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주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토론회,
"바우처가 문제다”
2016년 3월 24일 14시 민주노총 중회의실 :: http://cafe.daum.net/paspower/72br/172
토론문 올려둔다. 발제문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그를 보고 토론문을 작성했다. 토론문에서 쌍따옴표로 묶은 문장들은 발제문에서 가져온 문장들이다.
토론회 자료집을 받아 보려면 :: http://cafe.daum.net/paspower/4Pq3/246
- 제목
- 문제를 드러내는 활동을 조직해야 할 때
- 작성자
- 전덕규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교육선전부장)
목차
들어가며
활동지원제도를 둘러싼 문제의 근본에는 종사자의 노동조건과 전문성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발제문에서 지적하는 대로 “사회적 돌봄서비스는 휴먼서비스로 서비스 품질은 종사자의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나, 서비스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인해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 서비스 종사자 고용불안은 서비스 품질 및 공공성 확보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활동지원기관의 행동은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제문에서 언급하는 바우처 제도로 설계된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자면 ①제공자와 이용자의 불안정성, ②제도 내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립하도록 하는 점, ③주체들의 도덕성을 증명하기 위해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①이 시사하는 바는 현행 바우처 제도로는 제공자의 고용안정성과 이용자의 서비스 수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고, ②와 ③의 경우 현행 바우처 제도가 만들어내는 폐해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발제문에서 제안하는 바우처 제도 폐지, 국가나 지방정부의 직고용 등은 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도해야만 하는 대안이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여타의 시장화 정책들에 대해 더 이상 중언부언 언급하고 비판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인 듯하다. 발제문에서 언급하듯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도들 또한 “시장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운동”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 요구들을 통해 현행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균열을 내는 시도들이 필요하다.
발제문에서도 언급하듯 바우처 제도 폐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정부와 활동지원기관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공영역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으며, 활동지원기관의 입장에서는 시장에 진입함으로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활동지원제도를 둘러싼 담론에서 비교적 쉽게 간과되는 것은 활동지원기관이 ‘비영리 민간기관’이라는 이유로 이들이 시장에 진입함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본 토론자는 바우처 제도가 정부 뿐만 아니라, 활동지원기관의 은폐와 공조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책임은 면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혈안이고, 활동지원기관은 기관의 생존만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이런 행위 속에서 피해보는 것은 제공인력과 이용자이다. 활동지원기관은 구조의 희생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지탱하는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검토하고 더욱 명확하게 인식함으로써 바우처 체계의 불가능성을 드러내고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요구들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열악한 근로조건, 이를 돌파하기 위한 기관의 시도
발제문에서도 언급한 대로 활동보조인 임금은 최저임금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발제문은 2015년까지의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연차수당은 보장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고, 2014년까지 기관은 연장근무수당을 의식하여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에 그쳤다. 2015년 근로기준법을 의식한 일부 활동지원기관들은 임금을 1%더 높은 수준인 76% 지급함으로써[1]활동보조인에게 주휴수당을 보장했다. 2016년 활동지원 시간당 단가가 9000원으로 책정되고, 활동보조인의 임금부분은 6800원으로 책정되었다. 현재는 주휴수당을 보장하려면 시간당 임금으로 7236원[2](수가의 80.4%에 육박)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를 지급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활동지원기관은 운영비 확보를 위해 “노동조건 희생을 통한 초과이윤을 얻으려는” 여러 전략을 취한다.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조차 준수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에 대한 은폐와 기만의 전략으로 점철된다. 이는 이용자의 서비스 안정성과 서비스 질, 노동조건에 대한 고려가 아니라 기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며, 이는 현행 바우처 체계의 문제를 동시에 은폐한다.
노동시간 제한
발제문에서도 언급된 노동시간 제한은 장애인이용자와 노동자의 처우를 악화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노동시간 제한은 논란이 되었으나, 활동지원기관이 말하는 제한 이유는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지침은 단지 노동법을 준수하라는 내용이었을 뿐, 노동시간을 제한하라는 지침이 아니었다. 지침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잘못 해석되어 적용되는 과정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침의 의미가 노동시간 제한의 의미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3] 그럼에도 기관에서 노동자의 권리 혹은 지침을 핑계대어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활동보조인은 기관의 말을 믿고 다른 기관에 2중 3중 등록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시간 제한 초기에는 노동시간 제한이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졌으나 이는 점차로 극복된 상황이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동시에 2개 혹은 3개의 기관에 등록하여 활동지원을 진행함으로써 이용자는 동일 활동보조인에게 장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서 해결되는 것은 단지 활동보조인의 고용관계가 여러 기관으로 찢어짐으로써 기관은 법정 수당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활동보조인만이 법적으로 규정된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기관은 노동자의 권리를 노동시간 제한의 이유로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활동보조인의 근무시간은 큰 변동이 없고, 단지 연장수당에 대한 권리가 사라진다. 2016년 들어 기존에 20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던 기관들이 이를 더욱 강화하여 174시간[4]으로 제한하고 있는 추세이다.
