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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8/03/12  클라크를 만나다.
  9. 2008/03/10  오해할 권리
  10. 2008/03/06  반 고흐의 라임색 (3)

과거는.. 미래는...

2008/03/18 01:04 생활감상문

한때는 강렬했던 과거들이 퇴색되어, 내게 더 이상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대신 소소했던, 미시적인 일들만은 영원회귀처럼 대화 속에, 맴돌아 살아난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지긋지긋한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음도 있지만...

확실히 나를 구성하는 정신과 몸의 조성이 달라진 탓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일까?

 

이제는 늠름해졌다면... 과거엔 과연 어땠던 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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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8 01:04 2008/03/18 01:04

클라크를 만나다.

2008/03/12 00:08 생활감상문

한번도 그런 만남을 꿈꿔 본 적은 없었다.

 

<슈퍼맨>에 나오는 클라크의 이미지랄까. 반듯하고 친절한 청년.

말 못할 가정사 같은 건 없었을 듯한 사람.

외동으로 곱게 자라, 테니스 같은 걸 배우며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

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 별 문제 없이 직장 생활을 해온 사람...

퇴근하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가볍게 TV를 보고, 11시면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라니...

술은 좋아하지도 않고, 먹으면 배가 아픈 음식은 삼가할 줄 알고....

시작한 운동은 몇 년째 꾸준히....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의사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올라갔단다.

 

퇴근 후 일거리를 들고 간 내게(마무리를 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일을 무지 좋아하시나 봐요...라더군. 내가 일 중독자라도 되는가?

(역시 이 직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있다면 프리랜서들 정도?)

 

이런 사람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상하게 꼬인 문제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특별하게 아픈 경험이 없는지, 살아 온 이야기도 그리...

딱히 좋아하는 음악/취미는 없지만...

음악도, 책도, 운동도, 좋은 음식도, 친구도.... 부족함 없이 접하고 있단다.

 

첫 인상만으로 한 사람을 규정짓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진짜... 신문에서 정형화하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무언가 오염된 게 있으면 거기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정제된 백설탕의 순수랄까?

 

낯설고 어색한데... 흠잡을 데가 없다니... 난감한 경우였다.

떠들고 질문하기도 이제 쉽지 않더군. 나이가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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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00:08 2008/03/12 00:08

오해할 권리

2008/03/10 23:09 베껴쓰기

남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나를 해명할 의무가 없다.

—정현경,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긴 하루 보내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몇 년 전 싸이 홈피에 올려 놨던 이 글귀가 떠올랐다.

 

소통에 방어적이라거나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그게 소통의 한 단면이라는 것...

불필요한 상처 받지 말고 나를 자유롭게 했던 말들....

 

그리고... 뜻밖의 위로가 있었다. 적어도 내겐 의미가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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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23:09 2008/03/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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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라임색

2008/03/06 23:21 생활감상문

두 사람이 있는 농장, 오베르, 1890년 5~6월, 캔버스에 유화, 38 * 45c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두 사람이 있는 농장, 오베르, 1890년 5~6월, 캔버스에 유화,

38 * 45c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작년 가을부터 미뤄둔 반 고흐 전을 H양 덕분에 관람했다. 몇 달을 기다려준 친구에게 깊은 감사를.

전시(구성과 디스플레이 방식)는 좋았지만, 너무 유명한 그림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가슴이 떨리는 그런 감정은 별로 못 느꼈다.

(지난 번 오르세 미술관 전에서 <고흐의 방>을 볼 때도 별 감흥이 없었다. <만종>은 좋았지만)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추수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이 그림은... 고흐가 자살하기 전 두 달여의 시간을 보낸 오베르에서 그린 것인데...

그 산뜻한 라임색이 맑고, 순해서.... 마음에 와 닿았다.

