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태어난 곳인 룸비니의 한국절에서 이틀을 머물고 그제 인도국경으로 넘어왔습니다. 어수선한 국경에서 자기가 싫어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로컬심야버스를 탔지요. 한 아일랜드 인이 미친 버스라 말할 정도로 무섭게 운전하더군요. 중간에 점선도 없는 도로에 트럭이 마주 오고가고 릭샤에 자전거에 시장바닥같이 나와있는 사람들 틈을 이 버스는 무법자처럼 부저를 울리면서 밀어붙이더군요. 좁고 딱딱한 의자에 겨우 걸터앉아 열시간 오느라 아직 엉치뼈 부근이 헐은게 안나았네요.^^

차장에게 500루피를 내밀었는데 하마터면 거스름돈 346루피를 떼일뻔했지요. 한 거친 인간이 베낭값 내놓으라고 험한 인상도 쓰고... 새벽 2시에 겨우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근처 숙소들이 하나같이 빈방이 없다는 거에요. 할수없이 한 할아버지 오토바이릭샤를 탔는데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저기 요기집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요기는 요가선생을 말하지만 그가 어떤상태인지 모르고 하여튼 내가 인도 첫여행 첫날이라 간판있는 숙소로 가자해서 새벽 3시에 겨우 몸을 누일수 있었죠.

다음날 강가쪽 숙소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프로호객꾼에게 돈사기를 다했답니다.-_- 숙소 주인을 사칭했던 그 인간, 정말 매순간 매순간이 신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100루피(2500원)짜리 방에 이틀째 머무르고 있는데 자그만치 1000루피를 사기당했답니다. 열흘치 숙박료지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일기에 쓰도록 하지요. 중국여행 초반 베이찡에서 디카 소매치기다했을때와 같이 빨리 잊기로 했습니다. 나라를 넘어 올때 이런일들이 생기네요. 혼자 배낭여행해서 만이 아니라 때때로 일어나는 이런일들은 불가피한것 같습니다. 내 숙소 창에서는 왼쪽편으로 사람들이 조금떨어진 오른쪽은 소들이 목욕하고 있습니다. 전망도 마음에 들고 일하는 친구들도 친절합니다. 점점 좋아질일만 남았네요.

현지인들도 셔터내리고 피서가고 여행자들도 드문드문 보이는 바라나시, 더위가 느껴집니다. 다행히 오늘 여기 시간당 500원짜리 전화모뎀 피씨방을 찾아 하루일과를 정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강가에서 시장으로 죽 한바뀌돌고 숙소들어와 짜이(인도식 밀크티)와 센드위치 먹고 책과 자료좀 보다 나와 인터넷 하러 오면서 지금 제 철인 망고 주스 한 잔 사먹고 블로그 일기 쓰다 봐둔 에어컨 되는 식당가서 점저먹고 다시 인터넷 하고 길 좀 걷다 숙소 돌아와 샤워하고(물이 뜨거워요) 책보고 음악듣고 모기장 치고 몸에 모기방지 스프레이 뿌리고 잠을 청하는 일과를 보낼 생각입니다.

인도까지 왔는데 충격좀 받아야 하는데 거리의 무질서함은 베트남 하노이 구시가지에 비하면 아주 평온한 수준입니다. 물론 거리를 걷으면 릭샤타라 등등 사람들이 줄기차게 따라붙긴 하지만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이지요. 시체 태우는 걸 가까이서 좀 봐야 감이 올런지 모르겠네요.^^

한국도 점점 열기가 올라가겠네요. 모두들 건강하시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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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9 20:26 2005/05/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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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2005/05/12 00:06 Delete Reply Permalink

    저도 '짜이' 한잔 그립군요. 인도 '난'을 꼭 드세요. 뭄바이서 갈릭버터 난을 먹었는데 정말 맛났지요. 그곳에도 있겠죠. 꼭 드세요. 건강하시구요. 밤엔 아직 춥답니다. 오늘은 비까정 추적추적.