노동시간제한과 겸하여 월 일정시간의 이용시간이 넘으면 이용자에게 가산수가가 적용되는 휴일과 밤시간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기관이 장애인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 노동시간제한이 극단적으로 진행된 기관중심주의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도 이용자는 여러 기관을 등록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온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일부 활동지원기관에서는 연장근무수당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란 일정단위기간 내에서 특정 기간의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연장근로로 취급하지 않고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를 말하는데,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대표와의 합의가 하나의 요건이다.
실질적으로 개별 사업장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노동자 대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관은 노동자 대표를 세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비교적 기관과 친한 활동보조인을 대표 후보로 두고 활동보조인들에게 서명을 받는다. 활동보조인들은 활동보조인 대표를 뽑는다는 말에 큰 무리 없이 서명해 준다. 과반의 동의를 얻은 활동보조인 대표는 기관과의 합의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도입한다. 해당기관 대다수의 활동보조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일부 기관들이 실시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구체적 불법성에 대해서는 쟁점이 많지만, 노동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기관은 활동보조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 보다는 이처럼 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부당해고와 4대보험 사측부담분 활동보조인에게 전가
활동지원제도는 서비스이용자가 원할시 활동보조인을 교체해주어야 할 의무를 지원기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서비스이용자가 활동보조인 교체를 원할 시 활동보조인은 새로운 이용자를 구해야만 임금이 발생하는데, 이는 동시에 기관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매칭이 원활하지 않을 시 활동지원기관은 고용관계유지에 드는 비용(4대보험)을 노동자권리보장이 아니라 비용으로 취급하고 줄이려고 한다. 활동지원기관은 빠른 이용자 매칭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보조인을 고용관계에서 해지하거나 4대보험 사측부담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명백히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특히 해고의 경우 1년 미만 퇴직자의 경우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고 기관의 여분 수익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인사노무제도에 관한 합의서 [5]
2016년 들어 일부 자립생활센터와 복지관에서는 인사노무제도에 관한 합의서를 활동보조인에게 서명받았다. 문제되는 내용으로는 ①휴일대체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합의 ②연차유급휴가 대체제도를 도입 ③지난 몇 년간 활동보조인이 받지 못한 임금체불에 대해 활동보조인이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이다. 이는 법적으로도 무효이지만 이 합의서를 받는 과정에서의 정보차단, 고용불안정의 지위에 있는 활동보조인들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상 갑의 지위를 이용한 서명요구 등은 더욱 문제적이다.
수당을 정당하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항목은 명시하여 감사를 피해가기
활동지원기관들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수당을 충분히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항목만 명시하여 감사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 감사 과정에서는 금액을 하나하나 맞추어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항목만 넣어 놓고 법정 수당을 모두 지급한 것처럼 속이려는 시도이다.
비영리 민간기관은 정말 비영리기관일까? – 은폐되는 회계자료
활동지원기관은 현행 수가로는 활동보조인의 법정 수당을 지급할 수 없으며,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수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실제로 근로기준법에 준하여 임금을 지급받는 사례는 없다는 점이다. 지급하지도 않은 법정수당을 핑계로 활동지원기관은 운영이 어렵다고 말하며, 동시에 활동보조인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은 병행되고 있다. 활동보조인의 잦은 이직과 부당해고로 활동보조인의 퇴직금은 기관의 수익으로 남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노동조건 후퇴 시도는 기관의 수익으로 남는다.