참신하다고 할까. 짙고 화려하고 충돌하는 색깔들이 아니라

다 같은 것들 안에서 다 다른 것들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세르가 말한 백색(분광 이전의 태양광선,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이

고흐에겐 자연의 빛인 라임/연두/초록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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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6 23:21 2008/03/06 23:21

피할 수 없는 스피노자

2008/02/27 00:18 생활감상문

회사에서 독선생님 모셔놓고 사내 스피노자 강좌를 연 지 어언 두 달...

 

지금 들고 있는 원고에도 스피노자가 나오더니...

(이건 하는 수 없다. 나름 미셸 세르.. 철학 책이니까)

 

지난 주에 H언니와 서울 시향 말러 공연 보고 그 집에 차 마시러 갔더니

<에티카>부터 들뢰즈 시리즈까지 스피노자 관련서가 책장 한 칸을 꽈악~~~~

그리고는 스피노자와 연애론을 한참 상담을 했고...

 

오늘은 지난 주부터 읽는 오에 겐자부로의 <회복하는 인간>에도 나오고 말았다.

겐자부로 할아버지가 60대 초반에...

이제 소설은 그만 쓰고, 스피노자 공부를 하겠다면서... 몇 년 놀았다 한다.  

뭐랄까.. 나는.. 겐자부로 선생의 문학 세계는 잘 모르지만...

뭔가 그 양반을 보면 느낌이 좋고, 그의 포스가 좋다.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그의 개인사, 그리고 일본인으로서의 역사.... 속에서

그가 형성해 온 생각들에 뭐랄까... 내가 조금쯤 공명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내가 아무리 몸의 리듬을 바꾸어 정신을 개조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고는 하나...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스피노자를 공부하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자꾸 여기저기서 나타나다뉫....

피할 수 없는 건 즐기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건만....

굳이 피하려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왜 이러나.. 이 사람... 그런 생각이 든다.

 

벌써 이런 현상을 인식하고 말았으니.. 우연이 필연이 되면....

연애가 되는 그 현상이 나와 스피노자 사이에 벌어지게 될까?

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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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00:18 2008/02/27 00:18

야채 식이요법 후 보식 시작

2008/02/25 12:39 생활감상문

먹는 걸로 다이어트를 하는 건 상당한 극기심을 요구하는 일이라서...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였지만... 작년 11월 이후 시작된 우울증이랄까...

그 한 요인이 외형상으로든, 아니면 몸이 무겁고 귀차니즘을 부르고...

그래서 제대로 된 요리 안 하고, 외식이나 (탄수화물 중심의) 간단한 식사로 때우게 되고..

그래서 몸에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부족한 헛헛함을 또 주전부리로.. 때우는....

악순환을 끊어야겠다 싶어서.....

1월부터 야채 식이요법을 준비했다.

 

이것은 일종의 준-단식 요법인데,

단식은 아니고.... 주식을 삶은 감자/고구마/단호박 등으로 하고,

부식은 당근, 오이, 삶은 브로콜리, 토마토, 기타 생야채를 간을 안 하고 먹는 거다.

물과 차는 넉넉히 마시고.

가벼운 산보 정도의 운동도 해줘야 한다.

 

보통 5~15일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정해서 할 수 있다.

 

이번엔 15일이 목표였고.... 헬스장까지 동반으로 끊어서 시작했는데...

 

내용을 따지자면...

시작 전에 싱겁게 먹고, 음식을 줄였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전에 아이스크림이니 짜장면이니 명절 음식이니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시작했다가

금단 현상이랄까... 식이요법에 집중이 안 되어서 참 혼났다.

(날짜를 길게 잡은 것도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중간에 발렌타인 데이 빙자해서 초콜릿도 몇 개 집어 먹고,

칼슘 섭취한답시고.. 하루에 마른 멸치도 20마리쯤 씹어 먹고(이게 염분 섭취건만),

무기질 부족하면 안 된다고 파래김을 하루 10장 이상 구어서 과자 먹듯이...

(6시 이후 뭐 먹으면 안 되는데... 거의 밤 10시쯤에 김 먹기T T)

입맛이 당긴다고... 김치니 다른 음식들을 씹기만 하고 가마우지처럼 뱉어내기까지....

