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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을입니다. 작년 이맘때도 내려갔었죠. 일은 잠깐, 한아름 감을 받아들고 왔었던.
상주 낙동면 승곡리 웃승장 돌삐네 집. 이번엔 혼자 갔어요.
몸과 마음의 몸살을 잠시 멈추고 싶어 떠난 자칭 일인농활단.
지금은 까맹이 대신 까맹이의 조카 친척뻘 되는 고양이 세 마리가 돌삐와 한솥밥을 먹고 있어요.
셋이 밥그릇에 머리를 처박으면 다시멸치와 생선뼈는 오도독오도독 휘리릭 쩝쩝 뿅~
얘들은 도시얘들와 달리 현미밥도 잘 먹네요. 고양이마저도 로컬푸드.
작년처럼 감 깎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주로 감 따기, 줍기, 닦기 그리고 깎기는 조금만.
봄에 냉해로 감꽃이 많이 떨어져서 감 수확량이 작년의 절반도 안된다네요. 곶감값이 올라가야겠어요.
감철이 되면 감 있는 동네로 몰려오는 프로감꾼들은 나무를 털어 감을 수확하지만 그럴 수 없는 돌삐.
아직은 감나무 가지 사이로 다치지 않게 감을 털줄 몰라서이기도 하고, 감농사를 그렇게 대량으로 하지도 않고, 또 돌삐네 감은 소중하니까. 그래서 손이 닿는 감은 손으로 따고 손이 닿지 않는 감은 기다란 전지용 집게가위로 가지를 잘라서 땁니다.
보통 돌삐가 감 달린 가지를 따주면 가지에서 감을 따다 몇번 집게가위질을 해봤는데 이게 마치 낚시같아요. 감 이발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 또는 감 사냥? 대가 길어서 그런지 감 당구장에 온 듯도. :) 아무튼 생각보다 힘이 들었어요. 점점 팔은 아파오고 목은 뻣뻣해지고 입은 다물 수 없고 그래서 입속과 입술은 바싹 타고..
목숨 걸고 감을 따기도 합니다. 그나마도 이 나무는 집앞 마당이라 나은 편.
벼랑에 선 감나무도 올라야 하고, 비탈에 서서 감을 받아내야도 합니다.
해가 지고 찬바람이 불면 손도 얼굴도 얼어붙어요.
주렁주렁 감들을 출가시키고 가벼워진 감나무.
멍들고 깨진 놈들은 멀리 출가도 못합니다.
바리깡 대신 감자채칼에 머리를 밀린 채 바로 어미나무 곁에서 가을 바람결에 말랑말랑해져갑니다.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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