것대로 활동지원제도를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활동지원제도 관련되어 중개기관을 지시 감독하는 기관은 보건복지부뿐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중개기관은 그만큼 많은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결국 중개기관의 업무 부담으로, 활동보조인의 노동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예로 ‘근무 기록지’를 들 수 있겠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활동지원 중개기관을 평가할 기준이 필요한데, 이러한 평가 기준은 대게 서류에 그친다.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이 생긴 이후로, 보건복지부의 지침에는 실시간 결제의 경우 활동보조인의 근무 기록지 작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중개기관이 활동보조인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에 대한 평가 지표로 근무 기록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국 계약관계상 약자의 위치에 있는 활동보조인의 업무로 연결되어 근로조건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노동이 현장에 어떤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의 서명만 받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중개기관들은 범죄경력을 조회했으며, 향정신성 의약품 전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건강검진서도 받았다고 말할 것이다. 활동보조인의 부정수급을 감시한다는 지자체도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사유서 한 장을 요구하거나 전화 한통화로 감시할 뿐이다. 각자 서로의 책임을 회피할 면책용 서류들만 있을 뿐, 그곳에 사람은 없다.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불쾌감만 높이고, 번잡한 서류만 만들 뿐, 아무런 실효가 없다.

3. 활동보조인의 임금체계

각 중개기관이 노동시간을 208시간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두드러진 문제이지만 이러한 제한은 2011년 활동보조인 제도가 ‘활동지원제도’로 변화하는 시기부터 있어왔다. 당시 내가 재직한 센터는 208시간 이상 활동보조를 하는 활동보조인을 타 중개기관과 협의하여 2개의 센터에 등록하도록 종용하였다. A씨가 400시간의 활동보조를 한다고 가정하면 원래 속한 기관에서 200시간 정도 결재를 하고, 협의한 센터에서 나머지 시간을 결재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서로 활동보조인을 교환하는 꼴이 되어 중개기관에 손해는 없었다. 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하여 중개기관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많은 활동보조인은 영문도 모른 채 센터가 하라는 대로 따랐다. 활동보조인을 따라서 장애인 이용자도 2개 센터에 등록했다. 2011년 활동지원제도로 바뀌면서 변화한 내용 중 하나는 장애인 이용자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 또한 다수 센터에 등록하여 활동보조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었다. 활동보조인의 구직활동 용이성을 담보하기 위한 이러한 개선은, 정작 현장에서는 활동보조인의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중개기관들의 편법으로 활용되었다. 2개의 센터에 등록된 활동보조인들은 퇴직금이나 4대 보험이 분할되어 관리되었고, 이 말은 곧 초과근무수당뿐만이 아닌, 퇴직금이나 세제의 측면에서도 활동보조인이 손해를 본다는 의미였다.

활동보조인은 실질적으로 시급노동자이다. 활동보조인의 월급은 일한 시간에 시간당 지급되는 바우처 8550원의 75%(6412.5원)이상을 곱하여 결정된다. 시급노동자의 수당은 시급을 그 기준으로 책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주휴수당이나 초과근무수당에 짜 맞추기 위해 활동보조인의 근로계약서는 최저임금(2013년 현재 4860원)에 맞추어 계약되고, 이미 결정된 임금에 수당이 포함되도록 계산된다. 소위 포괄임금제라고 하는 이 계산방식을 중개기관들은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는 주 4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에 대하여 150%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 많아지게 되면 초과근무수당으로 처리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게 되어 현재 지급되고 있는 바우처 수가를 넘어서는 임금이 발생하게 된다. 중개기관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된다. 노동시간 제한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노동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을 제한하지 않은 센터들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임금체납 사업주가 된다. 여기에 더불어 상급기관들의 감시와 제재에 중개기관들은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208시간으로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활동보조인의 임금체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는 활동보조인의 임금을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바우처와 같은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단순히 시간당 얼마씩 지급하고, 활동보조인에게도 단순히 시간당 얼마씩 지급한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주휴수당, 초과근무수당(야간·연장근무, 휴일근무수당), 연차수당에 관한 고려가 없다. 여기서 특히 연차수당이 문제가 되는데, 연차수당은 포괄임금제에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활동보조인의 임금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연차수당과 관련하여 활동보조인이 관할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사례들에서 관할노동청은 중개기관이 활동보조인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4. 중개기관들의 대처

