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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4/09  일종의 선물경제 실현 (8)
  3. 2009/03/31  요리책 16권 (22)
  4. 2009/03/26  문장부호, '분명한 소통'을 위한 특수효과 (4)
  5. 2009/03/25  균형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6. 2009/03/19  봄바람 속에 가을 풍경 감상 (5)
  7. 2009/03/17  봄날, 쑥요리 (9)
  8. 2009/03/17  사막의 사형집행장 (2)
  9. 2009/03/15  소진
  10. 2009/03/05  자동 수리 (2)

요즘 노래

2009/04/18 10:39 생활감상문

 

뜨거운 감자, <비 눈물>, 2008

작년 가을 처음 나왔을 때도 몇 번 찾아 듣고 좋다고 생각했다가 또 잊어버림.

그러다 지난 주말 다시 생각나 듣고 있으려니 더욱 좋다.

요 앨범 전체를 따라불러 봐도... 작년에 몇 번 들을 때 꽤 많이 입력이 된 것인지

노래도 꽤 잘되어 기분이 좋더군. 가사도 입에 착착.

H양 꼬셔서 어린이날 콘서트 보러 가기로. 음~ 얼마 만에 가는 콘서트장인가. 움홧홧.. .

 

 

 

푸디토리움(김정범),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

푸딩의 리더인 김정범이 이번에 솔로로 낸 디지털 싱글.

푸딩은 <러브토크>, <멋진 하루> 등의 음악으로 알고 있는데...

드라이하면서도 살랑살랑 위로하는 맛이 좋은, 젊은 재즈그룹인데,

푸딩 연주가 앙상블을 위주로 한다면 혼자라서 그런지 좀더 발랄하다.

이 양반 내가 알기론 나와 동갑인데, 

오히려 몇 년 전에 만든 푸딩 앨범이 더 점잖다.

음~ 앨범 전체로 안 내려나? 기대되네. ㅋ 

 

 

 

에릭 사티, <그노시엔 1번>, 알렉상드르 타로 연주

프랑시시즘 피아노(뭔가 섬세하고 요염하면서도 맑은 느낌)의 대표 주자 타로...

라모, 라벨, 쿠프랭, 사티 등 프랑스 작곡자들의 곡을 많이 친다.

(아아, 알고 보면 민족주의자... 이런 골치아픈 케이스는 아니겠지? 음~)

재작년에 한불수교100주년 기념 행사로 프랑스문화원 초대를 받아 처음 한국에 와서 연주회를 할 때

나는 그때가 경품운이 최고조라 티켓이 생겨.... 누군지도 모르고 갔다가...

그 잘생긴 외모, 수수한 옷차림, 기나긴 손가락, 그리고 세 번째 곡(쿠프랭)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왜 우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게 하는...

눈물이 찔끔. 뭔가 내 안에 슬픔이 있는 걸 다 알고, 슬퍼도 돼... 하는 듯한 연주.

그렇게 홀딱 반해서 연주회장에서 당장 CD를 샀다.

그리고 올해 1월에 나온 타로의 사티 연주가 멋지다길래... 찾아보니 아직 수입 전.

생전 그런 거 할 줄도 모르다가 풍월당에 선주문 구입(외국 주문 대행 같은 것)까지 했다.

2CD 앨범인데... 사실 난 2번째 씨디의 노래들이 더 좋다만.... 저작권 문제 땜시롱

요걸로 대치. ^ ^

 

그리고... 김창훈 아저씨(산울림 둘째)의 신곡 <괜찮아>.....

50대 아저씨가 그렇게 맑은 목소리 내도 되는 거야? 하는 탄성...  

그렇게 듣고 있다 보면 진짜 기분 괜찮아진다.

(이건 아직 유투브에 없더군. <음악여행 라라라>에 나온댔는데... 언제일지..)

 

마지막...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어디에선가 재상영하길래....

2001~2005년 사이 무진장 들어서 감동이 좀 잦아드는 것 같아서 이후 잘 안 들었었는데...

간만에 찾아서 들었더니... 역시 찌르르~ 하는 것이.... 끙~

그래... 역쉬 난 쿠반 재즈야(라기보단 역쉬 거장들이야겠지?).

내 피는 확실히 더 뜨거웠던 것이야...

그리하여... 3~4월 교육비 과다 지출(불어, 푸코, 요가 3개월 분)로

이번 달 책과 음반 구입 자제키로 그리 결심을 하였건만....

작년 가을 한정수입된 카네기홀 공연실황+티셔츠까지(딱 1세트 남았다는 데 더욱 현혹되어)

사들이고 말았다.

 

아... 뭐가 좋으면 그것이 꼭 소비로 연결되어야 하는가... 좀 부끄럽다만... 좋단 말이다.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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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8 10:39 2009/04/18 10:39

일종의 선물경제 실현

2009/04/09 21:58 생활감상문

Lovefoxxx: 라브♡님의 [고마워요!] 에 관련된 글.

빈집님의 [선물, 화폐, 노동, 사랑] 에 관련된 글.

 

라브 님이 트랙백 안 된다 하시고, 내가 별도 트랙백을 걸려고 해도 안 되길래....

그냥 새 글을 하나 쓴다.

 

지난 주부터 이번 주에 걸쳐... 요리책 세 권을 증여하면서, 꽤 흥미로운 한 주를 보냈다.

우중산책 님 블로그는 전부터 가끔 들르기는 했지만, 사실 닉네임과 글을 잘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에 어디 사시고, 뭐 하시는 분이고, 무슨 책을 읽는지 알게 되서... 진보넷 블로그 마을에서 아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긴 기분^ ^.

 

포스팅하고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으면서 요리책이 많아서 몇 권 내놓는 중이라고 했더니 디자인팀 S과장님이 한 권 탐내시길래... 드렸더니... 프리랜서 시절 집에서 밥해 먹기 귀찮고 바쁠 때 드시려고 다량 구입한 오트밀을 한 봉지 가져다주셨다. ㅎㅎㅎㅎ

 

그 오트밀을 집에 들고 온 날... 나의 홈베이킹 스승 월인정원 님께서는 내츄럴 쿠키라는 이름의, 오트밀이 들어간 레시피를 새로 포스팅하셨다. 그리하여 두어 번의 실험을 거친 끝에... MSG를 비롯하여 각종 화학첨가물을 일절 끊는 바람에.... 그 좋아하는 과자도 안 먹고 사는 임쿤에게 쿠키 한 봉지를 구워 줄 수 있었다.

 

라브님과는 직장도 한 동네(작은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각자의 회사가 자리했다)라 직접 만나 책을 드렸는데... 뜻하지 않게 핸드메이드 립밤까지 선물해 주셔서... 증여가 아니라 교환이 되었다. 헷~

 

그렇게 남들에게 요리책을 나눠 주는 동안, 과 선배인 S언니가 홍대에 납시어 꽤 오랜만에(여름휴가 이후 처음이던가?) 맛있는 점심에다가 직접 번역한 피카소의 요리책까지 선물해 주시었다. 오호~ 떠나 보내는 게 있으면 또한 내게 오는 게 있다는 것은 역시 상당히 경험적인 사실이었던 것이다.