실제로 활동지원기관이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보건복지부 지침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지급하고 있다. 활동지원기관들은 운영하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기관의 규모에 따라 수익수준은 달라진다. 규모가 커지면 수익은 커지지만, 발제문에서도 언급하듯 규모가 크다고 해서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이 좋아지는 사례는 없다. 활동지원기관은 불법 상황에서도 운영을 지속하고 있고, 오히려 활동지원기관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증가하고 있다. 단체들은 새로운 활동지원기관으로 선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활동지원기관으로 선정되어 기뻐하고 축하한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들려온다. 정말 남는게 없고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활동지원기관 선정을 기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 아닐까? “사업주로써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것을 활동지원기관에 부당하게 전가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이 부당한 전가를 기뻐 기꺼이 떠맡고 있는 활동지원기관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활동지원기관의 운영조건이 나아지면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이 좋아진다는 말은 인과관계를 갖지 않는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도 그렇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활동보조인임금 상승률을 가파르게 따라잡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과 비교해 비교적 상황이 나았던 활동지원기관들은 과거에도 활동보조인에게 복지부에서 책정한 기준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 지금도 어쨌건 운영이 가능하며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에는 기관이 수익을 얼마나 남겼다는 말이며, 그 수익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년도 | 최저임금 | 실질시급 | 실질임금/최저임금 비율 |
---|---|---|---|
2011 | 4320 | 6000 | 1.389 |
2012 | 4580 | 6225 | 1.359 |
2013 | 4860 | 6412.5 | 1.319 |
2014 | 5210 | 6412.5 | 1.231 |
2015 | 5580 | 6607.5 | 1.184 |
2016 | 6030 | 6800 | 1.128 |
하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비영리 민간기관’이 정말 비영리 기관인지 보증은 되고 있지 않다. 정부는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고 있지 않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은 낮은 수가의 문제와 바우처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보건복지부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활동지원기관의 회계자료를 얻으려 노력했다. 중앙정부에는 기관에 대한 회계자료가 없다. 활동지원기관에 회계자료를 직접 요구했으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당한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기관이 어떤 영업행위를 할 것이며, 그에 따른 비밀이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일까? 지자체도 ‘영업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가 일쑤였고, 간혹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은 수입과 지출의 큰 항목만 명시되어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기 힘들었다. 일부 지자체는 회계감사는 하고 있냐는 질문에 자료 확보도 하지 않은 채 기관에 회계자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의 활동지원기관 관리감독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며, 활동지원제도를 둘러싼 담론에서 철석같이 믿어지고 있는 ‘비영리 민간기관’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리는 사실들이다. 기관들은 수익금을 최우선적으로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개선에 쓰라는 지침이 있다며 울상이지만, 회계공개와 감사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로 그렇게 쓰였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활동지원기관의 반발과 바우처 제도의 폐단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도 회계감사를 강화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공급자간 경쟁은 서비스 질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공간확대 경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활동지원기관의 수익금은 어디에 사용되고 있다는 말일까? 그렇다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활동보조인 교육을 강화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전담인력이 확충되어 장애인당사자를 보다 자주 찾아본다는 사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 활동지원기관의 수익금은 필요경비 명목으로 인건비와 부수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 활동지원 운영을 위한 인력으로 고용하되 다른 업무에 전용할 수 있다. 또 최근 활동지원기관들은 활동보조인보수교육을 위한 교육공간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기관확장을 시도한 사례가 많다. 발제문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활동지원기관에 대한 시설기준은 전용면적에 대한 기준이 없다. 이 말은 면적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상담과 교육, 활동보조인 교육 및 관리업무에 필요한 전용공간이란 얼마나 큰 공간일 수 있을까? 갑자기 기관에 계약된 모든 이용자가 상담을 요청한다면? 고용된 활동보조인 전원을 교육해야 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예를들어 활동보조인을 100명 고용하고 있는 활동지원기관은 100명이 수용 가능한 보수교육 전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활동보조인 보수교육은 년2회 실시한다. 이 공간은 비어있거나 다른 용도로 쓰인다. 여기에 더해 활동지원과 관련된 문서서류를 시건장치까지 한 상태로 몇 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간을 늘릴 이유는 충분하다.
활동지원기관의 수익금은 이처럼 회계상의 문제 없이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기관의 재원이 활동지원 서비스의 질과 무관하게 낭비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렇게 쓰일 여지는 정부의 기관 평가 기준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활동지원기관 평가 기준에는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가 들어 있으며, 더불어 기관은 이 기준에 맞추되 인력과 공간을 전용(轉用)하며 다른 사업들을 기획할 기반을 마련한다. 부실한 관리감독은 이 여지를 더욱 확대한다. 이러한 현실은 정부가 말하는 경쟁의 기준 자체가 의문에 부쳐져야 함을 보여준다. 활동지원기관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더 따내기 위해, 정부의 평가기준에 맞추기 위해 경쟁하지, 서비스 질을 위해 경쟁하지 않는다.