활동보조인의 근로조건이 근로기준법조차 준수하고 있지 않음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다. 여러 언론은 물론 국회에서도 언급되었다.6) 중개기관들은 활동지원제도가 자신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들의 발화가 정책입안자들을 향한 권리요구가 아니라, 활동보조인의 권리요구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중개기관들은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포괄임금제 도입, 활동보조인의 직종특성을 언급하며 활동보조인의 노동자성을 무시하는 정부정책에 편승하고 있다.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전국의 모든 중개기관의 장들은 기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범법자들이다. 노동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중개기관의 장들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기에 범법자들이다. 최저임금 기준으로도 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 활동보조인들의 임금이 사실상 최저임금 이하라는 주장은 그래서 가능하다. 활동보조인들의 묵인과 희생을 통해서 여태껏 활동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법을 지킬 수 없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중개기관들은 정책입안자들에게 항의하고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활동지원사업을 받아들이고 상급기관이 요구하는 감사를 충실히 이행한다.

이번 208시간 노동시간 제한 조처도 같은 선상으로 보인다. 208시간 이상 바우처를 지급받는 최중증 장애인 이용자들, 그리고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208시간 이상 노동할 수밖에 없는 활동보조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7) 208시간 노동시간 제한은 사실상 활동지원제도의 해체를 가져온다. 노동시간 제한 이전에도 이미 활동보조인력이 부족하다는 성토들은 계속 있어왔다. 근골격질환, 저임금, 불안정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매력적인 일자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이 부족하다. 거기에 더해 내려진 208시간 노동시간 제한이라는 조처는,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부분적 실업’이며, ‘실질적 해고’이다. 활동보조인 없는 활동지원제도가 가능한가?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장애인 이용자들에게 활동보조 서비스가 가닿기는 하는가? 그럼에도 이에 대해 발언하는 중개기관들보다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중개기관들만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입장에서 발화하는 행위자들은 보이지만, 중개기관의 입장에서 활동지원제도에 관해 말하는 목소리는 미미해 보인다. 열악한 운영실태 속에서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받기 위해 그저 감시받는 중개기관이 있을 뿐이다.

5. 맺으며

최근 장애인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자립생활센터가 활동지원사업에 매몰되어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장애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자립생활센터가 영리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립생활센터가 활동지원사업을 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8) 내가 보기에 여기에서 중요한 쟁점은 자립생활센터가 활동지원사업을 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정책적 제안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활동지원사업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중개기관 또한 활동지원사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중앙정부가 활동보조인의 인력충원을 방기하는 만큼이나, 중개기관 코디네이터의 인력충원이 방기되기 때문에, 중개기관 또한 인력난에 빠져, 활동지원사업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정책제안도, 다른 사업을 행할 수도 없다. 자립생활센터가 활동지원사업에 매몰되어 버린 이면에는, 자립생활센터의 사회적 성격을 부정하고, 중개기관 운영에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기관 때문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노동시간 208시간 제한이 어떻게 다가가는지는 앞서 말한 바 있다. 장애인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하라.”는 구호는 “활동보조 24시간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보장하라.”는 구호로 축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바우처를 쓸 곳도 만들어 주지 않고, 다시 회수될 바우처를 늘려주며 생색내는 정부기관들에게, 장애인들은 단호히 “활동보조인을 내 눈 앞에 대령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불용될 바우처, 다시 회수될 바우처는 없는 것과 같다. 집행되지 않을 예산은 없는 것과 같다.