 

원래도 선물 경제를 신뢰하는 편(인류학자인 오클라 샘과의 관계에서 늘 배워오던 것)이기는 했고, 얼마 전 맑스의 정치경제학과 모스의 인류학을 접목시킨 책 OK작업에 투입되어(모스 관련 부분과 결론만 읽었다) 다시금 그런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효과가 즉각적인 때는 또 처음이었다. ㅋㅋㅋ

 

그렇게 흐뭇한 나머지... 한가한 3월 지나 4월 들어 새로 시작한 요가수업과 "푸코의 통치성의 계보학" 강의와 불어학원과 야근과 불어 진도 복습 사이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젯밤... 오늘 열리는 고병권 선생님 강연회(회사 홈페이지 오픈 기념 독자 행사)─를 빙자하여 평소 팬이 너무 많아 차마 내비치지 못한 팬심을 표현코자─에 내놓는답시고 큼지막한 우리밀 당근 케이크를 구웠던 것이다. 

 

이리하여 오늘은 몸살이 올려나 어쩌려나 하는 가운데... 선물경제의 기쁨과 신체의 고단함을 곱씹으며...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게 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굿나잇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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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21:58 2009/04/09 21:58

요리책 16권

2009/03/31 21:48 생활감상문

이번 달에 망설이고 망설이(는 척하)다가 야구선수 박찬호 부인이 쓴 요리책을 샀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는 유명인사가 만든 요리책이려니 했는데... 책 나온 지 꽤 시간이 지나 서점에 가 책구경을 했더니 꽤 탐나게 책을 만들었더군. 재일교포 3세에다가 요리학교 출신, 유기농 레스토랑 스태프, 간단한 프렌치 레시피를 중심으로 한 요리 스튜디오 강사를 거쳐 한식 매니아인 메이저리거 전속 요리사(라 해야 할 전업주부)가 된 사람이 쓴 요리책인지라 한식, 일식, 간단한 양식 등 다양한 레시피가 마음에 들었고 하루키 소설 속 요리만 모은 요리책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일본 요리책이 없는지라... 결국 월급 탄 다음에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을 하고 말았다. 좀 바쁘기도 하고, 요리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해서 회사 책상 근처에 두고 휴식용 독서거리로 하다가... 열흘 정도 지나서야 집으로 들고 왔다. 어제그제 조금 읽다 보니... 당장 뭘 해먹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만(그러기엔 4월에 학습 계획이 쫌 빡시다) 문득 내가 요리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지 세 봐야겠다는 생각이....

 

도합 16권이다.

─ 새로 산 리혜씨 책.

─ 정마에 요리책(한식+이탈리아식+프로방스식 요리가 있는데 요즘 이 양반이 정치성 때매 욕은 먹지만서도 여기 레시피는 참 좋은 게 많다),

─ 100가지 파스타 소스(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할인가로 산 거다. 이땐 이 나라에 파스타 먹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여하간 파스타들 너무 비싼 게 난 참 불만이란 말이지. 웬만한 데보단 내가 낫다구.)

─ 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왔다는 요리책(하루키 소설은 별로 본 게 없지만, 레시피는 쓸 만하다)

─ 저인슐린 요리책(소박한 요리책의 시작이었달까. 이거랑 하루키 요리책은 아름다운 서재에서 무지 저렴하게 구입했다)

─ 환경연합에서 펴낸 사계절밥상+소박한 밥상 도합 2권(이 이후 집에서 땅콩버터에 두부까지 만들었으니 내가 미쳤지.)

─ 두부 전문 요리책(두부회사에서 대학 연구소랑 만든 책인데, 채식자들을 위한 레시피로 쓸모가 많다)

─ 친환경요리로 유명한 블로거의 후닥닥 밥상책(여기서 배운 꽁치찌개가 독신생활 연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지)

─ 요즘처럼 먹을 게 많은 시대엔 채소가 오히려 보양식이라는 책(요리책 오니까 냉큼 집어가서 구경한 P팀장은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고기가 안 맞기 때문에 고기를 자주 먹는 자인 것이다)

─ 다른 출판사 다니는 편집자 선배가 [K편집장님에게 선물한 것을 다시 내게 선물로] 주신 아침식사 책(아침에 먹을 만한 죽요리가 많아서 한동안 애용했다)

─ 내가 직접 편집한 행복 레시피(잼은 제철 과일로 딱 한 병만 만들자, 오후 4시엔 간식을 먹어야 한다는 철학을 전해 주었지)

─ Y양이 뉴욕 헌책방에서 사다 준 루마니아 요리책(영어책인데, 지중해식 요리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 파메르산 치즈를 갈아 넣는 옥수수빵이 꽤 짭짤하니 맛있다)

─ D식품에서 연어캔 내면서 홍보용으로 만든 연어캔 요리책(정확히 말하면 카탈로그)

─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Y양이 홍콩 헌책방에서 사다 준 굴요리 책(요것도 영어인데... 크림소스 굴 파스타를 지난 겨울에 못 해먹고 지나간 것이 참 아쉽다)

─ 재작년에 베이킹에 올인해서 사들인 프랑스 빵 책(이건 전문서라서 사실 나한테 어려웠다. 나에겐 월인정원님 레시피가 쵝오!!!)

...

생각해 보니... 처음 독립할 때 산 요리책(싱글을 위한 요리책 뭐 그런 거였다)은

재작년인가 H군이 살림재미 붙였을 때 분양해 줬구나...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중요 레시피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것도 거의 소장이라 치고....

...

행복 레시피 이후에 기획해 나온 와인 감상법 책도 요리책 비슷한 것이긴 하지.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 설명서에도 별책부록으로 저칼로리 요리책이 달려 있었구...

제빵기랑 미니오븐에 달린 레시피북도 각각 하나씩 있고...  

 

여기에 그림 속의 음식을 다룬 문화사 책과 요리사의 세계를 다룬 인터뷰집까지 하면

요리 관련 책이 20권이 넘는 셈인데

내가 읽은 어떤 분야의 책도 이 정도 종수까지 채운 건 없다. 켁....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걸?

 

요새 요리 자주 안 하는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사실 처음에 권수를 셀 때는 잘 안 보는 책은 분양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하나하나 열어보니... 추억이 있는 요리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못 나눠 주겠다.T T

아아~ 나의 물욕은.. 거.. 참...

