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파이란>의 최민식이 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쿨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고

얼굴을 있는 대로 찌그러뜨리며 우는 편이라

(올해 한 번 그렇게 울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가 참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의 얘기가 공감되어 깊이 기억에 남았었다.

 

문득 그 인터뷰가 기억나 인터넷을 찾아 보았는데

<씨네 21> 2001년 기사였다.

문득 <파이란>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전에 이 영화에 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그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고 싶다.

 

"내가 제일 즐겨보는 TV프로는 <병원24시>다. 그게 내 교과서다. 사람을 배우고, 감정을 배운다. 얼마 전엔, 술만 들어가면 개꼬장 부리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젊은 여인 편이었다. 몸이 아픈 어머니가, 딸이 만류하는데도, 또 술이 엉망으로 취해 집을 개판으로 만들고, 여인은 아파트 복도에 앉아서 울더라. 얼굴이 찌그러들면서 울더라.

저런 게 우는 거구나. 저런 게 진짜구나. 내가 해봤자 강재 흉내내는 것밖엔 안 된다. 그저 진짜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가려고 발버둥치는 것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연기에서 테크닉이란 건 정말 보잘것없는 거다. 가끔 얼굴 표정 변화없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연기를 본다.

그게 쿨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는 것 같다. 절제미를 과시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게 아주 적절한 연기인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난 그게 테크닉을 위한 테크닉이 든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플 때 얼굴이 찌그러지면서 북받쳐서 운다. 꺼이꺼이 우는 것이다.

어떤 훌륭한 연기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언제나 나를 낙심하게 하고 또 배우게 한다."

(https://bridge.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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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08/12/09 14:27 2008/12/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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