장애인, 활동보조인, 중개기관, 그 누구도 견딜 수 없는 이 제도를 우리는 왜 참고 견뎌야만 하는가? 우리가 연대하는 것에는 사실 특별한 연대의 감정마저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만이 요구될 뿐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을 정부기관이 책임지는 것이다. 그것의 내용에는 활동보조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 장애인의 삶을 돌보는 중개기관 및 자립생활센터들의 사회성을 인정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 장애인들은 안정적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아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정부기관의 책임이 담보될 때 실현 가능한 것이다.


1) 은평구, 전라남도, 용인시, 고양시, 등.

2) 에이블뉴스, 답답한 활동보조인 남녀 성비 ‘불균형’, <http://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2&newscode=002220130718175723013106>, 2013.07.19.

3) 이러한 활동보조인의 고충 토로는 활동보조인연대 카페를 통해서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4) 경향신문, 장애인 활동보조인 예산, 800억 안 쓰고 놀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120300035>, 2012.11.12.

5) 이런 감시와 단속은 장애인들에게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활동보조인이 심야에 활동보조 할 경우 전화를 하거나 사유서 제출을 요구하는 기관들이 있다.

6) 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 수당 지급액 근로기준법 위반,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44&newscode=004420121005172006197437>, 2012.10.05.

7) 임금체계 측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활동보조인의 임금이 저임금임은 명백하다. 208시간 활동보조를 해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은 2013년 3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2013년 최저생계비는 아래와 같다.

구   분

1인가구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5인가구

6인가구

7인가구

금액(원/월)

572,168

974,231

1,260,315

1,546,399

1,832,482

2,118,566

2,404,650

8) 비마이너, "광화문역 농성은 혁명적 투쟁의 거점", <http://beminor.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3&no=5727>, 2013.08.09.

2013/09/24 21:24 2013/09/2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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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직접지급제도

비마이너 기고 http://beminor.com/news/view.html?section=86&category=105&no=5689
위클리 수유너머 원고 http://suyunomo.net/?p=11572

1. 범죄경력 조회서

최근 활동보조인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은 활동보조인에게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건강검진 서류와 범죄경력 조회서를 중개센터가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건강검진에 드는 비용도 비용이겠지만(보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서류는 몇천 원에 불과하지만, 병원에서 발급받아야만 하는 해당 건강검진서류는 오만 원의 발급비용이 든다.), 자신의 신상정보를 유출하는 문제였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이야기가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11년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부터, 활동보조인의 자격과 관련된 조항에는 성범죄경력자나 정신질환자 등은 활동보조인을 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다(‘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29조). 이러한 개인신상 정보의 요구도 법률로 규정되어 있기에 법적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미 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그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었으나, 보건복지부는 물론 지자체, 중개센터들도 아무런 의식을 하고 있지 않다가(이러한 사항은 심지어 보건복지부가 내어 놓은 지침에도 몇 년 동안 적혀있지 않던 사안이었다.) 2013년에 들어서야 활동보조인의 신상에 관해서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법 규정상으로는 몇 년 전부터 엄존하고 있던 사안이었겠지만, 현장에 있는 활동보조인들에게는 새로이 생긴 큰 변화였다.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요즈음, 노동자들에게 범죄경력 조회서를 요구하는 것은 활동보조인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택시기사, 외국인노동자, 병원종사자 등. 그 사례는 많다. 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인식 앞에 노동자가 대동단결하여 저항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밥벌이는 숭고한 것이라며,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유난 떨 것은 아니라며, 순응해야 할지 참으로 아리송할 뿐이다.

2. 최근의 폭행사건

최근 한 활동보조인이 장애인 이용자를 폭행한 사건이 보도되었다.1) 나는 해당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 사건에 중개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활동보조 서비스가 장애인 이용자에게 활동보조인을 통해 직접 제공되지만, 현행 활동지원제도에서는 중개센터가 중개수수료를 바우처의 25%까지 취하며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중개센터의 책임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논의가 분분할 수는 있으나, 원칙적으로 중개센터는 활동지원인을 파견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파견노동에서 파견업체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이다. 그런데 문제는 작금의 중개센터가 그러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이다.