 

 

[보탬]

1. 그래도... 물욕은 버리는 게 좋으니까, 아래 요리책은 원하는 분이 있으면... 택배 착불로다 그냥 보내 드리겠습니다.  탐나는 분들은 댓글 다시어요.
저인슐린 다이어트 쿠킹

오늘의 행복 레시피

참 좋은 아침식사

(+울 회사 블로그 포스트로 만든 스트리트 매거진 1권)

 

2. 리혜씨 요리책은 레시피는 좋은데, 사실 내용상... 셀러브러티 전업주부 환타지를 [나 말고 다른 독자들이] 키우게 될까 쫌 저어한 생각이 들어서,  "나의 요리책 읽기"라는 포스팅을 하나 마음 먹고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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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21:48 2009/03/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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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부호, '분명한 소통'을 위한 특수효과

2009/03/26 16:05 편집자–되기

간만에 회사 블로그 '출판/편집 이야기'용 원고를 하나 만들었다. 지난주부터 조금씩 써서, 업무일 기준으로 누적해 사흘 이상 걸렸다. 나름 진땀;; 처음엔 사내 교육용 자료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써서, 매뉴얼적인 면 때문에 분명한 소통, 표기상의 원칙, 편집 요소 통일 등의 관점을 강조했는데... J팀장이 어쨌든 문장부호는 보조수단 아니냐, 변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한 고려가 너무 빠져 있다고 코멘트를 해주어서... 두 가지 관점을 반영해서 좀더 풍부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고민을 해봤다. 그렇게 다시 고쳐 쓰면서, 문장부호 역시 감정과 의지를 담아 글에 성격(개성)을 부여하는 표현수단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인(?) 편집 문법에 앞서야 한다는 점을 새로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다. 회사 블로그 게재는 다음주쯤 될 듯싶지만... 혹시 미리 읽고 코멘트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보완해도 좋겠다 싶어 내 블로그에 먼저 포스팅한다. 글 가운데 우리집은 우리 회사 편집방식을 이른다. (소설 등의 문장부호 사용방식이나 다른 출판사의 방식이 궁금한 분이 있다면, 금번에 새로 개정판이 나온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추천한다. 나도 이 글을 작성하면서 많이 참고했다.)

 

문장부호, ‘분명한 소통’을 위한 특수효과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문장부호 역시 자연스럽게 씁니다. 문장이 끝났을 때라면 ‘쩜’(.)을 찍을 것이고, 놀라고 소리치고 감탄할 때는 느낌표(!)를 그 강도만큼 찍어 주고, 궁금한 게 있을 땐 물음표(?)를 그립니다(왜 쩜과 쉼표, 느낌표는 찍는 것이고, 물음표는 그린다고 할까요? 왜 또 이런 게 궁금해지는 건지;;). “왜, 또 얘네들은 문장부호, 그까이꺼 대충 찍으면 되지, 굳이 나서서 알려준다고 그러냐?” 하실 분이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또 배워 보면, 그 의미가 새록새록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 의미가 무엇이냐고요? 그거야 문장부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알면 저절로 풀리는 문제입니다.

그 얘기를 본격으로 하기에 앞서, 잠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연기 못하는 배우가 대사를 말할 때, 우리는 국어책 읽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런 연기를 보고서는, 무슨 인물을 맡았든 무슨 말을 했든 다 똑같다고 합니다. 대본을 소리 내어 들리게만 할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 감정 같은 내면의 의미는 전달이 잘 안 되는 것이지요. D선생이 말했듯이 의미는 차이에서 발생하는 법이니까요. 최고의 배우는 연기를 할 때 손짓, 표정, 말의 속도, 목소리의 크기, 눈빛의 깊이 등 자신이 가진 모든 표현법을 동원해서 인물의 생각과 극 전체가 갖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글, 즉 문자 언어에서 문장부호가 하는 역할이 바로 배우의 손짓, 몸짓, 눈짓 같은 것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문장부호의 뜻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문장 각 부분 사이에 표시하여 논리적 관계를 명시하거나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표기법의 보조수단으로 쓰이는 부호.”(밑줄은 제가 쳤습니다.) 정보뿐 아니라 글의 논리, 글쓴이의 감정과 의도 등 글의 의미가 정확하고 또 풍부하게 표현, 전달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문장부호입니다. 이 글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봐주시죠. ‘분명한 소통’을 위한 특수효과라 했습니다. 여기서 '분명'하다는 것은 일물일어설처럼 모든 의미가 딱딱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문장부호라는 보조수단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가 더욱 풍부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각각의 문장부호가 어떻게 특수효과 노릇을 하는지는 잠시 후 자세히 말씀 드릴 테고요. 요점만 말씀 드리자면, 그러니까 문장부호의 쓰임새를 잘 알면,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서로 의도를 표현하고 이해하기가 쉬워진다는 이야기이지요.

자, 이제 공부할 마음이 생기셨나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가면 누구나 문장부호뿐 아니라 어문 규정 전체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만, 기왕지사 알려드리겠다고 나섰으니 곧바로 보시라고 문장부호에 관한 규정을 전부 퍼왔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Ctrl+C’ 한 번, ‘Ctrl+V’ 한 번 누르는 걸로 간만의(!) 연재를 날로 먹을 수는 없으니…… 약간의 설명과 함께 어문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부호 활용법도 같이 적어보겠습니다(소괄호 안 회색 글씨). 아니, 왜 규정을 소개하면서 그 규정대로 안 하냐고요? 어문 규정은 ‘반드시 이렇게 써라, 이렇게 안 하면 벌금 내라’ 하는 강제 규정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언중들이 대체로 이렇게 쓰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면 무리가 없다’는 것을 연구해서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숨 막힐 정도로 깐깐하게 모든 것을 다 정해 놓은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편집자들은 이른바 가독성, 즉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동자 운동 시간도 줄이고, 내용도 쉽게 이해되도록 텍스트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통일된 기준에 따라 배치하려고 몇 가지 변용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용의 폭은 대동소이합니다. 어문 규정에 준해서 활용을 하는 것이지, 없는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거든요. 관행처럼 쓰이는 출판계 공용의 것도 있고, 각 출판사마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어 세부적인 규칙으로 정해 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집의 방식도 공개할 터인데요. 이거 뭐, ‘동교동의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두시면 앞으로 우리집 책을 읽을 때나, 또 여러분이 직접 글을 쓰실 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문장부호를 잘 쓰는 일은 콘텐츠를 가공하는 일꾼인 편집자로서는 티 안 나게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일입니다. 지난 번 다른 글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철학책만 친절해질 게 아니라 편집 자체가 친절해야지요.


I. 마침표

흔히들 ‘쩜’이라고 부르는 ‘ . ’ 부호를 마침표로 알고 있는데요, 마침표는 문장을 마칠 때 쓰는 부호를 통칭하는 말이고요, ‘쩜’의 정식 이름은 온점입니다.

1. 온점( . ), 고리점( ˚ ): 가로쓰기에는 온점을, 세로쓰기에 부호는 고리점을 씁니다.

(1)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의 끝에 씁니다.(흠~ 이건 너무 쉽죠? 처음이니까요.ㅎㅎ)

☞ 젊은이는 나라의 기둥이다. |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 집으로 돌아가자.

다만, 표제어나 표어에는 쓰지 않습니다.(책 제목이나 포스터에 점이 없는 이유, 이제 아시겠죠.)

☞ 압록강은 흐른다(표제어) | 꺼진 불도 다시 보자(표어)

(2)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적에 씁니다. ☞ 1919년 3월 1일 ⟶ 1919. 3. 1.(마지막에도 점을 찍으셔야 한다는 거!!)

(3) 표시 문자 다음에 씁니다. ☞ 1. 마침표 ㄱ. 물음표 가. 인명

(4) 준말을 나타내는 데 씁니다. ☞ 서. 1987. 3. 5.(서기)

우리집

① 인용문에는 온점을 넣지 않습니다(마침표와 따옴표가 중복되어 쓰이면 가독성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 그녀는 “그가 당신에 대해 말한 바가 없습니다”라는 말에 놀라지 않았다. (바로 뒤에 ‘~라는’ 인용격조사가 오기 때문에 온점을 찍어 멈추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② 문장 마지막 부분의 괄호 안에 부가 설명이 들어간 경우, (그 부가설명 역시 문장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괄호 바깥에 찍습니다.