(이러다 거식증 걸리는구나... 하는 위기감이 살짝- -;;)

앗! 회사에 선물로 고급 과자 들어왔다고 몇 개 집어 먹기도 했다.

 

이런 식이었으니 체중 감량이 순조로웠을 리 없다.

1주일은 빠지는 듯싶더니 나머지 기간은 계속 정체.

기운 없다고 운동은 자꾸 빼먹었으니.... 쩝쩝...

 

그러나 여하간 보름은 채웠고.... 어젯밤부터 주식을 미음으로 바꾸는 보식을 시작했다.

(보식은 미음, 묽고 간 안 한 죽, 묽은 죽, 진한 죽으로 이어간다.

반찬은 되도록 간을 안 한 야채나 나물 중심으로 먹는다.)

 

점심까지 먹느라 구워놓은 고구마에, 먹던 대로 생야채까지 곁들여서

현미를 곱게 갈아 끓인 미음을 반 공기 먹었는데....

7시까지 식사 모두 마쳤는데.... 도무지 소화가 안 되는 게다.

10시부터 졸음이 와서 11시에 누웠는데...

12시까지 눈만 말똥말똥.... 결국 소화제를 먹고 30분 후에야 잠이 들었다.

 

쌀...이라는 게 참 의외로 소화가 안 되는 식량이었다.

현미라서 더 그런가? 소화가 천천히 될수록 다이어트엔 좋지만....

한 끼에 현미 미음 반 공기만으로도 식사가 되다닛....

 

아침엔 미음 반 공기로 충분하더닛....

점심으로 미음 반 공기와 군고구마 반 개, 방울토마토 5개를 먹었더니

속이 또 빵빵하다.

미음만 먹어야 하나 보다.

 

보식은 밥을 안 먹은 기간만큼 해야 한다고 한다.

즉 보름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엔 잘 버틸 수 있을까?

마감도, 보식도, 운동도... 잘해 보자.

이번엔 보식 끝나도... 소식과 운동이 함께하는 독~한/순~한 생활로 돌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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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2:39 2008/02/25 12:39

마오 주석은 우파를 좋아해.

2008/02/14 17:28 베껴쓰기

 마오쩌둥: 나는 우파를 좋아합니다. 당신(닉슨)은 우파, 소속정당인 공화당도 우파라고들 합니다. (중략) 우파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닉슨 : 좌파가 말로밖에 할 수 없는 것(중국 방문)을, 우파는 실행에 옮길 수 있답니다.

- 윌리엄 버 편, <헨리 키신저: 최고 기밀 대화록>

 

중도파나 좌파가 뭔가를 하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둥, 코드가 잘못되었다는 둥 다들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서 뭐라고 하지만, 우파, 그것도 극우파가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하면.. 참신하다는 둥,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둥... 하는 현상을 닉슨의 중국 방문 때 두 국가 지도자가 스케일 있는 위트로 짚어낸 대화다.

 

오늘 아침에도 30분이나 미적미적하다가 겨우 7시 4분 전에야... 헬스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나온 지 2분 후... 생각났다. 운동화를 안 가지고 나왔다. 보통 이게 귀찮아서 개인 라커를 신청하는 법이지만, 다른 헬스장은 6개월에 14만 원 하는 시대에 한 달 8만원짜리 피트니스 센터를 끊은 것만으로도 과용이라(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라 하는 수 없었다) 라커까지 끊을 수는 없었다.

집에 가서 신발 가져와 봐야 불과 5분 차이... 그러나 이미 의욕은 꺾였다. 집에 온 나는 따뜻한 방바닥에(요새 춥다고 보일러는 또 얼마나 땠던가) 드러눕고 말았다. 잠을 자기엔 찬바람 맞은 머리가 너무 제정신이었다. 뭐 읽을 책 없나 책상을 두런두런....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일전에 열도의 한국인에 관한 책을 같이했던 K교수(전 D일보 논설위원)가 번역했다고 증정한 한일관계사 책이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 아사히신문의 논설주간이 정리한 70년대 이후 일본의 대對 아시아 외교사랄까... 자민당을 각 계파별로 정리해서... 계파별 외교 노선을 다루고.... 그러면서 고이즈미랑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책이다. 

