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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쉐바.

"아이를 낳지 않으렵니다."로 시작해서... 구구절절이 사연을 쓰고나서...
마지막에 "쉐바 올림"이라고 덧붙이는...
장난섞인 낚시성 포스트를 기획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오늘 쉐바가 중성화 수술을 했어요.
그런데, 쓸 수가 없네요.
게으름과 분주함으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쉐바의 눈빛을 보면, 전혀 농담을 할 여유가 생기지 않아요.
쉐바의 심정을 헤아리는 척 대신 대필을 할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양쪽 난소와 자궁을 통채로 들어내는 수술이었습니다.
예상보다도 훨씬 힘들어보이더군요. 의사한테도 쉐바한테도.
마취 주사를 맞고 혀를 살짝 내밀고 수술대 위에 누워있던 모습...
하얗고 붉게 드러난 장기들...
전기 인두로 잘라내는 과정에서의 전기 충격으로 인한 쇼크와 이어진 고약한 냄새...
회복과정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
마취가 풀리지 않아 버둥거리고, 씌워 놓은 캡 때문에 자꾸 벽에 부딪히는 몸짓...

도시 환경에서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거나...
발정과 출산이 수명을 단축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나름 합리화의 논리들도 힘을 잃더군요.

게다가... 얼마 후에는 또 긴 이별을 해야 한다니...
스밀라디가 잘 키워주기야 하겠지만서도...
하루종일 우울하고 맘이 불편한 하루였습니다.

미안, 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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