☞ 우리와 관계 맺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물’이라 불린다(우리말에서는 ‘~것’이 더 적절한 번역어이다).

③ 직접 인용의 출처를 본문 안에 표시하는 경우 괄호 바깥에 찍습니다.

☞ 작품의 고요함은 “운동의 친밀한 모임”이어서 “최고의 운동성”을 뜻한다(Heidegger, 1954). (“운동의 친밀한 모임”과 “최고의 운동성”이 표시된 문헌에서 직접 인용되었음을 알려줍니다.)

단, 직접 인용으로 문장이 끝나거나 문단 전체를 별도로 인용문 처리했을 때는 괄호 앞쪽에 찍습니다.

☞ “시짓기는 본래적인 거주하게 함이다.”(Heidegger, 1940)

☞ 

    만일 예술이 작품의 근원이라면, 그것은 말하자면 예술이 작품에서 본질적으로 공속하는 것, 즉 창작자들과 보존자들을 작품의 본질 내에서 유래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Heidegger,1940)


2. 물음표( ? ): 의심이나 물음을 나타냅니다(상대방이 다시 생각하거나 말하게 만들려는 것이죠- -;;).

(1) 직접 질문할 때에 씁니다. ☞ 이제 가면 언제 돌아오니? | 이름이 뭐지?

(2) 반어나 수사 의문(修辭疑問)을 나타낼 때 씁니다.

☞ 제가 감히 거역할 리가 있습니까? | 이게 은혜에 대한 보답이냐?

(3) 특정한 어구 또는 그 내용에 대하여 의심이나 빈정거림, 비웃음 등을 표시할 때, 또는 적절한 말을 쓰기 어려운 경우에 소괄호 안에 씁니다.

☞ 것 참 훌륭한(?) 태도야. | 우리 집 고양이가 가출(?)을 했어요.

붙임 1 한 문장에서 몇 개의 선택적인 물음이 겹쳤을 때에는 맨 끝의 물음에만 쓰지만, 각각 독립된 물음인 경우에는 물음마다 씁니다.

☞ 너는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 | 너는 언제 왔니? 어디서 왔니? 무엇하러?

붙임 2 의문형 어미로 끝나는 문장이라도 의문의 정도가 약할 때에는 물음표 대신 온점(또는 고리점)을 쓸 수도 있습니다.

☞ 이 일을 도대체 어쩐단 말이냐. | 아무도 그 일에 찬성하지 않을 거야. 혹 미친 사람이면 모를까.


3. 느낌표( ! ): 감탄이나 놀람, 부르짖음, 명령 등 강한 느낌을 나타냅니다.

(1) 느낌을 힘차게 나타내기 위해 감탄사나 감탄형 종결 어미 다음에 씁니다.  ☞ 앗! 아, 달이 밝구나!

우리집 특정한 어구 또는 그 내용에 대하여 감탄이나 놀라움을 표시할 때, 또 읽는 이의 주의를 환기하고 싶은 경우에는 문장 중간 소괄호 안에 씁니다.

☞ 얼마나 배려 깊은(!) 마음씨인지. | 선머슴 같던 우리 집 딸아이가 드디어 엄마(!)가 되었어요.

(2) 강한 명령문 또는 청유문에 씁니다. ☞ 지금 즉시 대답해!

(3) 감정을 넣어 다른 사람을 부르거나 대답할 적에 씁니다. ☞ 춘향아! 예, 도련님!

(4) 물음의 말로써 놀람이나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 씁니다. ☞ 이게 누구야! 내가 왜 나빠!

붙임 3 감탄형 어미로 끝나는 문장이라도 감탄의 정도가 약할 때에는 느낌표 대신 온점(또는 고리점)을 쓸 수도 있습니다. ☞ 개구리가 나온 것을 보니, 봄이 오긴 왔구나.



II. 쉼표

흔히들 ‘ , ’ 부호를 쉼표라고 부르는데요, 문장 중간에 쓰이는 여러 부호가 모두 쉼표의 일종이랍니다.

1. 반점( , ), 모점( 、): 가로쓰기에는 반점, 세로쓰기에는 모점을 씁니다. 문장 안에서 짧은 휴지를 나타냅니다.

(1)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에 씁니다.

☞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 충청도의 계룡산, 전라도의 내장산, 강원도의 설악산은 모두 국립공원이다.

다만, 조사로 연결될 적에는 쓰지 않습니다. ☞ 매화와 난초와 국화와 대나무를 사군자라고 한다.

(2) 짝을 지어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에 씁니다. ☞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3)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에 씁니다.

☞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슬픈 사연을 간직한 주어는 무영탑)

☞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내었다. (그럼 철수는 성질이 안 급할까요?- -;;)

(4) 대등하거나 종속적인 절이 이어질 때에 절 사이에 씁니다(인과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해준다는 말이지요).

☞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 흰 눈이 내리니, 경치가 더욱 아름답다.

(5) 부르는 말이나 대답하는 말 뒤에 씁니다. ☞ 얘야, 이리 오너라. 예, 지금 가겠습니다.

(6) 제시어 다음에 씁니다(이렇게 해서 한 번 더 강조하는 것이지요).

☞ 빵, 빵이 인생의 전부이더냐? | 용기, 이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이의 자산이다.

(7) 도치된 문장에 씁니다. ☞ 이리 오세요, 어머님. | 다시 보자, 한강수야.

(8) 가벼운 감탄을 나타내는 말 뒤에 씁니다. ☞ 아, 깜빡 잊었구나.

(9) 문장 첫머리의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씁니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된다. | 아무튼, 나는 집에 돌아가겠다.

다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접속어(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 등) 뒤에는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합니다.

☞ 그러나 너는 실망할 필요가 없다.

(10) 문장 중간에 끼어든 구절 앞뒤에 씁니다. 

☞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하지 않소. | 철수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을 맞았다.

(11) 되풀이를 피하기 위하여 한 부분을 줄일 때에 씁니다(이것이 바로 언어의 경제성이라죠!).

☞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12)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에 씁니다(이것은 문법이라기보다는 글쓴이가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편집자들이 마음대로 고치면 안 되는 부분이랍니다. 아주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하죠. 특히 번역된 원고를 교정하다 보면 해당 외국어와 한국어의 쉼표 쓰는 방식이 약간 다른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때 내용 전달이 잘되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진땀이 난답니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철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이다.

☞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 본다면, 남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

(13) 숫자를 나열할 때에 씁니다. ☞ 1, 2, 3, 4

(14) 수의 폭이나 개략의 수를 나타낼 때에 씁니다. ☞ 5, 6세기 | 6, 7개

우리집 한국어에는 묶여 있는 걸 좋아하는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는 연구가 있다죠? ‘3~4개’나 ‘서너 개’ 등으로 좀더 자연스럽게 씁니다. ‘60~70세’도 ‘6, 70세’ 혹은 ‘6~70세’라고 쓰지 않습니다.