3. 현장의 활동보조인이 느끼는 중개기관의 역량·역할

나는 중개센터가 활동보조인의 폭행과 같은 분쟁 사안에 어떤 현실적 대책을 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개기관들의 인력상황은 아주 열악해서 코디네이터 1명에 100쌍가량의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코디네이터들이 가능한 업무 거의 전부는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연결해주는 매칭업무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료 활동보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그들 또한 중개기관에 기대하는 바가 없다. 현장에서 느끼는 중개기관의 역량·역할이라고는, 고작 연락처 전달책 정도밖에는 안 된다. 경험이 많은 활동보조인일수록 장애인이용자와 문제가 생겨도 중개기관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중개기관도 사업인 만큼 노동자인 활동보조인보다 고객인 장애인이용자의 편을 들어주기 쉬운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 둘째로 중개기관이 장애인자립생활운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장애인당사자주의적 경향이 강하기에 활동보조인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 셋째로 중개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장애인 당사자인 경우도 많고, 그들이 문제상황에서 감정이입하는 대상은 노동자이기보다는 장애인이용자라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이용자와의 문제를 중개기관에 말한다는 것은 그저 시끄러운 활동보조인으로 낙인찍히는 의미 이상의 것은 없다. 장애인 이용자들이 중개기관을 어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바는 아닌 듯하다.

어쩌면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제도에서 가장 소외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중개기관의 현장장악력은 인력난으로 인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보건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을 ‘개인사업자’로 취급하려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무시 못 한다고 생각한다. 중개기관이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장악하고 있다면 이런 주장은 나올 수가 없다.

4. 폐쇄성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폐쇄적 공간에 있을 때, 활동보조인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장애인 이용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던 문제이다. 시설의 폐쇄성이 폭력을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폐쇄적 공간에서만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설 비리의 해결을 위해 시설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간의 폭력문제도 그들의 활동이 집안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투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그 역할을 중개기관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태도가 파견주체의 책임 있는 태도이며, 자립생활운동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집도 폐쇄적이라면 시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력난으로부터 기인한 현장장악에의 무능함 때문에 중개기관은 그저 활동보조인이 착한 사람이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마약을 한 적도 없고 범죄경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는 시설의 폐쇄성은 그대로 둔 채 시설장이 착한 사람이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5. ‘직접지급제’와 ‘개인예산제도’

그런데 최근 일부 장애인단체에서는 ‘직접지급제’와 ‘개인예산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보건복지부 또한 이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이미 지적된 것처럼, 정부 입장에서도 예산절감이나 국가책임을 완화할 수 있기에 매력이 있는 정책이다.2) 서울시에서도 시도하였으나 중앙체계 때문에 좌절되었다고 하니, 그 도입가능성은 꽤 커 보인다. 하지만 장애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시장화 되는 것이기에 그 폐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주장하는 장애계에서는 중개기관이 수익으로 가져가는 25%의 수수료를 직접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고용할 때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그만큼의 많은 돈을 지급하면 더 많은 활동보조인력이 몰려들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시장’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활동보조인의 노동과 완전한 대입은 불가능하겠지만, 활동보조인의 노동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설업체들이 이미 있다. 잔심부름센터가 그것인데, 해당 서비스의 요금은 회당 6000원에서 8000원이 기본요금이다. 이를 활동보조인의 노동에 대입해 보자면 그 비용은 현재 지급되는 수가보다 더 많이 든다.3) 시간별 이용료로 책정하는 경우도 최저 시간당 15000원이다. 5시간 이상 줄서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인데, 이마저도 겨울에는 시간당 1만 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거기에 심부름센터로부터 거리가 멀 경우 또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25%의 중개수수료를 장애인이용자가 취한다 할지라도, 시장비용에 맞춰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힘든 일이다.

