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 50일차 아침이다. 머리 바로 옆에 둔 컵에도 얼음이 얼고 저쪽 세수대야의 물도 두껍게 얼었다. 그런데 그렇게 추운 느낌은 없다. 보통 여행자들이 숙소의 더운바람 나오는 에어 컨디셔너때문에 감기에 많이 걸리는데 기침도 이젠 없다. 초기의 의혹들, 일주일 만에 돌아와도 얼굴보기, 빨리 돌아오면 어디좀 숨어있어 등등을 조금은 불식시키는 숫자 50이다. 처음이 어렵고 길게 느껴지지 100, 200, 300은 금방일거 같다.

 

2.

주인아저씨에게 샤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저씨 장작을 가져와서 때기 시작한다. 이 또한 흐믓한 대접이다. 그냥 이 집에 더 머물러야 겠다. 방에 있는데 물이 되었단다. 한 양동이다. 다행히 샤워실은 물은 얼어있지만 온열전구가 있다. 평소 같았으면 금새 흘려버렸겠지만 한 양동이로 이 닦고, 면도하고, 머리감고, 샤워하고, 물이 조금 남아서 머리를 한 번 더 행구었다. 오늘 날씨는 춥지만 몸은 상쾌하다.

 

3

티벳의 초입부에 왔으니 티벳음식을 먹어보자. 티벳카페에 갔다. 통창 바로 옆에는 혁명열사공원이 있다. 좀 비싸지만 티벳식 아침 세트 메뉴를 시켰다. 버터차, 미수가루, 두툼한 치즈 한 접시, 갓 구운 밀가루 빵, 계란 2개가 나온다. 썩 입에 달라붙지는 않았지만 먹을 만하다.

치즈가 많이 남아 비닐 봉지에 넣어 나왔다.

 

4.

오늘은 집과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콜랙트 콜 전화가 잘 안된다. 중국에는 전화방이 널려 있다. 한국의 전화방이 아니라 그냥 전화를 몇 대 설치하고 거리 나라에 따라 전화요금을 받는 상점이다. 어머니와 통화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명이 함께 다닌다고 말해두었었다. 같이 다니는 사람 한국 집 전화번호를 대란다. 약간 시간을 끌면서 그냥 넘어가고 성경 시편 잠언 읽느냐고 해서 조금씩 읽고 있다고 명쾌하게 또 거짓말했다. 하지만 청두에서 목사님 만난 일과 전화번호 적어두었다는 사실은 강조해서 말했다. 절대 사고난 지역으로 가지마라.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5.

어제 갔던 인터넷 왕빠에 들어갔다. 입구에 바로 있는 어제 자리에 앉았다. 다음 여행카페들어가서 보는데 베트남에 조류독감으로 2명이 죽었단다. 그래서 내가 있는 원난성에서 국경 30키로에 방역팬스를 설치하고 축산농민들에게 주의경보를 내렸다한다. 여기 원난성이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 북부가 문제다. 원래 계획으로 하노이로 바로 가지않고 국경 시골마을을 먼저 돌려고 했는데 이 시골마을들이 사스지대인거 같다.

 

6.

그냥 여기서 티벳으로 넘어가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현재 외국인에게 티벳 육로 통과는 금지되어있다. 한 4~5십만원돈을 순전히 이동비와 허가비로 지출해야 갈 수 있다. 한가지 편법은 여기 중덴에서 한 7시간 버스 거리인 더친으로가 중국인 여행자들과 끼어서 가는 방법이 있단다. 이 날씨에 티벳루트는 완전 써바이벌이고 중국인 여행자들이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중국 티벳 루트는 지금 2006년을 목표로 해발 4천 5천 미터대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로가 놓여지고 있다. 이른바 중자(중국과 자본이)합작해서 티벳을 완전 손아귀에 움쿼지는 작전이다. 그 전초기지격인 도시가 여기 중덴이다. 그전에 티벳을 한번 가봐야 할텐데... . 원난성에서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도 있고 지금부터 그리 걱정할 일이 못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7.

왕빠를 나와 한국식당으로 갔다. 김치찌게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저쪽에 맥주 한 병 붙잡고 앉아있는 한 남성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일본인이였다. 이쪽으로 오라 해서 합석을 했다. 일본 북쪽 지방의 젊은 농사꾼이다. 겨울에는 시간이 나서 베트남 중국을 3개월정도 돌아다닐 계획이란다. 김치찌게가 나왔다. 먹을 만 하다. 그 일본인은 안주로 지지미하며 한국식 부침게를 시켰다. 내가 김치를 함께 먹으라 했더니. 기무치 맜있단다. 내가 첫날같던 티벳호텔 도미토리에 묵는단다. 다른 여행자도 있단다. 계속 그 일을 할 거냐 했더니 돈을 많이 벌어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싶단다. 내가 그건 드림이다고 하니 웃으면서 그렇단다. 청두로 간다해서 청두 정보를 주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혜어졌다.

 

8.

숙소로 오니 주인 아저씨가 화로불을 쬐고 있다. 오늘 여기저기 갔었다며 떠듬떠듬 대화를 하다 양숴에서 중국인과 피주좀 마셨다 하니 나가잔다. 좋다 하고 나가는데 한국식당 옆 집 2층이다. 이 술집이 동네 사랑방인가 보다. 주인과 인사를 하는데 내 숙소 아저씨의 형이라다. 영어도 하고 세련된 스타일이다. 한국 중국보다 훌륭하고 한국사람 베리리치(부자)하단다. 이 형과 달리 이 동생은 통념상 어수룩한 스타일이다. 형은 글로벌이고 동생은 로컬이다.

써빙보는 여자에게 여기 술하나 추천해달라해서 하나 시켰는데 12원짜리 버드와이저 작은병이 나온다. 중국맥주 큰 병이 5원인데. 또 한번 그 상술에 기막혀했다.

 

9.

이 친구에게 띠를 물어보는데 결국 나이를 확인하니 29살이다. 생각보다 어리다. 이 친구의 동네 친구들이 계속 우리자리에 하나씩 온다. 태어나기도 이 곳 상그릴라에서 태어났고 30년 가까이 살아 온 친구들이다. 그들은 앞으로 급속히 변화하는 상그릴라에서 어떻게 살아나갈까? 내 숙소 주인이 나에게 차 대절해서 수두호 탠칭사 좋다면 거기 도는데 200원이라고 장사를 한다. 물론 선의에 의한 제안이겠지만 이 로컬 친구에게서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 할 수 없다. 내가 비싸다하니 150원이란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 050114 (금) 여행 50일차

 

(잠) 중덴 포탈라 케빈 3900원 (30원)

(식사) 아침 티벳아침식사세트  3640원 (28원)

          저녁 한국식당 김치찌게 2600원 (20원)

(간식) 술집 맥주2병 안주하나 티하나 3900원 (30원)

(기타) 인터넷 1300원 (10원)

          전화 1040원 (8원)

 

...................................총 16,3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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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6 18:20 2005/01/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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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막
    2005/01/16 23:19 Delete Reply Permalink

    살아돌아 올 수 있나? 사스 무서운데.. 조심하시고.

  2. 자일리톨
    2005/01/21 23:44 Delete Reply Permalink

    왠지 현지주민들의 사랑방같은 공간에서 술도 마시고 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여행을 간다면 꼭 그렇게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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