(15) 수의 자릿점을 나타낼 때에 씁니다(천thousand, 백만million, 10억billion 단위로 나뉘는 국제 표기 방식을 반영한 것이죠. 정확한 수치를 표시해야 하는 경제학, 인구학 등의 사회과학서에서는 자릿점 찍는 일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 14,314 | 958,069,349,234달러 | 남한 인구 45,604,630명


2. 가운뎃점( · ):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냅니다.

(1) 쉼표로 열거된 어구가 다시 여러 단위로 나뉠 때에 씁니다.  

☞ 철수·영이,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윷놀이를 하였다. (철수와 영이가 짝이고, 영수와 순이가 짝임을 기호로 표시하는 거죠.)

☞ 공주·논산, 천안·아산·천원 등 각 지역구에서 2명씩 국회의원을 뽑는다. (공주와 논산이 한 지역구이고, 천안, 아산, 천원이 또 하나의 지역구라는 말이죠.)

☞ 시장에 가서 사과·배·복숭아, 고추·마늘·파, 조기·명태·고등어를 샀다. (단번에 과일, 야채, 생선을 구분하신 당신은 쎈쓰쟁이, 후후^^)

(2) 특정한 의미를 가지는 날을 나타내는 숫자에 씁니다. ☞ 3·1운동 | 8·15광복

(3)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 씁니다. 

☞ 경북 방언의 조사·연구 | 인도 철학의 전개·발전

☞ 충북·충남 두 도를 합하여 충청도라고 한다.

☞ 동사·형용사를 합하여 용언이라고 한다. 

 

3. 쌍점( : )  

(1) 내포되는 종류를 들 적에 씁니다. ☞ 문장 부호: 마침표, 쉼표, 따옴표, 묶음표 등.

(2) 소표제 뒤에 간단한 설명이 붙을 때에 씁니다.

☞ 일시: 1984년 10월 15일 10시

☞ 마침표: 문장이 끝남을 나타내는 부호

(3) 저자명 다음에 저서명을 적을 때에 씁니다.

☞ 정약용: 『목민심서』, 『경세유표』 | 주시경: 『국어 문법』, 서울: 박문서관, 1910년

(4) 시()와 분(), 장()과 절() 따위를 구별할 때나, 둘 이상을 대비할 때에 씁니다. 

☞ 오전 10:20(오전 10시 20분) | 요한 3:16(요한복음 3장 16절)

☞ 대비 65:60 (65 대 60) 

우리집 [한국 어문 규정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쌍반점( ; ) 역시 쓰고 있습니다(영어로는 ‘세미콜론’이라고 하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쌍반점을 “문장을 일단 끊었다가 이어서 설명을 더 계속할 경우에 쓴다. 주로 예를 들어 설명하거나 설명을 추가하여 덧붙이는 경우에 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주로 본문 안에 옮긴이 주로 해당 단어에 대한 설명을 적을 때 씁니다.

☞ 서역을 다녀온 현장은 장안(長安; 오늘날의 시안西安으로 당나라의 수도)으로 돌아갔다.

② 인용문헌을 표시할 때 여러 문헌이 열거되는 경우에 씁니다.

[본문 삽입] 이런 점에서 하이데거는 ‘속함’을 우선, 차이를 받아들이는 ‘듣기’(hören)로서 파악한다(Heidegger, 1947: 16~17; 1951: 260 참조).

[각주 삽입] 이런 이유에서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정치의 심미화(Ästhetisierung der Politik)가 아닌 예술의 정치화(Politisierung der Kunst)’를 주장한다. Walter Benjamin, Gesammelte Schriften I-2, hrsg. R. Tiedemann und H. Schweppenhäuser, Frankfurt a.M.: Suhrkamp, 1974, p. 469; Philippe Lacoue-Labarthe, Art and Politics: The Fiction of the Political, trans. Chris Turner, Cambridge, Massachusetts: Basil Blackwell, 1990.


4. 빗금( / )  

(1) 대응, 대립되거나 대등한 것을 함께 보이는 단어와 구, 절 사이에 씁니다. 

☞남궁만/남궁 만 | 백이십오 원/125원 | 착한 사람/악한 사람 | 맞닥뜨리다/맞닥트리다

(2) 분수를 나타낼 때에 씁니다. ☞ 3/4분기 | 3/20



III. 따옴표

1. 큰따옴표(“ ”), 겹낫표(『 』): 대화, 인용, 특별 어구 따위를 나타냅니다. 가로쓰기에는 큰따옴표, 세로쓰기에는 겹낫표를 씁니다.

(1) 글 가운데서 직접 대화를 표시할 때에 씁니다. 

☞ “전기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책을 보았을까?” “그야 등잔불을 켜고 보았겠지.”

(2) 남의 말을 인용할 경우에 씁니다.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한 학자가 있다.

우리집

① 본문 가운데 다른 문헌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에 큰따옴표를 씁니다.

☞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였다.

② 주석, 참고문헌에서 로마자 논문 제목을 표시할 때 사용합니다.

Françoise Dastur, “Language and Ereignis”, ed. John Sallis, Reading Heidegger: Commemorations, Bloomington/Indianapolis: Indiana Univ. Press, 1993.

③ 겹낫표는 단행본·장편소설·소설집·희곡집·정기간행물의 제목을 표시할 때 씁니다.

 ☞ 『장기 20세기』(The Long Twentieth Century) | 『한겨레』, 『더 선』(The Sun)


2. 작은따옴표(‘ ’ ), 낫표(「 」): 가로쓰기에는 작은따옴표, 세로쓰기에는 낫표를 씁니다.

(1) 따온 말 가운데 다시 따온 말이 들어 있을 때에 씁니다. 

☞ “여러분! 침착해야 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2) 마음속으로 한 말을 적을 때에 씁니다. 

☞ ‘만약 내가 이런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모두들 깜짝 놀라겠지.’

[붙임]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드러냄표 대신에 쓰기도 합니다.

☞ 지금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우리집  낫표는 논문·단편소설·시·영화·노래·연극·미술작품 등의 제목을 표시할 때 씁니다.

 ☞ 맑스의 「파리 수고」, 황순원의 「소나기」, 김소월의 「산유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피카소의 「게르니카」,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등.



IV. 묶음표

1. 소괄호( ( ) )  

(1) 원어, 연대, 주석, 설명 등을 넣을 적에 씁니다. 

☞ 커피(coffee)는 기호 식품이다. | 3·1운동(1919)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 ‘무정’(無情)은 춘원(6·25 때 납북)의 작품이다. | 니체(독일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집

① 소괄호와 괄호 속 한글은 본문 글씨보다 0.5포인트 작게 씁니다. 또 한자는 한글보다 글씨가 크게 보이는 특징이 있어서 괄호 안에 병기할 때는 본문 글씨보다 1포인트 작게 씁니다.

② 본문 디자인에 따라 원어의 글씨 크기를 본문 글씨의 60~70% 정도로 해서 구별하는 때도 있습니다.

☞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는 현대 프랑스의 철학자·문학이론가이다.

(2) 특히 기호 또는 기호적인 구실을 하는 문자, 단어, 구에 씁니다. 

☞ (1) 주어 | (ㄱ) 명사 | (라) 소리에 관한 것

(3) 빈자리임을 나타낼 적에 씁니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   )이다.