 

일본 책에, 번역서이고, 신문기자가 쓴 글이라 좀 딱딱한 맛은 있고... 도무지 머릿속에서 그림문자로만 보이는 일본 인명들이 수십 명씩 등장하지만... 게다가 이런 장르의 글은 별로 읽어 본 적은 없다만... 아침에 하는 30분짜리 독서로는 제법 흥미로웠다. 나름 역사책이라 그런가? 그 책의 첫머리를 시작하는 내용이 위의 붉은 글씨다. 첨엔 뭔 말인가 했다. 이해가 안 가서. 한참 읽고서야...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자마자 중국을 간 것도... 자민당에서 제일 극우파라서 그렇다는... 배경 설명으로 등장하는 얘기다. 정치를 잘 몰라서 그런가,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는 해석이었다.

 

씨줄과 날줄을 오고가며... 계속해서 해석이 등장한다. 이래서 신문 기자는 매일매일의 역사가...라고 내가 예전에 K교수의 책 보도자료를 쓸 때 썼었지. 끝까지 읽을랑가는 모르겠다만.... 뭐랄까. 요새 일드에 빠져 있다 보니.... 일본에 대한 관심이 약간 생기기도 했고, 또한 일본에 대한 정치적, 문화적 감정의 이분법 속에서 뭘 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힌다.

 

오에 겐자부로의 <회복하는 인간>을 예스24 카트에 잡아놓고 월급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번역이 엉망이라는 독자 서평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겐자부로 글에 압박은 느낀다만)... 뭐랄까... 또 이 한 시기... 일본의 문화적, 정치적, 문학적 심성을 맛보게 된다고 할까.

 

미리 반칙해서 읽은 책의 마지막 장은... 한일 관계에 관한 어느 일본인 학자의 말을 저자가 옮기는 것으로 끝난다.

 

일본에게 한국은 잊어버리기 쉬운 과거를 항상 일깨워 주는 귀중한 이웃이다. 한편 한국에게 일본은 "더 다양한 사회가 행복하다"고 일러주는 이웃이다. 일본인은 한국인의 "숨 막힐 듯한 열기"에 곤란해하면서도 덕분에 역사의 연속성에 대한 무지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순수하게 듣는 귀를 가졌다. 그것을 한국인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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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17:28 2008/02/14 17:28

계획만 잔뜩...

2008/02/12 22:25 생활감상문

M선배의 백일몽을 들을 때마다... 난 내가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계획만 잔뜩 세우며 설레어하고... 근본적인 변화 자체는 두려워하는 이 며칠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계획, 즉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상상...만으로만 즐거울 뿐인 게지.

실제로 바뀔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처럼.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기는 귀찮은 거고...

예쁜 옷을 사입고 돌아다니고 싶지만, 그를 위해 운동하러 가는 아침은 힘들기만 하고....

훌륭한 편집자가 되고 싶다고... 작년 한해 그리 떠들어 놓고는 요사이는 그저 일드에만 빠져 있다.

 

흘러갈 만큼 위치에너지가 충분히 고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던가. 흐르는 물만이 그 에너지를 간직할 수 있는 건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그저 한평생 굳세게 하라는

이순재 할아버지 말씀처럼?

 

사람은 쉽사리 변하는 게 아니라며 늘 변화하려고 조바심내는 나를 비웃던

Heon's가 떠오른다. 그렇다. 난 늘 조바심 내다가 금세 지치곤 했다.

 

내용 없이 형식으로만 남은 인간이 되고 싶다던

어처구니 없는 자신감은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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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22:25 2008/02/12 22:25

서른셋의 설 연휴

2008/02/09 23:22 생활감상문

화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여....

