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을 갈아서 그런지 배탈이 났다. 새벽에 한국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쿤밍에서 밤기차를 타면 이곳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이 곳 오래있을 곳은 아니다. 끼리끼리 오는 대학생 친구들하고 대화하기도 그렇고 여기있으면 더 외로워진다. 이곳은 보통 하루이틀 정도 머물고 위쪽 리장으로 가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아침에 십여명되는 페케지 여행자들이 들어왔다. 가이드 남자가 둘이다.

 

2.

날씨가 춥다. 식당의 난로가에 앉았다. 어제 호도협에서산 호두를 먹으며 기행문을 읽었다. 책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춥다. 방으로 들어가야 겠다. 이쪽 윈난성은 난방이란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전기장판을 5원에 빌렸다. 숙소로 들어갔다. 가이드 둘이 아침에 체크아웃한 체코중국학생자리에 들어왔다. 한 친구는 부산사투리를 쓴다. 전기장판을 깔고 앉아있는데 열기가 안 느껴진다. 다시 가져가서 안된다고 하니 이리저리 찾아보더니 지금은 없단다. 가이드 들이 신경을 써 준다. 다른 전기장판을 가져왔다. 이제야 좀 따뜻하다. 따뜻한 기운에 잠이 들었다.

 

3.

일어나니 3시가 넘어간다. 날씨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굳은 날씨다. 같은 방의 가이드가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다. 아직 밥도 안먹어서 그런지 몸이 쳐저있다. 방에 앉아서 쉬고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제 갔던 그 중국인 식당에서 쇠고기 철판요리를 먹었다. 고기가 좀 얇아 씹히는 맛이 덜하다. 어쨌든 먹으니 좀 생기가 돈다. 밥을 먹고 나와 고성중심가로 들어서는데 발안마 해주는 상점이 보인다. 그래 한번 받아보자. 들어가서 가격을 물으니 한 시간에 40원이란다. 아니 계림에서는 25원한다고 알고 있다고 하니 여긴 다 40원이란다. 전신안마도 40원이란다. 여기저기 누르면 아픈 곳이 있는데 이왕이면 전신안마를 받자. 2층으로 올라오란다.

 

4.

안마사는 작은 체구의 인도 남자였다. 인사를 하고 여러 배드중 하나로 가서 점퍼만 벗고 누웠다. 사람의 몸 전체의 혈이 299개인가, 하여튼 이 친구 나의 뒷판의 머리부터 눌러 나간다. 체면에 아프다고 소리지를 수도 없다. 아픈곳은 뭐가 뭉쳐있는 곳이다. 아픈곳을 더 눌러 푸는게 안마다. 하여튼 무지 아프다. 점점 시원한 느낌도 든다. 몸의 뒷판을 발까지 다 했다. 이젠 앞으로 누우란다. 급소를 제외한 부분을 또 샅샅이 눌러나간다. 그리고 서서 허리를 굽히고 누르고 다리를 꺾고 머리를 위로 당기고... . 안마해주는데 성의가 느껴진다. 안마사라는 직업도 쉬운 직업이 아니다. 몸의 혈을 파악하고 누르는 기술부터 힘까지 모든 것이 요구된다. 한 시간 남짓 안마가 끝났다. 그 성의에 고마워서 5원을 주었다. 인도남자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5.

그동안 중국 도시의 밤거리를 걸을때마다 마사지 받으라는 끈질긴 제안을 뿌리치곤 했다. 베이징에서는 한 여자가 근 100이상을 계속 따라오면서 받으라 했었다. 그건 아마 여성이 해주는 안마일 것이다. 여성이 해준다고 다 불건전한것은 아닐 것이다. 당면한 문제는 무엇을 파느냐이다. 건강을 파느냐 성을 파느냐? 여하튼 난 오늘 인도 남성에게서 정통건전건강안마를 받았다. 안마소를 나오는데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다. 그 인도 안마나 나에게 명함을 건낸다. 그는 40원중에 얼마를 받을까?

 

6.

다리 고성을 걸었다. 여기도 리장의 쇼핑가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층으로된 큰 슈퍼에 들어갔다. 할인하는 토마토 주스, 리츠 크랙커, 미니휴지, 비빔사발면, 꽈베기 빵을 샀다. 역시 먹어야 한다. 우울할때 과식한다는 것은 꼭 나쁜것은 아니다. 먹으면서 잇몸운동을 하면서 영양분을 보충하며 우울함을 날려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NO3컴은 고장이 나있다. 찾아간 왕빠들은 한글을 읽을 수가 없다. 영어책들이 있는 서점에 들렸다. 캄보디아. 태국 영문 론리플래닛이 있다. 베트남 호지민에 가서 사면 된다. 괜히 짐을 늘리지 말자.

 

7.

숙소 식당에는 페키지 여행자들이 술을 먹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니 한 가이드가 책을 보고 있다. 조금 있으니 형뻘 되는 가이드가 술에 좀 얼큰해져 들어온다. 동생뻘 가이드가 말한다. 도저히 그 분위기에 못있겠더라. 이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상태인가 보다. 그쪽도 15박의 여행 마무리 시기이다. 나도 중국을 마무리 하는 시점이다. 여행 가이드 한다면 모르는사람들은 여행도 하면서 돈도 벌고 참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 그 여행과정에서 사람들 이끌면서 때때로 비위도 맞출려면 이 직업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나도 그 동안 활동하면서 넌 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서 좋겠다는 말을 듣곤 했다. 물론 사실이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다. 하지만 이 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로 유지하고 만들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노력과 감내가 필요하다. 간혹 활동가의 의지를 넘어서는 고통스런 일들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동안 나에게는 앞으로는... .  모를일이다. 

 

8.

이럴때는 전기장판이 친구다. 뜨끈하다. 아니 뜨거울 정도다. 내일은 날씨가 맑아야 할텐데... .

 

 

* 050119 (수) 여행 55일차

 

(잠) 다리 NO3 전기장판포함 2600원 (20원)

(식사) 저녁 쇠고기철판, 야체볶음 2600원 (20원)

(간식) 슈퍼 주전벌이 소모품  1660원 (13.6원)

(기타) 전신안마 5850원 (45원)

 

.......................................... 총 12,7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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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4 14:05 2005/01/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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