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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자고 목욕도 하자고
그러면서 간 곳이 풍기였다.
그러나
잘 곳이 없었다.
뒤늦게 합류한 영특한 지각생이
온천 가까이 있는 민가에 방을 얻는데 성공했다.
상냥한 말씨와 햇 배 세 알로.
그리하여 하루를 자고
다음날 아침,
직모의 꿈을 이루어 준다는 풍기 온천물에
두시간 반 가량 몸을 담갔다.
마지막 쌀을 다 털어 밥을 해 먹고
기차를 탔다.
기차 안의 삼식이와 사식이.
엉덩이 붙이지 못하고 차장놀이를 하던 그들.
두 배로 먹고 두 배로 늦게 걷는 일대 식신 라봉.
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의문의 하얀 모자 사나이.
데X, 혹은 X반.
아무튼 그리그리 하여 어찌어찌 서울에 도착.
서울은 더 더운 듯 느껴지고
기진맥진 핑계김에
시장에서 한 잔.
해가 뜨거워서 두 잔.
집에 가기 아쉬워서 세 잔.
시방 넉점 반인가.
하여,
돌아온 서울에
보름만에 밀린 일하러 학교에 갔더니,
텃밭은 정글이 되고
학교 얼굴은 온통 박잎으로 덮였다.
예쁘다.
그리고 이것은 걸어오는 뒷 사람을 흥겹게 했다는
육식도 하는 채식 공룡의 가방 뒷모습.
수고들 했고,
인제 배추 심을 준비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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