  2. aibi
    2005/05/15 23:29 Delete Reply Permalink

    고양이) 고양이 님이 꼭 먹으라고 해서 아까 점심으로 버터난을 먹었답니다. 과일셀러드와 함께 먹었는데 맛이 있더군요. 트레킹에서도 네팔식 난인 짜파티를 매일 먹었지요. 먹는 취향은 검소하시군요.^^

  3. 고양이
    2005/05/17 13:20 Delete Reply Permalink

    아니 이게 뭔 말이다요? 그럼 다른 면에선 낭비벽이 있다는 건감? 이거 영 섭섭한걸... 나야 동생들 수혜를 입는 거 말고는 없는디. 쩝~ 여튼 '난'은 맛있지요.

  4. aibi
    2005/05/17 23:00 Delete Reply Permalink

    고양이)내가 던진 약간의 잽 공격에 또 그 무서운 쩝~을 날리시나요?^^
    내가 씀씀이가 아니라 취향이라 표현했잖아요! 분명 다르지요. 내 음식취향은 랍스터나 스테이크같이 한 종류가 아니라 산채나물 한정식류지요. 하지만 실제 씀씀이는 500원싼 찌게백반집을 찾아다닌답니다. 고양이님의 선물고르는 안목을 은근히 칭찬하려고 한것인데... 흑흑

  5. 지호
    2005/05/19 18:14 Delete Reply Permalink

    더운데서 욕본다. 그럭저럭 계획 비슷하게는 있던 여행 바라나시에서 발목이 잡혔었다.왜그랬지??? 안전상 좀 그래서 그렇지(오샌 나아졌나) 저녁에 강가에 나가면 달도 보고,그 때 이후로 늘 달보는 버릇이 생겼다.정신사나운 종교행사들,나중에야 최고의 연주도 들을 수 있었지만 식당에서 들었던 음악도 좋았었는데... 참 강가에 돌고래 산다 혼자 배타고 나가서 본거라 확실친 않은데 뭐가 수욱 하고 떠오르기에 말로만 듣던 시첸갑다 했는데 어라 돌고래네 했던 기억이 난다,쑤쓩이라는데 그 아저씨 영어가 하도 짧아서

  6. 지호
    2005/05/19 18:39 Delete Reply Permalink

    제대로 알아보진 못했다. 돌아와 살펴보니 강돌고래가 있다고는 하는데 간김에 좀 주위에 알만한 사람한테 물어봐주라 가끔 생각나면 아직도 궁금하다.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해라.그나저나 강행군인데 몸은 괜찮냐? 이곳에서 글 하고 사진들 보니 기억이 새롭다. 부러워 해야 하는건지 여하간 대단하다.건강 해치기 딱좋은 곳이다 건강 조심하고 인도 의사들 믿을만 하니 혼자 끙끙 앓지는 마라...

  7. aibi
    2005/05/20 17:19 Delete Reply Permalink

    지호)반갑다. 여기 이제 열흘이 넘어가는데 뭐 하는게 없다. 아침 일찍 옥상에서 강쳐다보고 뭐좀 읽다가 피씨방가서 블로그 일기쓰다 방에와서 점심먹고 좀 자고 나와 다시 인터넷하다 5시쯤 되면 강가 북쪽으로 죽 걸었다가 거리쪽으로 올라와 저녁먹고 주스마시고 숙소 돌아오는 날들이 지나고있다. 우연히 잠깐 만난 한국여자는 오던 날에 시타학교를 끊든데 그것도 다음 코스인 리쉬께쉬로 다 미뤘다. 나도 배는 한번 탈 것이니 그때 물어보지.

  8. aibi
    2005/05/20 17:21 Delete Reply Permalink

    지호)마실것 이외에는 길거리음식을 안먹고 있다. 더워도 이곳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은 대단한 것 같아. 골목 마다 수 많은 작은 사원들과 무딪치게 된다. 고개를돌리지 않아도 한시야에 시신을 화장하고 그위에 바로 목욕을 하고 그 밑에 배타라고 호객을 하고 배를 타고 쳐다보고 젊은 애들은 크리켓에 열광하는거 보인다. 이곳이 인상적인 곳이기는 한거 같아. 이런 분위기때문에 네가 발목이 잡혔는지 모르지만. 며칠더 여기 있다가 하리드와르로 기차타고 가서 리쉬께시로 버스타고 들어갈거다. 너도 건강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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