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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결혼식 해프닝을 보며

'훈훈한 감동'이라며 앞다투어 기사를 내보내고 두 커플의 행복을 빌어주던 언론(당연히 포털도 포함해서)이 하루 아침에 돌변했다.

 

아주 난리도 아니다.  어떻게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을 떠넘기나?

승객모독이라느니 "이제 사랑에 대해서도 믿을 게 없어졌다"느니, 인터넷 '엉터리 정보'많다 느니, `플래시 몹' 행위 가려서 해야한다느니 아주 가관이다. 감쪽같이 속은 당신…낚였습니다 제목이 이쯤 되면... 거의 사람들을 우롱하는 수준이다.

 

사실 별거 아닐 수 있는 기사에 엄청난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거 자체가 웃긴거다. 자기들이 사실확인도 안하고 기사 써놓고 오보라고 하기 민망하니까... 연극동아리 문화의 문제점, 플래쉬몹의 문제점, 인터넷의 문제점, 동영상촬영의 문제점, (언론사의 경우)포털의 문제점, 언론의 문제점 등을 이것저것 갖다 대고 있는 거 아닌가? 사실 "오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마디면 끝나는 문제 아닌가?

 

연극한 사람이 잘 못했나, 연극인 줄 모르고 감동받은 사람이 잘 못했나, 그걸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잘 못했나. 누구도 특별히 잘 못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왜 이렇게 난리들인 걸까? 하튼, 현재의 언론-포털-네티즌으로 이어지는 정보의 생산-유통-소비의 시스템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것...  다음의 사뭇 다른 댓글 분위기를 감상해 보자.

 

네이버가 선정한 기사의 댓글들 : ″’지하철 결혼식’은 연극이었다″

지하철결혼식을 촬영해서 올린 루나틱캄님의 블로그에 달린 댓글들 : 그들의 결혼식에 관해..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들 역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이런 차이에서 희망을 발견한다면 무리한 것일까?

 

루나틱캄님의 글은 사실 어느 기사에서 보다도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는 기자라고 볼 수 없는 걸까? 블로그의 글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다른 기자들도 다 블로거의 글을 그대로 받아썼는데도? 루나틱캄님은 더이상의 사실 확인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한 확신을 가졌다는 것이 너무 잘 이해 된다치고, 블로그 포스트 하나만 달랑 보고 기사 쓴 기자들은 도대체 뭔가? 그들은 그냥 독자들을 낚시질하고 싶어하는 블로거가 아니었을까? 블로거와 기자의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은 대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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