관리감독의 허술함과 노동감시의 강화의 비대칭성
정부의 평가기준 중 또 다른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활동지원기관이 부정수급을 잘 감시하고 있는가이다. 정부의 관리감독은 궁극적으로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를 향해 있다. 활동보조인은 노동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6] 이 과정에서 활동지원기관의 역할 또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활동지원기관은 자신이 부정수급을 잘 감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는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인권침해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활동보조인들은 보건복지부 지침을 넘어서는 제공기록지 제출을 활동지원기관으로부터 요구받는가 하면, 장애인 이용자와 한 일을 매주 보고하는 문서를 ‘주간보고서’라는 명목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이것에 더해 근무중 장애인이용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낼 것을 요구하는 활동지원기관이 생기고 있다. 활동지원기관은 정부의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문서를 많이 구비하기 위해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를 감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사실상 부정수급이 서비스 이용자의 묵인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처벌이 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점도 이야기 되어야 할 것이다. 부정수급 감시에 수반되는 여타의 문서작업은 장애인이용자가 준비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인에게 모두 떠넘겨지며, 본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도를 넘은 노동감시는 활동지원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실함과 비교해 볼 때 비대칭적이다. 활동지원기관은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와 함께 바우처 제도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등한 지위의 수인이 아니다. 감시를 면제받으며 감시에 동참하고 있는 교도관과 비슷한 지위에 있다. 활동지원기관의 노동감시를 통한 활동보조인 훈육이 여타 노동조건 후퇴에도 순응하는 노동자를 만들어 내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문제를 드러내는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내용은 서비스제공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제공인력의 전문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노동조건 하에서, 단지 활동보조인의 자격요건만을 강화한다면 이는 오히려 신규인력 유입을 막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조건 개선이 선결과제이다.
이미 활동지원 교육기관들 또한 시장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교육만을 강화한다면 교육기관의 자격증 장사를 한층 더 강화하는 꼴이 될 것이다. 또 현장에서 실질적인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비스 이용자들이 말하는 전문적 서비스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활동보조인력의 전문화와 자격요건 강화 보다는 서비스 제공인력의 경력을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안정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재직 과정 중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용자에 의해 요청되는 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교육시장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활동보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서비스 이용자 개개인은 어떤 유형으로 포섭되는 존재들이 아니며, 설사 장애유형이 같다고 해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이용자의 구체적 욕구를 바탕으로 해당 활동보조인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이용자는 향상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활동보조인도 동시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바우처 제도의 폐해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활동보조인이 오랜 경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바우처 제도의 폐해를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 실천들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는 활동지원기관의 운영에 관해서 투명한 회계공개를 촉구하는 구체적 방안들을 실천해 볼 수 있다. 활동지원기관의 회계공개를 통해 바우처제도를 통한 활동지원기관의 운영이 불가능함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활동지원기관의 생존논리는 사회서비스가 공공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막고 있는 방해물이며, 바우처 제도의 폐해를 은폐하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활동지원기관은 당연히 생존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사라져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없는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것처럼, 근로기준법조차 지킬 수 없는 바우처 제도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는 근로기준법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더 이상 활동지원기관들이 구조를 탓하며 구조를 유지하는 행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각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활동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 ↑ 2015년 최저임금은 5580원이었다. 이를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시간단위 임금으로 환산하면 6696원(= 5580 * 1.2)이 된다. 2015년 주간기준 시간당 바우처는 8810원. 76%에 해당하는 금액은 6695.6원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금액과 비슷해진다.
- ↑ 2016년 최저임금 6030 * 1.2 = 7236원
- ↑ 근로기준법 제59조에서는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한 사업을 규정하고 있는데, 4호에서 시행령으로 사회복지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 ↑ 365/7/12 * 40 = 174 : 이는 달 기준으로 연장수당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근무시간이다. 물론 이보다 더욱 강화된 노동시간 제한을 하는 기관도 있다.
- ↑ 이와 관해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에서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보도자료 및 기자회견문 참고.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 활보연대, 2016년 3월 9일, [기자회견] 20160309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인사노무제도 운영에 관한 합의서”는 무효! – 노동자의 입을 막아도 노동법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http://cafe.daum.net/paspower/72br/171>
- ↑ 2013년 인천시경에서는 부정수급과 관련한 기획수사를 진행했다. 활동보조인의 개인정보는 별도의 보호장치 없이 기관을 떠돌았고, 활동보조인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런 사건은 현재 김포에서도 진행중이며 활동보조인의 인권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관련기사 :: 한겨레, 2014년 2월 23일, 장애인·활동보조인 “범죄자 취급하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254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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