▲ 2011년 8월 21일 mbc 뉴스 화면
▲ 2011년 8월 21일 mbc 뉴스 화면

이는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도 그리 반길 일은 아니다. 활동보조인이 ‘개인사업자’가 될 경우, 활동보조인이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보호는 못 받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역시 중개기관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서 자립생활센터의 역할은 더 커져야만 하고 그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는 당연히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직접지급제’나 ‘개인예산제’는 중개기관에 대한 지원을 현행보다 오히려 줄이는 제도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입장에서는 25%의 중개수수료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존립기반을 뒤흔드는 일이다. 활동지원사업을 통한 수익은 센터 운영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더불어 많은 장애인당사자로부터 제기되는 활동보조인의 전문성 재고를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교육 부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겠는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보조인교육마저 사라지게 되어 현장에서 인권 침해적 사건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 또한 높다.

6. 코디네이터의 직접고용과 인력충원

활동보조인만 장애인을 폭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활동보조인력의 10% 정도만이 남성 활동보조인이기에4), 많은 남성장애인이 여성활동보조인을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을 성추행하는 사건도 크고 작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장애인 이용자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범죄경력 조회서’를 요구해야만 할까? 앞서 말했듯 나는 그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코디네이터 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만 하고 코디네이터는 자주 활동지원의 현장에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예산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논자들도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공적 기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당위보다 그것을 이루어낼 조건이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열악함 만큼이나, 중개기관 코디네이터들의 열악함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중개기관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디네이터 인력을 감축시키는 것이다. 코디네이터가 현장을 자주 찾아갈 수도 장악할 수도 없는 이유에는, 현행 바우처 제도의 시장성도 한몫한다. 활동보조인이 장애인의 생존권이라면 그것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일부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직접지급제’와 ‘개인예산제’가 정부가 복지예산을 축소하는 빌미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1) 에이블뉴스, 장애인 가정 덮친 65세의 악마, <http://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14&newscode=001420130624152702165943>, 2013.06.27.

2) 이어 종합토론에서 성심여대 이승기 교수는 "장애인계의 경우 그동안 배제됐던 장애인의 선택권과 통제권을 강화하고 행사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반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예산절감이나 국가책임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더 두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_ 비마이너, 장애인의 선택과 통제, 개인예산제로 가능할까?, <http://beminor.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3&no=5615>, 2013.07.12.

3) 잔심부름업체 애니맨의 서비스 이용요금 http://www.anyman.co.kr/?pg_code=230 참고.

4) 에이블뉴스, 답답한 활동보조인 남녀 성비 ‘불균형’, <http://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2&newscode=002220130718175723013106>, 2013.07.19.

2013/08/07 21:21 2013/08/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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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문학 &lsquo;모두를 위한 장애학&rsquo; 마지막 쫑파티 발표문

관계와 노동

 

1. 활동보조인의 업무, 장애인 이용자와의 관계,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많이 드는 질문은 활동보조인이 활동보조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제공할 것으로 요구되는 급부를 한계 짓는 문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장애인 인권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로부터 제기되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서 ‘관계자본’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였고, ①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혹은 ②‘관계자본’자체로서 활동보조인을 간주했다. 풀어보자면 ①전자의 경우 장애인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와 만나기 위한 외출이 필요하고, 그 외출을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노동이 필요하며, 만난 사람에게 활동보조의 부담을 주어 기피되는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에서 나온 결론이었고, ②후자의 경우 장애인이 살아가는 중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처럼 달려 와 줄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그래서 실재로 활동보조인을 구할 때 장애인 이용자의 인근지역에 사는 사람이 선호되기도 한다.1)

관계의 문제와 활동보조인 노동의 한계 문제는 얼핏 다른 문제처럼 보일 여지도 있지만, 장애인 이용자와 돈독한 관계를 맺은 활동보조인에게는 돈독한 관계에 따르는 노동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기대는 ③‘알아서 해주는 활동보조인’으로 까지 나아가기도 한다.2) 우리는 <자기결정하는 자립>을 읽은 시간에, 자기결정만이 강조될 경우, 자기결정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예를 들자면 정신장애인―이 자립에서 소외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기결정하는 자립>에서 강조된 것은 자기결정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책에서는 자기결정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보조를 잘 확보해 그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 방법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자기결정능력의 절대성을 회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결정하지 않는 즐거움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활동보조인의 노동으로 요구되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행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은 사실이다.