2. 중괄호({ }): 여러 단위를 동등하게 묶어서 보일 때에 씁니다.

땅콩     

호두     

잣     


3. 대괄호([ ]) 

(1) 묶음표 안의 말이 바깥 말과 음이 다를 때에 씁니다. ☞ 나이[年歲], 낱말[單語], 手足[손발]

(2) 묶음표 안에 또 묶음표가 있을 때에 씁니다. 

☞ 명령에 있어서의 불확실[단호(斷乎)하지 못함]은 복종에 있어서의 불확실[모호(模糊)함]을 낳는다.

우리집 번역문이나 인용문 가운데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인용자의 부연을 적을 때 씁니다. 이때 대괄호와 괄호 안의 문자는 본문 글씨보다 0.5포인트 작게 씁니다.

☞ 어떤 국가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수입품 가격에 대한 수출품 가격의 하락을 일으킨다.



V. 이음표

1. 줄표(─): 이미 말한 내용을 다른 말로 부연하거나 보충함을 나타냅니다.

(1) 문장 중간에 앞의 내용에 대해 부연하는 말이 끼어들 때 씁니다.

☞ 그 신동은 네 살보통 아이 같으면 천자문도 모를 나이벌써 시를 지었다.

(2) 앞의 말을 정정 또는 변명하는 말이 이어질 때 씁니다. 

☞ 어머님께 말했다아니, 말씀드렸다꾸중만 들었다.

☞ 이건 내 것이니아니,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이니절대로 양보할 수가 없다.

우리집 붙임표(하이픈)와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길이를 150%로 늘리되, 양쪽으로 여백(자간 20%)을 둡니다.


2. 붙임표(-)

(1) 사전, 논문 등에서 합성어를 나타낼 적에, 또는 접사나 어미임을 나타낼 적에 씁니다. 

☞ 겨울-나그네, 불-구경, 손-발, 휘-날리다, 슬기-롭다, -(으)ㄹ걸

(2) 외래어와 고유어 또는 한자어가 결합되는 경우에 씁니다. 

☞ 나일론-실 디-장조 빛-에너지 염화-칼륨


3. 물결표(∼)

(1) ‘내지’라는 뜻에 씁니다. ☞ 9월 15일∼9월 25일

(2) 어떤 말의 앞이나 뒤에 들어갈 말 대신 씁니다. ☞ 새마을: ∼운동 ∼노래 | 가(): 음악~, 작곡~

우리집

① 수의 범위를 표시할 때 사용합니다. ☞ 1980~90년대 or 1980~1990년대

② 문헌의 페이지를 표시할 때 사용합니다. ☞ pp. 340~350 | 2~4쪽



VI. 드러냄표

1. 드러냄표( ˙, ˚ ) : ‘방점’(傍點) 또는 ‘곁점’이라고도 하죠(무언가를 강조한다는 뜻으로 “방점을 찍다”는 관용어로 더 유명하죠). ‘ · ’이나 ‘ ˚ ’을 가로쓰기에는 글자 위에, 세로쓰기에는 글자 오른쪽에 씁니다.

문장 내용 중에서 주의가 미쳐야 할 곳이나 중요한 부분을 특별히 드러내 보일 때 씁니다.

☞ 한글의 본 이름은 ····이다.

☞ 중요한 것은 · ···가 아니라 ··· ·˙˙ 하는 문제이다.

붙임 가로쓰기에서는 밑줄(_____ 혹은 ~~~~)을 치기도 한다.

☞ 그래서 도대체 누가 전쟁터로 갔다는 말이냐.

우리집 드러냄표 대신 되도록 작은따옴표(‘ ’)를 씁니다. 번역서의 경우에는 원서의 표시(국내 저서의 경우에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이탤릭체 글씨는 굵은 글씨로, 대문자로 쓰인 단어는 고딕체로 강조하기도 합니다.


2. 숨김표(××, ○○): 알면서도 고의로 드러내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1) 금기어나 공공연히 쓰기 어려운 비속어의 경우, 그 글자의 수효만큼 씁니다. 

☞ 배운 사람 입에서 어찌 ○○○란 말이 나올 수 있느냐?

☞ 그 말을 듣는 순간 ×××란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2) 비밀을 유지할 사항일 경우, 그 글자의 수효만큼 씁니다. 

☞ 육군 ○○부대 ○○○명이 작전에 참가했다.

☞ 모임의 참석자는 김×× 씨, 정×× 씨 등 5명이었다.


3. 빠짐표(□): 글자의 자리를 비워 둠을 나타냅니다.

(1) 옛 비문이나 서적 등에서 글자가 분명하지 않을 때 그 글자의 수만큼 씁니다.

☞ 大師爲法主□□賴之大□薦(옛 비문)

(2) 글자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나타낼 때 씁니다. 


4. 줄임표(……) 

(1) 할 말을 줄였을 때에 씁니다. 

☞ “어디 나하고 한번…….” 하고 철수가 나섰다.

(2)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에 씁니다. 

☞ “빨리 말해 !” “…….”

우리집 인용문에서 생략된 부분(상략, 중략, 하략 등)을 표시할 때도 씁니다. 이때는 앞뒤로 한 칸씩 띄어 씁니다. 점 여섯 개를 반드시 찍고, 세번째 점과 네번째 점 사이가 붙어 보이지 않도록 간격을 조정합니다.

☞ “추모왕에게 청해 많은 금은보화를 나누어 갖고 두 아들과 오간, 마려 등 18인을 데리고 낙랑국을 지나 마한으로 들어갔다. …… 소서노가 마한 왕에게 뇌물을 바치고 서북쪽 백리의 미추홀과 하북 위례홀(지금의 한양) 등지를 얻어 소서노가 왕이라 칭하고 국호를 백제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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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6 16:05 2009/03/26 16:05

균형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2009/03/25 01:46 베껴쓰기

당신의 섬에는

밤이 늦게 찾아오는가?

내가 당신 앞에서 걸어가는 것은,

샌들을 신은 당신 발을

뱀이 물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가?

균형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별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요한 까닭은 이런 때문이다.

 

당신이 없는

계절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산 위에서

휘도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내 생각의

흐름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균형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밤,

서로에게 반향하는 당신과 나의 눈에는

아무런 혼란의 흔적이 없다.

On your island
does the night fall later?
Am i walking a little ahead of you
so that no snake will bite your sandalled foot?
The balance is never made
This is why the stars are silent
offering no account.
How to measure
a season
against
the calender of your absence?
How to measure
the stream
of my tangled light
in the mountain
of what has been
and will be?
The balance is never made.
Yet in the night your eyes and mine
sounding one another
show no trace of vertigo.

 

불면의 밤.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이 올 때까지 자지 않으면 된다던 HY옹의 말이 어젯밤 떠오른 다음부턴, 잠을 자기 위한 노력을 아예 내다 버렸다. 어차피 머리는 아픈걸 뭐... 시를 세 편 베껴 적었다[지난 주말부터 쓰다 만 노트 앞장을 뜯어서 빈 노트를 만들어, 한동안 버려두었던 워터맨 만년필로 글씨 연습 겸 시를 베껴 적는다]. 그 가운데 마지막 한 편. 또 존 버거. 오늘밤 어찌나 좋던지 두 번이나 쓰고는, 블로그에 타이핑하곤, 검색해서 원문까지 구해 놓는다.