은행에 들러 명절비 입금하고(상여금 미리 당겨서 노트북 샀으니 얼른 입금)

병원 들러 침 맞고 시장 봐서 귀가. 

마침 집에 있던 유진양과 떡볶이 해먹고 로맨스 소설 두 권쯤 다운받아 보고....

한밤중에 기무라 타쿠야의 <프라이드> 시청 시작.... 새벽 4시까지 5회 보고...

 

수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침 먹고, 설겆이 하고... 차 한잔 마시고

6회부터 11회까지 봐주시고... 세탁기 돌리며 샤워하고 빨래 널고 서울역 가서 기차 타고 시골행.

가자마자 신랑 골랐냐는 할머니 말씀(치매이신 할머니 1분마다 반복 재생..) 피해

방으로 도망가 <황금어장> 관람.... 취침..

 

드디여 설날 아침인 목요일

전에는 시골 가서 그런 적 없는데.. 모든 의욕 상실...

요리도 하기 싫고, 청소도 하기 싫고... 상 차리기도, 빗자루질도.. 입으로만 나불나불... 다 동생들 시키고...

보자마자 시집 안 가냐, 시집 안 갔냐, 내년엔 여기서 보지 말자....

구석에서 설겆이, 그리고 또 쓰러져서 자다가....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신다는 작은 엄마 말씀에

오후 네시 후닥닥 일어나 도망치듯 천안역 도착.

추위에 떨며 용산행 급행 지하철 기다려 타보니...

스트레스, 기름진 음식, 뜨거운 방바박에서 찬바람에 덜덜 떤 효과로 급체에 급두통...

겨우겨우 집에 도착해서 두통약 먹고, 토하고, 손 따고, 다시 두통약 먹고,...

유진의 조언대로 핫팩을 배에 올려놓고 겨우 한 숨 잠들다.

 

이번 가을은 나름 전환기로 잡아두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내년 설 연휴부터는 미리 다녀오고....  달러 빚을 내서라도...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친구들과 전화로 공유하다.

 

금요일...

마땅히 재미있는 영화도, 외출할 의욕도 없이....

속은 여전히 아프고... 혼자 죽 끓여먹고, 고구마 쪄먹고...

설겆이 쌓아놓으며.... 딱히 보고 싶은 일드도 없이...

<프라이드> 덕분에 급 빠진.. 기무라 타쿠야 관련 정보나 탐색...

실생활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은 량의 로맨스 이미지를 충전하다 보니...

현실에 대한 무기력증이랄까...

평소 직장 생활 성실히 하는 나도 이런데....

진짜 은둔형 외톨이 되는 것 별로 어렵지 않겠구나라는 위기감.

 

해서.. 토요일...

귀찮다는 마음으로 오전에 가기로 한 병원도 빠진 채....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는 아버지 전화도 시큰둥하니 받아놓고...

 

겨우겨우 희연양과 미뤄둔 고흐전 관람하러 가보니

사람이 가득... 전시 관람은 포기. 3년간 소원해온 <유림>에서 냄비우동 먹기만 실현.

정동스타식스에 <라듸오데이즈> 보러 가니... 상영관 잡는 데 실패했는지 5시에나 시작한단다.

길 건너 커피 마시러 가는 길에 보니

미로스페이스에서 볼까 하던 <크.레.이.지> 상영...

2시간 후로 표 끊어놓고.... 일조각 1층에 있는 <커피스트>로 이동.

커피 마시며 이 사람 저 사람 집적집적 전화하기..

다들 어찌나 바쁘신지 전화 받는 사람 반도 안 되더군. 흑.

 

영화는 매력있었고... 이런 영화 보다 보면 확실히...

뭐랄까... '다른'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살아나면서 극장에 자주 가고 싶어진다.

영화 끝나자마자.... 구로 집 가자는 유진양 전화...

허둥지둥... 집으로 오다.. 끌려옴. 아.. 식이요법 할 것인데.....