 

2. 알아서 해주는 활동보조인

‘활동보조인연대’ 활동을 통해서 여러 활동보조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활동보조인들 대부분은 ‘운동’보다 ‘생계’에 가까웠다. 그들이 생각하는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의 관계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센터 소속 활동보조인 N씨는, ‘알아서 해주는 활동보조인’이기를 거부한 사례다. 그는 자립생활센터 직원의 사무보조를 겸하는 활동보조인이었다. 그와 장애인 이용자 간에 센터 홈페이지에 기사를 스크랩해 업로드 하는 업무를 두고 갈등이 생겼다. N씨의 장애인이용자는 N씨가 기사 스크랩을 알아서 업로드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N씨의 입장은 달랐다. 자신은 기사를 올리는 것에 대한 신체적 일을 해 줄 뿐, 기사를 선별하는 것은 장애인 이용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이용자가 쉬는 경우도 있는데 자신이 알아서 기사를 업로드 한다면 그것은 활동보조가 아니라 장애인 이용자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의 이용자는 정신장애는 없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장애인이었다.

 

3. 관계자본으로서의 활동보조인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을 긴급하게 부른다 할지라도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장애인 이용자의 긴급한 호출에 응할 의지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약속된 시간 외에 장애인 이용자가 전화 하면 전화를 받지 않는 활동보조인도 있었다. 전화를 할 내용이 뻔하며, 이용자의 요청을 들어 줄 수 없다면, 그것을 고사하느라 실랑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이용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용불안정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아무리 잘해줘도 어차피 이용자 마음에 안 들면 활동보조 제공을 거부당하는 것은 쉬웠다. 별다른 애착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편했다. 장애인의 삶에 어떤 조언을 해주는 것은 장애인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침해를 이유로 해고당할 수도 있었다. 장애인 이용자의 삶에 개입하기에는 그들의 삶이 위태로웠다.

 

4. 관계를 맺는 수단으로서의 활동보조인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이용하더라도 사회와 관계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폐쇄된 곳에서의 삶을 경험한 장애인들이 관계 맺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활동보조인이라는 존재가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활동보조를 제공했던 장애인 이용자는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이었다. 그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기에 하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그는 전동휠체어 운전이 힘들었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간판 등에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장애인과 함께 있는 비장애인은 보호자나 장애인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보여진다는 것이었다. 이용자의 실수에 내가 사과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요청되는 윤리에 따른 것이기도 했지만, 장애인 이용자의 소중한 경험으로서의 실패3)를 막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낯선 사람에게 행한 자신의 실수를 사과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용자의 언어장애를 통역해 줄 때도, 내가 그의 관계형성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이용자의 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에게 이용자의 언어를 전달해 줄 수는 있었으나, 그들 사이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활동보조인이 있으면 된다는 어떤 심리는 관계를 맺는 것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듯도 했다.

 

