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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업둥이를 소개합니다.

일주일 전의 일이다.

사무실에 가려고 우리집 현관을 나서는 찰라에 길 건너편에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발견하지 못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작고 검은 빛깔의 물체.

버려진 작은 고양이었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한 눈은 거의 감겨있어서 한 눈에 봐도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됐다.

 

평소 그다지 동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동정심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일단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키울 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데려왔냐고 도리어 화를 냈다.

동물구조대에 전화하면 비용부담 없이 데려갈 거라고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했다.

 

병원에서 준 약과 고양이 통조림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동물구조대로 간 동물들은 일정기간 수용되다가 대부분 안락사된단다.

이 무슨 알량한 마음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녀석이 안락사된다는 건 참기 어려웠다.

고양이 동호회에서는... 적어도 2달은 돼야 입양 보낼 수 있단다.

하기야 아픈 고양이라니 누가 데려갈 것인가?

설상가상 녀석은 통 먹지도 않고 싸지도 않았다.

오. 맙소사.

 

 

 

이렇게 급작스럽게 시작한 녀석과의 동거가 벌써 일주일이 됐다.

녀석은 아직 고양이 우유(세상에 이런 게 있다니!)만, 그것도 처음 습관대로 주사기로 먹여줘야만 먹는다.

고양이 이유식(세상에! 갈수록!)을 위해 고양이 사료도 샀는데 아직 전혀 안먹는다.

그래도 먹는 양과 속도는 처음에 비해서 엄청 많이 늘었다.

나흘만에 똥도 싸고, 오줌도 쌌다.

아직 딱 한번 뿐이지만, 고양이 모래(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 위에도 쌌다.

이제는 걷다가 가끔씩은 뛰기도 한다.

이젠 몸부림도 심하고 발톱과 이빨이 두렵기까지 하다.

아무튼 녀석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녀석만 변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루 수차례 길게는 한시간씩 우유 먹이는 것도 익숙해졌다.

지난주 며칠은 우유를 먹이기 위해서 칼퇴근을 했다.

수시로 놀아주기에, 흘린 우유 때문에 바닥 훔치기도 하루 몇번씩...

제자리에 오줌 누라고 배 문지르기, 처음에는 똥 누라고 항문마사지(헉!)까지...

이젠 녀석의 울음소리에 잠을 깬다.

녀석이 나오는 꿈도 두 번이나 꿨다.

한번은 녀석이 밥이며 생선이며 온갖 사람먹는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는 꿈.

또 한번은 장롱에서 녀석과 함께 같은 크기의 개, 호랑이, 사자, 하마 등이 쏟아져 나오는데, 집이 무너지고 있어서 한손에는 녀석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어떤 녀석을 데리고 탈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꿈.

 

쪼그만한 놈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처음 우유를 넘기고 처음 똥을 눌 때까지 노심초사했던 걸 생각하면... 

애 키우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래도 어쩌랴, 좋은 사람 만나서 입양보내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런데 어쩌지, 이 녀석이 정말 좋아져버리면???

암튼, 얼렁 포스팅하고 우유 먹이러 가야지. ㅋㅋ 

 

소개합니다.

 

 

 

 

정말 작죠?

 

 

내가 사진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그렇겠지만...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이는 동물 찍기는 정말 어렵더라.

하지만, 덕분에 우연히 나온 재밌는 사진들...

 

입가에 묻은 우유를 터는 찰라에 찍힌 사진. 우유 날아가는 포물선에 주목.

 

 

사진기가 무서웠는지 손을 뿌리치는 순간 찍힌 사진. 

저 기~인 손톱.

저거 맞으면 꽤 아프다.

 

 

갑자기 괴물로 돌변한 사진.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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