가서... 엄마가 푹 고아놓으신 우족탕 마다하고...

신선한 김치와 나물에 비벼서 한 그릇 뚝딱..

그리고.... 엄마가 직접 만드신 인절미와 배.... 얌얌...

 

자고 가라는 아버지 뿌리치고 얼릉 유진양 차로 돌아와...

식이요법 준비로다... 설겆이 한 판, 냉장고 청소...

당분간 못 먹을 김치는 유진에게 양도.

신 김치와 고등어 한 토막 끓여 김치찌개...

더하기 멸치볶음까지... 냉장고 청소와 유진양에게 반찬 만들어주기....에다 우유 반 통까지 써비쓰로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티비를 뒤적뒤적...

개봉한 지 정말 얼마 안 되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

내가 이걸 누구랑 봤더라? 근데 왜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잠깐 중간에 보는 데 갑자기 눈물이 아릴까? 오다기리 죠가 갑자기 결혼해서?

아니면.. 영화 볼 때는 그의 미모만 보였는데, 갑자기 영화 줄거리를 생각하니

뭔가 뭉클하고 답답한 거 같다.

 

여전히 철없이 보낸 이번 연휴 때문일까?

내 마음은 예전과 같은데... 아무것도 같을 수 없는...

결국 어떻게든 변해야 하는.... 그 느낌이 이 영화에서 와 닿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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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9 23:22 2008/02/09 23:22

빨간 풍선

2008/02/03 23:36 생활감상문

 

1월 29일의 영화.

 

작년 부산영화제 때는 혼자 졸면서 봤고.....

(예매 안 하고 내려가 거의 현장 티켓 교환으로 보고 싶은 영화 잘 봤다.)

졸았던 게 좀 아쉬웠던 터라.. 그리고 기억이 잘 안 나면서도 느낌이 좋았던 터라...

맥스무비에서 강냉이 써가며.... 강냉이 응모까지 총 6회를 응모해서 당첨.

(물론 개봉하면 돈 내고 봐도 되지만, 웬지 시사회 당첨되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간만에 유진양과 극장에 갔다.

 

일상, 파리, 허우 샤오시엔, 줄리에트 비노쉬.... 등 이 영화에 꽂힐 만한 코드는 많았지만...

무엇보다 <카페 뤼미에르>를 보고 내가 어딘가에 썼던 그 말이....

그런 마법이 또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카페 뤼미에르..에서 일어났던 그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이, 그저 바람이 불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햇볕이 비치고, 잠깐 낮잠을 자고... 그런 사이에 삶에서 정말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삶은 결심이 아니라, 아주 조그만 방향성에 의해 바뀌는 것인지도, 발견하는 것인지도.

뭐 그런 것들.... 독하지 못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긍정적인 것이라서.

나도 그런 에너지를 받고 싶던 것이라.... 그런 환타지가 필요했던 게지.

 

카페 뤼미에르의 환타지가... 주인공의 임신을 부모님이 말없이 이해해 준다던지...

그저 친구였던 남자가 자길 정말 아껴준다는 걸 발견한다던지...

아무렇지도 않게 다큐처럼 표현해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면.....

 

빨간 풍선에서는 빨간 풍선의 시점, 즉 전지자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시점을 동원해서

이건 판타지야...라고 말해 주고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같지 않니? 빨간 풍선이 네 옆을 좇아 다닌다고 상상해 봐.

얼마나 신날까... 외로운 풍선이 너에게 놀자 하네. 살라살랑.

사는 게 외롭지. 다 혼자 해야 하지? 잘 모르겠지? 그래도 살아야 하지?

그래도 넌 잘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뭐 그런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마법이 지금 내게도 필요하다. 내게만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두 번째 볼 때는 눈을 부릅 뜨고 봤고...

졸렸던 머리가 맑아졌고. 역시 행복했다.

 

한위원 가서 침 맞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간 덕분에

엉치는 계속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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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3 23:36 2008/02/03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