5. 관계가 되어 줄 수도, 관계를 맺어 줄 수도 없다

활동보조인 제도는 동정과 시혜의 방식이 아닌 장애인의 권리로서 요구되었고, 그것을 현실화 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급하는 바우처를 매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관계의 본질은 계약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활동보조인의 특수성이라는 명목으로 특별한 관계일 것이 요구되거나 특별한 노동이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방식이 아닌가 한다. 활동보조인의 고용 불안정은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관계를 임시적으로 만들며, 그들 사이에 공동체적 윤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한다. 지속적 관계 이후에 윤리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다. 지속적이지도 않은 관계에서, 본질적으로 이익으로 엮어진 관계에서, 그것을 넘어선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과한 요구로 보인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대신 해줄 수도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나는 야한 장애인이고 싶다>를 다시 읽어본다. 저자의 야함과 핫함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가 타인과 관계 맺는 이야기 속에 활동보조인의 자리는 없다. 어쩌면 누군가의 부재가 조건인 듯도 보인다. 상처받은 맨살을 보여주는 것, 상처받을 맨살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관계 맺기의 시작은 아닐까. 그 맨살을 오히려 활동보조인이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1) 최근에 발족한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위원장 배정학씨는 인터뷰 중에 “장애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역 주민”으로 활동보조인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이는 활동보조인을 장애인의 관계자본으로 여기는 여러 시선들과 맥을 같이한다. _ 비마이너, “활동보조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달라.”, 2013.03.07. <http://beminor.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3&no=4990>

2) 결정하지 않는 즐거움의 맥락에서 활동보조인의 역할을 규정한 의견 : “그렇다고 해서 활동보조는 장애인의 손발이라는 주장이 장애인이 모든 일을 일일이 지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대신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좋은 때도 있다. 일일이 모든 일을 시켜야 하는 것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_ 비마이너, “일본의 장애인 활동보조 제도화 현장”, 2013.01.07. <http://beminor.com/news/view.html?section=86&category=105&no=4748>

3) 자립생활운동에서는 장애인도 실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비장애인들도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학습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애초부터 그럴 기회가 박탈 당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2013/03/21 21:19 2013/03/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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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특수 노동자, 일반 노동자

저는 얼마 전 서울지방노동청에 제가 활동보조인으로 근무했던 자립생활센터를 대상으로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습니다. 내용은 연차수당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년에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휴가는커녕 연차수당은 받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명절이었던 추석 때, 여러 명의 이용자를 활동보조 하던 중, 이용자의 질투(?)로 대상자로부터 활동보조제공을 거부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노동청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고, 센터 출석인과 함께 근로감독관 앞에 앉았습니다. 센터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았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책정한 수가로는 활동보조인에게 연차수당 까지 지불하게 되면 센터를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활동보조인과의 근로계약서에서야 사업주로 계약을 맺지만, 정말 자신들이 ‘사장’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합니다. 또 활동보조인은 특수한 직종이기 때문에 휴가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고용자와 근로자의 관계 문제를 검토하였습니다. 활동보조인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점과 그 고용자가 센터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센터 입장에서야 보건복지부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운영하겠지만,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 ‘사업’을 운영할 주체를 모집한 것입니다. 통상 경영자라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사업의 수익성을 파악합니다. 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 사업에 수반되는 금전상의 문제들을 모두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사업조건을 수긍하겠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근로감독관은 여기에 말을 더 붙입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대체로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의 경우도 활동보조인과 비슷한 직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그러한 직종들에 관해서도 예산을 짤 때, 퇴직금이나 여러 수당 등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비용들은 책정하지 않고, 단순히 시간당 얼마씩 책정하여 예산을 짠다는 것입니다. 근로감독관은 센터 출석인에게 이러한 사안을 보건복지부에 문의하고 항의하길 권했습니다.

활동보조를 한다는 것 또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편견들 중에는 활동보조인을 봉사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 못지않게, 노동자이긴 하지만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한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봉사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바라보고 말 뿐이지만, 특수고용직종사자로 바라보는 그 시선은 우리의 권리를 축소하는 시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격렬하게 싸워야 할 대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활동보조인연대 소식지 원고.

2013/02/12 21:25 2013/02/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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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2.06. 에 있었던 일에 관한 활보일기

장애인 이용자와 길음시장의 이모네 포차에 또 들렀다. 이곳은 얼마전에 형호씨와 형호씨의 활동보조인인 존도우와 함께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술집을 찾다가 들르게 된 곳이다. 소주, 막걸리, 맥주와 치킨, 포장마차에서 팔법한 많은 메뉴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곳이다.