다 좋은데, 이 밤중에 눈 마주칠 사람은 없군. 갑자기 몇 년 동안 열어보지 않은 채 책장 위에서 먼지 뒤짚어 쓴 편지 상자를 끌어내려 열었다. 뭐 그리 내가 나한테 써놓은 편지가 많은지(스무 살의 내가 스물다섯의 나한테 보내는 식... 제대로 수취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 낯뜨겁구만... 이런 건 다 버려야 한다니깐), 뭐 그리 내용도 없이, 발신인도 제각각인 군사우편들은 또 그리 많은지(무슨 과동기, 동아리 동기, 선배, 후배..... 다 내가 보내서 답장 온 것이니... 하여간 오지랖도 넓었다니깐...)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짧은 생일카드들, 외국에서 받은 것, 외국에서 보낸 것, 홧김에 적어서 끝내 보내지 못하고 밀봉해 버린 편지(이건 열 수도 없잖아)....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오늘밤만은 신기하다.

다만 어떤 편지들에선, 돌아올 수 없는 그 감정들이, 그저 끝없이 자기 삶의 한때를 호소하는 그 마음들이 느껴진다. 그때의 나에겐 턱없이 모자라기만 했던 마음들이었는데... 끌리면서도 믿지 못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지긋지긋해 했던가.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감동하다닛.... 불현듯 내가 준 상처들이 미안해진다. 여전히 속좁고 잘 삐치곤 하는 내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군. 이래서 열어보지 않으려고 했다니깐... 이러니 오늘도 자기는 다 글렀군. 버거 선생처럼 경지에 오르려면, 정말 반세기쯤은 필요한 걸까?

 

벌거벗은 채 태어난 내 심장은

자장가 속에 감싸였지.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내 심장은

시를 옷처럼 입었네.

나는 내가 읽었던 시들을 셔츠를 입고 다니듯

등에 지고 다닌다네.

그렇게 나는 반세기를 살았네.

우리가 말없이 만났을 때까지.

의자 등받이에 놓여 있는 내 셔츠를 통해

얼마나 긴 시간 마음을 닦으며

당신을 기다려 왔는지를

오늘밤

나는 깨닫는다네.

My heart born naked
was swaddled in lullabies.
Later alone it wore
poems for clothes.
Like a shirt
I carried on my back
the poetry I had read.

So I lived for half a century
until wordlessly we met.

From my shirt on the back of the chair
I learn tonight
how many years
of learning by heart
I waited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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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01:46 2009/03/25 01:46

봄바람 속에 가을 풍경 감상

2009/03/19 23:36 생활감상문

라울 뒤피, 탈곡(Le Depiquage)

 

H양과 퐁피두센터 특별전에 다녀왔다(원래는 지난 토요일에 가기로 했던 건데... H양 술병 나서 못 가고, 일욜날이 마지막 날인 줄 알고 갔다가 1주일 남았길래 혼자 보는 것보단 친구랑 수다 떨면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과감히 제끼고 광화문 근처 혼자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 쉬었다).

유명한 그림도 많고, 좋은 그림도 많고 뭐 그랬지만...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이 그림이다. 나야 전형적인 도시 아이지만,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매달 시골 할머니댁에 내려가서 할머니/삼촌/아버지가 농사 짓는 데 따라다니며 놀기도 했던지라...... 추수 때나 모내기 때 특유의 분주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조금끔은 알고 있어서 그림을 보니까 탈탈탈탈 하는 탈곡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크로키의 빠르고 거친 손놀림 자체가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는 중임을 보여 줘서.... 재미났다.

 

아침에 비 온 탓에, 모처럼 숨쉬기 좋은 맑은 공기가 되었던지라... 겨울 동안 제법 길게 자라난 머리가 봄바람에 날리는 기분이 (머리 긴 사람만 느끼는) 묘하게 상쾌하고 감각적인 저녁이었다. 수다와 함께한 한 잔의 맥주도 상콤했고... 그리 봄바람 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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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9 23:36 2009/03/19 23:36

봄날, 쑥요리

2009/03/17 23:31 생활감상문

독립하기 전에는.... 쑥이란 어디 가서 캐 오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주로 엄마가 시골 뒷산이나 청계산에서. 그렇게 한 광주리 캐오시면 삶아서 냉동했다가 가끔 쑥떡을 해주셨다. 엄마의 쑥떡은 쑥을 어찌나 많이 넣었던지 까맸다. 게다가 까만콩까지 삶아 넣어 더 까맸다.

독립해 나오니 집 앞 슈퍼에서 봄이면 쑥을 판다. 음~ 어찌나 그 향기가 좋던지. 뭐 할 줄도 모르면서 그까이꺼,(이럴 때만 충청도 기질 나온다. ㅋㅋ) 방앗간에서 쌀가루 사다가 데친 쑥이랑 대충 버무려 프라이팬에 기름 둘렀다 닦아 낸 후 반죽 올려놓고 꾹꾹 눌러서 약불에서 은근히 구웠다. 나름 쑥으로 만든 난(nan; 인도빵)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해엔 맵쌀가루에 버무리고, 겨울에 호박죽 끓여먹고 남은 찹쌀가루가 있으면 찹쌀로도 지졌다. 쑥부꾸미야...라고 생각하면서. 목적은 쑥을 먹는 거지, 어려운 요리가 아니야.

그렇게 만들어서 회사 들고 가면... 나름 특이한(뭐 떡도 아니고, 부침개도 아닌... 대충 만든;;) 간식거리여서... 다들 별미라 생각해 줬다. 고마와라.

 

요즘엔 생협에서 쌀이랑 달걀 받고, 야채는 집앞 야채가게에서 조금씩 사고, 고기랑 생선은 집에서는 해먹는 일이 없으니까(단백질은 주로 외식과 두유로 섭취).... 올해는 쑥 살 일이 없겠구나 했는데, 생협에서 생쑥 올라왔길래 당장 한 봉지 주문했다.

 

쑥빵이나 뭐 케이크 같은 걸 해먹을까 하다가... 아... 그래도 내가 개발한 쑥난...이 먹고 싶어진 거라. 간간하니 담백하고 바삭한 그 맛... 일단 집에 들고 온 쑥은 데쳤는데(그냥 두면 물기 때매 썪는다) 내일은 요가 가는 날이고, 모레는 퐁피두전 마지막주라 슬라이딩해서 보러 가기로 했고, 금욜은 전 직장 J선배가 C양 저녁 사준다고 찬조출연하라 했으니... 이 향기로운 쑥을 먹으려면 며칠이나 걸린단 말이다.

 

바로 인터넷 검색 들어가 주시고.. 쑥된장국을 찾았다. 어찌나 간단하던지.... 물에 된장 한 숟갈이랑 양념가루(멸치, 다시마, 황태 갈아서 섞어 놓은 것) 한 숟갈 넣고 보글 끓으면 마른 표고버섯 썰은 것 한 줌이랑 데친 쑥 한 주먹 넣고.... 1~2분 끓이면 끝. 전체 요리 시간 10분도 안 걸린다. 오신채 마늘은 쑥향을 해칠 수 있으므로 생략생략....

 

아... 이렇게 제철재료 놓치지 않고 요리할 때가 참 좋다. 딱 그때만 먹을 수 있어서. 큰 냉장고 사서 싱싱고인지 급속냉동인지 1년씩 쟁여 놓는 것을 정치적으로다(이것도 정치적이라고 말해도 되나? 아님 환경적으로라고 하던지. 환경적인 게 정치적인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부한 지, 라고 말하면 사실 오바고 마에스트로 정이 요리책에서 그렇게 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따라한 거지만... 여하간 그런 지 5년. 냉장고도 작은 걸로 사서, 음식재료 썩어나가지 않게 늘 조심조심... 음... 삼천포 그만 빠지시고, 여하간 "내일 아침엔 쑥된장국에 꽁치구이....를 먹을 쑤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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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7 23:31 2009/03/17 23:31

사막의 사형집행장

2009/03/17 07:56 꿈 일기

작고 낡은 아파트에서 나와 조금 걸었던 듯싶다. 무슨 옷을 입더라? 카프탄 비슷한 옷? 작은 다리 밑 같은 짧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니 마을 외곽의 사막이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서 있다. 다가가 보니...... 땅에 좁고 깊은 구덩이가 패어 있고, 거기에 머리과 얼굴을 붉은 천으로 완전히 감싼 사람들이 서 있다. 사형장이다.

 

 

 

무슨 곡괭이 같은 걸로 세 번 큰 원을 그리고, 다시 세 번 반대쪽으로 큰 원을 그리다가 마지막 원으로 구덩이 안의 사람의 목을 쳐 뼈를 부러뜨린다. 그렇게 한 번 시범을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구덩이 바로 앞까지 가 있다. 이미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북아프리카인지 걸프 만 주변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나라인지.... 약간 이슬람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그곳에서 맨얼굴을 드러낸 젊은 여자가 눈에 띄는 행동까지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번엔 여러 명이다. 사막이 있고, 저 멀리 지평선 위쪽에서 태양이 하얗게 빛나다 못해 온세상이 흑백이 된 거 같은데... 대여섯 개의 곡괭이가 원을 그리고, 나는 고개를 돌려 지평선 위의 해만 바라보는데... 그 사이에 곡괭이들이 그리는 원호가 등장하고, 하나 둘 셋, 다시 반대로 하나 둘 셋... 침도 못 삼키고, 아니 삼켰던가 그러고 있고 그 순간이 지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인지, 아니면 가족인지.... 손으로 주변에 있던 흙을 구덩이에 밀어넣는다. 워낙 좁은 구덩이인지라(한 사람의 어깨폭 정도로... 진시황의 흙병사들이 서 있던 그런 구덩이) 순식간에 땅이 평평해졌다. 흙은 검지만 그리 축축하지는 않다. 콧수염 난 노인과 아직 소녀인 여자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나도 흙을 밀어댄다.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표현은 안 되는 상태. 그러다가 그 평지에 쥐구멍만 한 구멍이 보인다. 거기서 죽음이라도 밀고 올라올까 뭐 그러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진다. 무어라 말도 터지는데 할 수가 없다. 서둘러 돌아서 그 사막으로 나갔던 다리 밑인지 짧은 터널 쪽으로 간다. 비로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국 말로 "야만인들"이라고, 그러나 그 말조차 누가 알아듣고 나를 붙들까 봐 두려움에 떨면서 거의 뛰다시피 터널로 들어가는데, 오른쪽 콧구멍에서만 콧물이 난다.+ 잠깐의 격렬한 울음. 터널 안엔 하얀색 플라스틱 꼭지가 달린 수도가 있고, 손에 한 줌의 물을 묻혀 콧물을 닦아낸다. 터널 반대편으로 나섰다. 마을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깼다. 아침 6시 39분.

 

 

 

 

 

 

 

 

+ 왼쪽 콧망울의 연골이 중학교 때 종기 짜다가 뭉그러진 다음, 좀 힘이 없는 편이라 실제로도 가끔 왼쪽 콧구멍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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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7 07:56 2009/03/17 07:56

소진

2009/03/15 23:00 베껴쓰기

사색이 뇌를 소모하는 것처럼 욕망 또한 뇌를 소모한다.
_김현, <반고비 나그네길에>

 

내가 만족시키지 못한 모든 욕망, 모든 정열이 내 죽어서까지 남아서 나를 괴롭히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 내 맘속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것을 이 땅 위에 표현하고 완전한 절망 속에서 죽기를 나는 희망한다.
_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나는 운명도, 운도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오직 내 몸과 마음의 상태일 뿐이다. 인간이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글을 쓸 수 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절, 바리케이드 안쪽에 씌어진 여러 낙서 중에 'Ten Days of Happiness'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열흘 동안의 행복,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문학을 하는 이유로도, 살아가거나 사랑하는 이유로도.

_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를 읽고 있으니까... 3년 전, 5년 전 또 적어 둔 글들이 생각 나 아예 다 모아둔다. 나는 나를 충분히 소진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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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5 23:00 2009/03/15 23:00

자동 수리

2009/03/05 19:35 생활감상문

월욜 밤인가 화욜 밤인가... 안 그래도 며칠 기분도 계속 안 좋은데(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했지만)... 발로 노트북 어댑터를 건드렸더니... 작게 무슨 퍽 소리가 나더니.... 노트북 내장 스피커가 칙~~~~ 하는 거다. 평소 내장 스피커는 음소거로 해놓고, 외장 스피커를 쓰는데.......

이상해서 사운드카드 드라이버를 제거하고 몇 번이나 다시 깔았는데도.... 이틀이나 스피커 안 되고...T T 수입 노트북이라 용산에나 가야 AS센터가 있는데... 이번 토욜도 제대로 못 쉬겠군. 교통도 불편하고. 무거운 거 들고 다니기도 질색이고. 택시 타면 돈 많이 들고... 뭐 이렇게 이틀째 궁시렁거리고 있는데....

오늘도 여차저차 일찍 퇴근할 수밖에 없어서... 집에서 다운받아 놓은 일드나 보면서 쉬면 좋겠다(어제 즉흥에 과음~~까지는 아니고... 늦게까지 술 마시고 집에 와서 보일러 켜는 거 까먹고 자다가 완전 새벽에 오한과 속쓰림에 떨며 잠 다 설쳐서)... 흑 그런데 노트북이 소리가 안 나니 원~~~

아... 오늘은 예능 볼 기분은 아니고... 책을 볼까 뭐할까... 하면서 H양과 잠시 메신저질.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나온다. 이틀 사이에 얘가 스스로 정신을 차린 것이다. 음홧홧홧. 지금 일드를 볼 건 아니지만... 주말에 용산까지 안 가는 것만으로도 맘이 한결 편하다.

간만에 H양이랑 영화도 보기로 했겠다. 지난 주와 달리 이번 주엔 컨디션 관리도 잘해서, 집에 가서 엄마가 고아 타령 안 하시도록 살림도 확실히 해드리고...와야징. 이 아이가 자동 수리되니까 나도 뭐 자연치유랄까.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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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5 19:35 2009/03/05 19:35