장애인이 술집을 들른다는 것은 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것은 장애인을 활동보조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뿐만이 아니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술집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비장애인들이 쉬이 드나들 수 있는 비교적 값이 싼 술집들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시설을 해놓을 정도로 사정이 넉넉한 곳이 드물어서,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술집들은 대게 아주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탓으로 비싼 술집이거나, 목 좋은 1층에 있어 음식값이 비싼 곳일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쉽게 찾기 어려운 까닭으로 나와 이용자는 본의 아니게 특정 술집의 단골이 된다.

그런 와중에 재래시장이라는 장애인 비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비교적 휠체어가 들어가기가 쉬운 술집을 찾았으니, 우리는 그곳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모네 포차에 또 들르게 된 것이었다.

이용자와 제육볶음, 석굴, 소주와 맥주 등을 잘 먹으며 한 시간 가령을 보낼 즈음이었다. 자신을 사장이라 소개하는 아주머니가 아프신 분이 술을 이렇게 드시면 되냐는 이야기를 꺼낸다. 술이 몸에 좋지 않으니 안 드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아픈분을 이곳에 데려오지 말아줬으면 좋겠노라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그저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의 하나로 하는 말씀인 줄을 알고, 술집에 온 것은 내가 ‘데려온’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이용자분의 의사이며, 이분은 아픈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드렸다. 특별히 술이 떡이 된다고 하여 몸을 못 가누는 분이 아니기에, 이분은 술 안 드셔도 몸을 못가누고, 술 드셔도 몸을 못 가누며, 별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못 마실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럼에도 이 아주머니 막무가내였다. 술은 몸에 좋지 않으며, 아프신 분에게 술을 팔기 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머니는 몸에 좋지 않은 술을 왜 팔며, 마시고 마시지 않고를 왜 아주머니가 판단하느냐고 대거리를 했다. 아주머니는 그 판단을 자신이 하고 있으며 몸 아프신 분께는 술을 팔지 않겠다고 하였다. 병신은 술도 먹지 말라는 말을 하는 거냐고 따지자, 그렇게 따지듯 말하지 말라 한다. 오늘 계산은 하지 말고 내일부터 오지 말라 하였다. 사장 아주머니는, 계산서를 찢어 종업원에게 건네며 이 테이블은 계산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렇게 소란이 이는 도중 이용자는 마음이 상해 나가자고 하였다. 이 정도 불의면 영업방해 정도는 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챙기며 사장에게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친다. 사장은 영업장 내의 다른 고객들이 신경 쓰이는지 나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 강짜를 길게는 못하고 대략 몇 초간 놓은 뒤에 이용자의 휠체어를 몰고 나오며, 아주 보란 듯이 큰소리로 캬악~ 퉤! 마른침을 뱉어주고 나온다. 이왕이면 감기라도 들어 진득한 가래침이었으면 좋으련만, 나의 침은 너무도 청량했다.

존도우와 형호를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터였다. 전화하는데 때마침 나타난다. 상황 이야기를 듣고 존도우는 어느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고, 나는 그 사이 내 분이 풀리지 못한 찌질함 탓으로 다시 가게로 들어가 사장에게 장애인 차별 금지법 운운하며 신고하겠노라 엄포를 놓았다. 사장은 당당하게 그러라 한다. 사장의 관심사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빨리 나갔으면 하는 모양이다. 빨리 나갈 것을 재촉한다.

그곳을 나온 우리는 또다시 휠체어가 갈 수 있는 술집을 찾았다. 시장을 배회하다 근처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그 난리 속에서 술값은 굳었으니 좋지 않느냐는 농을 건네 보았다. 이용자는 술값 굳었으니 이 술판 값은 자기가 치르겠노라 한다. 그 술판의 술안주는 이모네 포차였고, 이용자와 술집을 다녔던 그 어느 날보다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통쾌한 날이었다.

2011/12/08 21:17 2011/12/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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